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206화

“...교육이라고오? 어디 할 수 있으... 흐그읏♥!”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던 아르카의 고개가 다시 뒤로 젖혀졌다.


꾸욱, 하고. 그런 아르카의 균열 안으로 손가락 끄트머리를 밀어 넣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지 뭐.”


“너, 너어... 읏♥”

움찔움찔, 하고 안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에 몸을 떠는 아르카가 보였다. 가만히 그런 아르카를 보면서 기다리자 헐떡이듯 신음을 내뱉으면서 아르카가 말했다.

“이제에... 절대로 용서하지, 흣♥ 않을 거니까아...”

용서라.


하긴, 내가 지금 아르카를 덮쳐눌러서 이런 짓을 할 입장이 아니긴 했다.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일단 불륜현장을 들킨 거나 마찬가지이기도 하고. 나는 어디까지나 용서를 빌어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실제로 원래는 그러려고 했었고... 뭐, 이미 관둔 일이었다.


“그래, 그러던가.”


나를 보며 협박하듯이 그렇게 말하는 아르카에게 아랑곳하지 않고서 손가락을 더욱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찔꺽, 하고.

이미 젖어있던 아르카의 균열 안으로, 끄트머리만이 아니라 중간마디까지 수월하게 파고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아르카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흐으읍~♥♥♥”


꾸욱, 하고 입술을 깨물면서 신음을 억누르는 아르카가 퍼뜩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신음은 어떻게든 참는다고 하더라도, 카마수트라의 효과로 몇 배나 증폭되서 전해져오는 쾌락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허리를 튕기며 절정하던 아르카가 추욱하고 늘어졌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아르카는 경험이 너무 적었다.

루시아나 크리샤라면, 적어도 이것의 두 배는 거뜬하게 버텼겠지만... 지금의 아르카로는 절정이 가져오는 체력소모를 버틸만한 경험이 없는 것이다.

나는 탈진해서 늘어진 아르카를 바라봤다.

파르르, 하고 아르카가 절정의 여운으로 몸을 떨 때마다 우물거리며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을 조여 왔다.

나는 꽉하고 손가락을 물고 있는 아르카의 균열을 보면서 입술을 비틀었다.

“그런데... 아르카.”

이죽거리면서, 나 스스로가 보더라도 아마도 싹퉁바가지라고는 없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치곤... 기대라도 한 것처럼 조여 오는걸?”


“으... 읏...”

그 말에 남아있는 체력을 쥐어짜낸 듯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린 아르카가 나를 노려봤다. 잔뜩 흐트러진 얼굴로, 눈물이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르카를 보고서.

나는 더욱 짙게 미소 지었다.

쯔붑, 하고. 나는 손가락에 달라붙다시피 조여 오는 균열에서 억지로 손가락을 끄집어냈다.

“흐으윽...♥”

질벽을 긁어내듯이, 빠져나온 손가락이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 번들거렸다. 그런 손가락을 보란 듯이 아르카 앞에 대고서 입을 열었다.


“거기에, 이쪽도 잔뜩 젖었잖아. 덕분에 손이 잔뜩 더러워졌어.”

자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르카.


그런 아르카의 입술에, 그녀의 애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가져다대고서 말을 이었다.


“칠칠맞은 보지로 잔뜩 흘려댄 이게... 대체 뭘까. 아르카?”


스윽, 하고 아르카의 입술에 닿을락 말락 할 때까지. 손가락을 가져다댄 내가 말했다.

“네 입으로 직접 말해봐.”


그런 내 눈에 망설이는 듯, 눈동자가 흔들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크흣♥”


아르카의 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자, 더더욱 입술을 세게 깨무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아르카를 내려다보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응? 이게 뭔지 말해보라니까. ㅡ이 변태 년아.”

질끈, 하고 눈을 감는 아르카를 보고서. 나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런 아르카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냥, 땀이야아.”


한순간 멍하니, 아르카의 대답을 듣고서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린 내가 말했다.


“...뭐라고?”

“그냐앙... 땀이라고오.”

“...땀?”


“......”


되묻는 내 말에 고개를 돌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스스로가 한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얼굴을 붉히는 아르카를 내려다보던 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성대하게 가버린 주제에, 땀이라고?”


그런 나를 힐끔 쳐다본 아르카가 말을 이었다.

“...안 갔거드은.”


“그럼 아까 그거는?”


“......”

한 번 유도하듯 그렇게 물었지만 도로 입을 꾹 다무는 아르카를 보고서. 다시 그런 아르카의 균열을 문질렀다.

“으으응...♥”


쯔붑쯔붑하고, 그새 꾹 다물린 균열의 겉만을 문질렀을 뿐인데도 흘러나오는 애액이 그런 아르카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타고서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쯔웁하고, 그런 균열을 벌렸다가 다시 닫은 내가 다시 흥건해진 손가락을 보여주면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은 아르카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이런데도 그냥 땀이라 이거지.”

“그... 래애. 그냥 땀이야아.”


스윽, 하고 그런 아르카의 두 다리를 잡아당겼다.

“흣?!”

등이 바닥과 쓸리는 것만으로도 달뜬 신음을 내뱉은 아르카를 보고서,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방금 그걸로 갈 뻔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


“그래, 그래야지.”

그렇게 말한 나는 아르카의 두 다리를 허리에 걸쳤다. 그리고 허리를 숙였다.

“흐읏♥?!”

균열에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이 닿자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닿았을 뿐 내가 그대로 멈추자 나를 바라보는 아르카의 시선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런 아르카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왜, 다른 거라도 기대했어?”


피식, 하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째릿하고 나를 노려보는 아르카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아르카, 나랑 내기 할까?”

“...내기, 라고오?”

“그래. 네가 갔다는 걸 인정하면 내 승리... 끝까지 부정하면 내 패배. 그런 내용으로 내기하자. 제한시간은...”


허공을 갈라서, 인벤토리를 연 나는 그 안에서 시계를 꺼내들었다. 마력이 없으면 제대로 쓸 수 없는 마도구였지만 지금의 나는 마력이 있다 못해 흘러넘치는 중이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내가 막 에네스타와 함께 침실로 들어갔을 무렵부터 3시간은 지나있었다. 즉, 나는 3시간 가까이 아르카에게 당한 셈이었다.


“두 시간. 그 동안 네가 인정하게 만들면 내 승리. 네가 끝까지 부정하면 내 패배인걸로. 어때?”

“내가아... 이기며언?”


곰곰이 생각하던 아르카가, 그렇게 물었다.

“글쎄다. 뭐가 됐던 간에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거?”

“...내가 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데에?”

“루시아가 지어준 이름, 베헤노스에 걸고 약속할게.”

“.....내가 지며언?”


“당연히 그 반대지. 뭐가 됐던 간에... 내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거야.”


내 말에 잠깐 눈을 감았던 아르카가 눈을 떴다. 연녹빛의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좋아아, 이름을 걸고 약속해.”

“그래,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그 순간,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는 것,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덜컥, 하고 내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한 느낌과 함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위격 존재 추정자가 존재의 증명을 걸고 언약합니다. 해당 언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존재의 격을 상실...]

알림이 아니었다.

제대로 노이즈가 낀 듯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애당초, 추정자는 또 뭔가 싶었다. 상위격 존재라면 상위격 존재이지 추정자는 뭐냐고...

ㅡ이런 적은 전에도 한 번 있었다. 그때도 귓가에 들려왔던, 알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아니 그보다 더 전에도 들었던 목소리...?

기억이 애매했다. 마치 그 위로 수많은 기억이 덮어 씌워진 것처럼. 언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이 목소리를 들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한 번이 아니라, 몇 번... 아니 몇 번이 아니라 그보다 더 많이... 이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 의문도 잠시,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어째서 아르카를 비롯한 드래곤들이 약속에는 맥을 못췄는지, 그 이유도.


그게 단순히 드래곤의 자존심 같은 이유가 아니라는 걸.

“어...”


이건 예상외의 결과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가는 거겠지이?”

그런 나를 올려다보던 아르카가 말했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쨌거나, 약속만 제대로 지키면 그만인 일이었다. 약속을 어기면 보관 중인 격의 일부를 상실한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도, 약속만 지키면 별 문제가 없는 거였다.


뭘 보관중인건지는 모르겠다만.


시계를 다시 확인한 나는 약속을 한 후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10분인가, 뭐 이 정도는 핸디캡을 줬다 치고.”


꾸욱, 허리를 내리자 아르카가 당황한 듯 어? 어어? 하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설마아. 너어... 흣...♥”

“...안 넣어,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그보다...”

그런 내 말에 당혹 반, 미묘한 얼굴 반인 표정을 짓던 아르카가 드래곤 슬레이어가 균열을 문질러오자 명백하게 쾌락에 젖은 얼굴로 바뀌어가는 것이 보였다.

스윽, 하고 이미 넘치도록 흘러나오는 애액 덕분에 금방이라도 균열 안쪽으로 파고들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붙들어잡고는, 그런 아르카의 균열에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한 번 볼까. 아르카.”


일단 내기부터 이기고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