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164화
생각 끝에, 크리샤의 아이디어가 상당히 그럴듯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크리샤의 아이디어의 요지는 이랬다.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내 성기를 용화, 드래곤의 그것으로 바꾸자는 거였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지만, 가능성은 있어보였다.
크리샤와 나. 본질적으로 드래곤과 인간이라는 차이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용화라는 꼼수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용화를 통한 변화는 비록 부분적이고 진짜 드래곤이 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긴 했지만, 일단은 드래곤이긴 드래곤이었다. 이름부터가 용화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용화한 상태라면, 아예 인간인 지금과 비교해서 무언가 달라져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일단은 크리샤와 동격, 드래곤이 되는 셈이니까... 크리샤의 말대로, 지금보다는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었다.
“...괜찮은데?”
거기까지 생각에 미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시 생각해봤지만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지? 좋은 생각인 것 같지?”
그런 내 말에 기쁜 듯이 말하는 크리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좋은 생각인 것 같긴 하네.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문제점이라니?"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이는 크리샤가 보였다. 크리샤는 용화가 갖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니, 사실 그 부작용뿐만이 아니라 신경 써야할 부분이 더 있기는 했다.
제일 첫 문제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애당초 지금 크리샤가 낸 아이디어의 근거가 되는 것은 백년도 전에 쓰였던 책 한 권뿐이었다.
물론, 책의 저자였던 초월자가 수십 년을 걸쳐 연구한 것이니만큼 내용 자체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단지 신빙성이 있으니까 해보자, 하고 곧바로 시도하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야 다른 곳도 아니고 그곳을 용화시키는 거였다. 만약 문제라도 생긴다면... 심각하게 난감한 일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이 용화라는 것이 무척이나 피곤하다는 거였다.
막상 정말로 드래곤 슬레이어만 용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걸 유지한 상태에서 크리샤와 관계를 맺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뭐, 결국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될지 안될지, 시도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니 말이다.
나는 슬쩍, 크리샤를 살펴봤다.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했다가, 부정적인 내 말에 실망한 듯한 크리샤가 그런 내 눈에 비쳐보였다.
...뭐, 설마 떨어져나가지는 않겠지.
아니, 떨어져나가는 정도라면 마법으로 어떻게 될거다. 아마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니까 별 일은 아닌 것 같아 크리샤."
그렇게 말하고서, 내 품에 있던 크리샤를 안아들었다.
"그러니까. 말 나온 김에 한 번 해볼까?”
“응?”
내 말에 놀란 듯한 크리샤가 보였다. 그런 크리샤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한 번 해보자고.”
“...지금? 하지만, 곧 있으면 에루나도 올텐데…”
"그걸 알면서 아까는 왜 그랬는데?"
내 말에 발갛게 얼굴을 붉히는 크리샤가 보였다. 아까, 라고 하기도 뭐할 만큼 조금 전에 졸라댔던 것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자기가 했던 것이긴 해도 부끄럽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뭐, 이해는 했다. 나도 종종 머리보다는 욕구 쪽이 앞설 때도 있었다.
아깐 크리샤가 잠시 그런 상태였을 뿐이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크리샤의 몸이 민감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자극한 내 잘못도 있고 말이다.
"뭐, 그건 됐고... 그래서, 싫어?"
애초에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섹스를 졸라댔던 크리샤가 환영하면 환영했지 거절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물은 내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던 크리샤가 이내 기대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보면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내가 먼저 해보자고 해놓고 이제와서 역시 그만두자고 할 수도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솔직히 크리샤만큼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크리샤와 섹스하는 것을 싫어하는 건 절대로 아니였다. 단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는 만큼 조금이라도 텀을 두었던 것 뿐이었다.
나도 해야할 게 잔뜩인데, 막상 크리샤를 안기 시작하면 정줄을 놓고 거기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변명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기분 좋았으니 말이다. 단순히 상성이 좋다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리샤를 안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물론 크리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루시아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섹스만 하고 지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그러자고 하면 그러고만 지내도 뭐라 할 사람은 전혀 없었지만, 최소한 인간이라는 자각이 있는 나는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섹스에 익숙해져서 쉽게 지치지도 않는 크리샤와 각종 영약을 물처럼 마셔대며 지구력을 회복하면 금새 멀쩡해져버리는 나는, 누가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하루 종일을 섹스만 하며 지낼 수 있으니 누군가 한 명쯤은 스토퍼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걸 벌써 두 드래곤과의 섹스를 통해서 드래곤들의 성욕이 얼마나 커다란지, 또 얼마나 탐욕적인지 알고 있는 내가 하고 있을 뿐이었다.
뭐, 제대로 된 스토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스토퍼 역할을 저 멀리 집어던져버렸고.
아무튼, 하기로 한 이상 확실히 하기로 했다.
결론을 내린 나는 허공에 대고 손을 쑤욱, 하고 집어넣었다.
크리샤의 마력을 통해 얻은 마법 적성 덕분에 나는 공간 속성과 대지 속성에 무척이나 높은 적성을 지니게 되었다.
드래곤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인간 이상의 적성이었다. 그런 관계로 최근에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내가 가장 먼저 습득한 마법들은 대부분 공간 마법과 대지 마법이었다.
그렇게 배운 마법 중의 하나, 미리 그려둔 마법진 위에 있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꺼낼 수 있는 마법, ‘사물 소환’을 익힌 나는 곧장 어떤 것을 만들었다.
바로 인벤토리였다.
그래, 맞다. 그 인벤토리가 맞았다.
뭐, 실상은 용량 한계가 없다시피 한 아티펙트 주머니 안에다가 마법진을 그려두고 이름만 그렇게 명명한, 짝퉁 인벤토리였지만.
성능 자체는 드래곤이 직접 만든 아티펙트인 주머니의 도움으로 게임상의 인벤토리보다도 훨씬 고성능이었다.
수량이나 최대 개수에 제한이 있던 게임의 그것과 달리 한계가 없는 인벤토리니 당연했다. 단지, 진짜 인벤토리와는 달리 안에 있는 물건들을 일일이 꺼내서 확인 해봐야하는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그것도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의 인벤토리에, 한 가지 물품만 가득 채워두면 그만이었다.
그런 이유로 여러 개 만들어둔 인벤토리 중에서, 특히 애용하는 인벤토리 안에서 수두룩하게 쌓여있던 피로회복제들을 꺼내들었다.
이거라면 용화로 인한 피로정도는 말끔하게 해소해줄 수 있을 거다. 에루나가 직접 제조한, 재료불명의 자양제들을 조합한 최상품질의 피로회복제는 더럽게 맛없다는 것과 사소한 부작용만 빼면 효과 하나는 엄청난 녀석이니까.
사소한 부작용이란 것도 들어간 재료가 뭔지는 몰라도 평범한 인간은 먹는 즉시 마력과다로 죽어버린다는 정도의 부작용일 뿐, 드래곤의 마력조차도 거뜬히 흡수하는 나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마시면 배가 불러와서 곤란할 뿐이지.
어쨌거나, 만전의 준비를 마친 만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용화를.
그 전에...
"...뭐해?"
피로회복제를 꺼내느라 잠시 놓아준 사이에, 내 다리 사이에서 기운찬 모습을 자랑하고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이지 않고 그 대신,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고 있는 크리샤가 보여서 물어봤다.
"우웅... 우움... 웅....♥"
대답은 없었다. 단지 드래곤 슬레이어를 달콤한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석구석, 혀와 입술을 사용해서 빠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대체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도 몰랐던 크리샤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굴까... 스스로에게 묻고, 금방 그 답이 나왔다.
누구긴, 나였다.
잠시 덧없는 회한을 느꼈던 나는 정신 차리고 하던 거나 마저 하기로 했다.
이전에 용화를 사용했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집중하자, 이윽고 신체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우득우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드러난 피부 위로 비늘이 솟아났다. 동시에 이전과는 달리, 검은 빛을 띈 황금색 비늘이 팔과 허벅지를 비롯한 신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보다 훨씬 많은 범위를 차지하며 나타나는 변화에 조금 식겁했지만, 아직도 가장 중요한 곳. 드래곤 슬레이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크리샤의 장난감이 되어 이리저리 핥아지거나, 입 속으로 삼켜지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치밀어 오른 사정감에, 목 깊숙히까지 드래곤 슬레이어를 삼키고 있던 크리샤의 입안에 사정할 때까지. 드래곤 슬레이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실패한 거야?"
꿀꺽, 꿀꺽. 몇 차례에 걸쳐 정액을 삼킨 크리샤가 실망한 것처럼, 딱히 아무런 변화도 없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콕콕, 찌르며 물어왔다.
순간 용화고 뭐고 때려치우고 당장 덮쳐서 크리샤가 울때까지 괴롭혀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지만, 한발 싸고 나서 그런지 그런 충동은 금방 가라앉아 버렸다.
"...저기, 잘 안되면... 일단 하고 난 뒤에도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붙잡는 크리샤를 보고 내가 말했다.
"조금만 얌전히 기다려봐."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자, 조금 토라진 얼굴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콕콕 찌르는 크리샤가 보였다.
얌전히 기다리라니까...
그래도 펠라치오를 당하는 것보단 이쪽이 나았다.
그렇게 몇 번의 용화 시도 끝에, 마침내 드래곤 슬레이어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변화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은 크리샤였다. 그야 내 드래곤 슬레이어를 무슨 오뚜기라도 되는 것 마냥 꾸욱 눌렀다가 튕겨 나오는걸 지켜보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그보다 좀 뒤였다. 갑자기 멈춰서, 아무런 말도 없는 크리샤가 이상하다 싶어서 시선을 옮겼던 내가, 뒤늦게 그 변화를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성공했다.
아마도.
이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드래곤 슬레이어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확실했다.
그 변화란 것이, 크리샤도 나도 할 말을 잃을 만큼 충격적이었을 뿐.
"......"
"......"
보고서도 믿겨지지 않는 비쥬얼에 시선을 돌렸다가 눈이 마주친 크리샤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무언으로, 이게 정말로 드래곤 슬레이어가 맞냐는 듯이 묻는 듯한 크리샤의 시선에 얼떨떨하긴 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본 크리샤의 표정이 매우 복잡미묘해지는 것이 보였다.
이해한다.
내가 크리샤의 입장이였어도 그랬을 테니까.
그만큼, 드래곤 슬레이어에 용화를 끼얹어서 나타난 변화는 충격적이었다.
크기 자체는... 솔직히 드래곤 슬레이어의 전력 상태와 비교하면 작은 편이었다. 그래도 거의 몽둥이 수준의 크기긴 했지만, 일단은 작은 편이라고는 할 수 있었다.
단지, 크기와 별개로 그 형태가 흉악했다.
마치 갈고리처럼 끝이 휜 형태에, 그것도 모잘라서 드래곤 슬레이어의 기둥을 나선을 그리며 두르고 있는 오돌토돌한 돌기가 안그래도 그로테스크해진 형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걸 굳이 비유하자면, 코르크 따개와 가장 비슷해보였다.
한참 끝에, 말을 잃었던 크리샤의 입이 열렸다.
"나, 지금 드래곤이 왜 멸종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
동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