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210화
시간 참 빨리 지나간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돌아왔습니다. 주인님.”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는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 에루나의 말에 나는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고개를 들어 올린 에루나가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꽤나 바쁘신 와중에 온 것 같습니다만.”
“......”
그런 에루나의 말에 할 말이 없던 내가 뺨을 긁적거리다가 말했다.
“어, 음... 아, 아무튼. 별 일은 없었지?”
“네, 아마 별 일이 있었다하더라도 주인님께서 겪은 일에 비한다면 큰일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어째 말에 날이 서있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이 아니겠지...?
“아르카. 에루나도 왔는데 이제 그만... 읏...”
나는 빤히 이쪽을 바라보는 에루나의 눈치를 보면서, 아르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꾸욱하고 그런 나를 깨물어오는 아르카가 보였다.
시끄러워어. 하고 말하듯이 이빨을 세워 드래곤 슬레이어를 앙하고 깨물고서 나를 올려다본 아르카가 계속해서 펠라치오를 하기 시작했다.
난감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에루나가 말했다.
“딱히 주인님과 아가씨끼리 시간을 보내는 걸 방해할 생각은 없으니 계속하셔도 좋습니다.”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 읏...”
쪽,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에 입술을 맞추더니 그대로 목 깊숙이까지 삼켜버린 아르카의 행동에 신음을 토했다. 아무리 나라도 갑자기 이런 짓을 하면 견디기 힘든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관두실 생각도 없지 않습니까?”
“...멋대로 그만두면 아르카가 화낼 테니까.”
그만두라면 당장 그만둘 수야 있긴 했다. 당장 발기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작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당연히 아르카가 화를 낼게 분명했다.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태연한 얼굴로 다가온 에루나가 한창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고 있는 아르카를 보며 고개를 숙여 재차 인사했다.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아르카 아가씨.”
“웅, 우웅~. 츄웁♥”
그런 에루나의 인사를 설렁설렁 손을 흔드는 것으로 대꾸하고서는 이내 다시 펠라치오를 계속하는 아르카가 내 눈에 보였다.
그랬다.
에루나가 돌아오기로 한 오늘, 그 사실을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던 나와 아르카가 여느 때처럼 밤새도록 섹스하다가 이제 막 마친 시점이었다. 그리고 아르카가 청소 펠라를 하고 있던 와중에 에루나가 내 침실로 공간전이 마법을 통해 온 것이었다.
에루나가 오는 날이 오늘이란 걸 까먹고 있던 나로서는 갑작스런 에루나의 등장에 이렇다 할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결국 이렇게 냅다 보여주게 된 거고.
...에루나의 등장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보란 듯이 펠라치오에 열중하고 있는 아르카를 보자니, 아르카는 까먹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째서 알려주지 않은 거냐고 묻지는 않기로 했다.
괜히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 그리고 에루나.
그녀들은 내가 드래곤들을 제외하고서, 나와 살을 섞는 관계에 있는 여자들이었다. 에루나는 직접 나와 살을 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살만 안 섞었을 뿐이지 할 건 다한 사이였다.
아르카 역시 그런 그녀들을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정해준 것뿐이지 그걸 환영한다는 입장은 아닌 것이다.
어쩔 수 없으니까 인정해준다, 라는 느낌일 뿐이었다.
아마... 에루나가 오늘 온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도, 그런 에루나 앞에서 보란 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고 있는 것도 그에 대한 견제 비스무리한 거라고 생각됐다.
크리샤도 그랬었으니까.
애당초 드래곤은 질투심이 강했다. 한 남자를 여럿이서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전제였다.
그런 만큼, 아르카도, 크리샤도, 루시아도. 그녀들이 자신 외의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 나를 용납해주는 거 자체가 기적인 일인 거였다.
괜히 이런걸 생각해봤자 머리만 복잡해졌으므로 나는 기분 전환 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그래도 한창 하고 있는 중에 에루나가 오지 않은 게 다행이지 않냐는 생각을.
아르카가 펠라치오를 하고 있는 와중에 에루나가 온 거나 한창 하고 있던 중에 온 거나 둘 다 똑같은 것 같기도 하지만.
“윽...”
쮸웁,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물고 빨아들여오는 아르카의 입 안에 결국 사정하자, 그런 정액까지 깨끗하게 빨아들인 아르카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서는 오물오물, 정액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양이 너무 적은 거 아니야아?”
터무니없는 블랙 컨슈머가 눈앞에 있었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오늘은 아직 열 번도 하지 않았는데에?”
아침부터 단위가 열 번을 넘었느냐 아니냐로 따지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
“아무튼... 끝났으면 일단 옷부터 입어.”
따져봤자 아르카가 내 말을 들을 턱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고서 그렇게 말하자 내 말에 알몸인 아르카가 흘끗, 에루나를 보며 말했다.
“흐으응... 뭐, 어때애? 어차피 에루나 앞에서는 상관 없잖아아? 네가 조심해야한다고 한 거언, 그 로로라는 아이나, 마야와 니아라고 했던 가아? 걔네가 끝 아니야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오... 끝낼 생각도 없어졌고오?”
“뭐?”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꾸욱, 하고 내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에루나가 보고 있어서 그런지이...”
주르륵, 하고 애액으로 잔뜩 젖은 균열을 내게 보여주면서, 아르카가 말을 이었다.
“다시 하고 싶어졌다구우♥”
그렇게 말한 아르카가, 아직 서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붙잡고 스스로 균열에 겨누고는 그대로 내려앉았다.
찌걱, 하고.
이미 몇 번이나 안에 사정해서 남아있던 정액과 흘러넘치던 애액을 윤활제 삼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르카의 균열 안으로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삽입됐다.
그러고 보니, 아르카는 남에게 보여주면서 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성벽이었지...
혹시 견제니 뭐니 했던 건 다 내 착각이고, 그냥 에루나가 보고 있는 쪽이 더 흥분되니까 이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난 모르겠다.
어쨌거나, 하고 싶다니 해야지 뭐.
꽈악, 하고 아르카의 허리를 움켜쥐고서 천천히 허리를 튕겼다.
“흣♥ 하앗♥♥ 하앙♥♥ 조아♥♥ 더어, 깊이 박아줘어♥♥”
그리고 그런 내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돌려가며 섹스에 몰두하기 시작한 아르카를 보면서, 에루나가 말했다.
“루시아 아가씨와는 3주, 크리샤 아가씨는 2주, 아르카 아가씨는 일주일만입니까... 아샤 아가씨와 아냐 아가씨는 3일이면 되겠군요, 주인님?”
그렇게 말하는 에루나를 보자니 차마 이틀만이였는데, 하고 말하지 못하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아르카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아르카한테 신경써야했으니까.
찔꺽, 찔꺽.
더욱 강하게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자 스스로 허리를 돌릴 여유가 없어졌는지, 나를 꽉 끌어안은 아르카가 허덕였다.
“이거♥ 흐읏♥♥ 너무 빨라앗♥♥”
그런 우리를 보면서,
“...저는 아직인데 말입니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주인님?”
하소연하듯이, 에루나가 그렇게 말했지만 못들은 걸로 치기로 했다.
뷰릇, 뷰릇하고. 사정과 동시에 두 다리를 내 허리에 얽어오는 아르카의 안에 가득 사정하고 나자, 그제서야 만족했는지 아르카가 배부른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아암... 졸리니까아, 조금 잘게에...♥"
그러고서, 그 말 그대로 아직 연결된 상태인데도 그대로 내 품을 배게삼아서 잠에드는 아르카가 보였다.
“이게 드래곤인지 고양이인지...”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 종일 그 짓만 했으니 고양이보다는 다른 동물인 것 같지만. 그러고보니 사자 무리의 숫사자는 먹고 자고 짝짓기만 한다는 소리를 언뜻 들었던 것 같았다.
사자도 고양이과는 고양이과니까 틀린 건 아니려나... 암사자도 그런 지는 모르겠다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 품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아르카의 뺨을 잡아 늘려봤지만, 정말로 지쳐서 잠에 든 건지 반응하지 않는 아르카를 보고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런 아르카를 안아들어 옆에 눕혔다.
그러고서 그런 아르카의 몸을 마법으로 대충 깨끗하게 하고 있자니 에루나가 그제야 입을 열며 말했다.
“그나저나, 제가 없는 사이에 아르카 아가씨와 대체 얼마나 하신 겁니까?”
“...별로 안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마를 매만졌다. 거기에는 볼록하게 솟아있는 뿔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만이 아니라, 한 쌍.
나란히 돋아나있는 뿔이.
마왕이란 귀찮은 것이 될 뻔 했다가 에루나의 도움으로 어찌저찌 막기는 했는데. 그 덕에 마력이 없으면 없는 대로, 반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곤란한 체질이 된 덕분에 생겨난 문제 중 하나였다.
지나치게 마력을 흡수하면, 그 마력이 뭉쳐져서 이마 위로 뿔이 돋아난다고 해야 하나.
“......”
뭐라고 말할지 떠올리지 못하고서, 더듬거리며 그런 뿔을 만지고 있자니, 내게 다가온 에루나가 그런 내 손 위로 손을 뻗었다.
꾸욱, 하고 내 뿔 위로 에루나의 작은 손이 올려졌다.
낙시안 출신인 아이들이 달고 있던 뿔과는 달리, 정말로 그냥 뿔이라서 에루나가 아무리 만져도 별 느낌도 없었지만... 적어도, 나와 연결된 에루나로부터 흘러나오는 감정이, 그런 나를 보며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별 문제는 없었거든? 이성을 잃거나 한 일도 없었고...”
“그래서, 얼마나 하신 겁니까?”
“...미안, 기억 안 난다.”
확실한 건, 오늘도 그랬지만 하루 종일 연결된 상태로 방에서만 꼬물락거린 적이 대부분이었으니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을 거란 것뿐이었다.
그러니까 뿔이 돋아난 거겠지만. 아르카의 마력을 넘치도록 흡수하다 못해서,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 뿔이 돋아난 거겠지만.
난처해진 내가 하하, 하고 웃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던 에루나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되기 전에, 로로에게 말하면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확실히 로로에게 부탁했었더라면 지금처럼 뿔이 나오는 일은 없었을 거였다.
에루나를 제외하면, 로로가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알고 있잖아, 에루나. 내가 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신으로 임명하고, 아니... 그 전에. 내가 거두어들인 아이였다. 그런 만큼 나는 로로에게 내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딸로서 여기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그런 로로와 살을 섞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녀에게 부탁해서 뿔을 진정시키는 다른 방법을 쓰더라도, 애당초 뿔을 가라앉게 하는 방법이 내 정액을 로로에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인 만큼 부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습니까. 별 수 없군요.”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루나가 고개를 숙이고서, 이제야 드디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라앉고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움켜쥐었다.
“...에루나?”
“해결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아르카도 옆에 있는데?"
흘끗, 하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르카를 보며 그렇게 말했지만 내 말에 에루나가 말했다.
“한 번 잠드시면 꽤 오래 주무시니까 상관없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한 번 잠에 들면 적어도 서너시간은 절대로 깨지 않고서 잠자는 아르카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고 옆에서 자고 있는데 이러기엔 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그렇게 말한 에루나가 그대로 아르카의 애액이랑, 내 정액으로 범벅된 드래곤 슬레이어를 입에 물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입에 물고서, 빨기 시작하는 에루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