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3화 〉173화 (173/370)



〈 173화 〉173화

그렇게 변해버렸던 루시아와, 크리샤가 이미 변해버렸지만 말이다.

‘...루시아도 그런 나랑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이.’

선채로 구경하는 것도 뭐해진 아르카네아가, 침대에 걸터앉고서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섹스를 구경했다.


자신보다도 먼저 성체가 되었고, 가장 드래곤다웠던 루시아가 눈앞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르카네아는 처음으로 잠에서 깬 기분이 들었다. 아니, 잠에서 깨버렸다. 잠결에 헛것이라도 들었나 싶어서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서, 잠기운을 죄다 날려버렸으니 잠에서 깰 만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잠에서 깨고 난 뒤에 다시 들어도, 루시아의 말은 변하지 않았다.

이지경에게 안겼고, 그를 사랑하게 됐노라고. 루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혹시라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은 잠깐 모두가 모였을 때... 그녀가 보여준 모습으로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줬다.

크리샤가, 이지경에게 행했던 공격에 아르카네아는 평소와 다르게 격분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인간을, 이지경을 보고서 제법이다고 생각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가면이나 뒤집어  여자를 꼬셨는지 잠깐이지만 호기심이 일었었다. 곧, 그것마저 지루해져서, 다시 잠에 들었지만...

그런 자신을 깨운 것은, 크리샤마저 이지경에게 빠지고, 그의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였다. 루시아도 모잘라서, 그 크리샤마저 남자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르카네아는 무심코  남자의 다음 차례가 누군지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라는  알 수 있었다.

혹시나 나도... 하고 그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기인 확실히 저런 거언, 선대도 경험해본 적이 없던 거니까아 그런 걸지도오...’

평생 홀로 살다가, 그대로 마왕의 저주를 받아 스스로 알로 되돌아간 선대들은 남녀 간의 교접같은  진즉에 포기한 채로 유희나 즐기던 막장 드래곤들이었다.

드래곤들이 아무리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지내는 종족이긴 했지만, 그들이 한 짓거리는 같은 드래곤인 그녀가 봐도 분명히 막장이라고 칭할 만 했다.   하나는 부모나 마찬가지인 존재였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평가는 여전했다.

최소한의 의무만 다할 뿐 놀기 바빴던 드래곤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경험한 것도 많아서, 자신의 만성 지루함을 더욱 심화시키게 만들었지만 그런 그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딱 하나 남아있었다.


바로 남녀간의 교접이었다. 고작 여섯밖에 남지 않은 그들로써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심지어 그들의 본래 계획은, 자신들이  죽어갈 쯔음에 제비뽑기로 파트너를 정하고서 알만 낳는 것으로 합의를 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다른 드래곤들에게 있어서도  남자의 존재는 매우 특이한 경우란 것이 됐다.


현재 남아있는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저 남자는 그저 '아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녀들에게 있어서 가장 강렬한 경험을, 진실로 처음인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였다.

맹세로서 합의된, 유일하게 그녀들은 안을 수 있는 존재이자, 그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드래곤의 반려니까.

‘이지경... 베헤노스라아...’

재미있게도 '축복받은 대지'라는 의미의 이름을 갖고 있는 드래곤의 반려로써 소환된 남자.


그리고 대지의 다른 고대어인, '네아'를 가진 크리샤와 자신의 이름을 떠올린 아르카네아는 웃었다.


적어도, 크리샤의 경우에는 남자의 이름대로,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가장 혐오하던 인간을, 이지경이란 인간 남자를 통해서 사랑하게 되었으니, 성장이라면 성장이었고, 그걸 축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도오, 바뀌게 되는 거려나아.’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던 아르카네아의 눈에 이지경이 여자의 몸을 강하게 억누르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아, 끝났다.’

그 역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정인가아, 하고.

그것을 보며 머릿속에 떠올린 단어를 중얼거리던 아르카네아는 무심코 허벅지를 쓸어내렸다가, 이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젖었어?’

아까처럼 애무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이지경이 다른 여자를 안는 것을 보았을 뿐인데도, 젖어드는 균열을 본 아르카네아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설마아...’


그럴 리가 없다고, 지금것도 아까 남아있던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한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었다. 아르카네아가 드레스 밑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던 순간이었다.

“무슨  있어?”

이지경이 그런 아르케네아를 보며 물었다. 당황한 아르카네아가 황급하게 손을 빼내고서 그런 이지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눈에 보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아르카?”

“...아무것도 아니야아. 그나저나아...”

너야말로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아르카네아는 묻고 싶었다.

예의 마력을 공급받으면 깨어난다는 말대로. 루시아의 가디언이었던 엘프는, 에네스타는 정말로 잠에서 일어나 있었다.


거기까진 이해가 됐다. 들은 대로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에네스타가 일어나고서 하고 있는 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아♥♥ 음, 츄우웁...♥”


무언가 맛있는 것이라도 먹는 것처럼, 새하얗게, 정액과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이된 성기를 입에 물고서 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심코 시선이 가는 그것으로부터 억지로 고개를 돌리고서, 아르카네아가 말했다.

“...그으, 다른 애들도 깨워야하는 거 아냐아?”

“그렇긴 한데... 안놔줘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서,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성기를 물고 빨고 있는 에네스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이지경을 보게 된 아르카네이는 경악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것도 설마아, 섹스인건가아?’


미노타우로스간의 교미중에는 절대로 볼 수 없던 광경이었지만, 둘의 태도로 볼 때는 저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하기는, 한쪽은 인간이고오 다른 한쪽도 원래는 엘프였으니까아...’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랑 비교하는 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언젠가 저런걸 해야 한다는 뜻일까.


아르카네아는, 방금까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왔던... 이지경의 성기를 입에 물고서 빠는 것을 상상해봤다.

“으으음...?”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 아르카네아를 보고서, 이지경이 말했다.

"몸이 안 좋으면 방에서 쉬어도 되는데... 데려다줄까?"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려 애쓰며 침음을 흘린 아르카네아를 보고서, 몸이 안좋아진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묻는 이지경의 말에 아르카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이, 괜찮으니까아... 응, 괜찮으니까아 마저 해.”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아, 에네스타. 이제 슬슬 나타도 깨워야하니까 그만 해.”

“푸하♥ 하지만, 나의 주... 아직 이렇게나 더러운 곳이 남았는데...♥”

“그걸 맛있어라 빨던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냐? 아무튼, 나중에 하면 되니까, 알겠지?”

그렇게 말하는 이지경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에네스타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이지경은 아직 잠들어있는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곧바로, 방금까지 엘프가 빨고 있던 성기를 재차 잠든 여자에게 밀어넣는 것을 본 아르카네아는, 다시 자신의 드레스 밑으로 속옷을 확인했다.


“......”


그리고 더 이상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을, 눈으로 보게 되었다.

분명, 이지경의 마법으로 깔끔해졌을 자신이 속옷이, 어느새인가 다시 젖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애액으로 그렇게 된 것임을, 아르카네아는 부정할 수도 없었다.

“...아하♥”

그리고 그때, 몸을 감싸오는 검은 연기가 아르카네아의 눈에 보였다.

 연기가, 방금까지 이지경의 성기를 물며 헤실거리고 있던, 조금 바보 같아진 옛 루시아의 검주인 에네스타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역시. 그리고 방금까지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인지, 무척이나 음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래곤이 갖고 있는 예민한 감각이, 저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검은 연기가, 더듬듯이 몸을 훑어오는 것을 본 아르카네아가 마법을 펼치려다가, 방에 들어오기 전에 했던 약속을 떠올리고서 멈칫했을 때였다. 그런 아르카네아의 입을 에네스타가 틀어막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쓸쓸해 보이시네요♥ 아르카네아님♥”

이윽고, 그런 아르카네아의 살에 얼굴을 묻고서, 코울대를 울리던 에네스타가 하아, 하고 뜨겁기 그지없는 한숨을 토하며 중얼거렸다.

“으응♥ 주의 냄새...♥ 주께서 참 얄궃으시네요. 아르카네아님을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방치해두시다니...♥”

“읍, 으읍...!”


그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막혀진 입은 영창도,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영창 마법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때.


“자아, 그럼... 주께서 달아오르게만 하고서, 방치된 사이끼리... 친해져볼까요♥”

스윽, 하고. 드레스를 들추며 들어온 에네스타의 꼬리가, 애액으로 젖어있던 속옷 위로 균열을 더듬었다.


“으흡...!?”

닿은 것만으로도, 이전에 이지경이 더듬었을 때와 같은 쾌락이 아르카네아의 허리를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다.


“어떤가요♥ 주인님이 만지시는 것과, 같은 느낌이죠♥”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하듯이 말해오는 에네스타가, 앙하고 아르카네아의 귓덜미를 깨물며 말했다.


“주인님의 힘을 일부 사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답니다. 크리샤네아님도 무척이나 좋아하셨으니까, 아르카네아님도 만족하실 게 분명하겠죠♥”

“읍, 으으읍?!”

“자아, 그러엄...♥”

꾸욱하고, 아르카네아의 등에 대고 가슴을 눌러오며 에네스타가 말하는 것이, 아르카네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음마가 보여주는, 기분 좋은 꿈. 아무쪼록 기분 좋게 즐겨주세요♥”




“...아, 저거 또 저러네.”

찔꺽, 하고 나타의 균열이 안을 파고들어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에네스타가 아르카에게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지켜보았다.

아직 배가 고파서, 제정신이 아닌 에네스타가 또 사고를 치고 있었다. 전에도 크리샤랑 나한테 저러더만, 이번에는 아르카였다.


말릴까, 말까.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나타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뭐,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에네스타였지만 그래도 선은 지키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아르카의 경우에는 방에 들어오기 전에 맹세를 해뒀으니 큰 일은 일어나지도 않을 거다. 그럼, 내가 해야 할 건 정해져 있었다.

나는 나타의 허벅지를 붙잡고서, 허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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