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191화
몇 번인가 주물러보고 혀로 자극해보기도하고 해봤지만 더 이상 나오질 않는 우유를 확인하고서 입술을 떼어냈다.
“무후웅...”
그런 내 눈에 방금까지 내게 가슴을 물리고 있던 미노타우로스가 움찔움찔하고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배려고 뭐고 없이 삼중으로 걸쳐진 카마수트라의 강제 부여효과, 그리고 그 덕에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가슴을 끊임없이 유린된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이 말이다.
뭐, 아무튼 처음으로 생으로 마셔본 미노타우로스의 우유였지만 전체적인 내 감상은 이랬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직접 짜내서 마시는 만큼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래서 재밌기도 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갓 짜낸 우유를... 이것도 우유라고 할 수 있을런진 모르겠지만. 미노타우로스도 어찌됐건 소의 일종이라고 본다면 소의 젖을 우유라고 부르는 만큼 우유긴 우유일거다.
소의 젖을 우유라고 부르니 말이다.
아무튼 갓 짜낸 미노타우르스의 젖이든 모유이든 우유이던 간에, 생으로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고소하면서도 입 안에 남는 뒷맛도 없이 깔끔한 게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소하고 살짝 달달한 것이 고급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났던 냄새를 생각하고 젖비린내라던가, 특유의 냄새 같은 것이 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
한 가지 흠이라면 체온 때문에 갓 나온 우유가 뜨뜻미지근하다는 정도일까.
차갑게 했다면 좀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파르르, 하고 떨리고 있는, 하도 빨아 대서 그런지 붉어진 미노타우로스의 유두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뭐, 이미 다 마셔서 더는 안 나오는 모양이니 차갑게 식혀먹는 쪽은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고서 붙잡고 있던 미노타우로스를 놓아주었다.
“무웅...”
그러자 단말마 같은 신음을 힘없이 토해내며 그대로 추욱 늘어진 미노타우로스가 앞서 내게 젖을 빨린 끝에 녹초가 돼서 쓰러졌던 미노타우로스의 위로 엎어지듯 쓰러졌다.
“음... 이건 이거대로 볼만 한데...”
여러 가지로 큼직큼직하니까 볼만한 구석도 많았다. 하지만 마냥 보고만 있기엔 보는 시선도 있고 해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읏...”
움찔, 하고. 나와 시선이 마주친 아르카가 보였다.
금방 고개를 돌리고서, 우연히 마주쳤던 척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 눈에 점점 발갛게 물들어 가는 아르카의 귀가 보였다.
표정은 어떻게 잘 꾸민 모양이었지만, 거기까진 신경 쓰지 못한 모양이었다.
애써 무심한 척, 고개를 돌린 채로 딴청을 부리고 있었지만... 내가 보는 시선을 신경 쓰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붉어져가는 아르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덕분에 조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여기서 모른 척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그런건 나한텐 무리였다.
“아르카.”
“뭐, 뭔데에?”
겨우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냈다.
이름을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흘끔, 하고 이쪽을 보며 곧장 대답하는 아르카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라던가, 표정 관리라던가. 과연 완벽하다면 완벽한 연기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붉어진 상태인 귀라던가... 너무 조급하게 대답해온 점이나, 어설픈 곳이 보여서 웃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웃으면 안됐다. 여기서 웃는 순간 장난은 둘째 치고, 안 그래도 삐쳐있는 상태인 아르카가 완전히 토라질게 뻔했다.
어떻게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내고서, 관심이 없는 척, 고개를 돌린 상태로 내 말을 기다리는 아르카를 보며 말했다.
“어울린다는 건 이정도면 됐겠지?”
그런 내 말에, 아르카가 내 옆에 쓰러져 있는 두 미노타우로스를 보고는,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어때?”
그런 아르카에게 재촉하듯이 그렇게 말하자, 아르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뭐어어... 저 둘도 저렇게 됐으니까아, 충분하지 않을까아...? 마, 만족한 모양이고오?”
“그럼 다행이고... 아, 그리고.”
“또, 또 뭔데에?”
조금 뜸을 들이다가, 아르카를 보며 보란 듯이 입술을 핥았다. 입술에 우유가 남아있었는지 살짝 달달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르카에게 말했다.
“덕분에 잘 마셨다고. 생각보다 맛있더라.”
“그, 그래애? 뭐, 뭐어... 그건 다행이네에.”
아르카가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게 끝? 이냐는 듯 묻는 것처럼. 굳이 말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아르카가 뭘 원하는 지, 무슨 말을 해야만 하는 지쯤은 말이다.
“응, 그래. 나중에 또 부탁해도 되겠지?”
그러니까 말해주지 않지만.
“아, 그, 그래애... 그거야 뭐어... 알겠어...”
내 말에 다소 맥이 빠진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르카를 보고 있자니 즐거웠다. 루시아나, 크리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루시아는... 원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그것이 손에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크리샤는 반대로 자기가 직접 움직여서라도 손에 쥐고 봤기 때문이었다.
둘 모두 방향은 조금 달랐지만, 결국은 비슷했다. 일단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는 쪽이란 소리였다.
그 반면...
“...맛있었다니이, 그건 다행인데에...”
자그맣게,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르카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르카의 경우는 그 둘과 달리 직접 나서서 무언가를 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건진 몰라도... 무척이나 수동적이었다.
싫다는 건 아니었다. 좋으면 좋았지 싫을 리가 없었다.
“이게 아닌데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꾸욱, 꾸욱하고. 옷 위로 가슴을 눌러보거나 하면서 이쪽의 눈치를 보다가 잔뜩 기운이 없어지거나 아르카를 보고 있으면 싫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게 아니라니, 대체 뭐가 아닌 건지는 모르겠다.
설마하니 내가 미노타우로스 따위에 헤벌레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저런 거에 홀딱 넘어가서 추태를 보이거나, 뭐 어떻게 되기라도 생각 했다던가?
그럴 리가.
경험의 수가, 헤쳐 나온 역경의 수가 달랐다.
고작 해봐야 손가락을 빠는 정도의 애무였다. 고작 해봐야 가슴이 좀 큰 미녀들이 달라붙는 정도였다. 고작 그런 거에 무너질 정도였으면 진작 복상사를 당했을 게 분명했다.
날 쓰러뜨리려면 적어도 에네스타를 셋 정도는 데리고 와야...
가만 생각해보니 그건 너무 무서웠다.
뭐, 그건 그거고.
내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다소 실망한 듯 보이는 아르카를 보고 있는 것도 재미있긴 했지만, 너무 괴롭히는 것도 불쌍하니까.
“그러고 보니, 아르카도 가슴이 약했었지.”
툭하니, 그렇게 내뱉었다.
처음엔 그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르카가 이내 쾅하고 식탁을 내리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 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아?!”
그 아르카가 벌떡 몸을 일으켜가며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이내 자신도 그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다시 제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무트은.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마아.”
그러고서, 옆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마야의 눈치를 보는 아르카를 보고 있자니... 잘 익은 과일처럼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려니.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채워져 가는 충족감을 느꼈다.
아직 때가 덜 묻은... 아니, 표현이 조금 그랬다. 바꿔 말해서, 아직 순수한 반응을 보여주는 아르카를 보자니 내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깨끗하긴 했다.
그래도 이제는 루시아나, 크리샤에게서는 보기 힘든 반응을 보고 있자면, 그 깨끗한 마음이 더욱 깨끗해지는 기분이란 뜻에 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좀 더 보고 싶기 마련이었다.
그런 아르카를 보며 내가 물었다.
“이상한 소리라니, 무슨 이상한 소리?”
“돼, 됐으니까아. 우선 밥이나 먹고서어...”
내 밥은 네가 날려버렸는데 말이지.
마야가 모처럼, 나를 위해 정성들여서 만들어준 요리를 말이다. 그냥 잘 버무렸을 뿐인 약초 샐러드이지만.
뭐 크리샤가 임신한 이후로도 많이 신세를 진 마력 풍부 샐러드 같은 것보다는 더 매력적인 것이 앞에 있었다.
그대로 빤히 아르카를 쳐다봤다. 그런 내 시선을 의식해서, 점점 더 붉어져가는 아르카의 귀와 덩달아 더욱 붉어져가는 얼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결국.
“그,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아 줄래애?”
움찔움찔, 하고. 내 시선을 받을 때마다 흠칫거리면서. 아르카가 그렇게 말했다.
“왜?”
“...그야아.”
우물거리듯 말을 삼킨 아르카가 내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아르카 자신도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는 모양인지 최대한 내게서 얼굴이라던가,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시선을 피하고, 얼굴을 돌려서 표정을 숨겨봤자, 그래봤자 사실 아무 소용도 없는데.
반짝반짝하고, 아르카의 몸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비쳐보였으니까.
카마수트라를 활성화 중인 지금, 내 시선을 받을 때마다 붉어지는 아르카의 얼굴과 더불어서 점점 더 강한 빛을 발하며 반짝이고 있는 저게 뭘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그동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았던 빛이었다. 그런 것을,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장난은 이쯤하기로 했다.
옆에 서있는 마야의 눈치를 볼 때마다 더욱 강하게 반짝이는 빛을 본다면, 조금 장난치고 말려던 생각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르카의 잘못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어쩔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아르카야, 내 눈에 그런 것까지 보일 줄은 전혀 몰랐을 테니 억울할 만도 하겠지만...
뭐, 아무튼 그랬다. 세상이란 것이 그렇게까지 평등한 것도 아니고.
“마야.”
“네, 주인님.”
이름을 부르자 곧장 다가와서 고개를 숙이는 마야와, 그런 마야의 눈치를 보고 있는 아르카를 모른 채하고서 내가 말했다.
“이만 물러가도 좋아.”
“네? 하지만...”
“다 먹으면 부를 테니까, 잠깐 가서 쉬고 있어. 아, 니아가 잘하고 있는지도 보고 있어도 되고. 어차피 다 먹으려면 한참은 걸릴 테니까.”
내 말에 반으로 갈라지고서 엉망이 되어 있는 접시와, 요리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던 마야였지만. 어찌됐건 이 이상 내 말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끼익, 하고 문이 닫히고. 마야가 방을 나서는 것을 본 뒤에, 아르카를 보고 있자니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그런 아르카를 보며 내가 말했다.
“왜? 보는 사람이 없어지니까 아쉬워?”
내 말에 고개를 든 아르카가 째릿하고 이쪽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아니거드은?”
내가 마야를 불렀을 때는 잔뜩 긴장하는가 싶더니 이제 와서 태연한 척하는 아르카를 보자니 조금 웃겼다.
“그으래애?”
자, 그럼.
정말로 그 말대로인지 확인해보자.
그대로 아르카에게 다가갔다. 일부로 발소리를 내면서. 처음에는 태연하니 그런 나를 지켜보던 아르카의 표정이 점점 어라, 하고 바뀌는 것이 그런 내 눈에 보였다.
“자, 잠깐마안. 읏...?!”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르카가 몸을 빼기도 전에, 미리 소환해두었던 그림자의 손들이 그런 아르카의 몸을 덮쳤다.
뭐, 말이 덮쳤다는 거지. 고작 해봐야 팔을 묶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나는 양팔을 그림자의 손에 붙잡힌 아르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기대하고 있었다고 봐도 되는 거 맞지?”
“그, 그런 거 아니거드은? 어차피, 이런 마법 정도느은...”
끄응, 하고 그림자의 손을 해제하려고 마력을 움직이는 아르카가 보이기에, 나는 나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왜, 마법이 해제가 되질 않... 으으응♥”
아르카의 드레스 너머로 밀어 넣은 손으로,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듯이 젖어있는 속옷 위로 균열을 문지르자, 달콤한 신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 어째서어? 흐으으읏♥♥”
“글쎄다... 사실 일부러 해제하지 않는다던가... 그러는 건 아니고?”
“그, 그런 거 아니... 흐아♥”
꾸욱, 하고서. 살짝 옆으로 젖힌 속옷 너머로 손가락을 삽입하자, 아르카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정말로?"
"정말로오♥ 흐으읏♥♥ 아니거드으은...♥♥♥"
"정말로, 진짜?"
"으으읏...♥♥"
그렇게 몇 번인가 지분거리자, 몸을 부르르 떨며 절정에 이르는 아르카가 보였다. 천천히, 그런 아르카의 균열 안에 삽입했던 손가락을 꺼내고서.
아르카의 애액으로 잔뜩 젖은 손가락을 얼굴을 붉힌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르카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치고는 너무 흥건한데, 아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