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1화 〉211화 (211/370)



〈 211화 〉211화

“역시 한두 번으로는 무리인 것 같군요.”


입가에 묻은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은 에루나가 쪽, 하고 그런 손가락을 입에 물어서 핥아먹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직접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에 무심코 에루나를 바라봤다. 그런 내 시선에 어쩌시겠습니까, 하고 말하듯이 고개를 갸욱인 에루나가 슬쩍 치마를 들춰 올리는 것이 보였다.

“주인님이 바라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새하얀 속살을 감추고 있는 검은 팬티와, 가터벨트가 보였다. 몸은 어려졌으면서도 속옷 취향은 한결 같은 에루나였다.

그런 에루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서 말했다.

“그, 크기도 조금 줄어들었고 괜찮지 않을까?”

“줄어들기만 하고 여전히 나있지 않습니까. 뿔이 난다는 것은, 주인님만이 아니라 주인님께 속해있는 모든 존재들의 문제인 것을 생각해주시길.”


에루나의 말에 이마에 돋아난 뿔을 더듬었다. 에루나의 펠라치오로  번이나 사정했는데도 불과하고 여전히 나 있는 두 개의 뿔이 있었다.

하나만 나있을 때는 한 번으로 사라졌던 건데 말이다.


“...거기에, 아직 주인님도 부족하신 모양이고.”


“부족하다니 이미 열 번은 넘게  뒤거든?”


“그런 거치고는...”


그렇게 말하며, 에루나가 여전히 발기해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내가 정신적으로 지치고자시고 이놈은 한결같아서, 내가 아무리 전혀 안 그렇다고 말하더라도 신뢰성을  까먹고 있었다.

“이쪽은 아직 기세등등합니다만, 주인님?”


스윽, 하고 내 몸 위에 올라타며 그렇게 묻는 에루나를 보고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아르카를 보면서 말했다.

“...곧 있으면 아르카도 깰 테니까 그건 좀 봐주라.”

“아르카 아가씨가 일어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빤히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 에루나의 말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이 세계에 소환된 이레로 에루나의 유혹을 받아왔고, 또 거절해왔던 나였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그런 에루나의 말을 거절하기가 어려워져가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지금에 와서는 섹스만 하지 않았을 뿐이고… 굳이 에루나만 별개로 치기에는 여러모로 이유도 부족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안 돼. 미안, 에루나. 네가 싪다는 건 아니고...”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루나가 말했다.

“그건... 역시 지금의  몸이 어리기 때문입니까?”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거짓말을 해봤자 에루나 앞에서는 소용도 없었다. 굳이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그런  말에 에루나가 말했다.


“이제까지 주인님 곁에서 지켜본 결과, 주인님께서는 일정 연령 이상이 아닌 경우에는 전혀 성욕이 일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제 몸이 어려진 뒤로는 전혀 반응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것도 알 수 있었어?”

“네.”

딱 잘라서 대답한 에루나의 말에 얼굴을 가렸다.

그렇다면 내가 애써 에루나의 유혹을 받아왔을 때마다 숨기려고 했던 거라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전부 에루나에게는 들키고 있었단 뜻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에루나가 그런 내 손을 내려버리고는 말했다.


“그런데, 주인님. 주인님도 이미 알고 계시는 일이지만, 바로 다음 차례이신 아샤 아가씨와 아냐 아가씨만 해도 지금의 저와 같은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으시고, 심지어 샤르 아가씨는 그런 저보다 어려보이십니다.”


“……”


애써 잊고 있었던 사실을, 에루나가 끄집어 말하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에루나를 정말로 단지 어려보이기 때문에 안지 않는 것이라면, 당장 그런 에루나의 말대로,   명의 차례가 왔을 때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응시하면서,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는 지금... 그런 아가씨들을 안으실 수 있으십니까?”


모르겠다.


애당초, 내가 에루나를 그 밖에도 어려보이는 외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성욕을 느끼지 않는 것은 단지 내가 살아왔던 세계의 영향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런걸 따지기엔 너무 많이 늦은 몸이었다.

그런 것보다는...

무의식중에, 상대가 나로 인해 다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물건은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너무 컸다. 아무리 발기조절이라던가 성기조절이라던가를 써서 크기를 줄인다고 해도, 이미 인간 평균을 넘어선 크기였다.


거기에 딱히 카마수트라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내 자신이 상당히 강해진 상태였다. 근력도, 체력도 전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늘어나버렸고.  자신도 어느 정도의 자극이 아니면 전혀 반응이 오질 않았다.

이게 루시아나, 크리샤, 아르카, 그리고 에네스타처럼 성욕도 성욕이거니와 체력도 장난이 아닌 드래곤들과 에네스타를 상대할 때는 나름대로 메리트가 됐기는 했다만, 반대로 그 넷과 비교하면 비교적 얌전한 편인 에오시스 자매들은 나와 살을 섞을 때 비교적 힘겨워하는 구석이 있었다.

음마인 그녀들조차 그런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음마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나... 엘프였다면 더하면 더했지 전혀 못하지는 않을  분명했다.

이미 평범이랑은 거리가 멀어져버린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무심코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망가질 수도 있다고.

상대가 드래곤이라던가, 골렘이라던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튼튼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무심코 머리에서 그걸 커트해버렸다.

외견이 외견이다보니,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들어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또...


내가 말하기를 망설이자, 그런 내게 에루나가 말했다.


“주인님께서 걱정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를 안게 된다면... 주인님께서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로로와 니아, 마야 같은 아이들도 그런 눈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겠죠.”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어?”


일주일동안 에루나가 있던 곳이 크리샤의 영지가 아니라 내 머릿속이었나 싶었다.


그랬다.

나는 그것 역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요즘 들어 성욕을 억제하는  힘들었다. 솔직히 아르카라던가 에네스타라던가, 언제나 사전에  진이 다 빠지도록 상대해도 모자라는 상대가 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였으면 스스로도 억제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막 아르카의 영지, 브란시아에 왔을 적은 특히 그랬었다.

...아르카와 아직 관계를 맺기 전, 그리고 에네스타도 잠들어 있어서 어떻게 해주지 못했을 때. 무심코 마야의 가슴에 자꾸만 시선이 갔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지금은 정말로 크구나, 하는 정도고  느낌도 안 들지만 그땐... 바로 전에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을 깨우기 위해서 오래간만에 한 것이 아니였더라면 정말로 사고 쳤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내가 그러지 않았던 이유 중엔 그녀들을 아직 어린 아이들, 내가 지켜줘야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보다도 겉으로만 보면 더 어린 에루나를 안게 되면,  전제부터 내가 스스로 깨버리는 셈이 됐다.


 스스로 억누를 만한 이유가 하나 줄어드는 거였다.


나란 새끼가 얼마나 단순한지, 나도 알고 있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쉽사리 경계가 허물어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떨지도 뻔했다.

어차피 에루나에게 숨길 것도 없어서 솔직하게 그런 내 속마음을 밝히자, 곧이곧대로 듣고 있던 에루나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아샤 아가씨와 아냐 아가씨들을 안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결국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하지만 아직 멀었고... 그때쯤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아니였다.


고개를 내젓자, 에루나가 말했다.


“그럼... 그쪽은 제가 방법을 마련해보겠습니다.”

“방법이라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주인님께서도 받아들이기 쉬워질 테니 말입니다.”


“익숙해진다고...? 잠깐, 뭔가 이상한 짓 꾸미는 거 아니지? 응, 에루나?”


에루나의 말에 내가 그렇게 되묻자, 에루나가 그보다... 하고 말을 이었다.

“사실 주인님께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라니?”


상당히 미심쩍었지만, 에루나가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 것이 있는 이상 먼저 이것부터 듣고 나중에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에루나가 중요하다고 한 만큼, 가급적 빨리 들어야할 일일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런 내게 에루나가 말했다.

“주인님께서 걱정하시는 것... 점점 성욕이 강해져간다는 것 말입니다.”

그렇게 운을 뗀 에루나가 말했다.


“아마, 그건 주인님이 아가씨들과 몸을 섞으면 섞을 수록 더욱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그렇게 묻자, 그런 내 뺨을 에루나가 더듬으며 말했다.

“주인님. 지금 용화를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거 네가 쓰지 말라고 했던 거잖아.”


“그랬습니다만, 그런 것치고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안 들킨 줄 알았는데 다 들켰었구나.

하긴 내가 성욕을 느끼는지 아닌지도 에루나에게 뻔히 보인다면, 뭘 숨길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루나의 말에 나는 잠자코 용화를 사용했다.

꾸드득, 하고. 뼈와 근육이 뒤틀렸다. 내가 아닌,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용화, 즉 드래곤이 되는 것이니만큼 그 감각이 틀린 것만은 아니겠지만...


“으응?”


그렇게 잘 되어가고 있던 용화가 어느 순간부터 가속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서 더더욱 많은 범위까지 변화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본래 한쪽 팔 정도를 덮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 서서히 어깨를 넘어서서, 가슴팍까지 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몸이 완전히 변화한 것을 보고서. 나는 이게 뭔가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했다.


그야 뒤통수가 졸라게 따가웠기 때문이었다.

위기 감지에서, 생존본능으로 승격한 내 직감이  이상은 슬슬 위험한데요? 하고 말하듯이 내 뒤통수를 찔러대고 있었다.

크리샤의 질투가 폭발했을 때나 아르카의 욕구불만이 폭발했을 때보단 덜했지만, 솔직히 내게 이런 느낌이 들게 할만한 일은 몇 없는 만큼 심각한 일이기도 했다.


“전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달라져도 많이 달라진 그것을 보면서 내가 중얼거리자, 그런 내게 에루나가 말했다.


“아르카 아가씨를 안았기 때문일 겁니다.”

“아르카랑 이거랑 대체...”


내 물음에 에루나가 한숨을 내뱉듯이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른 아가씨들을 더욱 안을수록. 주인님께서는 점점 더 용에 가깝게 되어가시겠죠.”

“그거...”


그런 에루나의 말에, 나는 무심코 상태창을 바라봤다.


「인간(인간(30%)+낙시안(20%)+흡정귀(20%)+용인(30%)」


 중에서 종족, 즉  종족을 표시하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아르카를 안고난 이후로, 더더욱 인간인 비율이 줄어들고서, 용인이라는 뭔지 모를 종족에 가까워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인간을 벗어나는갑다. 하긴 이미 인간답지 않긴 하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건데...


에루나의 말을 들으니 이게 그렇게 대수롭지는 않은 일인 듯 싶었다.

“...용에 가까워지면 어떻게 되는데?”

한참을 상태창을 바라보던 내가 그렇게 묻자, 입을 다물고 있던 에루나가 말했다.

“용화... 드래곤이, 드래곤이 아닌 자를 사랑해서 만들어낸 마법. 사랑하는 연인을 드래곤으로 바꿔서, 자신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염원했기에 탄생한 마법.”

그렇게 말한 에루나가, 스윽하고 내 뺨에 돋아난. 비늘을 더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실패했고,  탓에 용화마법은 이렇게 불립니다.”

마룡화라고.

에루나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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