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264화
쯔우웁~
사정 중이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내자 울컥하고 에루나의 균열 밖으로 정액이 터져나왔다. 꿀렁거리며 흘러나오는 정액들이 침대를 하얗게 더럽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얗게 더럽힌다니 뭔가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 허연 것이 정액이니 더럽힌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리라.
물론 내 정액이긴 한데.
“드디어, 끝났습니까...”
하아, 하고. 침대만큼이나 정액으로 새하얗게 물든 에루나가 자신의 배꼽 위로 껄덕이며 정액을 토해내다가 추욱, 늘어져버린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래 몸이였더라면 감당할 수 있었을지도 이젠 의심스럽습니다만...”
이전과 비교해서 작아진만큼 약해진 자신의 몸을 한탄하듯 그렇게 말했던 에루나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감싸 쥐었다.
스윽, 스윽...
늘어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에루나가 손에 쥐고서 훑어낼 때마다 아직 안쪽에 남아있던 정액이 찔금 새어나왔다.
말이 찔끔이지 어지간한 남성의 사정량보다 많은 정액이 퓻퓻, 하고 배 위로 쏟아지자, 에루나의 새하얀 배 위로 쏟아진 희멀건 정액들이 가득해졌다. 그것을 말없이 문지르듯 닦아낸 에루나를 보고 있자니...
움찔!
다시금 드래곤 슬레이어에 힘이 들어가자 에루나의 보랏빛 눈동자가 나에게 향했다.
말은 없었지만, 피로한 기색이 엿보이는 에루나를 보자니 미안해졌다. 드래곤 슬레이어도 마찬가지였는지 크기를 키우다말고 도로 쭈굴해졌다.
이건 대단한 거였다. 눈치라곤 없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처음으로 남의 눈치를 본 셈이였으니.
...그만큼 에루나의 시선이 아파서 그런거겠지만.
그런 나를, 정확히는 쭈굴해져서 에루나의 손에 얌전히 잡혀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만히 바라보던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부족하시다면 에네스타나 에오시스 자매들을 부르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그보다 넌 좀 어때, 에루나?”
“네, 조금 얼얼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말에 힐긋 에루나의 균열을 보니 내게 시달린 균열이 새빨갛게 부어있는 것이 보였다.
더욱 미안해져서 에루나를 보고 있자니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어도 아샤 아가씨와 아냐 아가씨보다는 상태가 좋으니 말입니다.”
“……”
그것도 그랬다.
옆에서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있는 아샤와 아냐보다는 에루나가 사정이 좋았으니까.
일단 에루나는 깨어는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첫 경험부터 계속해서 절정하던 끝에 결국 기절해버린 아샤와 아냐의 균열 역시 붉게 부어있었다.
벌어진 균열 사이로 정액을 흘려대면서 뻗어있는 둘을 보니 내가 뭔 짓을 한 건가 싶었다. 에루나는 그렇다치고 둘은 이번이 처음이였는데 조금도 가중을 두지 않아버렸다.
“으응... 오빠, 그마안...♥”
“질내사정, 기분 좋아...♥”
잠꼬대처럼 잠들어있던 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다시...
“주인님.”
“자중할게.”
다시 커지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진정시켰다. 에루나의 노력 끝에 간신히 가라앉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가라앉았을 뿐이지 원한다면 몇 번은 더 발기시킬 수 있었다.
이쯤이면 됐지, 하고 만족해서 진정한 상태라고 해도 좋았다.
그 만족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그렇지.
아무리 몸이 작아지고, 전성기에 비하면 약해졌다고는 해도 에루나의 체력은 어마무시했다.
에루나가 약해진 것은 이전 몸의 골조 대부분에 새겨져있던 수많은 룬들과, 드래곤의 뼈로 이루어진 육신을 잃어버린 탓이지 골렘은 그 자체로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유명한 존재니 말이다.
일반적인 골렘도 그러한데 에루나는 무려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걸작이였다. 지금의 몸도 통짜로 된 드래곤의 뼈는 아니지만 손톱이나 비늘 정도는 들어간 몸이고.
아무튼 거기에 아샤와 아냐도 있었다. 둘은 무려 드래곤이었다.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기에 체력 자체는 본신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차이만큼 빠른 회복력을 지니고 있어서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자랑했다.
둘 다 처음 몇 번까진 잘 버티기도 했고... 물론 몇 번까지만 그랬을 뿐이지만.
정작 두 드래곤과 골렘 하나를 상대한 드래곤 슬레이어는 처음이랑 비교해서 그다지 기세가 줄어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지금이야 상당히 사정한 끝에 늘어져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란건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아샤와 아냐는 기절해버렸고 에루나가 녹초가 될 정도로 지쳐버렸다는 게 문제였지만.
“...편린은 흡수하신 겁니까?”
한참을 나를 보고 있던 에루나가 입을 열어 그렇게 물었다.
“응, 그런 것 같아.”
귀에 걸려있던 귀걸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내 몸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이었으니까, 아마 제대로 흡수했을 것이다. 헤아리는 자도 기능으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초월이니 뭐니하면서 뭔가 잔뜩 들렸었지.
“엉?”
에루나의 말에 떠올린 사실에 뒤늦게 상태창을 확인해봤는데, 뭔가 엄청 바뀌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태창」
「이름 : 이지경(베헤노스)」
「칭호 : 차원을 넘은 자, 단죄하는 자, 벌레만도 못한 자, 부덕의 군주, 드래곤들의 연인, 마왕, 릴리스의 아버지, 음마들을 굴복시킨 자, 초월자」
「성별 : 남성」
「나이 : 27세」
「직업 : 부덕의 왕, 마왕」
「종족 : 드래고니안(마룡)
「근력 : 127(SS)」
「민첩 : 122(SS)」
「체력 : 151(SS)」
「지력 : 101(SS)」
「마력 : 171(SS)」
「매력 : 99(A)」
「행운 : 9(F)」
「생명력 : 15100/15100」
「마나력 : 16600/16600」
「지구력 : 49%」
「고유 특성 : 차원을 넘은 자(SS), 개혁가(SS), 무결지체(SS)」
「보유 특성 : 백금률(S), 배덕의 군주(S), 예속 각인 : 에루나 투아레(A), 마왕(A), 조교사(A), 검사(A)」
「보유 기능 : 주시자의 눈(EX), 불멸자의 심장(EX), 헤아리는 자(EX), 카마수트라(SSS), 마도의 달인(A), 베헤노스 검술(A), 사자왕의 권역(A), 용린갑주(A), 지배자의 손(A)」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어마무시하게 변해버린 능력치들이였다. 특히 체력은 다른 능력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장을 이르러서, 크리샤와 아르카, 그리고 아샤와 아냐의 마력을 쪽쪽 빨아서 올라간 마력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아샤와 아냐로도 모자라서 에루나까지 녹초가 될 때까지 드래곤 슬레이어의 발기가 가라앉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그냥 체력이, 정력이 좋아진 거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그냥 단순하게 정력이 좋아졌다고 치부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좋아져버렸다. 체력이 수치상 한계였던 100을 넘어서자, 그 효율이 엄청나진 탓이었다.
과거랑 비교해서 열배가 넘는 생명력이 그 증거였다. 그 말은, 지금 내 지구력도 과거에 비하면 열배가 넘게 증가했다는 거였다.
100%라는 최대 수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지구력에, 지금은 고작 반도 안 되는 49%였지만, 이전의 내가 만전의 상태로 네명하고도 한명 더 있는 것에 모자랄 정도의 지구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네 명이라...
만전의 상태로는, 이론상 이전의 내가 열명이나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론상으로는 일곱이나 드래곤을 전부 상대할 수도 있는 수준이 된 거였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이고, 일단 전부 같이 보내기에는 아샤나 아냐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 서로 싸움이 나는 것부터 말려야겠지만, 이게 어딘가 싶었다.
그 밖에도 변한 게 많았다.
개변자, 만인지상 특성이 한 등급 상승해서 개혁가와 무결지체로 바뀐 데다가 카마수트라가 무려 SSS급이 되어버렸다.
또 황금률(A)가 백금률(S)로 바뀐데다가... 여러모로 바뀐 게 많아보였다.
마도의 이치(B)가 마도의 달인(A)으로, 라이어스 제국검술(B)와 시오니스 검술(B), 그리고 검리를 비롯한 이것저것들이 합쳐져서 내 이름을 딴 베헤노스 검술(A)로, 사자심과 사자후는 둘의 상위기능으로 보이는 사자왕의 권역(A)로 합쳐졌고.
지배자의 손이라는 듣도보도 못했던 기능도 떡하니 있었다. 심신 장악과 복속이 섞여서 생겨난 것 같기는 한데...
전보다 간소해진, 그 대신 하나같이 하나에서 두 단계는 껑충 뛰어버린 특성과 기능들을 보고 있다가 내가 멈칫하자 에루나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아니, 잠깐만.”
이것저것 잔뜩 바뀐 것들에 비해서 눈에 띄지 않아서 넘어가버렸는데...
내 종족이 이상했다.
“...드래고니안은 또 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을 벗어나있었다.
“...드래고니안, 입니까.”
이것저것 잔뜩 달려있긴 했지만 인간이긴 했던 과거와 달리, 아예 새로운 종족이 되어버린 내가 이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에루나도 드래고니안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 없는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종족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드래고니안, 딱 봐도 드래곤과 관련된 듯한 이름이라서 드래곤들이 만든 에루나라면 알고 있을까 싶었는데 에루나도 듣지 못한 모양이였다.
에루나가 모른다는 건, 이세계의 그 누구도 모르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거의 멸종했다시피한 종족들의 이름도 알고 있는 에루나였으니 말이다.
그 말은 드래고니안이라는 종족이 아예 처음 생겨난 ‘신종’이라거나, 아니면 에루나와 그녀를 만든 드래곤들조차 모를 머나먼 과거에 있던 종족이란 소리였다.
내가 왜 그런 종족으로 바뀌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룡이라.”
심지어 그냥 드래고니안도 아니고 드래고니안(마룡)이였다. 뭔가 엄청나게 불길한 이름이였다. 마룡화가 된 건지 안 된건지 아리까리하게 만드는 이름이기도 했다.
“뭐, 당장은 괜찮으니까 넘어갈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까.
“에루나.”
“네, 주인님.”
추욱 늘어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가락으로 애무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루나가 옷깃을 여미고선 대답했다.
“...에헤헤♥”
“으응... 오빠아...♥”
스윽, 스윽. 내 옆구리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아샤와 아냐의 부드럽기 짝이 없는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그런 에루나에게 말했다.
“라이어스 제국의 천신교... 거기에 있는 ‘검은 성녀’에 대한 걸 조사해와.”
헤아리는 자를 얻을 때 보았던 환상.
검은 머리의... 숨기려고 해도 나에게는 숨겨지지 않았던, 나를 닮은 기운을 갖고 있던 소녀.
워낙 커다란 일이 같이 휙휙 지나가버려서 늦었지만, 그 소녀의 정체는 어림풋이 추측할 수 있었다. 애당초 그 소녀를 보게 된 이유부터가 아리스에게 있던 ‘마왕의 저주’를 해석한 결과였다.
마왕의 저주를 아리스에게 걸은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뻔하다는 거였다.
난데없이 마왕이 되어버린 나랑 달리, 400년 전 드래곤들에게 잔혹하게 죽임 당했던 마왕의 딸. 현존하는 두 마왕 중의 하나.
...이 세계에서 조용히 숨죽인 채 칼을 갈고 있던, 내 연인들의 적.
“아, 전에 아샤랑 아냐가 가져왔던 골렘. 그것도 가져와보고.”
“골렘은 저로도 충분합니다.”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해보고 싶은 게 있거든.”
아샤와 아냐가 카자흐 어쩌고라는 왕으로부터 얻어온 여성형의 골렘에 대해서 내가 거론하자, 에루나가 보인 반응이 무척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에루나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내게 있어서 골렘은 너로 차고 넘치도록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다면 상관없습니다만.”
묘하게 얼굴이 붉어진 듯 한 에루나를 보면서.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헝클 듯이 쓰다듬어줬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행위 중에서도 순위를 다투는 만행이였지만, 그런 내 손길을 에루나는 지그시 두 눈을 감고서 즐겼다. 부드럽게 손가락을 스치는 에루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있자니, 달콤한 향기가 나서ㅡ
“...주인님?”
“...미안한데, 일단 이것부터 해결해주라.”
다시 꼿꼿하게 선 채로, 다시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서, 에루나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조금 쉬어서 괜찮아졌으니 상관없습니다만. 이래서야 아샤 아가씨와 아냐 아가씨가 고생하시겠군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지금이야 마구 발기하고 있지만, 차츰 익숙해지면 다시 조절이 되... 겠지? 될 거다. 하루 죙일 세우고 다닐 수는 없으니 그래야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그래서.”
그렇게 말하고서, 기껏 여몄던 옷을 다시 풀어헤치며 에루나가 나를 바라봤다. 뚝, 뚝 애액과ㅡ 아직도 에루나의 뱃속에 남아있었는지 뭉글뭉글, 젤리처럼 되어버린 정액이 새어나오는 균열을 스스로 열어 보이면서. 에루나가 말했다.
“보지와 입보지 중에서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나의 주인님.”
당연히 둘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