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7화 〉197화 (197/370)



〈 197화 〉197화

손끝에서부터, 수십 개의 마법진들이 그려졌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들로부터 수십 가닥의 손들이 뻗쳐 나왔다.

그림자의 손.


얻은 지는 얼마 안됐지만, 내 18번 마법이 된 그림자 속성의 마법이었다.


로로와  민첩의 차이는, 수치상으로 봐도 엄청나게 차이났다. 100 이후부터의 능력치는, 사실상  십 배나 차이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은, 우선 로로의 발부터 묶어야 했다.

“ㅡ그림자의 손.”


“...으잉?”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림자의 손을 로로에게 뻗어내는 순간이었다. 로로의 발밑에서부터, 나와 마찬가지로 수십 개의 마법진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숫자의 그림자의 손들이 내게 뻗쳐나왔다.


“어레?”


의아와 동시에, 눈에 들어온 로로의 특성이 보였다.


‘되갚는 자.’


「이름 : 되갚는 자」
「등급 : 초월(A)」
「효과 : 자신을 향한 모든 적대적인 행위를 되갚는다. 이 효과는 자신을 대상으로 한 모든 종류의 적대행위에 복수적으로 적용된다. 같은 위력의, 같은 종류의 모든 것을 그대로 대상에게 적용한다.」
「설명 : 복수자가 낳은, 저주와도 같은 특성. 자신을 향한 모든 악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한정으로, 자신에게 향한 모든 것을 되돌려준다. 천부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자신의 적에게 되돌려준다.」






순식간에 읽힌 효과와 설명을 보고서 경악했다.


“사기잖아.”


내 능력 이상으로 사기였다. 아니, 조건 없이 죄다 돌려보낸다는 것부터가 사기였다.

모처럼 펼친 그림자의 손이, 그대로 로로가 소환한 그림자의 손에 막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이미 뛰쳐나간 몸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거기에, 천부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말 그대로의 의미인지 내 쪽의 그림자의 손들이 로로가 뽑아낸 그림자의 손보다는 위력도, 내구성도 더 강해보였다.


어쨌든 같은 수의 그림자가 서로를 붙잡은 이상, 당장은 아무 소용없겠지만...

“빈틈...!”

그래도 어쨌건 간에, 원래의 목적인 발을 묶는 건 성공했다.

개변자.


꾸드득, 근육이 오무라지는 감각과 함께, 약간의 탈력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전능감이 몸을 휘저었다.


근력으로.

최대한 강하게.


166.

성장한 능력치 덕분에, 당연히 개변자를 통해서 몰아줄 수 있는 능력치도 상승했다. 단숨에, 내 한계를 뛰어넘고서 극도로 상승한 근력과 함께.


움켜쥔 광휘를, 눈에 보이는 경로를 따라서 내리그었다.

“......”


그리고, 눈앞에서 로로가 사라졌다.


“엉...?”


후욱, 하고. 내리그어진 광휘가 허공을 휘저었다.

콰드드득!

압력이, 검으로부터 생겨난 파괴가 연병장을 날카롭게 도려냈지만, 그렇게 도려낸 곳에는 로로가 없었다.


온데간데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쿠르릉, 하고. 내가 벌인 파괴의 현장이 더욱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날카롭게, 베어진 바닥이 움푹 패여 있었다. 그걸 보니, 로로가 사라진 건 사라진 대로 다행인 일이었지만, 그보다 도대체가 보이지 않는 로로가 문제였다.


피했다.


그건 확실했다. 베는 느낌이 전혀 없었으니까. 살을 가진 것과, 단순히 덩어리일 뿐인 벽돌과는 베는 느낌부터 다르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그리고.


“...!?”


어느 새, 내 품안까지 들어온 로로가 보였다. 검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검붉은 눈동자에, 입을 벌린 채. 바보처럼 그런 로로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비쳐보였다.


개변자.

민첩 특화.

마찬가지로 166.

순식간에 상승한 민첩으로, 양 팔을 교차했다.

검은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빙글, 하고 회전하는, 그리고 그에 따라서 나부끼는 로로의 드레스가 보였다.


느릿했다.

상승한 민첩과 동시에, 상승한 동체시력이 그런 로로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고 있었다.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니, 따라잡을  있을뿐더러, 내가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로로보다 높아진 민첩으로도,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공격을 피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일단 이 공격은 받아낸 수 밖에 없었다.


더욱, 양 팔에 힘을 주었다.

이것만 받아내면,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로의 다리가 날아들었다. 펄럭거리는 로로의 드레스 밑으로, 연갈색의 살색의 허벅지가, 그리고 그 위로... 하도 잔소리를 하니까 드디어 입기 시작했는지  속옷이 보였다.

그게 끝이었다.


콰앙!


“우웩...!”

바쿠와 나란히, 벽에 처박힌 나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뇌가 흔들렸는지, 그대로 헛구역질했다.




“나의 주...!”

허겁지겁 달려오는 에네스타보다도, 나를 벽에 처박은 장본인인 로로가 내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로로의 손을 붙잡고서. 몸을 털어내자 금새 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날아간  둘째 치고, 로로의 공격자체는 차원을 넘은 자 덕분에 막아내서 멀쩡한 덕분이었다. 여전히 흔들거리는 시야 덕분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몸은 멀쩡했다.


씁쓸하게 미소 지으면서, 그런 나를 걱정하는 로로를 보며 말했다.

“힘 조절 좀 하지 그랬니...”

설마하니, 바쿠랑 같은 신세가 될지는 몰랐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벽에 꽂혔던 바쿠를 보며 생각했던 것을  밖으로 내자 뺨을 붉히는 로로가 보였다.


귀여웠다.


그래서 용서하기로 했다.

거, 어린 애가 힘 조절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끄응...!”


여전히 머리가 아찔거렸다.


충격 자체는 흡수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몸은 튕겨나가는 것이 역시 문제였다. 에네스타나, 로로와의 대련 덕분에 확실해졌다.

나보다 한참이나, 격상의 상대와의 전투에서는... 나는 그냥 공이었다.

충격자체는 없다 치더라도, 검을 휘두르거나, 발을 휘두르는 대로 뻥뻥 날아가는  말이다.

“...검술, 더 연습해야하나.”

하지만 B랭크로 오른 이후부터는 전혀 성장할 생각을 안하는 라이어스 제국 검술이나, 에네스타에게 배운 시오니스 검술이나, 성장을 기대하긴 그른 것 같았다. 내가 딱히 노력을 안하는 것도 있겠지만.

어쩌면 좋으려나.

하다못해 주시자의 눈이나, 개변자로 능력치를 몰아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불멸자의 심장같은 게 돌아왔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응, 뭐... 안 돌아온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내가 졌다.”


로로가 각성하면서, 릴리스라는 종족으로 바뀐 이후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두 기능을 가지고 아쉬워하기도 뭐했다.

양 손을 들어 올리고서, 순순히 항복했다.


응, 난 여전히 약했다.

내가 약한 게 아니라, 에네스타나 로로가 괴물인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 자존감이 땅으로 꺼진 것은 확실했다.


다시는 대련 같은 걸 내가 먼저 하자고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했다.

“...괜찮아?”

“응, 그럼. 보다시피 멀쩡하단다.”

그런 나를 보고서, 여전히 걱정하는 로로를 보고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로 멀쩡하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마라 좀.”


덤으로, 나를 보며 걱정하는 에네스타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저도, 쓰다듬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


날 걱정하는 게 아니라, 로로가 부러워서 그랬던 거였다.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하는 에네스타의 머리도 쓰다듬어주었다.


연녹빛의 부드러운 에네스타의 머리카락 위로, 손을 놀렸다.

살랑살랑, 내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스치는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무척이나 좋았다.


덕분에 양손이 바빴지만, 흡족한 얼굴로 미소 짓는 에네스타를 보니 아무래도 좋았다.


“주인님~!”

“잠깐만, 내 손은  개뿐인데?”

그런 로로와 에네스타를 보고서, 부러웠는지 내게 안긴 니아 덕분에 그마저도 부족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좋지.

 손은 두 개였다. 물리적으로, 머리 세 개를 쓰다듬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쩌면 좋냐 진짜.


“......”


파닥파닥, 한껏 기대를 드러내듯이 흔들거리는 니아의 꼬리를 보며 고뇌했다.

고뇌 끝에.


고오오오...

그림자의 손들이 뻗어져 나왔다. 나의 손을 똑닮은, 특제 그림자의 손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뽑혀져 나온 그림자의 손들이 니아의 머리와 양 뺨, 그리고 턱 밑을 공략했다.

직접 쓰다듬는 것은 무리였으니, 그 대신에 물량으로 때우기로 한 것이었다.

“에헤헤헤~”

그거라도 좋은 모양인지, 머리카락과  뺨, 그리고 턱밑을 간지럽히듯이 쓰다듬는 그림자의 손에 헤실거리는 니아를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셋이 만족할 때까지 쓰다듬어주다가 내가 말했다.

“자, 이제 끝.”

말과 동시에 떼어낸 손에, 나를 바라보는 세 시선이 무척이나 신경쓰였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머리나 쓰다듬어줄 수도 없었다.

“그나저나... 이건 어쩌지.”

셋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서, 엉망이 된 연병장을 바라봤다.

내가 휘두른 광휘 때문에 반으로 갈라진 바닥이나, 로로 덕분에 벽에 새겨진 두 개의 인간 틀이라던가.


멀쩡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많았다.


거기에, 이걸 수리할 수 있는 에루나가 지금은 없었다.

“...사람을 부르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나를 보고서, 에네스타가 말했다.

“사람이라니?”

“주의 영지에 있는... 임프라던가, 코볼트는 손재주가 좋으니... 에루나님처럼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리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겁니다.”

“아...”


그것도 그렇네.

에루나가 없었지만, 에루나 밖에 없었던 때랑 달리 지금은 내가 부릴 수 있는 인력이 엄청나게 많기는 했다.

무려 이십만이 넘는, 대인원이었다.

 영지에 속한 이들이 딱 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할까.”

잠깐 고민 끝에, 에네스타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에네스타도, 바록과 바쿠도, 로로도 곤란할 테니 말이다.


거기에...


아리스에게 영지를 맡기고,  외 슈슈나 바록, 바쿠에게만 일을 시키고 말았을 뿐인 내 영지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전에 가봤을 때 생긴  때문에 조금 꺼려지기도 하지만, 마냥 내팽개치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시간이 남는 지금, 확인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


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에네스타가 보였다.

대체 왜? 그런 느낌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싫어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외출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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