소설리스트

〈 281화 〉281화 (281/370)



〈 281화 〉281화

인벤토리에 사용하고 있는 마법을 역으로 이용해서 천공성으로 돌아온 내 눈에 바닥에 내팽개쳐져있는 팔이 보였다.

엘리시스에게 뎅겅 잘려나갔던 그 팔이 맞았다.


“깨끗하게도 잘렸네...”


그대로 다시 붙이면 붙을 것처럼 매끄러운 단면을 보고서 실험삼아 대충 붙여봤더니 정말로 붙었다.


꾸물거리며 그림자의 손들이 서로 뻗어 나오더니 손가락을 깍지 끼듯 맞잡고는 그대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이게 내 몸인지 아니면 조립 로봇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물론 골렘이라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정말로 되니까 감탄스러웠다. 이거라면 뭔가 합체 로봇 같은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럭무럭 로망 같은 무언가가 떠오를락 말락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이건, 공간 접속 마법이군요. 이걸 이런 식으로 응용할 줄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고서 고개를 돌려보니 마찬가지로 인벤토리를 통해 열어낸 통로를 통해 넘어온 루시아가 보였다. 본신이 아닌, 평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보고서 내가 입을 열었다.


“루시아.”

“...아, 죄송해요.”


이름을 불리자 깜짝 놀란 듯이 움찔한 루시아가 이내 의기소침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그런 루시아에게 뭔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잔뜩 몸을 움츠리느라, 덕분에 한곳으로 모여든 커다란 가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더욱 파괴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가슴을 넋 놓고 보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선 헛기침을 하자 고개를 들어 날 보는 루시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지경님? 왜 그러시나요?”

그러고선 하는 말이 저거였다. 자기 가슴이라 그런지 루시아는 그 가슴이 가진 파괴력을  몰라서 탈이였다.


하여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였다. 나는 걸음을 옮겨 루시아에게 다가가 와락, 하고 그녀를 껴안았다.


“자, 잠깐만요... 이지경님?”


“그냥 조금만 이러고 있게 해주라.”


“……”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있는 루시아를 거듭 강하게 끌어안았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한 행동으로 상처 입은 루시아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하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 껴안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사죄방법은 따로 있었다.


“...이제 됐으니까 가자.”


그렇게 말하고서 루시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잠깐, 잠깐만요. 어디로 가는 건가요?”


내게 끌려가다시피 걸음을 옮기던 루시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묻기에 대답했다.

“침실로 가는 중인데?”


“네?”

“말했잖아, 아기 만들러 가자고.”

“하, 하지만... 아샤랑 아냐는요? 둘은...”


“물론, 거기 있지.”

끼익, 소리가 날것처럼 급정거한 루시아가 나를 올려다봤다.

 걱정하는지는 알겠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둘 다 지금은 자고 있으니까 후딱 끝내면 괜...”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후딱 끝날 일도 아니긴 했다. 아무리 나라도 드래곤을 단번에 임신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어쩌라고.


“걱정 마. 내가 책임질게.”


그런 것 보다 또 이런 일로 루시아나 다른 연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거기에 크리샤나 아르카는 몰라도 아샤와 아냐라면 괜찮았다.

사정을 모르는 루시아에게 그렇게 말하자 어째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시아가 보였다.


그래, 그럴 거다.


드래곤의 질투를, 당장 본인부터가 경험한 루시아였다.


설령 진짜 자매라고 하더라도, 사랑이란 것에, 애정이란 것에 지독할 정도로 취약한 것이 드래곤이었으니까. 아무리 자매처럼 자라온 아샤와 아냐라고 하더라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 말이다.


모두를 차지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스러운 드래곤들의 본성은, 설령 자신들의 혈육이 대상이라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본성만이 아니더라도. 드래곤들이 가진 드높은 자존심상 무언가를 나눠 갖는다는 것 자체를 그녀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루시아는 자신을 아샤와 아냐가 자고 있는 침실로 데려가려는 날 이해 못하는 것도 이해했다.

“...음, 보면 알거야.”


그래서 그런 루시아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워낙 설명하기 복잡했으니까, 직접 보는 쪽이 훨씬 이해하기 빠를게 분명했다.


그래도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는 루시아를 보고서 말을 이었다.

“말했잖아, 어떻게든 할 거라고.”

이렇게 빨리 실행할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는 그녀들 모두를 천공성에 머무르게 하며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드래곤들의 질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풀어가야할 문제였고.


결국, 오늘 루시아가 벌인 일도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이였다는 거다. 단지 내가 너무 부주의해서, 조금 일렀을 뿐.

그런 만큼 나도  이상 어정쩡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만 믿어, 루시아.”

“...네, 알겠어요. 이지경님.”

꾸욱, 하고 내 손을 맞잡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손을, 나 역시 강하게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침실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읏...”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진득하게 코를 찔러오는 향취에 루시아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야 당연했다.


바로 조금 전까지도 날뛰어댄 나 때문에 마력을 빨아들이느라 바빴던 이쪽의 '내'가 한 일이야 뻔했으니까.


아니지, 하고 있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이지경님?”


 위에서 기절한 듯한 아샤를 두 팔로 끌어안고서 허리를 튕겨내고 있는 '나'를 보고서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이 나를 보는 루시아를 보고서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도 눈치 못챘어?”

그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응시하던 루시아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그 몸... 골렘, 이네요.”

“그래, 이 몸은 골렘이야. 저쪽이 일단 진짜 내 몸이고. 어때, 감쪽같지?”


몸이야 저쪽이 진짜지만, 주체가 완전히 이쪽으로 옮겨진 지금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뭔가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그런 설명보다도 루시아의 표정이 더 복잡해보였다.

“제가 했던 짓은...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군요...”

진짜 나도 알아보지 못하고서,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리고서 더욱 후회하는 듯한 루시아를 보니 말을 잘못 꺼냈다 싶었다.

에루나가 루시아라면 금방 눈치  거라고 얘기했던 만큼, 루시아가 냉정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서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

다시 의기소침해하는 루시아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주체를 아예 이쪽으로 옮겨버린 탓에 기계적으로 허릴 튕기기에 바쁜 '나'를 바라보다가, 의식을 전환했다.

전과는 달리 뿌리 깊게 내려진 의식을 뽑아다가 다시 옮기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래봤자  초 정도 더 걸린 수준에 불과했다.

끔뻑, 하고 의식을 전환하자 별안간 달라진 감각이 느껴졌다.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감각. 주체를 옮긴지 얼마나 됐다고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도 띠링거리면서 마구 울려대는 알림 덕에 금방 가셨다.

뭔가 깨달음이 어째느니 뭐니 하고 바쁘게 울려대는 알림이 시끄러웠지만, 뭐 그런건 나중에 천천히 확인하기로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으니까.


“읏, 차.”

일단 아샤의 균열 깊숙하게 박혀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냈다.

뽁~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여오고 있던 아샤의 균열이 귀여운 소리와 함께, 마개처럼 꽂혀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빠져나가자 벌름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으우♥”


덕분에 주르륵, 하고 벌어진 아샤의 균열을 타고서 정액이 쏟아져 내렸다. 틈틈이 마킹해둔 탓에 전부 흘러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덕분에 침대가 순식간에 정액 투성이가 됐지만. 뭘, 이미 사방이 정액이었다. 이미 웅덩이를 이룬 정액에 조금 더 더해진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흣...♥”

아니, 있긴 했다.  싸지른 정액이 풍기는 냄새에 움찔하고 몸을 떨고 있는 루시아가 보였으니까. 두 뺨에 홍조를  채 드래곤 슬레이어를 응시하고 있는 루시아를 보고서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자, 루시아.”


루시아를 부르며 비어있는 옆자리를 팡팡 치자 여기까지 와서 두 눈을 깜빡이며 망설이는 루시아가 보였다.

“이거 갖고 싶었던 거잖아? 빨리 안 오면... 도로 넣는다?”

그래서 다시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샤의 균열에 문지르며 말해봤다. 애액과 정액으로 미끌미끌한 아샤의 균열에 당장에라도 들어갈 것만 같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서,

“으읏...”

망설이던 루시아가 내 위에서 뻗어있는 아샤와  옆구리를 껴안고서 잠들어있는 아냐의 눈치를 보면서 느릿하게 내게 다가왔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둘이 한 시간 정도는 뻗어있을 만큼 지친 상태라 깰 걱정은 없었지만 굳이  사실을 말해주진 않았다.

그야 조심조심하면서 내게 다가오고 있는 루시아가 그만큼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로... 여기서 할 건가요?”

마침내  옆까지 온 루시아의 말에,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다가 드래곤 슬레이어에 가져다댔다.


“아...”


가느다란 루시아의 손가락이 천천히, 아샤와 아냐의, 다른 여자의 애액 투성이인 연인의 성기를 쓸어내렸다.

불끈, 하고. 오랜만에 루시아가 만져주니 드래곤 슬레이어도 기쁜 듯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꽈악, 하고 루시아의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강해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잔뜩, 아주 잔뜩 싸신 모양이네요.”


방금 전까지도 아샤의 안에 넣어두고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는 애액만이 아니라, 당연히 정액으로도 잔뜩 더러워진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당연히 주변 꼬라지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아무리 일반적인 경우랑 달리 사정량이 유달리 많은 나라고 해도, 침실을 이 꼬라지로 만들려면 수십 번 사정해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세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주일 사이에 족히 수백 번은 아샤와 아냐를 안으면서 싸지른 결과물이라고 해야 하나, 참상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훑어내던 루시아가 입술을 삐죽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나 둘의 안이 기분 좋았던 거군요?”


황금빛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쩌억, 하고 세로로 갈라지는 루시아의 동공이 보였다.

“...말해주세요. 저보다도 둘이 더 좋았던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루시아가 보였다. 더 이상 숨기지도 않고 질투심, 욕망을 드러내는 루시아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이정도의 질투쯤이야 아까의 루시아랑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니 말이다.

“...글쎄다.”

그래서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을 이었다.


“워낙 오랜만이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렇게 말하고선, 아까부터 탐스럽게 날 유혹해오던 루시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하읏...♥”


꽈악, 한 손에 하나씩 쥐어도 넘쳐나는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 얼마만일까. 드레스 너머로도 느껴질 만큼 빳빳하게 서기 시작한 루시아의 유두 끝을 손가락으로 꼬집자, 금새 젖꼭지 위로 젖어들기 시작하는 드레스가 보였다.

짙은 정액 냄새를 풍기는 침실 안에서, 돋보이듯 존재감을 드러내는 달콤한 우유의 냄새. 가슴이 워낙 커다란 탓인지 임신하지도 않았는데도 흘러나오는 루시아의 모유가 풍겨오는 냄새가 입맛을 돋궈왔다.

꿀꺽, 나도 모르게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선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어디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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