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224화
며칠 뒤.
여전히 편린이 깃든 귀걸이를 어찌 사용해야할지 모른 채로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르카와 밤을 보내고서, 쉬고 있을 쯤에. 에루나가 준비가 끝났다는 말과 함께 웬 목걸이 하나를 가져왔다.
아르카의 머리카락 색을 꼭 닮은, 연녹빛의 보석이 가운데 박혀있는 아름다운 목걸이.
에루나의 말로는, 커다란 보석을 통째로 마법으로 가공해서 만들어낸, 사치와 마법 가공의 극치의 산물이었지만... 그런 것보다는, 예의 그 목걸이를 걸게 된 아르카였다.
“어떻습니까, 주인님?”
목걸이를 아르카의 목에 걸어주었던 에루나가 태연한 얼굴로, 나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주인님께서도 받아들이기 쉬워질 테니 말입니다.’
며칠 전에 에루나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체 뭘 익숙해지면 쉬워진다는 건지, 그때 묻지 않았던 것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준비의 결과물은 보게 된 나는 한참이나 말을 꺼내지 못하고서, 멍하니 눈앞에 있는 아르카를 바라봤다.
“흐으응, 정말로 줄어들었네에? 저기이, 내 모습 어때애?”
허리춤에 손을 얹고서, 가슴을 쭉 펴며 말하는 아르카의 말에 나는 무심코 그런 아르카를 훑어봤다.
쭉 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 이제 막 솟아나기 시작한 가슴을 갖게 된 아르카가 보였다. 가슴만이 아니라, 나보다 머리 하나정도 작았을 뿐인 키도 겨우 허리춤에나 올 정도로 줄어들어있었다.
살집 있고, 색기가 넘치던 엉덩이도 앙증맞은, 새하얀 살결의 아직 앳된 엉덩이가 되어있었고... 그러니까, 이제 겨우 십대 초반으로 보일까 말까한,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아르카가 내 눈에 비쳐보였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어째서,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에루나가 건넨 목걸이를, 아르카가 보고서 재미있겠네에, 라고 말했던 것을 무시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무럭무럭, 머릿속에 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너무 늦은 뒤에야 후회하는 경향이 많았다.
“응? 어떠냐니까아?”
대답 없는 나를 보고서, 재차 물어오는 아르카를,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루시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가슴이 있는 편이였던 아르카의 가슴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없어졌다고 하는 게 옳을 지도 모르겠다. 딱히 가슴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침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귀여워, 아르카.”
하지만 그런 속내를 내색하지 않고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반응이 시원찮은데에?”
이쪽을 게슴츠레 바라보면서 말하는 아르카의 말에 찔려서 괜히 에루나에게 말을 돌렸다.
“그런데 이래도 괜찮은 거야? 모습을 바꿔봤자 일시적인 거잖아. 이래봤자 그, 못하는 거 아니였어?”
지금의 아르카도 그렇지만 드래곤이 취하는 모습이, 본신이 아닌 만큼 전부 거짓된 모습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취하는 모습들에는 적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었다.
평소에 그녀들이 취하고 있는 모습들은, 그녀들이 만약 드래곤이 아니라, 그 종족... 즉, 인간이였다면 그렇게 생겼을 거라는 가정으로 이루어진 모습이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란 소리였다.
물론 그 외의 모습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부적합한 모습을 취한 경우에는 작은 충격에도 본신으로 돌아가 버릴 위험이 있었다.
작은 충격, 이라고 해서 꼭 데미지를 입어야지만 돌아간다거나 하는, 그런 것도 아니고... 좀 무리한 움직임을 할 때도 마법이 풀려버릴 수도 있었다.
즉, 상당한 운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인 섹스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까...
“그걸 방지하기 위한 마도구이니 괜찮습니다.”
그 말에 나는 아르카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봤다. 예상은 했지만 저 목걸이에 걸려있는 마법의 정체가 새삼스레 밝혀진 순간이었다.
목걸이를 거는 순간, 아르카의 모습이 어려졌으니까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무슨 마도군데 그건?”
내가 그렇게 묻자, 에루나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강력한 형태 고정 마법입니다. 생물에게 쓰는 건 일종의 봉인이긴 하지만, 쓰기에 따라서는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겠죠. 지금의 아르카 아가씨라면 주인님과 관계를 맺더라도 본신으로 돌아갈 위험은 없을 겁니다.”
별의 별 마법이 다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재미있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아르카가 내게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 데에? 어쩔래애?”
나를 보며 입술을 핥고는 유혹하듯이 묻는 아르카가 보였다.
아르카는 제법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냥 내 반응을 보면서 즐길 생각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르카라면 아마 후자 쪽에 가까우리라. 지금도 내 반응을 살피며 생글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런 아르카를 보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어쩐다니? 뭐가?”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이?”
내 반응이 다소 묘한 것이 불만인지,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한게 들킨 건지, 아마도 양쪽 다이겠지만...
이쪽을 보며 뚱한 표정을 짓고선 내 대답을 기다리는 아르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아르카의 시선을 피했다.
“...흐으응?”
스윽, 하고 내게 아르카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나를 올려다보고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살펴보던 아르카가 덥썩, 하고 내 바지 위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쪽도, 전혀어 반응하지 않고오. 혹시 피곤한 거야아?”
“...그건 아닌데.”
피곤하지는 않은데, 피곤해질 것 같은 기분이 무럭무럭 든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있을 일이 예상되서 힘이 쭉 빠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애?”
내 대답에 조물, 조물하고 작은 손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지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래봤자...
아르카를 꼭 닮은 어린 동생이, 장난을 치는 거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귀엽다.
아까 했던 말에, 아르카가 나를 보고서 반응이 시원찮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 말은 진심이긴 했다. 문제는 단지 그뿐이었기 때문에, 아르카가 원했던 내 반응과는 달라서 시원찮다고 말한 것뿐인 거지.
확실히, 지금의 아르카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그녀 사이에서 딸이 태어난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이였다.
커다란 눈망울에, 깊은 속눈썹. 옆으로 땋은 녹빛 머리카락이, 쇄골까지 내려오고... 아직 덜 여문 듯한 가슴도, 사람에 따라서는 이쪽이 더 취향에 맞는 사람도 있을게 분명했다.
본디 가슴에는 귀천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일로 중요한 건...
그런 걸 전부 감안하더라도, 내 눈에 비쳐보이는 아르카가, 아무리 봐도 그저 짜리몽땅한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다는 거였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딱 그 정도에 불과할 뿐이지, 여러모로 짜리몽땅해진 아르카를 보면, 전혀 성욕이 일지가 않았다. 그야 지금의 아르카는 외견만 봐서는 로로나 에루나보다도 어려 보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성욕과는 별개로.
“아, 커진다아♥”
생리현상은 별 수 없었다.
아르카의 애무에 느리지만, 자극을 받아 점점 발기하기 시작하는 드래곤 슬레이어와 그것을 보며 키득거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어려진 모습을 하고서, 커다랗게 변하기 시작하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서 좋아라하는 아르카를 보자니, 무언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배덕감, 아니, 그거랑은 조금 다른... 난감해하며 바라보고 있자니, 옆에 있던 에루나가 말했다.
“모습은 바뀌었을 뿐 아르카 아가씨입니다만, 그래도 무리십니까?”
“무리라는 건 아닌데...”
방금까지도 몸을 섞었던 연인을 상대로 이러는 것도 우스웠다.
슬쩍, 여전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물거리면서 만지고 있는 아르카를 바라봤다. 어려진 외형 때문에 그저 장난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아르카가 보였다.
심지어, 주르륵... 하고. 그런 아르카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정액이 보였다.
외형이 어려졌다해도 아르카는 아르카였다. 고작 몇 시간 전까지 정사를 나눴던 연인인 아르카인 것이다.
다만 몸이 작아진 만큼, 허용량을 넘어섰는지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정액이 아르카의 모습이 모습이다보니 무척이나 몹쓸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지금의 모습일 때 아르카와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찔린다고 해야 하나.
“으음...”
복잡한 심정으로 아르카를 보고 있자니, 그런 아르카를 나를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아까부터 둘이서만 아는 얘기하고오, 무슨 일인데에?”
아르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이었다.
“무리니, 뭐니 이상한 소리만 하고오?”
“아르카 아가씨, 실은...”
그리고 그런 아르카에게, 이제까지의 일을 설명하는 에루나가 보였다.
그리고...
“헤에, 그랬구나아.”
이야기를 전부 들은 아르카가 입술을 핥고서는 나를 바라봤다.
“확실히이 그거언, 큰일이네에♥”
걱정하는 듯한 말과는 달리 무척이나 재밌는 걸 발견한 악동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르카가 보였다
“어쩔 수 없지이, 남편이 곤경에 처했을 때는 아내가 힘써야한다고 들었으니까아♥”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말해봤지만 이미 새 장난감을 발견해서 무척이나 즐거운 듯한 아르카의 귀에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우선... 뭐가 좋으려나아?”
“우선, 펠라치오는 어떻습니까? 아르카 아가씨.”
“잠깐만, 에루나?”
“응, 그거 좋은 생각인 거얼♥”
전혀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인 듯 싶었다.
심지어.
“아, 그렇지이. 지금이라면 둘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에? 어때애, 에루나?”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에루나와 의기투합해서는 그대로 내 바지를 끌어내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언제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건데?”
“응? 우리야 언제나 사이 좋았는데에?”
“그렇지만...”
뿔 문제 때문에 항상 아르카와 하고 나서는 에루나와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항상 불만인 듯한 얼굴이었던 아르카가 먼저 에루나와 같이 하자고 할 줄은 몰랐다.
그런 내 말에, 아르카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을 하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야 항상 나 몰래 어디서 하고 돌아오니까 그렇지이? 몰래 내 눈치나 보면서어, 다른 곳에서 멋대로 하고오다니이. 기분 나쁜 게 당연하잖아아?”
“앞에서 하면 괜찮고?”
“에루나랑 하는 건, 이미 허락했던 것 같은 데에?”
꽈악, 하고 그런 아르카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꽉 쥐며 말했다.
“또 다른 여자를 늘릴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마안♥”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르카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허락한 거언, 어디까지나 그 엘프들하고오, 에루나 뿐이니까아?”
그 외의 여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한 아르카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노력해볼게.”
“그거어, 여자를 늘리는 걸 노력한다는 뜻이야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런 나를 보고서, 쿠쿡하고 웃은 아르카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아 이왕 이렇게 된 거어, 그 녀석들도 전부 불러올까아?”
“엉?”
“나랑 에루나만으로는,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힘들지도 모르니까아.”
한순간, 아르카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벙쪄있다가 이내 내가 말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야?”
“글쎄에♥”
의뭉스런 표정을 짓고서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물론, 그 전에...”
스윽, 하고. 아르카가 작아진 만큼, 훨씬 커다랗게만 보이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황홀하다는 듯이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나랑 에루나가 먼저어, 충분히 즐긴 다음에 말이지마안♥”
어려보이는 아르카가 지어보인 표정은 무척이나 음란해서, 한순간이지만 움찔한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어려졌다고는 해도, 아르카는 아르카.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에루나의 말대로, 언젠가는 준비하긴 했어야 했던 일이기는 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지금이야 괜찮다고는 해도, 당장 아르카의 다음은, 아드리아. 아샤와 아냐의 영지였다. 에루나의 말대로, 조금쯤은 연습해두는 편이 확실히 좋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별 수 없지, 생각을 마치고서. 굳게 다짐을 한 내 눈에,
“...그나저나아, 너무 커서 입에 들어가지 않는 데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입에 물려다가, 잘 되지 않는지 눈을 찌푸리는 아르카를 보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런 모습의 아르카와 하는 게 처음인 것처럼 아르카도 지금처럼 어린 모습으로는 처음인 게 당연했다. 아무리 몇 번이고, 나와 살을 겹쳤던 아르카라고 해도, 몸이 작아진 만큼, 익숙하지 않다는 거였다.
정말로 그 또래의 소녀처럼, 어설퍼 보이는 몸짓으로 어떻게든 펠라치오를 하기 위해서 입을 벌렸다가, 다무는 것을 반복하는 아르카를 보자니 기껏 다졌던 마음이 흔들릴 뻔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봤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침, 여기엔 아르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 유일하다면 유일했던, 아직 어린 모습으로도 나와 관계를 맺던 에루나가 있었다.
끝까지 한 적은 아직 없었지만, 적어도 아르카가 모르는 걸 알려줄 정도는 차고 넘치도록 알고 있을 종자의 이름을 불렀다.
“...에루나.”
이름을 부르자, 에루나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내 의사를 확인하듯이,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자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르카 아가씨.”
“으응? 왜 불러어?”
꽉 쥐면 줄어들지 않을까아, 하고 조금 소름돋는 소리를 하던 아르카의 옆에 스윽, 하고.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은 에루나가 말을 이었다.
“우선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