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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화 〉184화 (184/370)



〈 184화 〉184화

그때 그런 마야를 가리는 커다란 덩치가 눈에 들어왔다. 우락부락, 커다란 덩치들이 일어나면서. 내 시야로부터 마야를 가로막았다.


바록과 바쿠였다.

그 둘이 잠에서   듯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주이...”

“그래, 바록, 바쿠. 너희도  잤냐?”

쓸데없이 덩치가 더 커진 듯한 바록과 바쿠의 인사를 대충 받아넘겼다. 중요한건 얘네가 아니였다. 어쩐지 무척이나 실망한 듯 어깨를 움츠리는 녀석들이 보였지만 무시했다.


덩치도 산만한 것들이 그러니까 볼썽 사나왔다.


“아무튼 저리 좀 비켜보렴.”

가, 아니 마야가 보이지 않잖아. 그런  말에 잔뜩 실망한 얼굴로 바록과 바쿠가 자리를 비키자. 그런 둘 사이에 껴있던 슈슈가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내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주인님 저...”


어쩐지 우물쭈물해하며 주눅들어있는 슈슈를 보고서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도 그랬다.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굳이 성별을 따지거나 하지는...


띠링~ 하고.

그런 내 귓가에 들려온 소리와 함께. 기능, 조화가 발동되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조화’가 슈슈의 기능 ‘갈망의 호르몬’에 저항합니다.]

음...


덕분에 머리가 빠르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나도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리 금욕 생활 길었다고는 해도 슈슈의 능력이 내게 미칠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성장한건 마야의 가슴만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슈슈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슈슈. 너도 잘 잤니?”


“네! 모처럼 푹 잔 기분이에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서. 아니, 패시브같이 발동하는 모양이니 모를 만 하지만. 활기차게 대답하는 슈슈가 보였다. 뭐 됐다. 괜히 넘어갈 뻔한 내가 잘못한 거고. 그래서 그냥 그런 슈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확실히 푹 자긴 했지.”

그러자 기쁜 듯이 베시시 웃어 보이는 슈슈가 보였다.

남자라는 걸 알고 있어도, 그렇게 웃어 보이는 슈슈의 얼굴은 실로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머리  만져줬다고 얼굴을 붉히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기분이 이상해지니까. 갈망이니 뭐니 하는 기능 때문이 아니더라도 유혹당할 것 같다.

“주인...”

뭐랄까, 무척이나 애틋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옆을 보니 바록과 바쿠가 차별받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고 있었다.

“뭐, 왜?”


그런 바록과 바쿠를 보고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결국 고개를 축 숙인 둘이 힘없이 어깨를 늘였다.


무시했다. 열손가락을 깨물더라도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있는 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록과 바쿠는 확실히 덜 아픈 손가락이었다.


뭐... 그래도 방금 건 너무 심했던  같으니까 나중에 뭐라도 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슈슈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그러고 있자니 꾸욱하고. 그런 내 손을 중간에서 붙잡는 손이 보였다.

작은 손이었다.


 니아인가 싶었지만 니아는 여전히 마야의 커다란 가슴에 뒷머리를 묻은 채로 붙잡혀 있었다. 부러운, 아니  훈훈한 모습이었다.

아무튼 니아도 아니라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 손을 붙잡은 소녀를 보았다.


말없이 소녀 또한 그런 나를 올려다 바라보았다.


“로로. 너도  잤니?”

“응.”

여전한 대답이었다. 여전히 애교 없는, 짤막한 한마디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꾸욱, 하고 그런 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내 손길에 몸을 맡기며, 살짝 기대오는 로로가 보였다. 여전한 모습이었다.

각성 이후로, 나를 닮아 검게 물들은 머리카락과 이마에 돋아난 세 개의 뿔.

그 밑으로 여전히 뚱한 얼굴까지. 잠들기 전의 모습 그대로. 여전한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다.

로로만이 아니였다.

에네스타도, 에오시스 자매들도. 니아도, 마야도, 슈슈도. 그리고 바록과 바쿠 역시.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잠들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 모두. 제대로 무사히 깨어났다.

“잘 자고 일어나줘서 고맙다.”


뭐, 그건 그거고...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한 내가 헛기침을 하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제각각 다른 감정을 품고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입을 열었다.


“일어나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는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어.”


내 말에 의아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직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만큼 그럴만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말했다.

“너희도 알고 있겠지만 크리샤가  아이를 가졌거든. 그래서 당분간 에루나가 크리샤를 돕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니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벌써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너희와 내가 에루나가 하던 일을 전부 해야 하거든?”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슈슈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 다음은 마야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니아는 멍한 표정이었다.

바록과 바쿠는...

“어째 신나 보인다?”

“아, 아니다! 주인!”


“신나지 않았다!!”

내 말에 기겁하며 대답한 바록과 바쿠가 열렬하게 고개를 뒤흔들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뭐, 바록과 바쿠가 저렇게 말하니 굳이 상태창을 봐서 추궁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중에 에루나한테 한마디만 해두면 그만이고.

“...그럼 그런 걸로 넘어가고. 에루나가 없는 동안만이라도 너희들이 하고 있던 일을 조금 바꿀까하니까 잘 들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을 보고서, 손가락을 휘젓자 눈앞에 푸른 창을 떠올랐다.


누군가의 정보창도, 나의 상태창도 아닌, 별개의 시스템을 표시한, 푸른 창이.

[영지 관리]
[이름 : 베헤모아]
[등급 : 소도시]
[천공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섬이다.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비옥한 땅과 수원이 존재한다. 다양한 종족이 섞여있다. 플레이어 ‘이지경’의 지배하에 있으며 관리자 ‘아리스’에 의해 관리중이다. 영지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의 충성심이 매우 높다. 플레이어 ‘이지경’에 대한 공포심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급속도로 발전 중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영지 관리창은 이전에 봤던 것과 비교해서 꽤나 변해 있었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이제 개발이 끝난 영지라 그런지 새롭게 추가된 몇몇 창들이었다.

[관리자 : 아리스]
[소속 : 없음]
[내정 : 81]
[치안 : 79]
[정치 : 62]
[군사력 : 211]
[다음 단계 요구치 : 치안 80이상, 정치 80이상]

[풍요로운 대지와 막대한 수원에 의해 필요 이상으로 생산되는 식량이 쌓이고 있습니다. 몇몇 종족들이 고기를 요구합니다. 영지 내에 즐길 거리가 매우 적습니다. 관리자의 딱딱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영지 관리에 필요한 인재들이 매우 적습니다.]

꽤나 복잡한 창의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실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었다.


여태껏 해봤던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간단한 건 별로 없었다. 단지 이쪽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일 뿐이었다.


상승하고 떨어지는 수치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바뀔 수 있었다. 단지 그것만이 달랐다.

그런 것을 여태껏 아리스와 에루나에게만 맡겼던 것부터 글러먹은 것 같지만... 이쪽의 세계의 상식이라고는 드래곤을 중점으로   밖에 없는 나보다야 아리스에게 일임하는 것이 나았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실제로도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게 관리하고 있었고. 에루나의 도움 덕분인지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었다.
당분간 그 에루나가 없어서 문제지만.


어찌됐건 아리스와 에루나에게 맡겨놓고 방치하고 있던 영지라는  직접 관리하게 되어버렸으니 하기는 해야 했다.


“그러니까... 슈슈, 너는 그래도 익숙할 테니까, 뭘 해야 할지는 알고 있지?”


“네, 뭐어...”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슈슈를 보고서. 잠들기 전에도 나름 영지 일을 하고 있던 슈슈는, 알아서 잘해주겠거니 믿고서.


나는 아직 안색이 돌아오지 않은 슈슈를 보며 말했다.


“그럼 그것과... 당분간은 에루나가 하던 일도 너에게 위임하마.”

“또... 그 지옥을 보는 건가요... 게다가 시녀장님께서 하던 일을 저 혼자라니... 절대로 무리인데요...”


“미안, 금방 사람을 구해줄게.”

 말에 추욱하고 늘어지는 슈슈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미안했다. 그런 슈슈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기약 없이 내뱉는 약속밖에 없었다.


나도 하루 빨리 슈슈의 짐을 덜어줄 인재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해주고 싶어도 못한 거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부탁드릴게요, 주인님.”

내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는 슈슈를 보자니 대충 스스로의 운명을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갈리는 것도 갈려본 사람이 더 잘한다고, 집사로 시작해서 단숨에 집사장이 될 정도로 갈려나간 슈슈는 어느 정도 미래를 본 모양이었다.


그런 슈슈에게 뭐라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나도 내가 한 말이지만 대책이 없다고는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래보여도 슈슈도 상당한 능력자였다. 특히 종족을 불문하고 통하는 마성의 매력은 다양한 종족이 모여 있는  영지에서는 무척이나 유용한 능력이었다. 방금처럼 곤란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쓰기에 따라서는 좋은 능력인 것이다.

당장 서로 의견이 통하지 않아 치고박고 있는 현장에 슈슈를 집어넣으면 성별, 종족을 불문하고 단체로 조용해져버리니 말이다. 물론 조용해진다는 것이, 모두 슈슈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서 그런 것 뿐이지만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혼란을 잠재우는 것이 가능하니 쓸모가 있는 능력이긴 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영지를 관리하는 일. 즉 내정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한사람 이상의 몫을 하는 슈슈였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만해질게 분명했다. 그런 슈슈의 일을 도와주려면 적어도 슈슈의 발등에라도 미쳐야하는데. 물경 20만에 가까운 인구를 자랑하는 내 영지에 그런 녀석이 전혀 없다는 기적을 실시간으로 이루고 있는 중이었다.


가히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없는  무려 20만이었다.  중에서  명도 건질만한 녀석들이 없었다. 그나마 억지로라도 조건을 채울 수 있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제각각 종족내에서 중역인 녀석들뿐이라서 함부로 빼내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생겨버렸다.


즉,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녀석 중엔 슈슈를 도와줄 만한 녀석들이 한 명도 없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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