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5화 〉235화 (235/370)



〈 235화 〉235화

검이나 갑옷, 그 밖에 별로 쓸데도 없는 팔찌 따위를 도로 돌려보내고서 일단 일단락 짓고서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도 아침도 못 먹었다는 아샤와 아냐를 마냥 굶게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에루나가 준비해둔 음식들이 가득한 식탁 위에서, 아샤와 아냐에게 말했다.

“다음부턴 이런  하면 안 된다?”

“응, 오빠.”


“알겠어, 오빠.”

대답은  잘했다. 에루나가 차려온 음식들을 먹느라 바빠 보이는 둘을 보니 정말로 내 말을 알아듣고서 대답한 건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상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나도 식사나 하기로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풀밭이긴 하지만. 아샤와 아냐가 맛있게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 것을 부럽다는 듯이  번 봐주고서는, 내 몫으로 나온 풀떼기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

에루나가 특별히 신경 써서 맛이야 좋긴 한데... 역시 사람은 풀만 먹어서는 못 버텼다.

고기, 고기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고기를 먹을 배가 있으면, 그마저도 마력이 듬뿍 들어간 약초라던가, 세계수의 잎사귀 같은 걸 입에 쑤셔 넣어서 조금이라도 보충해야할 형편에 그런 사치를 부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젠 아주 풀만 먹어야하는 형편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녀석을 불렀다.

“미노야ㅡ.”

내가 부르자 시녀복을 입은 미노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상의의 앞섶을 풀고서, 커다란 가슴을 내게 들이밀었다.


뚝뚝, 하고. 그런 미노의 가슴 끝에 방울지며 맺히는 우유가 보였다.

“어, 미노타우로스네?”


그런 미노를 보고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샤가 입가를 혀로 핥는 것이 보였다.

움찔, 하고 그런 아샤의 시선에 몸을 바르르 떠는 미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내 손길에 안도한 기색으로 낮게 무우, 하고 우는 미노를 보다가 아샤를 보며 말했다.

“아르카한테 한 마리 받았거든. 우유용으로.”

혹시 착각이라도 할까봐 딱 잘라서, 우유용이라고 말했다.

그런 내 말을 들은 건지 만건지 미노를 보면서 흐으응, 하고 쿡하고 고기를 찍어다가 입에 넣는 아샤를 보였다. 그 모습이 꼭 자린고비처럼 천장에 묶어놓은 굴비를 보고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여서 내가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겁먹잖아.  상태가 나빠지면 우유도 맛없어진다고... 대신 우유는  혼자 먹기엔 많은데. 너도 마실래?”


가슴이 커... 아니, 아무래도 아르카가 젖소 대용으로 쓰던 미노타우로스여서 그런지 나 혼자 마시기엔  많은 양이긴 했다.

그래서 아샤에게도 마실 거냐고 물었지만,

“우유보단 고기가  맛있는데...”

그런 내 말에 조금 실망한 기색으로 그렇게 대답하는 아샤가 보였다.

“우유도 맛있거든?”


적어도 지금 내가 먹을 수 있는 것 중에서는 그나마 풀떼기가 아닌 녀석이었다. 지금으로썬, 식사 중의 유일한 낙인 녀석이란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미노의 가슴 앞에 컵을 댔다. 그러자 미노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무우우...”

작게 신음을 내뱉듯이 울음소리를 낸 미노가 가슴 끝의 유두를 쥐어짜자 쭈욱, 하고 금새 컵 하나 가득 차오르는 우유가 보였다.


“그리고 음식은 가리면 못쓰지. 하루에 한잔씩 우유를 열심히 마셔야지 쑥쑥 자라기도 하고.”


드래곤에게도 통용되는 일인가, 아닌가는 잘 모르겠지만. 미노의 우유로 가득 찬 컵을 손에 들고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어?”


“응?”


 말에 미노에게 관심을 껐던 아샤와 아예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던 아냐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쑥쑥 자란다니... 키도?”

“가슴도? 응? 오빠, 가슴도 커져?”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둘을 보고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뭐.”

우유를 먹는다고 키나 가슴이 무조건 자라는 건 아니지만. 도움이야 되겠지. 그 말을 삼킨 채 대답한 내 말에.

“나도 줘!”

“오빠, 나도!”

눈 깜짝할 사이에 미노에게 달려들  날아와서 우유를 달라 말하는 둘을 보고서, 나는 미노를 바라봤다.


“무우우...”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보며 눈을 빛내는 두 드래곤에 잔뜩 겁에 질린 미노가 보였다.

사자 앞에선 토끼 같다고 할까... 포식자 앞에  소동물 같았다. 아냐와 아샤, 그리고 미노를 보면 작은 쪽은 오히려 둘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겉보기로만 그럴 뿐이란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실상은 아샤나, 아냐가 미노쯤이야 한입에 꿀꺽 삼킬 정도로 거대한 드래곤이란 사실을 말이다.

몬스터는 이런건 본능적으로 금방 눈치채니까 미노가 겁에 질리는 거야 당연했다.


“뭐, 그렇게 달라붙지 말고... 그냥 얌전히 컵이나 내밀어.”

아르카가 특별히 교육한 젖소 중에서도, 특별히 내게 선물한 것이 미노였다. 우유의 맛도 맛이지만 나름 머리도 좋았다. 손가락을 튕기면 다가와서 가슴을 내민다거나, 컵을 가슴 앞에 두면 직접 젖을 짜내거나, 뭘 가져오라거나 하는 간단한 심부름 같은 것도 가능한 충실한 녀석인 거다.

미노타우로스 중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사용법이 따로 있다는 거다.

 말에 얌전히 미노에게 컵을 내미는 아샤와 아냐를 보고서, 미노가 우물쭈물해하며 우유를 짜내는 것이 보였다.


젖을 줄테니,  잡아먹지 말아주세요 하고 말하는 것처럼 가녀리게 몸을 떨고는 있었지만.


그런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 역시 방금 갓 짜낸 미노의 우유를 마시며 생각했다.


자, 그럼 이제 어쩔까...

서로 경쟁하듯이 미노의 우유를 컵에 받아서 마시다가 자기가  많이 마시겠다면서 티격태격하는 아샤와 아냐를 바라봤다.


이제 아르카도 떠나는 이상, 마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 둘과 어떻게든 해야 했다. 아니, 꼭 마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하긴 해야 했다.

그야 어찌됐건, 나는 아샤와 아냐와 아이를 만들어야하는 입장이었다.


헌데,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흘끔 에루나를 바라보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태연한 얼굴로 그런 내 시선을 받아내는 에루나가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왠지 더더욱 뻔뻔해진 듯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에루나가 말이다.

딱 봐도 아르카 때처럼 아샤와 아냐에게 제대로 설명해놓지 않은 듯 싶었다. 그럼,  내가 알아서 하란 소린데...

방법이야 여럿 생각나긴 했다. 근데 하나같이 좀 그런 방법들이었다. 뭐, 당장 둘을 덮쳐눌러서 억지로 키스를 하면 마력이야 금방 얻을 수 있으니, 그런 방법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아르카때도 그랬었고...

하지만 그땐 금욕한 탓에 맛탱이가 나가서 저질러버린 거지, 지금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매일같이 충실한 생활을 보내온 탓에, 마력이 상당히 쪼들리는 것만 빼면 괜찮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아주 급한 것도 아니니 되도록 그런 식으로... 억지로 하는 건 조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좋을까, 입 안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우유 향을 즐기며 생각하고 있자니,

“저기, 저기, 오빠!”


“응?”

그런 내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아샤가 말을 걸어왔다. 스윽, 하고 아샤를 바라보자 가슴을 쭉 피며 아샤가 말했다.

“어때? 좀 자란 것 같아?”


“나는? 커졌어? 응?”

덩달아 그런 아샤의 옆에서 있는 가슴 없는 가슴을 죄다 끌어 모으듯이 그러모으며 묻는 아냐도 보였다.


“……”


아니, 우유 좀 마셨다고 바로바로 키가 크거나 가슴이 크거나 할 리가 없잖아...

아.

번뜩, 머릿속에 한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갔다.


“글쎄다... 아까랑 똑같아 보이는데.”

아샤와 아냐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내 말에 잔뜩 실망한 기색인 둘이 보였다. 그런 둘을 보면서 내가 말했다.

“우유를 마신다고 바로 쭉쭉 크는 건 아니니까. 꾸준히 마시면 꼭 클거야. 그보다... 아샤, 아냐.”

“응?”


“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나를 보는 둘을 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선물을 받았으니, 나도 뭔가 줄까 싶어서.”

꾸무럭거리며 내 손바닥 위로 두 개의 그림자가 솟아났다.

마도의 이치


연금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약간의 마력을 담아 주물럭거리듯 그런 그림자들을 만지작거리자, 이내 모양이 바뀐 그림자들이, 연금에 의해  모양 그대로 굳어졌다.

원래는... 그때그때 만들어서 사용하고 도로 없애고 말았던 거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마력도 없으니 일종의 마도구로 만든 셈이었다.

별 기능은 없고, 그냥 마력이 담겨지면 진동하는 그런 마도구지만.

“이게 뭐야?”

“동그랗고... 구슬?”

내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마도구를 보고서,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인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둘을 보고서 말했다.

“가슴이 커지고 싶다고 했었지. 그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에, 눈을 빛내는 둘을 보고서 내가 미소 지었다.

“어때, 관심 있어?”

 말을 들은 둘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정말로 커지는 거 맞지?”

그럼, 하고 나는 손에 들린 것을 아샤와 아냐에게 건냈다. 내게서 받은 마도구를 살펴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둘이 보였다. 그런 둘에게 내가 말했다.


“거기에 마력을 집어넣어봐.”

“마력? 응. 이렇게?”


우우웅, 하고 손에  마도구에 마력을 부어넣는 아샤와 함께, 아주 조금이지만 내게 흘러들어오는 마력이 느껴졌다.

그림자의 손으로 만들어낸 덕분에, 아주 조금은 나와 연결되어있는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샤에 손에 쥐어진 마도구가 마력의 힘으로 부우웅하고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맞다.

요즘 들어 자주 애용해왔던 로터였다. 단지, 이번에는 마력을 아끼기 위해 연금을 통해서 아예 마도구로 실체화시킨 점만 조금 다를 뿐, 로터 그 자체였다.


“부우웅, 하고 떨리는데... 이걸로 정말로 가슴이 커지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샤의 말에, 내가 입가를 비틀었다.

“그래, 쓰기 나름이지만...”

“헤에...”

“별로 그렇게 대단한 마도구로는 안 보이는데.”

내 말에 신기하다는 듯이 손에 쥔 로터를 연신 살펴보는 아샤와 아냐를 보고 있자니, 귓가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순진무구한 대상들을 거짓말로 속여 넘겼습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배덕자’의 숙련도가 대폭으로 상승합니다.]

[황금률! 악에는 악으로, 선에는 선으로...! 행운이 1만큼 감소합니다.]

“아무튼... 어떻게 쓰는지는 이따가 알려줄 테니까, 일단 밥이나 먹자.”


알림조차도 너 이새끼, 하고 말하듯이 가차없이 배덕자의 숙련도가 오르며 행운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럼  어쩔건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가 보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에루나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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