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258화
“아냐. 나 다 읽었으니까 빨리 다음 페이지.”
“알겠으니까 그렇게 보채지... 응?”
결국 평화적으로, 자신이 보고 있던 곳부터 보기 시작한 언니의 재촉하는 말에 아냐가 그렇게 말하며 스륵, 하고 페이지를 넘겼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남은 페이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것을 주인공의 다른 여자에게 걸린 부분에서 끝이 났었으니 말이다. 분명히 다음 이야기에 대한 암시였고, 파란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끝을 의미하는 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책은 거기서 끝이었다.
방금 읽었던 페이지가 책의 마지막 장이였던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책은 끝나고 만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아샤와 아냐가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고 아쉬움과, 조금 다룬 무언가가 섞인 듯한 그런 한숨을. 그렇게 한숨을 내뱉었던 둘이 입을 열었다.
“벌써 다 읽은 모양이네.”
“응, 그러게. 뭐... 애초부터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였으니까.”
확실히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였다. 집중해서 보지 않았더라면, 중간 중간에 있던 그림에서 멈칫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다 보고 덮었을 그런 책이었으니까.
하지만 애매하게 끊겨서 그랬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일까. 아쉬운 눈초리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들여다보던 아샤가 말을 이었다.
“아냐, 다음 권은 없는 거지?”
그런 아샤의 말에 아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질문이었고, 예정되어있던 답이 있었기에 아냐는 곧바로 아샤의 물음에 대답했다.
“응, 오빠랑 에루나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이거 하나만 겨우 챙겼거든. 뭐, 다음 권도 없었던 것 같지만.”
혹시나하고 확인해봤지만 변함없는 사실에 아샤가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담아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없는 걸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 방금 읽은 책도 아냐가 챙겼다는 것도 대단한 거였다.
오빠라면 몰라도, 그 에루나의 눈을 속였다는 거였으니까. 전성기 때의 에루나였다면 그마저도 불가능했을 테지만... 뭐, 그랬더라면 아냐가 시도하지도 않았을 거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결국 책은 더 이상 없다는 거였다.
별 수 없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이 그대로 대자로 침대에 드러누운 아샤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하고 있던 게, 섹스라는 거였구나아...”
다른 말로도, 교미라던가, 교배라던가라는 말로도 책 속에서 사용되기는 했지만.
제일 많이 나왔던 명칭은 섹스였다. 주인공의 입버릇이 임신섹스니 뭐니 하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책이라면 그런 말이 자주 나올 리가 없었지만, 아샤와 아냐가 읽은 책은 일반적인 책이 아니기에 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은 애당초 그런 것만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의 입버릇이 그렇고 그런 이유도 바로 그런 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난히 정력이 강한 인간 용병과 그에 얽히는 여자들에 대한 소설. 딱히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뭣도 아니지만 심심풀이로 읽기엔 그럭저럭 볼만한, 흔히들 야설이라고 부르는 책 말이다.
그런 점에서 둘이 읽은 책은, 그 야설이라는 내용에 충실하기 그지없는 책이었다. 꼴랑 한권짜리 책에서 주인공과 붙어먹은 여자만 일곱 명이나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의 야설이라고 하더라도, 아샤와 아냐에게 있어서는 생애 첫 야설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런 야설 덕분에 아샤와 아냐는 이제껏 자신들이 해왔던 행위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해왔던 행위들이, 바로 그 섹스... 정확히는 그 전에 하는 행위들이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섹스란 행위의 결과가 그녀들이, 드래곤들이 그를 소환했던 이유.
아이를 낳는 것이란 것도.
“...가슴이 커지는 마사지라고 해놓고서.”
맨 처음, 그 행위의 처음이자 시작이었던 계기. 가슴이 커지게 해준다던 오빠의 말을 떠올리면서 아샤가 중얼거렸다.
사실 이제 와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긴 했지만, 괜스레 토라진 듯이 입술을 삐죽였던 아샤가 자신의 가슴을 쪼물거리며 만져봤다.
...뭐, 확실히 커지긴 했으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몇 주 전과 비교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지금의 가슴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오빠가 우리를 속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싫어졌다는 건 아니지만.’
사실을 감춘 오빠가 섭섭하기는 해도, 싫어질 리가 없었다.
단지...
의문이 생겼을 뿐이었다. 여태껏, 오빠가 자신들에게 했던 것들은 어디까지나 섹스의 일부. 그 전에 하는 전희에 불과할 뿐이지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버렸으니까.
“......”
쪼물락쪼물락 가슴을 만지던 아샤의 손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속옷 밑으로까지 파고들은 손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까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던 몸이, 그 행위에 더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도중부터, 아니 그전부터 젖어있던, 손끝에 닿은 균열을 어루만지며 아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여기에 자지가 들어가는 거였구나...”
대충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빠에게 받았던 장난감들 중 일부는 모양부터가 그렇고 그랬으니까. 그 중에서 크기를 아주 축소했을 뿐, 오빠의 자지와 꼭닮았던 장난감도 있었고. 하지만 의심과 확신은 여러모로 다른 법이었다.
들어가지 않을까와 들어가는 구나는 확연히 다른 법이니까.
“...기분 좋겠지?”
아마 분명 그럴 거다. 실제로 넣는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장난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기분 좋을 거다. 뭐든 진짜가 가짜보다는 낫다는 것이 세상의 진리인 법이니 말이다.
하아, 하고 기대감과 아쉬움, 안타까움. 그리고 쾌락으로 허덕이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낸 아샤가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꺽, 찔꺽...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자위하기 시작하자 방금까지 만지고 있던 위로 빳빳하게 유두가 서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다른 한 손으로 그런 유두 끝을 그러쥔 아샤가 빙그르르, 하고 돌렸다.
“응... 앙...♥”
오빠가 해줬던 것처럼 화악, 하고 오는 것은 없었지만, 자신의 손도 그럭저럭 기분 좋았다.
하지만... 역시 이걸로는 부족했다.
아무리 스스로 보지를 애무해도, 아무리 유두를 괴롭혀도 결코 개운해지지 않았다. 그저 갈라진 혀 위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듯이, 아주 약간의 위안을 가져다줄 뿐이었다.
“오빠... 응...♥ 하아...♥”
유일하게, 그런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이를 부르며, 보지 위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아샤에게 아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언니. 오빠한테 가자.”
별안간 제안해온 아냐의 말에 아샤가 눈을 동그렇게 뜨고는 옆을 쳐다보자 장난기로 가득한 아냐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오빠한테 가자니, 지금? 하지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던 오빠와, 에루나를 통해 전해들은 전언을 생각하며 말을 흘리던 아샤를 보고서 아냐가 말했다.
“오빠가 하고 싶은 거 하랬잖아? 그럼 오빠를 보러 가는 것도, 별로 상관없지 않아?”
“......그런 건가?”
고민하는 아샤를 보며 아냐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오빠를 보러 가는 것도 자유니까.”
“...응, 그렇네. 아냐의 말이 맞아!”
자유라고 했었으니까, 아냐의 말도 틀린 건 아니였다.
벌떡, 하고 화색이 돼서는 몸을 일으켜 세운 아샤가 아냐를 바라봤다. 역시, 아냐는 똑똑하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냥 너도 보고 싶었던 거지?”
자세히 보니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는 상태인 아냐를 보고서, 그렇게 묻는 아샤의 말에 아냐가 대답했다.
“됐으니까 빨리 오빠한테 가자, 언니.”
꼼지락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아냐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을 보고서, 아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게 별로 중요한 건 아니긴 했다.
그저 당장 오빠가 보고 싶어진 것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보고 싶은 것만이 아닐지라도.
“그럼 가자, 아냐.”
아샤는 아냐의 손을 잡고서, 오빠가 있을 침실로 향했다.
“...자고 있네.”
한껏 기대를 가슴에 품고서 오빠의 침실로 향했던 아샤였지만, 침대에 누운 채로 곤히 잠들어있는 오빠의 얼굴을 보고서는 맥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빠가 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 몇 주간. 오빠가 자신들의 영지에 온 이후로 그가 잠자는 모습을, 아샤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오늘도, 침실에서 책을 읽고 있을 줄만 알았다. 그래서 자신들이 오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울려줄 거라고만 생각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오빠가 자는 모습도 처음 보니까 재밌긴 한데.’
콕콕, 하고 자고 있는 오빠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러봤지만 깨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이래서야 같이 못 놀겠...”
아냐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말하던 아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샤의 눈에 이지경의 바지를 끌어내리고 있는 아냐가 비쳐보였기 때문이었다.
“뭐하는 거...?!”
“쉬잇...! 목소리 줄여, 언니.”
오빠가 깰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말하는 아냐의 말에 아샤가 입을 다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냐의 말에 본능적으로 여기서는 그래야한다고 느낀 탓이었다.
스스로도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아샤가 소리를 죽인 채, 다시 말했다.
“...뭐하는 거야, 아냐?”
어느새 완전히 바지를 벗겨버리고선 킁킁, 하고 속옷 위로 냄새를 맡고 있는 아샤에게 그렇게 묻자,
“몰라서 묻는 거야? 언니.”
고혹스럽게, 아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까 책에서 봤잖아?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아냐의 말에 아샤의 머릿속에, 방금 전에 읽었던 책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렸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던 용병의 방에 밤 몰래 침입했던, 조숙한 귀족 아가씨에 대한 에피소드를.
“자, 잠깐만. 아냐. 너 설마...”
“마침 오빠도 자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훌렁하고 오빠의 속옷마저 벗겨버리는 아냐가 보였다. 그리고...
“귀여워…♥”
모습을 드러낸, 평소와는 달리 무척이나 자그맣게 변해있는 자지를 보고서 아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아냐는 저 사이즈가 귀여운 사이즈가 아니라, 남들이면 평균적인 사이즈란 걸 몰랐지만. 평소 그녀들이 접했던 것에 비하면 귀여운 사이즈인 것은 틀림없었다.
꾸욱, 꾸욱, 하고. 그런 자지의 끝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아냐가 중얼거렸다.
“오빠가 자고 있을 때는 이렇게 작아지는 구나~♥”
신기하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냐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오빠랑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지 않아, 언니?”
그런 아냐의 말에 아샤 역시 막 소환됐을 당시에, 알몸으로 대마법진 위에 서있던 오빠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때가 처음으로 오빠의 알몸을 봤을 때였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주의깊게 보지는 않았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좀 더 큰 것 같기도…'
그렇게 아샤가 기억 속에 있는 두 자지를 비교하고 있을 때였다.
“하움♥”
아샤의 눈에 오빠의 자지가 아냐의 입에 삼켜지는 것이 보였다.
“아냐?!”
“우우움♥”
쉬잇, 하고 말하는 것처럼. 오빠의 자지를 입에 물은 아냐가 웅얼거리는 것을 보고서 아샤는 아연실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치, 치사하게 혼자만 하고...!”
자그맣게 변한 만큼, 아냐의 입 안에 쏙 들어가 버린 오빠의 자지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둘이서 나눠도 됐었지만, 지금은 평소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아냐가 오빠를 독차지했다는 생각에 아샤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가, 이내 다급하게 아냐의 옆으로 가서 말했다.
“아냐, 나도 핥을 거니까 조금 옆으로 가봐!”
“웅? 웅우웅♥”
그런 아냐를 밀어내려고 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서, 오히려 보란 듯이 오빠의 자지를 빨기 시작하는 아냐를 보고서 아샤의 눈동자가 세로로 갈라지는 순간이었다.
“우읏♥?!”
무럭무럭~
자극을 받기 시작하자 오빠의 자지가 점점 커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자지에 당황해하면서도 아냐가 손으로 감싸려는 것을 보고서.
아샤가 먼저 혀를 뻗었다.
“웅?!”
모처럼 독차지하려고 했던 것이 실패한 아냐가 울상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런 아냐의 모습을 보고서 후훙, 하고 오빠의 자지를 혀로 감싼 아샤가 흥얼거렸다.
언니인 자신을 제치고서 혼자서만 오빠를 차지하려고 하다니, 10년은 일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응...♥ 이거...♥'
어느 샌가 익숙해진 냄새, 어느 샌가 좋아하게 된 맛이 혀끝에서 느껴지자, 아샤의 두 눈이 흐리멍덩하게 풀렸다. 그저 오빠의 자지를 입에 물었을 뿐인데도, 방금까지 느꼈던 조급함이라던가, 불쾌함같은 것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츄읍♥”
이윽고, 오직 본능에 몸을 맡긴 아샤가 천천히 혀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