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175화
“대체 뭘 하는 건지...”
무사히 에오시스 자매들을 깨우고 나서 에네스타가 뭘 하나 확인 차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우웅...?”
“나타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마저 핥아라.”
내 중얼거림을 듣고서 고개를 들어올렸던 나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말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인 나타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츄웁...♥ 하움♥♥”
그러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핥짝이기 시작한 나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생각했다.
생각이란 것은 신기한 게 막상 뭔가 떠올리려고 마음을 먹고 생각하면 도무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없는 법이었다. 지금의 나도 그랬다. 막상 생각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거의 멍하니 나타의 혀 감촉을 즐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음마답게, 나타의 혀는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이렇다할 테크닉도 없이 그저 핥을 뿐인데도, 마치 균열 안에 넣은 듯한 쾌락이 전해져왔다.
문제는 지금 이런걸 즐길 때가 아니란 거였다.
일단 머릿속을 환기시키고서. 다시 아르카와 에네스타를 바라봤다.
“자아♥ 여기는 어떤가요, 아르카네아님♥”
“그마안... 이제 그마안♥”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를 띠운 채로, 아르카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희롱하며 그렇게 묻는 에네스타와 그 밑에서 움찔움찔 몸을 떨며 헐떡이는 아르카가 그런 내 눈에 보였다.
머릿속을 깔끔하게 비우고서 다시 본 그 광경은, 재차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뭔가 떠오를 새도 없이 다시 나타의 펠라치오가 전해주는 쾌락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긴 답이 없는 상황이긴 했다. 저기서 무슨 답을 도출해야할지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그냥 나타의 펠라치오를 즐기는 쪽이 훨씬 생산성이 높아보였다.
이쪽은 어떻게 보면 식사를 겸하고 있는 것이니 생산적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쪽보다 나은 것은 분명했다.
다시 시선을 옮겨서, 나타를 비롯한 에오시스 자매들을 바라봤다.
마치 맛있는 걸 먹는 듯이, 행복한 표정으로 입술과 혀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핥짝이고 있는 나타와 그 옆에서 부럽다는 듯이 그런 나타를 보고 있는 모네와 에샤가 사이좋게 서로의 몸을 애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쪽과는 달리 무척이나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밀쳐내고 달라붙고, 벗기려하고 그걸 막아내고.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고, 그걸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더욱 희롱하는 아르카와 에네스타를 보니 온 세상의 갈등이 한 곳에 모인 것 같았다.
그에 비한다면 여기는 평화와 조화 그 자체였다.
응.
이걸 보니 확실해졌다.
되도록이면 저쪽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게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아직 나타의 배가 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네스타 바로 다음으로 잠에서 깨어난 나타였지만, 에오시스 자매들 중 맏이인 그녀는 동생들이 깨어날 때까지, 또 그녀들이 배를 채울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마지막이 돼서야, 이제 겨우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실로 우애 깊은 자매라고 할 수 있었다.
잠깐 방치했다고 홀랑 다른 곳으로 가서 사고를 치고 있는 에네스타에 비한다면 착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급식이 좀 늦게 나온다해서 곧바로 다른 곳에서 밥을 차려먹는, 그것도 배가 부르지도 않는 분식을 먹고 있는 에네스타랑은 달리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한창 행복해하며 드래곤 슬레이어를 핥고 있는 나타에게 에네스타를 상대해야하니 다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둘째로는 저기에 내가 끼어든다면 썩 좋은 일은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예감을 무시해서 좋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루시아가 나타로 폴리모프해서 나를 낚으려고 했을 때도, 로로 때의 일도, 크리샤의 온천에 쳐들어갔을 때도, 아리스를 처음 만났을 때도. 항상 불안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고는 했었다. 그러므로 이 또한 좋은 이유가 됐다.
매번 뒤통수가 가려울 때마다, 어김없이 후두려 맞다보면 알아서 피하게 되는 법이었다. 여기서는 건들지 말라하는 내 본능을 믿는 쪽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보기만 하는 것도 썩 괜찮은데.”
아르카도 에네스타도, 미인이었다. 애초부터 우월한 종족 보정인지, 절색인 아르카나 본래 아름다운 걸로 유명한 종족인 엘프였던데다가, 음마로 각성하면서 색정적인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바뀌어버린 에네스타나, 미인이란 것이었다. 그런 둘이 거진 알몸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엉겨붙어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
다른 누군가가 봤더라면 잘 만들어진 예술작품이라도 보는 듯한 감동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마 지금이 평범하게 침대 위에서 일어나는 플레이어의 일환 중 하나였더라면, 나도 아마 옆에 앉아서 구경이나 했을 지도 몰랐다.
“뭐, 핑계기는 한데.”
사실은 그냥 귀찮았다.
나타의 경우에는 그냥 지금 당장 해결할 수도 있고, 내 예감이란 것도 항상 맞는 것도 아니었다. 예술작품이라고는 했지만, 정말로 내버려뒀다가는 그 뒤에 있을 후환이 더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에네스타의 폭주와 드래곤인 아르카의 폭주, 어느 쪽이 더 두렵냐고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후자인 법이니까.
하지만 귀찮았다. 에네스타에 이어서 에오시스 자매들을 깨우고, 또 에오시스 자매들은 나타를 제외하면 모두 배를 채우고 난 뒤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타만 빼고서 각자 한 번씩은 이미 내 정액을 마시고 난 이후라는 것이 됐다.
그녀들을 깨우기 위해서 마력 주입을 위해 한 번씩, 또 일주일간의 식사를 겸해서 한 번씩. 이미 손가락이 양손으로 가득 채워질 만큼 사정했다.
평범한 남자였더라도 진작 지쳐서 쓰러졌을 것이었다. 나야 그간 먹어댔던 영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것도 하다보면 늘기라도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기능 카마수트라의 덕분인지. 아직 거뜬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치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육체적으로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피로해지는 법이었다. 연이은 사정 덕분에 이쪽은 여러 모로 만사가 귀찮았다.
이른바 현자상태였다.
연이어서 몇 번이고 사정하고 난다면 누구라도 강제로 현자가 되고 말겠지만, 나도 지금 그런 느낌이었다.
자고로 현명한 자란 화를 피하고, 스스로 위험에 처하지 않는 자라 했으니 지금처럼 평화로운 공간에서 벗어나서 아르카나 에네스타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일단 에네스타의 경우에는 내버려둔다면 아르카를 어떻게 해버릴 것 같았다.
난감한 일이었다.
“...나타, 입을 벌려라.”
한참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내가 나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내 밑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핥고 있던 나타가 나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 하고 입을 벌리는 나타에게 말했다.
“흘리면 아까우니까 제대로 마셔라?”
이미 적지 않은 마력을 사정과 함께 사용한 뒤라서 정말로 아까운 마력이었다. 물론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흘릴 리야 없겠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타의 기대어린 눈동자를 보니까 만약 흘리더라도 그대로 바닥까지 핥을 기세였다.
나쁘지 않았다. 어찌됐건 정액을 받아낼 준비를 마친 듯한 나타를 보고서, 나는 사정을 시작했다.
카마수트라의 효과로 내가 원한다면 언제, 얼마든지 사정이 가능한 편리한 몸이 된 덕분에 아직 사정하기엔 조금 부족하긴 해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억지로 사정하는 것도 아니고, 나타의 펠라치오 덕분에 충분히 사정감이 이른 상태였다.
울컥이며 나오기 시작한 정액을 나타가 받아마셨다. 마치 달콤한 꿀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액을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조심스레 입술을 오물거리며 정액을 받아 마시는 나타가 보였다.
그렇게 몇 분 정도가 흐르고서, 사정이 끝나고. 마지막 한 방울 남아있던 정액을 마저 핥아내고서, 맛을 음미하며 행복해하는 나타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끝."
내 말에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짓던 나타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훑던 입술을 떼어 냈다.
가느다랗게, 나타의 타액으로 이루어진 실선이 그런 그녀의 입술과 드래곤 슬레이어 사이에 이어지다가, 뚝하고 끊어졌다.
에오시스 자매들 중에서, 맏이인 나타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허기를 달랬으니 남은 건 한명뿐이었다.
가장 먼저 깨고 나서, 지금도 한창 아르카를 희롱하기 바쁜 에네스타였다.
고개를 돌려 그 에네스타가 있는 쪽을 보자 방금까진 그나마 옷이랄 것이 남아 있었던 아르카는 어느새 홀딱 벗겨져 있었다.
“...조금만 더 고민했으면 위험했겠는데?”
배가 고플 경우에는 이성보다는 음마로써의 본성이 강하게 나오는 모양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저 꼴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욱신거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르카의 호감도가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정도일까.
어쩌면 그런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고,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갑자기 뚝하고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거라면 그렇게 떨어진 호감도는 또 어떻게 올려야될지 막막할 것 같았다.
“...아르카가 좋아할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그리고 에네스타를 어떻게 할 방법도.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