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176화
“에네스타, 그쯤해둬.”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아르카의 유두 끝을 입술로 물고 있던 에네스타가 마치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곧장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기쁜 듯 미소 지으며 내게 날아들었다.
“나의 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는 에네스타를 보며 재빨리 영창했다.
"그림자의 손."
내 그림자 밑에서부터 솟구친 그림자의 손들이, 그런 에네스타를 향해 뻗쳐나갔다.
크리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속성을 그대로 얻은 덕분에 짧은 영창만으로도 생성된 그림자의 손들이 촉수처럼 에네스타의 몸을 붙잡았다.
"하앙♥"
그러자 에네스타가 그림자의 손에 붙잡혀서는 신음을 내뱉었다. 내 명예를 위해서 말하건데,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지 혼자 그런거였다.
그렇게 내게 팔을 벌리고서 날아들던 모습 그대로 붙잡힌 에네스타를 지나치자 그런 나에게 에네스타가 말했다.
"아아… 그런… 너무해요. 주인님…♥"
무척이나 애달픈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에네스타였지만 동정심은 전혀 일지 않았다.
에네스타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이 나타에게 사정한 이후인데도 여전히 발기된 상태인 드래곤 슬레이어였기 때문이었다.
침을 삼키며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에네스타의 눈을 보면 들려고 했던 동정심도 수그러 들 지경이었다.
그런 에네스타를 무시한 나는 옆에 있던 에오시스 자매들에게 말했다.
“나타, 모네, 에샤. 너희들이 에네스타랑 좀 어울리고 있으렴.”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자, 고모님. 이번에는 저희랑 같이 놀아요♥”
"아주 조금이라면… 주인님께 받은 정액, 나눠줄 수 있다구요?♥"
내 말에 입가에 미소를 띤 에오시스 자매들이 그림자의 손에 속박된 에네스타에게 다가가는 것을 본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걸로 에네스타는 잠깐 동안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 사이에 아르카를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는 흐리멍덩한 눈을 이쪽으로 향한 채 호흡을 고르고 있는 아르카가 보였다.
에네스타에게 상당히 시달렸는지 온몸이 타액과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타액은 둘째 치고 애액은 에네스타의 것만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썩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음마의 체액에는 최음 효과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이니만큼 제대로 먹히진 않겠지만 이미 크리샤를 전례로 아예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본래 효과보다는 덜하더라도 통하긴 통한다는 거였다. 그런 것으로 샤워라도 한 것처럼 온몸을 적신 아르카를,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음마의 여왕인 에네스타가 애무했다.
다소 효과가 덜 들었더라도 충분히 차고 넘쳤을 것이다.
아마 몸에 밀려드는 쾌락으로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도 몇 번이고 경험했던 것이니만큼 지금의 아르카가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아르카는 인간이 아니라 정신력이라면 타종을 불허하는 드래곤이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괴롭힘 당했다고 어떻게 되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녹초가 되어 뻗어 있긴 하지만…
아직 아르카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하필이면 아직 아르카에게 걸었던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끝나기도 전이였던 것도 한몫했을 뿐이었다.
뭐, 중요한건 아직 첫 경험도 치르지 않은 아르카로써는 너무 큰 자극이었을 거란 거다.
“아르카, 좀 괜찮아?”
막상 가까이서 아르카를 보니 에네스타를 너무 내버려둔 것 같아서 걱정이 들었다.
몇 번인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는 아르카를 보니 더더욱.
이걸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 눈에, 아르카의 눈동자에 빛이 깃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르카가 숨을 몰아쉬며 입을 벌렸다.
“너어... 흐읏…♥ 너어…!”
딱 봐도 좋은 소리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자고로 잔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다면 안 듣는 쪽이 쌍방으로 좋은 법이었다. 잔소리를 하는 쪽도 듣는 쪽도 기분이 나빠질 뿐이었다. 막상 하고 있는 쪽도 마구 쏟아내다보면 기분이 풀리기는 커녕 도리어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르카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선수를 쳤다. 잔뜩 붉게 달아오른 아르카의 몸을 안아든 내가 말했다.
“됐으니까, 일단 내 방에 가서 좀 쉬자.”
“흐응...♥!”
내게 안긴 아르카가 그저 살짝 몸에 닿았을 뿐인데도 신음을 삼키며 흠칫흠칫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이런 꼴이 되었으면서도 용케 정신줄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니, 드래곤을 이런 꼴로 만든 에네스타를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음마로 각성한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것치고는 대단한 성장이었다. 같이 각성한 에오시스 자매들도 이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여왕이라는 이름이 헛된 것만은 아닌지 타락이라고 해야 하나. 적응이 지나치게 빨라서 난감했다.
언젠가 그런 에네스타에 대한걸 말했을 때, 에루나가 나를 빤히 보면서 '에네스타의 경우는 특히 주인님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하고 말했지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에네스타가 음란해진 것에 내 영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에네스타 말고도, 에오시스 자매들마저 음마로 다시 태어난 것도 내 영향이 받아서라고 들었는데, 이 또한 실감이 가질 않았다.
대체 내 영향을 어떻게 받으면 음마가 된다는 건가.
좀 더 순수하고, 뭐 그런 게 된다면 몰라도. 적어도 내 영향을 받은 거라면 그래야 했다. 헌데 내 영향을 받아서 각성한 것들이 하나같이 음마라던가 뭐 그런 거였다. 아, 흡정마도 있었다.
아무튼 그런 사소한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아르카부터 챙겨서 방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내 팔을 꾸욱하고 붙들어 잡은 아르카가 나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으니까아.... 내려줘어.”
"뭐라고?"
이상한 것을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잘못들은게 아니었다. 나는 내 팔을 간신히 붙잡고서 숨을 헐떡이는 아르카를 보며 되물었다.
“…괜찮다고?”
그런 내 말에 아르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애, 내가 이런 것 가지고오,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거야아?”
"……"
될거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미 어떻게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붉게 달아올라서 간헐적으로 흠칫흠칫 떨리는 아르카의 몸이 손끝으로부터 느껴졌다.
아무리 봐도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인건 아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제 아무리 드래곤의 회복력이라고 하더라도 고작 몇 분만에 멀쩡해질리가 없었으니까.
지금도 상태가 좋지 않은 건 확실하니, 지금의 아르카의 말은 허세인게 분명했다.
누가 드래곤이 아니랄까봐 이상한 곳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헐떡여가면서도 굳이 괜찮다는 헛소리를 하는 아르카를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해봤다.
"으음…"
아까랑은 달리 이번 고민은 금방 끝났다.
헛소리에는 헛짓거리로 대응해주기로 했다.
“하흐읏...♥ 자, 잠깐 뭐하는 짓이야아?!”
아르카를 안은 상태로 가슴을 움켜쥐자 신음을 토했던 아르카가 째릿하고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대답했다.
“괜찮다길래. 근데…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그거야, 네가 갑자기 만지니까아...!”
“그럼 갑자기 안 만지면 되겠네? 언제 만질까?”
가슴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을 풀며 그렇게 말하자. 내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못하는 아르카가 보였다.
그런 그녀의 가슴 위에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서 여전히 발딱 서있는 유두에 닿을락말락하게 올렸다.
대답이 없다는 건, 아직 인정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이런건 확실히 정해두는 쪽이 나중에 편했다.
내가 가슴에 다시 손을 가져가자 긴장된 얼굴로 날 보는 아르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말만 해. 어쩔까? 지금 만질까?”
“너어…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아...?”
“협박이라고 생각한다면야.”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여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내가아, 이런 걸로오...”
그런 나를 보며 말을 잇던 아르카의 초점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가슴 위에 올려진 내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보던 아르카가 꿀꺽하고 침을 삼키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 어디이, 해, 해보려면 어디 해보던 가아? 난 정말로오,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아…?”
...이것 봐라?
이쯤하면 아무리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드래곤인 그녀라도 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반응이었다.
아직 멀쩡한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예민해진 몸에 본래부터 약점이었던 곳인 유두였다. 만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짝 손대는 것만으로도 아르카를 절정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도 쓰다보니 내 손기술은 기능을 쓰지 않더라도 상대를 절정시킬 수준에 이른 덕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되면 아르카는 당연하게도 드래곤의 자존심이 와장창 깨질 추태를 보일게 뻔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르카 역시 알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큰 소리를 친다는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런걸 좋아하는 변태가 아니라면…
“...흐응.”
흘끔하고, 이쪽을 곁눈질하며 눈치를 보는 아르카를 보니 무언가 촉이 오는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는데, 차마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는 못하는 경우… 그래, 크리샤 덕분에 많이도 경험한, 그거였다.
크리샤 덕분에 내 눈치도 어느 정도 올라서, 지금 아르카의 모습을 보며 내가 뭘 해야할 지도 알 수 있었다.
꾸욱.
"꺄응?!♥"
아르카의 유두 끝을 꼬집자,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절제고, 뭐고 없는. 오로지 쾌락에 부쳐 새어나온 신음소리였다.
그 아르카가 낸 소리치고는 꽤나 귀여운 신음소리였다.
"자, 잠깐마안… 또 갑자기…♥"
아르카 역시 자신이 그런 소리를 낼 줄 몰랐는지 잔뜩 붉어진 얼굴이었다. 허둥지둥하면서, 내게 안긴 채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르카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해보려면 해보라매?”
허락도 받았겠다, 아르카의 바람대로 해주기로 했다.
"네가 원한거니까. 뒷일은 내가 책임 안진다? 아르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