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3화 〉183화 (183/370)



〈 183화 〉183화


꾸물꾸물.


뻗어보낸 그림자의 손을 통해 마력을 흘려보낸다.


직접 살을 섞는 것만은 못했지만 마력  자체로 형태를 이룬 그림자의 손을 통해 마력을 주입하니 그냥 손만 잡고 마력을 전하는 것보다는 효율이 좋았다.

무엇보다 손을 붙잡고 마력을 전해줄 때는  번에  명씩, 혹은 끽해야  정도밖에 깨우지 못하는 반면 이쪽은  번에 여럿에게 동시에 마력을 전해줄 수 있었다.

단점은...


“비쥬얼이 장난 아닌데.”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그림자의 손들이 마력을 전하기 위해 아이들의 몸을 더듬는 모습이  그렇고 그런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


마치 촉수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아니 그런 좋다는 게 아니라... 일단 나름 치료 목적인 셈이고 거머리도 징그럽지만 치료행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촉수도 그런 점에서  만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차원에서 괜찮았다.

애들이 옷을 안 입고 있었더라면 당장 아웃인 비쥬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쩔  없었다. 효과적으로 마력을 전해주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접촉면을 늘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고 자식처럼 여기는 아이들과 직접 살을 섞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거기에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였다.

“오우 쓋...”

잠들어 있는 아이들. 그러니까 그 중에 포함되어 있는 바록과 바쿠를 그림자의 손이 더듬는 걸 봐야하는  입장이 진짜 문제였다.


죽을 것 같았다.

키가 2미터를 훌쩍 넘기는 두 근육덩이를, 그림자의 손들이 촉수처럼 더듬을 때마다. 이것도 나름 집중을 요하는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쪽에도 신경을 쓸 때마다.

스스로 눈을 뽑아내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문제였다.


마법이 있으니까 지금은 잠깐 뽑아두고, 나중에 회복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일었으니까 말 다했다.


그나마  사이에서 잠들어 있는 슈슈가 아니었더라면 진작 뽑아 던졌을 거였다. 바록과 바쿠로 오염된 눈을 슈슈로 정화하는 것이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진작 뽑아서 던졌을 거다.

중요해서 강조한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러고 싶었다.

잠든 와중에 그림자의 손이 몸에 스칠 때마다 신음을 토하는 슈슈는 다른 의미에서 유해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흡정마.


 상태창에 이상하게 껴있는 종족 흡정귀의 상위호환이라고 해야 하나, 비슷하지만 다른 종족인 모양인데... 아무튼 음마 친척 같은 녀석이었다.


하필이면 슈슈가 각성을 통해 그런 종족이 되어버려서... 예전도 위험했는데 요즘 들어 더욱 정도가 심해진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매혹을 뿌려댄다고 해야 하나.


나를 포함한 가신들과,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저항하니  문제가 없긴 하지만...

“하으ㅡ♥”


종족 특성이 아니더라도 그냥 생긴  매혹이긴 하네. 전혀 의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그림자의 손들에 감겨서, 그라비아 화보를 찍어대고 있는 슈슈를 보고 있자니 옆에 있는 근육덩이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계속 보다가 다른 의미에서 위험해질  같아서 다시 마력 전이에 집중했지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디어 끝났네.”

마력 전이가 완전히 끝나고서.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효율 좋게 마력을 전해준다고 해도 직접 살을 섞어가며 전하는 것만 못했다. 거기에 한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섯이나 되는 인원에게 마력을 전해줬더니 에네스타와 에오시스 자매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피곤했다.

기껏 가득 차있던 마력이 절반 가까이 줄은 것을 확인하고서 그림자의 손들을 거둬들였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끝. 잠자코 아이들이 깨어나는 것만 기다리면 됐다.


오래간만이기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옷차림이나 확인했다. 에네스타나 에오시스 자매들을 깨울 때야 알몸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 신경 쓸 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혹시 몸에 냄새가 남지는 않았나, 코가 좋은 니아라던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마법을 써서 몸을 깨끗하게 하고 있을 때였다.


부스럭, 하고. 뒤척이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잠이 덜  눈으로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 강아지 같은 귀와 꼬리를 가진 소녀.


털이 복실복실해보이는 꼬리를 자그맣게 살랑거리는 소녀가 보였다.

간만이라 그런지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짧게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잘잤니? 니아.”


“주인님~!”

파닥파닥, 열렬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니아의 꼬리가 보였다. 정말로 꼬리만 보였다.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안긴 니아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마구 부비는 와중에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풍성한 개털을 자랑하는 니아의 꼬리뿐이었다.


가끔 그 꼬리가 철썩철썩 내 얼굴을 치기까지 했다. 니아의 꼬리가 마냥 좌우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전후로도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전후좌우, 까놓고 말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유연하기도 한 니아의 꼬리가 맹렬하게  싸대기를 갈겨댔다.


이게 다 반가움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알고 있어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니아가 내 말에 풀이라도 죽는 걸 본다면 아마 죄책감으로 앓아누울 거다.


다만... 나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서 입에 들어간 털을 뱉어냈다.

“......”

반겨주는 건 고마운데. 입에 털이 들어가는 건 조금 그랬다.


아무리 내가 니아를 귀엽게 여기더라도 입에 들어오는 털까지 사랑할 순 없는 법이었다.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니아의 일부이니 이 털 또한 니아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털마저 사랑하는  조금 변태 같았다.


이미 갈 데까지 간 느낌이어도,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거였지 털은 나도 좀...

“에헤헤~”


파닥파닥.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리는 니아의 꼬리를 보니 아무래도 좋은 기분이 들었다.

좋아. 귀여우니까 봐줄까. 털이야 조금 입에 들어와도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대신에  뺨이 점점 발갛게 익어가겠지만, 이 정도야 아프지도 않으니 상관없었다. 이제 어지간한 검으로는 특성, 차원을 넘은 자가 없어도 상처하나 나지 않고 멀쩡한 몸인데 그게 벌겋게 익어간다는 것부터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아프지는 않으니까 괜찮았다. 좀 따갑긴 한데. 아프진 않으니까.

“니아, 주인님이 곤란해하시니까...”

그때, 그렇게 말하면서 니아를 떼어낸 손길이 있었다. 니아가 떨어지고서, 막 넓어진 시야로부터 마야의 얼굴이 보였다. 죄송스럽다는 듯이, 송구하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마야의 얼굴이. 니아도 그렇지만 마야 역시 오래간만이었기에 말을 걸려던 찰나, 마야가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니아가 실례를... 자, 니아도 사과해야지.”


“하지만, 마야...”

“안돼, 니아. 주인님도 자꾸 니아가 그러면 싫어하실 테니까...”


아닌데, 난 괜찮은데. 전혀 싫어하지 않을 건데?


하지만 분위기상 그렇게 말하긴 그래보였다.

내게서 떨어져서 잔뜩 불쌍한 얼굴을 한 니아와 그런 니아를 향해 엄격하게 말하는 마야. 여기서 끼어들면 안 된다는 눈치정도는 있었다.

이럴 땐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것도.


“정말로, 정말로 안되는 거야? 마야?”

“정말로, 정말로 안되는 거야.”

애원하는 니아와 내가 봐도 도저히 거절하기 힘들어 보이는 니아의 애원을 냉정하게 받아치는 마야.


마치 철없는 여동생을 부탁을 거절하는 언니처럼 보였다. 나이로만 따진다면 니아가 마야보다는 언니일텐데 말이다.

뭐, 특정하긴 그렇지만 일부는 니아보다 훨씬 마야가 언니답긴 했다.

이상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마야가 니아보다 어른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어디까지나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지 결코 이상한 뜻이 아니라.

“음...”


빤히 마야를 바라봤다. 정말로, 정말로 이상한 의미에서 그런 게 아니였다. 그저 잠든 사이에 몸에 이상한, 정말로 이상한 것이 생겨났다거나,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확인 차에서 그런 거였다.


“저, 주인님...? 제, 제가 무슨 실수라도...?”

그런 내 시선에 어쩔  몰라하는 마야가 보였다. 너무 쳐다봤다. 살짝 표정관리가 안되기도 했고.

“크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헛기침과 함께 풀렸던 표정을 다잡고서, 마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보다 잘 잤니? 마야.”


“아... 네...!”

그런  모습에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마야가 보였다. 그러자 출렁, 하고. 잠든 사이에 더욱 커진 듯한 마야의 어른스러운 부분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음”


“....주인님...?”

“아니, 정말로 아무것도 아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무지 시선처리가  되질 않았다.

어쩔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저런 것이 놓여있는 것이었다.

시선이 가는 게 당연했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잠들어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이상한 병이라던가. 혹시라도 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확인차 훑어봤을 뿐이었는데. 그런데 그저 그것만으로도 눈에 띄게 변한 곳이 있으면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아직도 성장중인건가...”


각성을 통해 갑자기 성장한 마야와 니아였다. 그래서 전부 성장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잠들어 있었을 뿐이고.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크리샤는 내 아이를 가져도 그다지 커지지 않았는데. 진짜로, 요만큼도 커지지 않았는데?

그야 이제  임신한 것이기도 하고, 가슴이 커지려면 한참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크리샤는 여전히 작은데 마야는 잠만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가슴이 커져있었다.

불행한 일이었다.

아니, 불행하다기보단.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기도 하니 불행까진 아니고. 아쉽다는 정도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과 함께. 흘끔, 다시 마야의 가슴을 몰래 쳐다봤다.

슬슬 이전의 에루나와 비등할 것 같은 가슴이었다. 계속 성장하는 중이라면 어쩌면 언젠가는 루시아랑 쌍벽을 이루는 게 아닐까 싶었다.

루시아와 같은 가슴이이라니.

너무 꿈만 같은 이야기여서 믿겨지지 않았다.

그런 가슴이 세상에 더 존재해도 좋은 걸까.


어려운 문제였다.


루시아의 가슴만으로도 세상의 반은 평화로워질 지경인데 거기에 마야의 가슴마저 그런 수준이 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세상의 갈등이 사라질지도 몰랐다. 아니, 과유불급이라고 뭔가 일이 터지는 걸지도 몰랐다.


세상의 이치는 본디 그러했다. 어딘가 과하면 다른 곳이 부족해진다.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하기 전이나 후나 전혀 변함이 없는 크리샤의 가슴과, 잠만 자고 일어났는데도 한사이즈 이상이 자라난 마야의 가슴이 바로 그런 예였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지금이라도 확인해두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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