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5화 〉245화 (245/370)



〈 245화 〉245화
 말에 망설이던 로로마저  고개를 끄덕이고서 방을 나서자 나와 아리스만이 방에 남게 됐다.


슬쩍, 하고 고개를 돌려 아리스를 쳐다봤다. 그러자 몸을 움츠리는 아리스가 보였다. 그런 아리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는 잘만 떽떽거리더니 이제 와서 겁먹은 건 아니겠지?”

그 말에 표정을 굳힌 아리스가 대답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말을 더듬으며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그랬더라도 전부 들켰을  뻔한 거짓말을 하는 아리스가 보였다. 떨리는 음성이나, 마찬가지로 흔들리는 시선이 그런 그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만히 그런 아리스를 바라보자 홱하고 고개를 돌렸던 아리스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는 것이 보였다.

“다, 단지...”


그렇게 말을 이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던 아리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것도.

“뭐, 뭐하는 거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빼액하고 소리를 지르는 아리스를 보며, 내가 말했다.


“뭐하긴 그야...”

스윽, 하고. 벗고 있던 코트를 바닥에 떨구고서,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풀면서 말을 이었다.


“옷 벗고 있는 중이지. 보면 모르나?”


“그,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대답에 허둥지둥해하는 아리스가 보였다. 그런 아리스를 보다가, 한발자국 다가가 봤다.


“읏...?!”


뒷걸음질 치며 내게서 떨어지려던 아리스가 이내, 그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테면 와보라는 듯이,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서는 나를 올려다봤다.

뭘, 사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 아리스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히읏...?!”


천천히, 그런 아리스의 뺨을 어르며 내려가, 턱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시선을 맞추고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옷을 입고 하는 쪽이 더 좋다면, 지금 말하면 들어주지.”


“이, 입고...?”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어서 그렇게 묻자 내 말을 되새기듯이 중얼거렸던 아리스의 얼굴이 한층  붉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이런 반응을 보는 건 나에게도 색다른 경험이라 즐거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옆으로 치워뒀던 아리스의 정보창을 살펴봤다.

「상태 : 당황 (서, 설마 여기서 바로...?)」

내 발언에 마구 흔들리고 있는 아리스의 눈동자를, 정보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정보창에 적혀져있는 아리스의 상태가 바뀌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피식하고 웃었다.

「상태 : 기겁 (나, 남자의 가슴...)」

풀어헤친 셔츠 너머로 보이는 내 가슴을 보며 기겁하고 있는 아리스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 몰래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런 아리스의 정보창을,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애당초 내 앞에서 아리스가 몰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그렇게 몰래보지 말고 보고 싶으면 맘껏 봐도 되는데?”


히죽, 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선 그런 아리스를 보며 말하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 아리스가 외쳤다.


“아,  봤어요! 가, 가슴 같은 건... 아니,  봤어요!”

“그래?”

허둥지둥 대답하느라, 자기가 보고 있던 곳이 어딘지도 고백해버린 아리스를 보자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뭐, 뭘 웃는 거에요?!”

“웃기니 웃는 거지... 뭐, 됐다.”


마저 셔츠를 벗어던지자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리는 아리스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라. 아리스.”


“읏?!”

목줄의 저주는 절대적이지만, 절대적인 강제력까진 없었다. 강한 의지력이, 그리고 목숨마저 초개처럼 버릴 각오가 있다면야... 어느 정도는 저항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약한 강제력은 있다는 소리였다. 단순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라’는 명령은 간단한 만큼 아리스가 미처 저항할 새도 없이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 말은 아리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는 거였다.


상반신을 완전 탈의한 상태인 나에게로.

“꺄아아아아?!”

그러자 얼굴을 붉히며, 두 눈을 양 손으로 가리며 새된 비명을 내지르는 아리스가 보였다.

낄낄거리며 그런 아리스의 반응을 지켜봤다.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하는 아리스를 보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내 알몸을, 아니 알몸도 아니고 그저 상체만 탈의했을 뿐인 걸 보고 저런 반응을 하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여자랑은 다른 아리스의 반응에 무척이나 즐거웠다.


우리 마누라들이 좀 그렇긴 했다. 자기 옷을 벗는 거라면 몰라도 내가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춤을 추더라도 얼굴 하나 붉히지 않을 위인들이었다. 오히려 빵 터져서 웃어재끼지 않을까 싶다.

루시아나 크리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겠지만, 적어도 아르카나 아샤와 아냐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나를 보며 좀 더 춰보라고 박수를 쳐가며 좋아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기는 했다.

일단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평범한 처녀라면, 무릇 눈앞에서 남자가 옷을 벗기 시작하면 놀라기는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선 아리스 역시 평범한 처녀에 속한 부류였다.


아무리 검주라는 실력을 갖추고 있긴 하더라도. 결국 그뿐이지 본바탕은 경험이 없는 숫처녀였다, 남자의 알몸은커녕, 고작 단추  개 풀어헤친 셔츠 너머로 보이는 가슴에도 얼굴을 붉히는 소녀 말이다.

“아까 몸을 가지니 어쩌니 해놓고서. 각오한 거 아니었나?”

실실 웃으면서 장난스레 그렇게 묻자 입술을 깨물며 아리스가 대답했다.

“각오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 그래요! 갑자기 그런 더러운  보여주니까 놀라서...”


“더럽다니 말이 너무 심한걸...”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봤다. 그러자, 마치 알몸이라도 내게 보인 것처럼 가슴과 치맛자락 위로 가리듯이 손을 올린 아리스가 보였다.

“뭐, 뭘 그렇게 보는 거죠?”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하는 아리스의 보고 있자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입을 열었다.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기고서.

“나만 보여주는 건 좀 그러니까. 너도 벗어야지.”

“...네?”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리스가 내 말을 이해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꺄아아악?!”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비명을 지르는 아리스가 보였다. 이유는 별  없었다. 가슴과 치맛자락 위에 올려져있던  손이 그런 아리스의 의지에서 벗어난 채 옷을 벗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 챈 아리스가 어떻게든 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두 손을 보고서 홱하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나를 보며 아리스가 말했다.

“다, 당신이죠...?!”

“그래, 나다.”

얼굴을 붉히며 나를 보고 새된 목소리로 외치는 아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당당하게, 숨김없이 나는 내 행위를 고백했다. 굳이 숨길 일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닐텐데, 아리스?”


그런 와중에도, 아리스의 옷은, 그녀의 손에 천천히 벗겨지고 있었다. 내가 했느니 어쨌느니를 따질 때가 아니였다. 순식간에 전부 끌어내린 셔츠의 단추와, 그것을 구깃구깃. 손가락만 움직여가며 벗고 있는 아리스의 손가락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 싫어...! 다, 당장 멈춰요...!”


사락, 하고 벗겨진 셔츠가 바닥에 떨어지자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말을 듣지 않는 양 손 덕분에 가슴도 가리지 못하고서 그렇게 말하는 아리스에게 내가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해줬다.


“글쎄다... 네 손이니 네가 알아서 멈추지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게 아리스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내게 예속된 아리스에게, 그리고 여태껏 방치해뒀던 아리스에게. 꽤나 쌓여있던 조교 포인트를 일부 사용해서, 그녀의 신체를 조종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였으니 말이다.


아리스의 몸에 달려있는, 아리스의 손이였지만 조종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의지였다.


남의 손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처음이였지만, 그림자의 손을 다룰 때를 떠올리며 해보니 꽤나 쉬웠다. 실뜨기정도는 가볍게  수 있을 정도로. 빙글빙글, 아리스에게 보란 듯이 손가락을 움직여서, 발가벗겨진 상체를 더듬듯이 내려가... 치마를 붙잡았다.


“어이쿠, 다음은 치마인가본데.”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스의 손을 움직여 그녀의 옷을 마저 벗기기 시작했다. 느릿느릿, 아리스의 치마를 붙잡은, 그녀의 손가락이. 그녀의 의지를 거부한 채로, 내 마음대로 움직였다. 천천히, 단추를 풀고서, 넓어진 치마와 허리 사이로 손가락이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훌렁하고 치마가 그녀의 손에 내려가고 나자... 단 하나만이 그런 아리스의 몸에 걸쳐져 있었다.

별로 어울리지 않게, 귀엽기 그지없는 순백의, 하얀 팬티가.

“꽤 귀여운 속옷인걸.”

“으, 으으으...”


손과는 달리 자유로운 두 다리를 움츠리면서, 어떻게든 드러난 속옷을 감추려 노력하는 아리스가 보였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였다. 꽈악, 하고 그런 아리스의 손이 제 멋대로 움직여서... 다물리려는 허벅지를 도로 벌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연 검주.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아리스의 다리를, 단지 조종할 뿐인 손으로는 감당이 되질 않았다.

그럼 감당이 되는 쪽을 노리면 그만이었다.


“다, 당장... 당장 이거 멈추..... 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팬티를 스스로 벗기 위해 움직이는 두 손을 보고서, 눈물을 머금는 아리스를 보였다. 하지만 이쪽은 강건하기 그지없는 힘을 지닌 아리스의 두 다리와는 달리, 연약하기 그지없는 천쪼가리에 불과했다. 아주 조금만 힘을 줘도... 그냥 벗기기는커녕 단숨에 찢어발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좋아, 멈춰주지.”


그렇게 말하고서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리스가 풀썩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이, 이... 변태...!”


겨우 내게서 해방됐다고 생각했는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아리스가 보고서 내가 말했다.


“대체 누구보고 변태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야, 당신이죠! 이 변태! 마왕! 벌레보다 못한...!”


벌레보다 못하다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인데, 그거. 뭐, 상태창을 볼때마다 항상 보긴 했지만. 그놈의 칭호는 별 효과도 없으면서 사라지지도 않았으니까.

“쓰레기! 벼멸구! 음적...!”

빼액, 하고 나를 매도해오는 아리스를 보고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입가를 비틀었다. 그런 나를 보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는 아리스가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서, 내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나만 변태인 것도 그러니... 너도 변태가 돼야겠다.”


“그게 대체... 서, 설마...”

 설마대로였다.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아연한 얼굴로 그런 나를 보는 아리스가 보였다.

딱, 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으, 으읏...?!”

이번에는 다리마저, 의지에서 벗어난 아리스가 천천히 허벅지를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그런 내 눈에 얼굴을 붉히며, 어떻게든 저항하려는 아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입술을  깨물면서, 몸을 파르르 떨며 버티려는 아리스의 모습이. 하지만 제아무리 아리스라도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은 있는 법이었다.


드래곤조차 저항하지 못하는 걸, 한낱 검주가, 인간이 버텨낼  있을 리가 없었으니.

“으, 아... 으...”

결국 완전히 벌어진 두 다리 사이로, 아까 봤던 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좌우로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순백의 팬티 위로 가르듯이 보이는 굴곡과, 결국 내게 전부 보여져버린 아리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부끄러움과 치욕으로 얼룩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자, 그럼... 개봉박두.”


그런 내 말과 함께, 다시 아리스의 의지에서 벗어난 두 손이. 천천히 벌어진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아리스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새하얀 팬티의 끈을 잡고서, 천천히 좌우로 잡아당기기 시작하자, 고작 천 쪼가리에 불과한 팬티가 비명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트듯, 트득... 하고.


“시, 싫어... 싫어...!!”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과 꼼짝도 하지 않는 다리와는 달리, 자유로운 고개를 이리저리 휙휙 저으며 그렇게 말하는 아리스와, 그런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아리스의 손가락이, 마침내 순백의 팬티에게 종말을 고했다.


투툭, 하고. 뜯겨져나간 팬티의 끈과 함께 실이 끊긴 연처럼, 살랑거리며 그냥 천에 불과하게 된 아리스의 팬티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오.”

나지막하게, 나는 눈에 비친 광경을 보고 감탄사를 토했다.


벗겨져버린, 아니, 정확히는 그냥 천쪼가리로 돌아가 버린 아리스의 팬티에 감춰져 있던... 그 누구도 아직 침범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처럼 I자로 꽉 다물려있는 아리스의 균열이야 대충 상상했던 그대로였기 때문에 별로 놀랄 일은 아니였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 이게 보통이긴 했지.”


새삼스레 까먹고 있었던 사실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나는  눈에 보이는, 귀여운 모양으로 다듬어진 회색빛 음모를 바라봤다. 아리스의 머리카락 색을 똑 닮은 음모가, 수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촘촘하게 자라있는 것이 보였다.

민둥머리 산만 보다가, 숲이 빼곡한 산을 본 기분이랄까.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어졌다.

“휘이익~♪”

그래서 불렀다.


그리고 훌쩍이며 울고 있는 아리스에게 다가갔다.

지이익, 하고. 바지의 지퍼를 내리면서.


“자, 그럼... 이제 변태씨에게 봉사를 받아볼 차례인가.”


그런 내 말에, 아리스의 표정이 암담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바지 너머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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