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7화 〉177화 (177/370)



〈 177화 〉177화

그런 나에게 아르카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안고 있던 그녀를 침대 위로 던졌다.

“아흣! 이게 지금 무슨 짓... 이, 야아...?”

침대 위에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진 아르카가 내 폭거에 항의하듯, 말을 잇다가. 이내 입술을 다물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나는 아르카의 질문에 대답해줬다.

“무슨 짓이긴, 내 마음대로 하라며.”


다른 누구도 아닌, 아르카를.

드래곤을 그 말대로 내 마음대로 할 생각일 뿐이었다.

그녀가 바라던 대로.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생각이야.”

“읏...?! 아팟?!”

그대로 아르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자, 갑작스럽게 머리채를 붙잡힌 아르카로부터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그런 아르카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아르카.”


지금부터 너를.

“내 마음대로 범할 생각이야.”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혹은 장난이지, 면박을 줄 생각이었던 건지 아니면 농담으로 치부할 생각이었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내 대답은 하나였다.


나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으붑!? 윽...?!”

내게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던 아르카의 입술에, 억지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쑤셔 넣었다. 당혹으로 일그러져있던 아르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미노타우로스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다른 녀석들이 하는 걸 봤을 테니,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내 말에, 절반도 채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불구하고, 입안을 가득 채운 드래곤 슬레이어에 어쩔  몰라 하던 아르카가 움찔하고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한 것처럼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 근력은 아르카의 것을 훨씬 웃돌고 있었다. 폼으로 아네스타에게 대련을 빌미로 얻어터지고, 바록과 바쿠와 운동을  것이 아니란 거였다.

“아르카, 혹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조금 도와줄까, 하고.


내 속삭임에 아르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 대신에, 대답이라고 하기엔 뭐했지만. 어쨌거나 아르카가 토해낸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흐븝?!”


꾸욱, 하고 아르카의 머리를 짓누르자. 아르카의 입속으로 드래곤 슬레이어가 파고들었다. 단숨에 나머지 절반까지, 아르카의 입안으로 파고들어가자, 숨을 쉬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인 입술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감싸왔다.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목젖에 닿은 감촉, 입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토해내기 위해 움직여오는 입술의 흔들림, 숨구멍을 찾기 위해 흔들리는 혀가,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자극으로 돌아왔다.

억지로 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억지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건 이것대로 색다른 게 나쁘진 않았다.


그때도 마음만 먹었더라면, 이랬으려나.

벌써 몇 년이나 지난 것 같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추억을. 처음 이 세계에 소환됐을 때를 떠올렸다.

드래곤들의 마법진을 통해 이 세계에 막 소환됐을 당시에, 나에게  아이를 임신시켜달라고 말했던 그녀들에게. 그때랑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내 앞에 엎드리게 하고서, 내 마음대로 그녀들을 안았더라면 이랬을까.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애당초 그럴 목적으로 소환했던 것이 나였으니까. 아무런 반항도 없이 그저 나와 살을 섞었을지도 몰랐다.

당시 아직 인간을 질색하던 크리샤라면,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억지로 다물린 입술에 물건을 쑤시고, 내 멋대로 범하고. 순수했을 터인 그녀들의 순결을 빼앗고, 허리를 흔들다가 끝내는 안에 마음대로 사정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본래 내가 소환된 이유'를 그대로 선택했더라면.

그렇게  마음대로 그녀들을 안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이내 머릿속에서, 지금에와서 떠올려봤자 우습기만 한 가정은 지워버렸다.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 대신에, 지금에 충실해지기로 했다.

“읍, 으웁...?!”

천천히 허리를 흔들자, 입안을 범해지는 아르카로부터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한가지 충고하자면, 너무 싫어하면 오히려 괴로우니까 익숙해지는  좋을 거야.”

 말에 이딴걸 어떻게 익숙해지라는 거냐는 듯, 나를 노려보는 아르카가 보였다. 입안에 내 성기를  채로 그렇게 노려봤자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었지만.


아르카의 입안에서 한층 더 발기하기 시작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크기를, 아르카가 불편하지 않게 조절하면서 생각했다.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서로가 기분이 좋은 것보단 못하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도와주기로 했다.


카마수트라.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카마수트라’가 활성화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효과를 발동합니다.]

“흡...?!”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과 동시에, 아르카의 반응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읏?! 읍?! 흡...”

허리를 튕길 때마다, 움찔움찔하고 아르카의 몸이 떨려왔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내가 모른 척 물었다.

“어때, 아까보다는 마음에 들어?”

내 말에 흠칫하고, 아르카가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판단했는지 아까보다 훨씬,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옳은 판단이었다. 확실히 내가 한 짓이긴 했으니까..

단지, 내 좆을 문 채로 그렇게 노려봐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흐긋...?!♥”


허리를 찔러 넣자, 다시 한 번  깊숙이 드래곤 슬레이어로 범해진 아르카가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그런 아르카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흡, 쿠흡...”


흠칫흠칫, 뺨을 만져질 뿐인데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삼킨 아르카의 입술이, 혀가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까지도 예민해져 있는 그녀의 몸이, 성감대가 아닌 곳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애무하듯이, 그런 아르카의 뺨을 어루만지자 떨림이 더욱 격해져갔다. 입으로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 채로, 내게 아무런 저항도 못한  아르카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을 말해주기로 했다.

“기분 좋지? 딱히, 내가 이상한 짓을  건 아니니까 그렇게 노려보진 말고.”


내가  것은, 단순히 아르카의 성감대를 입으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더욱 정확히는, 입의 감각을 아르카의 균열과 같이 만들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아르카의 가슴에 남아있는 카마수트라의 효과, 유두민감 덕분에 이번건 고작 몇 분 남짓밖에 안 되는 시간동안만 적용될 뿐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말에 뭔가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르카의 입을 범하는데에는.


“븝...♥?! 큭...♥! 욱...♥!”

허리를 튕길 때마다 일그러지는 아르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별다른 기교도 없이 그저 입만을 빌린 것뿐인데도 금새 사정감이 일었다.


어차피 참을 생각도 없었다. 그대로 허리를 찔러 넣었다.

“흐웁♥!”

부르르, 하고. 목 깊숙이까지. 다시 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찔러 넣자 아르카가 절정한 듯 몸을 떨었다.

그런 아르카의 목 깊숙이 찔러 넣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정액을 토해냈다


뷰룻, 뷰룻하고.

사정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르카의 입술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지르듯이 자극하며 허리를 흔들때마다. 연신 신음을 흘리는 아르카가 보였다.

긴 사정이 끝나고서, 아르카의 입 밖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빼내자 아직까지 드래곤 슬레이어에 남아있던 정액이 솟구치면서, 아르카의 얼굴을 더럽혔다.

“아...”

멍한 얼굴로, 정액 투성이가 된 자신의 몸을 보고 있는 아르카가 그런 내 눈에 보였다.

“...자, 아르카.”


덕분에, 다시 방금 막 사정을 끝마친 뒤인데도 불구하고 더욱 단단하게 발기되어가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만 해도 현자타임이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놀랍도록 태세전환이 빠른 몸이었다. 싫다는 건 아니었다.

나도  더 즐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대로 끝, 그렇게 말하기엔 눈앞에 있는 아르카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으니까.

“처음치고는 잘했는걸. 그러니까.”

아르카의 뺨을 어루만지며, 내가 말했다.

“이제 슬슬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을 테니까... 네가 스스로 빨아봐, 아르카.”





《포용하는 대지, 아르카네아 브란시아》

두근두근.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아르카네아는 느낄 수 있었다.

입안을 범해져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한 충격 때문만이 아니었다.

“...빨라고, 내가아...? 이걸, 스스로오...?”


움찔, 하고. 말을 토해내기 위해 움직이는 입술이, 혀가. 부딪히는 이빨이. 원래라면 아무렇지도 않아야할 당연한 떨림마저도.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미 겪어본 일이었기에, 아르카네아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그리고 그녀의 시종이었던 음마가. 자신의 몸에 새겼던 감각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절정의 여운이었다.


그렇게 힘들여 입을 뗀 아르카네아를, 남자는. 이지경은 가만히 내려다봤다.


위에서 아래로.


그저, 대답을 대신해서.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만히 바라만  뿐이었다.


이쪽의 선택을 기다리듯이.

말도 안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흉측한 물건을 입술 앞에 들이민 채로.


그저 가만히 이쪽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는 이지경을 보면서. 아르카네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성기.

생식기인 것이다.


그런 것을 억지로 자신의 입에 물린 것도 모자라서, 제멋대로 움직여서... 끝내는 입안에 사정까지 한 남자가.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스스로 빨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말도 안된다.


그런 건, 짐승도 하지 않는 짓이었다.


지능이 부족한 짐승조차도, 몬스터조차도 그런 건...


‘아...’

저릿저릿, 하복부가 울렸다. 그리고 아르카네아의 머릿속에 방금의 감각이 떠올랐다.


억지로 입을 범해져서, 목 깊숙이까지 그의 성기에 찔렸을 때의 감각이. 뱃속으로, 목을 넘어서 흘러들어갔던 정액이 새긴 감각이.

“아아...”

 밖으로 새어나온 신음마저도, 방금의 감각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돌이킬 수 없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한 선택에 따라서,  이상은 돌이킬  없어져버린다고.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하염없이 끌려 다니는 수밖에 없다고.

‘차라리, 아까처럼...’

억지로 범해지는 것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라도, 그건  의지가 아니였다고 도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지경은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제야, 아르카네아는 깨달았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감히 드래곤인 자신에게.


두근두근두근.

더욱 거칠게 뛰는 심장이, 더욱 뜨거워져가는 몸이. 방금까지 제멋대로, 자신의 몸을 농락했던 남자의 시선에 반응하는 것에, 아르카네아는 몸을 떨었다.

“...싫으면, 관두는 게 어때?”


그때, 이지경이 그런 아르카네아에게 말했다.

상냥하게, 배려하듯이.

그런 이지경을 아르카네아는 올려다봤다. 미소를 띈 이지경이 아르카네아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결코, 배려하는 사람이 지을만한 표정이 아니라는 것을, 아르카네아는 알 수 있었다.

비웃음.

혹은 조롱.

그럴 때 짓는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이것도 못하면서 그렇게 큰소리쳤다니 실망인데... 마음대로 하라고 해놓고서 말이지. 펠라치오도 못해서야...”

꾸욱, 하고. 이지경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이쪽의 선택지가 지워져간다. 아르카네아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아도, 크리샤도   있던 건데.”


알면서도 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르카네아는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대체 고작  개월사이에, 이지경이란 인간이 너무나도 바뀌어버렸다는 것도.


“뭐, 그래도 별 수 없지. 그렇지?”


‘이런 거...’

안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아르카네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에...’

“...내가, 고작 그런 것도 못할거라고, 생각  거야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은 제멋대로 그런 말을 내뱉었다.


루시아야 그렇다치더라도, 크리샤에게조차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굴욕이었기에. 그것이 이지경의 함정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하는  밖에 없었다.

‘잊지 마,  번째는 누가 뭐래도...’


‘크리샤, 너라고?’


뾰루퉁한 얼굴로, 자신의 말을 빼앗은 이지경을 흘겨보던 크리샤를 떠올린 아르카네아가 입을 열었다.

“그, 힘만 강한 깡둥이보다는, 내가 훨씬 잘할 자신 있거드은?”

‘조금, 조금이라며언...’

입과 생각이 제각각, 다른 말을 내뱉으면서. 아르카네아는 몸을 일으켰다. 후들후들, 다리가 떨려서, 고작해봐야 무릎을 꿇고 앉은 것에 불과했지만.


“나중에, 그만해달라고 빌어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아. 각오하라고오.”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흘러나올 것 같은 신음을 억누르면서. 겨우 그렇게 말한 아르카네아에게 이지경이 말했다.


“응,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아르카. 그리고, 기대할테니까 열심히해봐.”


즐거운 듯, 흥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하는 이지경을 보며. 아르카네아는 손을 뻗어서,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지경의 성기를 붙잡았다.


방금까지, 자신의 목을 범했던 것을.

혈관이 도드라져서, 보기만해도 꺼림칙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기둥의 중간을 붙잡은 아르카네아는, 그것만으로도 몸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제로 뜨거워져갔다.


두근두근, 혈관을 타고 뛰는 것이 느껴지는 고동이. 불에 닿은 듯한 뜨거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 기다려줄까?”


“읏... 지금, 지금하면 되잖아아?!”


얼마나 됐다고, 다시 자존심을 콕 찔러오는 이지경의 말에 아르카네아는 마음을 다잡고서. 그대로 기둥의 끝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스스로 핥았다.


‘아...♥’

이상한 맛.

그리고.


‘역시, 이거어... 기분 좋아♥’


찌르르, 하고. 등골을 타고 흘러오는 쾌락에 아르카네아가 몸을 떨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