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6화 〉246화 (246/370)



〈 246화 〉246화
“흐끅!”

밖으로 나온 드래곤 슬레이어가 용오름을 틀 듯이 천천히 솟구쳐오르자 어두운 표정으로 훌쩍이던 아리스가 딸꾹질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더욱 커져가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올려다봤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구도였다.


어디서 본 구도인지는 둘째치고, 덕분에 울음도 멈춰버린 아리스가 아연한 표정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올려다보는 광경을 지켜봤다. 점점 아리스의 얼굴 위로 드리워지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그림자가 길어져가는 것이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이윽고 성장을 마친 드래곤 슬레이어가 존재감을 드러내듯 한차례 껄떡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한 아리스가 몸서리치며 입을 열었다.

“무, 무슨... 크기가...”


창백해진 안색으로 더듬거리며 말하는 아리스가 휙휙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아마 손만 제대로 움직였다면 눈을 비볐을 것 같았다. 아무튼 한차례 고개를 내저었던 아리스가 말을 이었다.


“마, 말도 안돼요... 이런 건... 어떻게... 오우거보다 크잖아요?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내가 좀 굉장하긴 하지.”

그런 아리스의 반응을 지켜보던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했다. 오우거보다 크고 작고는 나야 못 봐서 모르겠지만.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런 것보다...

“자, 아리스. 감상은 그만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


적어도 방금 전의, 내 맨 가슴을 보고서 얼굴을 붉히거나 비명을 질렀던 아리스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처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알건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 내 예상대로, 붉어진 얼굴로 나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번갈아보는 아리스가 보였다.

“자, 어서 빨아라.”

하지만 굳이 쐐기를 박듯이, 아리스에게 그렇게 말해봤다.

그러자 흠칫하고 놀라며 아리스가 대답했다.

“빠, 빨다니... 제가 그런 상스러운 짓을...”

“그래?”


아리스의 대답에 내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당황한 듯한 아리스가 허겁지겁 말을 이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또...  제 몸을 멋대로 움직일 생각인 건, 아니... 겠죠?”


“눈치가 빨라졌는데?”


두 번이나 당했는데 그것도 예상하지 못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는 거겠지만. 그렇게 말하고서, 스윽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두 눈을 질끈 감은 아리스가 외쳤다.


“소, 손이라면...! 손으로라면 해드릴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손?”

아리스의 말에 멈칫한 내가 그렇게 되묻자, 그런 나를 침통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면서, 아리스가 말했다.


“...제 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면... 손으로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부탁드릴 게요...”


“흐응, 손...”


나는 눈앞에, 방금 막 손을 뻗다가 멈춰 섰던 곳에 떠올라있는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창에 적혀져 있는 여러 가지의 글자들을 바라봤다.

...조교 포인트를 사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들. 강제로 아리스를 절정시키거나, 자위를 하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스스로 내게 처녀를 바치게 하거나. 뭐,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들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모 포인트들이 적혀져 있었다.

이른 바 조교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슬쩍, 아리스를 바라봤다.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리스의 얼굴이 보였다.

다시 조교창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내가 손을 뻗다가 멈춰선 곳에 적혀져 있는 것을 바라봤다.

[상식개변]

그리고 바로, 그 옆에는 그보다 한단계 낮은 단계의 것도 적혀져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내가 입을 열었다.

“...뭐, 좋아. 네가 그렇게 하겠다면야.”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자신의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반색이 되어 나를 올려다봤다. 그런 아리스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딴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는 게 좋을거야.”


“아, 알겠어요...”

이어진 내 말에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직은 망설임이 강한 듯, 느릿느릿하게 뻗어나간 아리스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윽고 드래곤 슬레이어에 닿자 아리스가 흠칫하고 손을 뒤로 빼면서 중얼거렸다.


“뜨... 뜨거워...”

손가락에 닿았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열기에 놀라서 손을 빼냈던 아리스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한층 더 망설이기 시작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손을 들어올리자 아리스가 당황한 기색이 여력한 얼굴로 말했다.


“...하, 할게요. 지금 할 테니까...”

아주 잠깐, 망설이는 것조차 용서하지 않는 내 태도에 긴장한 얼굴로 꿀꺽... 하고, 침을 삼킨 아리스가 다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질끈, 두 눈을 감고서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그러쥐었다.

“으, 으으...”

무척이나 싫다는 듯이, 손에 쥔 드래곤 슬레이어가 맥동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스에게 내가 말했다.


“손으로 해준다고 했던 사람 어디 갔나? ...그렇다면야 입으로 해줄 사람을 데려와야겠는데.”


“아, 알겠으니까 그렇게 재촉하지 마세요...!”

“아, 여기 있었네?”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잔뜩 표정을 일그러뜨렸던 아리스가 천천히, 손에 쥐고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나는 조교창에 적혀져 있던 상식개변, 그렇게 적혀져 있던 녀석에 옆에 있는 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상식개변, 그러니까... 일종의 정신지배와 비슷한 녀석의 옆에 있던 것은 인식개변이었다.

뭐, 이것도 정신지배의 하위 정도되는 녀석이긴  거다. 그리고, 그 효과는 보다시피 이런 거였다.


천천히, 손에 쥐고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향해, 아리스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레'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벌어진 아리스의 입술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에 츄웁, 하고 키스하듯이 맞닿았다.

“...어라... 왜, 갑자기 입에서 짠 맛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리스가 자신의 손가락을 더듬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입술을 더듬듯이. 정작 그 입술을 드래곤 슬레이어에 닿아있는데도. 영 엉뚱한 곳을 더듬는 아리스가 약간 멍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하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아리스를 보며 내가 말했다.


“뭐해? 어서 움직여야지.”

“아, 네... 알았으니까... 그렇게 재촉하지 마세요...”


내 말에 아리스가  이상의 의심도 하지 못하고서, 느릿하게 입술을 벌렸다.

그리고...


“아움...”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입술로 감싼 아리스가, 오물거리듯이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아리스는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손가락으로 건드리고 있다고만 생각하겠지만.

“움... 우움...”


어색하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입에 문 아리스가 혀를 움직여오기 시작했다. 아마 이번 건...  됐다. 중요한 건, 인식개변이 제대로 통했다는 거였다.

입과 손가락에 대한 인식을 뒤바뀐 아리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수음 대신에 펠라치오를 해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손가락을 입으로 대체했을 뿐인 만큼, 삼키거나 빨거나 하는 일은 없이, 그저 입술로 우물거리거나 혀로 할짝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손가락으로 삼키거나 빨거나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츄웁... 우웅... 움...? 쮸우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내게 펠라치오를 해오고 있는 아리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좋았다.

아리스의 펠라치오 자체야,  일주일간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아샤나 아냐보다도 못해서 그다지 기분 좋진 않지만, 다른 쪽으론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해야 하나.


뭐,  대신 내게 예속된 이후로 방치되어있던 아리스에게 차곡차곡 쌓였던 조교 포인트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인식개변의 대가로 유지되는 시간에 따라 줄어들고 있는 조교 포인트가 시야 한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장장 두 달간 쌓였던 포인트가 십 분도 채 안되어 바닥을 드러낼  분명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어차피 쌓으려고 했다면 금방 다시 쌓을 수 있었을 정도에 불과한 포인트였다. 그러니, 빠르게 줄어드는 포인트에 아까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지금은 일단 아리스의 봉사나 받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천검의 옛 주인, 아리스 드네아.》


어떻게든 마왕을 설득해서, 그의 성기를 빠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봉사하게 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지...?’

머릿속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위화감에, 아리스는 그런 의문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


턱, 하고 마왕의 손끝이 머리 위에 올라왔다.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톡톡하고 머리 위를 두드려오는 마왕의 손가락에, 아리스는 더 이상 위화감의 정체에 고민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츄웁... 우움...”


천천히 더듬듯이, 성기의 끝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자, 움찔움찔하고 반응해오는 것이 보였다. 징그럽고, 자신의 행위에 모멸감조차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최악만은 면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서. 혹시라도 마왕의 마음이 바뀔 새라 최대한 열심히 ‘손가락’을 사용해서 마왕의 성기를 애무했다.

언젠가... 나중에라도 쓸 일이 있을 거라며 시녀가 남편을 위한 아내의 어쩌고 하며 가져왔던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확실히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기억해뒀던 것들을... 모두 사용해가며 말이다. 물론, 자신이 마왕을 위해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

‘...여기였던가?’


울긋불긋, 마왕의 성기의 끝과 둔기처럼 딱딱한 기둥의 경계를 ‘손가락’으로 만지자, 즉시 반응이 왔다.


“...응, 그렇게 하면 돼. 배우는게 꽤 빠른 걸.”


꾸욱, 하고 머리를 눌러오는 마왕의 손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칭찬 같은 건, 츄웁... 하지 말아주세요. 쪼옥...”


마왕에게 듣는 칭찬이라니, 그런 건 사양이었다. 하지만, 마왕의 약점을 찾아낸 것 같으니 이용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책에서는... 남자는 한 번만 싸더라도 금방 시들해진다고 들었으니까...’

 번... 딱 한 번만, 마왕을 만족시켜준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마왕이 칭찬했을 때,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던 곳을 집중적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쪼옥... 아움...”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강해져가는 위화감과, 피로해지는 입술과 턱에 아리스는 혼란스러워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위화감은 더해져만 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째서... 턱이 이렇게 아픈 거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손가락이였는데,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하는 턱의 통증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마치... 무척이나 커다란 것을 입에 물고 있는 것만 같은... 오랫동안 무언가를 입에 물고만 있는 것 같은, 그럴  느꼈던 것과 같은 통증에 아리스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멈췄다.


그러자 턱에서 느껴지는 통증 역시 조금 줄어들었다.

‘...어째서?’


멈춘 것은 ‘손가락’인데, 어째서 입과 턱이 아프지 않게 된 건지, 그런 위화감에 아리스가 무언가 떠올리려 할 때였다.


“아, 슬슬 한계인가?”

그런 마왕의 목소리와 함께.

“으븝?!”

거칠게 ‘손가락’을 침범해오는 성기에 아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가락’의 안으로 마왕의 성기가 쑤셔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잠깐만... 손가락 안으로 어떻게...?’

상식에서 벗어난 그 행위에, 그제야 아리스는 위화감의 정체를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봐서, 깜빡이던 두 눈을 통해, 진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이 '손가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자신의 입술이라는,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이.

방금까지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있던 마왕의 성기가 어느 새인가 입술에 물려있었다. 방금까지, 그저 손으로만 만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마왕의 성기를, 자신의 혀가 감싼 채로 핥고 있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들이 전부 거짓이고 실은 입과 혀를 사용해가며, 마왕의 성기를 문 채로 봉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리스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확실히 그렇다면... 여태까지 느꼈던 위화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턱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자꾸만 들던 위화감도... 그렇다면 이해할  있었다. 마왕에게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아리스가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그럼  되지.”


턱, 하고 머리 위에 얹어져있던 마왕의 손이, 그런 아리스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직... 한참 멀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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