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7화 〉267화
깜빡깜빡, 눈을 깜빡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예상한 것보다 아샤와 아냐가 골렘에 관심이 많아서 빼돌리는 것이 조금 늦었지만... 어찌저찌 성공한 모양이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수목이 우거진 숲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부탁하긴 했지만 이런 곳에서 눈을 뜰 줄은 몰랐는데. 이러고 있으니까 꼭 이세계에 막 소환된 용사같은 것이 된 기분이었다.
마왕이지만.
아무튼 에루나가 정리해둔 건지 주변은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을 법한 숲속치고는 꽤 깔끔했다. 옆에 호수도 있는 것이 당장 여기서 오두막 하나 지어놓으면 무척이나 어울릴 것 같았다.
아니, 기왕 짓는 거 오두막이 아니라 여관같은 건 어떨까.
숲속에 오두카니 지어진 여관이라... 분위기가 살 텐데. 물론, 이런 곳에서 여관을 짓고 안빈낙도의 삶을 보내기엔 지나치게 욕망에 충실한 일상이 썩 마음에 들기 시작한 지라 금방 관심을 끄고 몸부터 확인해봤다.
끼리리릭...
직접 움직여본 건 처음인데, 끼익끼익하고 쇳소리가 조금 들렸다. 나중에 차차 개선하기로 하고서 허공에 손짓하자, 옷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천천히 일어서봤다.
“음...”
일어나는 건 별 문제없었다. 다음은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끼릭, 짧게 쇳소리를 내며 손가락도 잘 움직였다. 다음은 다리... 끼익... 다음 허리도... 이건 중요하니까 제대로 확인했다.
끼익, 끼익...
차례대로 몸을 움직여본 후에, 무사히 안착한 것을 확인한 나는 이내 두 눈을 감고서 집중했다.
천천히, 감각을 옮기는 느낌으로...
깜빡, 하고.
다시 눈을 뜨자 방금까지 보였던 숲속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 대신에, 언제나 보던 내 침대가 보였다.
그리고...
“히양♥ 오빠앗♥ 더어♥ 푹푹하고옷♥♥ 하앗♥”
찔꺽찔꺽♥
그 침대에 누운 채로, 두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서 내리꽂히는 드래곤 슬레이어에 박히며 허덕이고 있는 아냐의 얼굴이 보였다.
허리를 튕길 때마다, 이미 앞서 사정한 정액이 아냐의 좁은 균열 밖으로 흘러나와 시트를 적셨지만, 아랑곳하지도 않는 내가 아냐의 안에 더 많은 정액을 쏟아 붓기 위해 허리를 흔들고 있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전혀 딴 짓을 하고 있는 육체의 감각에 괴리를 느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나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샤의 허리를 붙잡고서 허리를 튕겼다.
“츄우♥ 오빠아♥ 츄우해줘어♥”
내 목을 아냐가 팔로 얽어오며 그렇게 말해왔다. 나는 그런 아냐의 바람대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츄우우♥ 츄웁♥”
혀와 혀가 만나서 타액을 교환한다. 기쁜 듯이, 아기 새처럼 내 입술을 연신 쪼듯이 입술을 부딪혀오는 아냐가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키스만큼은 여전히 순진무구한 소녀같은 아샤를 보면서. 나 역시 그런 아냐의, 남성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자궁구를 연신 두드리듯 허리를 흔들었다.
쯔웁... 쯔웁♥
그리고, 아샤의 자궁구를 비집고 열 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밀어넣고서 사정했다.
꾸우우욱♥
드래곤 슬레이어에 짖눌린 아냐의 자궁구의 모양이 바뀌면서, 마침내 열려버린 성문을 뚫고서 정액이 쏟아부어졌다.
“흐우웃♥ 훗♥ 츄우웃♥”
꿀렁꿀렁, 아냐의 질내에 사정하는 것과 함께 더욱 강하게 내 몸을 얽어오는 아냐의 두 팔과 다리가 내 허리를 눌러왔다.
쭈욱쭈욱♥
아냐의 자궁구에 직접 닿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쏟아낸 정액들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아냐의 자궁속을 헤집고 들어갔다.
이미 잔뜩 사정한 정액들로 가득한, 아냐의 작은 자궁이 또다시 쏟아지는 정액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육체의 허용량이 있는 법이니까. 아냐의 작은 몸으론 이미 받아들인 정액만으로 한계였다.
결국 새로 싸지른 정액만큼, 아냐의 자궁 안에 싸넣었던 정액이 자궁 밖으로, 균열 밖으로 넘쳐흘렀다.
“흐우♥ 흐우웃♥”
쯔으읍~, 하고. 사정이 끝나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내자 울컥울컥, 정액을 토해내는 아냐의 균열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아냐의 배 위에서, 여전히 단단하게 발기해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도 보였다.
숨을 몰아쉬며, 잔뜩 지친 기색의 아냐를 보고서 일단 다시 아샤를 안을까 싶어서 그런 아냐로부터 떨어지려던 찰나,
“더어♥ 아냐의 안에 잔뜨윽, 잔뜨윽 싸줘♥”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하며 두 다리로 내 허리를 다시 얽어오는 아냐가 보였다.
“응? 오빠아♥ 아냐의 보지에... 자지 넣어줘♥”
정액과 애액으로 잔뜩 더러워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거리낌 없이 붙잡고서 자신의 균열에 문지르며 애원해오는 어린 연인을 보고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냐의 균열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겨눴다.
그리고... 허리를 재차 흔들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다시 감각을 옮겼다.
깜빡, 하고.
다시, 숲 한 가운데에서 눈을 뜬 내가 중얼거렸다.
“응, 잘되네.”
새로 만들어본 마법이 제대로 발동 중이었다.
감각공유와 감각전환, 그리고 한 번 유체이탈해본 경험을 토대로 여러 마법을 섞어서 만든 새로운 마법을 통해, 한창 아냐와 섹스 중인 나와, 골렘의 몸에서 깨어난 내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 지금, 정확히는 골렘의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스읍, 하고. 숲이라 그런지 맑은 공기가 폐... 아니, 폐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인 골렘의 장기에 가득 들어차는 것이 느껴졌다.
호흡은 필요 없는 몸이 됐지만, 호흡한다는 기분을 내본 나는 다시 숨을 내쉬었다.
“으음, 반발도 없는 것 같고. 역시 내 마력으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서 그런 건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니어에 걸어뒀던 감각공유 마법과는 달리 이번에는 딱히 이상한 부분 없이 제대로 만들어진 마법의 효과는 별 거 없었다.
굳이 마법의 효과를 설명하자면, 내 자아를 두 개로 나눠서 각각 다른 '나'로 존재하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는 당연히 본래의 나 자신이고, 또 하나는 지금처럼 골렘에 깃들어 있는 나였다.
둘 다 나 자신이고, 어느 쪽도 나라는 의식이 있었다. 기억도 공유되고, 딱히 집중을 안 해도 어렴풋이 천공성에 있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응, 천공성의 나는 지금 방금 막 뻗어버린 아냐를 대신해서, 아샤를 뒤에서 박고 있는 중이었다. 꾸욱꾸욱, 하고 골렘에게는 달려있지 않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여오는 아샤의 균열의 느낌도 확실히 전해져오고는 있었다.
물론, 한번 걸쳐서 전해져오는 거라 정말로 섹스 중인 천공성의 내가 느끼는 것과는 좀 다르겠지만.
아무튼 이 마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잠깐 고민했다가, 이내 그럴 듯한 이름을 생각해냈다.
내 분신을 만드는 마법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바타... 아니, 아바타리라고 짓기로 했다.
아무튼 자아를 분리하는 마법이라 꽤 걱정했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이미 그림자의 손을 통해서, 무수한 손을 움직여보는 감각을 익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여봤다.
그냥 팔 모양의, 다리 모양의, 머리 모양의 그림자의 손을 움직인다는 감각으로 몸을 움직여보니까 그럭저럭 원하는 대로 잘 움직였다.
아직도 조금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긴 한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골렘의 몸 자체가 애당초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아무리 다시 만들었다고는 해도 몇 년만에 움직인 구닥다리 골렘이기 때문이었다.
에루나 같은 골렘이 아닌 이상 관리를 안 하면 이렇게 삐걱거리기 마련이었다.
“어디 그럼...”
허공을 열어서, 거기서 루시아에게 받았던 검 중 하나를 꺼내서 허리춤에 찼다.
기본적으로 나는 유랑하며 수련 중인 검사, 베헤라는 설정이였다.
검이 없는 검사는 말이 되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금부터 갈 곳은 더더욱 그런 곳이었다.
“드네아 공작가는 어느 쪽에 있으려나.”
일단 가다가 아무나 만나면 붙잡고 물어보면 되겠지.
“호의에 감사합니다.”
숲속을 홀로 걷고 있던 중에 마주친 마차에 타게 된 내가 그렇게 말하자 희끗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 중년의 남성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별 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나.”
껄껄, 웃으며 말하는 중년의 남성이 나를 바라보다가, 내 허리춤에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중년의 남성이 처음부터 그쪽을 눈여겨봤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을 때까지 모른 척했다.
물론, 중년의 남성이 내 허리춤을 눈여겨보는 이유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내 빼어난 미모... 가 아니라, 허리춤의 검 때문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지만 일단 모른 척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중년의 남성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내게 말했다.
“무척 훌륭한 검이로구만… 혹시 기사라도 되나?”
역시, 지나치게 친절하다 싶었더니 예상대로 내가 차고 있는 검 때문이었다. 하긴, 겉으로 보기에도 무척이나 훌륭한 검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보석 같은 게 달려 있는 보검은 아니지만, 손잡이 부분에 새겨진 세공부터가 드워프의 손이 닿은 검이니 말이다. 졸부마냥 보석이 주렁주렁 붙은 검보다는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성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값을 측정할 수 없는, 명검 중의 명검.
루시아에게 선물 받은 수십 자루의 검중에서도, 광휘를 제외하면 열 손가락에 드는 검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중년의 남성의 눈에는 탐욕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긴 했지만 검에 대한 욕심은 없어보였다. 그래, 대충 말하는 걸 보면 검 자체보다는 그 검의 주인, 나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대충 중년의 남성이 내게 보인 호의의 이유를 알게 된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기사는 아니고, 검사입니다.”
검을 사용하는 검사와, 검을 비롯해서 온갖 병장기를 다루며 말을 타고 전쟁에 나서는 기사는 비슷해보여도 달랐다.
특히나, 이 세계에서 기사들은 대부분 국가나 귀족들의 전유물임과 동시에 힘의 척도였다.
400여 년 전, 마왕이 이 땅에 강림한 이래로 이 세계의 군사조직은 많은 병사보다는 강한 기사를 선호했다.
그야 일반 병사로는 마왕이 만들어낸 마수들을 잡기는커녕, 되려 죽임당하고서 마수로 다시 태어났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마수조차도 기사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일반 병사는 적의 전력만 늘려주는 셈이 됐었다.
아무튼 그런 과거를 갖고 있는 결과, 그 결과 거대란 땅을 지닌 라이어스 제국의 병사는 수만을 채 넘지 못했다. 최소한의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병사. 딱 그 정도였다.
일정 수준 이하의 병사는 되려 해악이 된다고, 그때의 교훈이 인간들의 나라에 뼛속까지 새겨진 탓이었다.
당연히 그런 만큼, 그 수만을 채 넘지 못하는 병사들의 수준은 하나같이 기사에 준하는 정예병이였다.
그리고 그 수만의 병사의, 절반에나 달하는 기사가 있었다. 내가 살았던 세계에선, 일반적으로 일만 명의 병사가 있다면,천명의 기사가 있는 것도 많은 수준이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세계에서 기사냐고 묻는 중년 남성의 말은, 나보고 귀족이거나, 혹은 그를 모시는 기사냐고 묻는 거나 다름없었다.
투기는 재능의 영역이나 다름없었지만, 그 재능이 개화하거나 허무하게 저무는 것은 개인의 재능이 아니니까.
아무리 날고 기는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밭일을 하며 하루 먹기 바쁘게 사는 평민들은 그 재능을 찾을 수 있을 턱이 없으니 말이다.
기껏해야 쟁기질을 수준급으로 하는 프로 농민이 될 뿐이지.
어쨌거나, 내 대답을 들은 중년의 남성이 아직도 의심이 가는지 미심쩍다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그렇구먼... 꽤나 대단한 검사인 듯한데...”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죠.”
여기서 솔직하게 드래곤의 남편이고 마왕이라고 고백해봤자 미치광이 취급받을 뿐이라, 나는 설정해둔 대로, 평범한 검사인 ‘베헤’를 가장하며 중년 남성의 말에 대답했다.
내 말이 고개를 끄덕인 중년 남성은 내게 몇 가지 더 질문을 했다. 그때마다 대충 이야기를 꾸며서 대답하니 곧 중년의 남성의 관심이 내게서 사라졌다.
내가 그저 조금 좋은 검을 지니고 있을 뿐인, 평범한 검사라고 판단한 모양이였다.
그렇다고 바로 관심을 꺼버리다니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중년의 남성의 행동은 당연했다.
똑같이 검을 쓴다고 하더라도, 기사와 검사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검사는 별 거 없었다. 검을 다룰 줄만 알면 일단 검사였으니까.
국가는 400여녀 전을 기점으로 하나같이 기형적인 군사체계를 하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그걸로 충분할리가 없었다.
특히나 몬스터가 있는 이 세계에서는 더더욱.
과거에도 이만한 크기의 제국이라면 수십만의 병사를 지니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걸 메꾸는 것이 검사, 창술사, 궁사... 뭐 부르는 말은 많지만, 통칭으로 용병이라고 부르는 자들이었다.
국가의 힘인 기사와 정규병들을 제외하는, 가시적으로는 알 수 없는 힘.
자유롭게 이동하고 또 자유롭게 의뢰를 받아 활동하는 수십만의 용병들이 도시나 마을의 치안을, 몬스터의 토벌들을 도맡는 셈이였다.
음... 우리 세계의 로마와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정규병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용병이 있었던 과거의 대제국 같은.
물론, 나랑은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