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151화
"읍... 으읍...!"
갑작스런 키스에 날 밀쳐내려는 크리샤의 손을 붙잡고서, 계속해서 키스를 강행했다.
능력치를 체력에 몰아넣기는 했지만, 그렇다해도 지금의 내 근력은 크리샤보다는 우위에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그런 것뿐이지만.
괜찮았다.
사실 이런 건 무엇보다도 기세가 중요한 법이었다.
"응... 으응... 흣!"
혀를 밀어 넣고, 크리샤의 설육을 탐했다. 반쯤 억지로 밀어 넣은 혀를 크리샤가 거부하려고 고개를 자꾸 돌리려고 들었지만, 그것도 억지로 어떻게든 했다.
그리고.
매혹안.
아리스에게 사용하던 때부터 계속해서 활성화중이었던 매혹안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크리샤에게 효과를 발휘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매혹안'에 '크리샤네아 슈페리아'가 저항합니다.]
원체 강한 정신력을 가진 드래곤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와 상대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루시아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자에 대한 대처법을 배웠을 때, 루시아가 나에게 했던 조언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첫째로는 상대의 영창이 끝마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였다.
마법을, 마력을 다루는 자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면, 영창이 필요했다. 고위의 마법사들은 그 영창을 단축시키거나 할 수 있었지만, 어쨌거나 영창은 필요한 법이었다.
하지만 크리샤는 드래곤이었다. 영창이 없더라도 자신의 영지 안에서라면 중급 마법을 무차별로 난사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크리샤의 마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영창을 막을 수 없다면,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이 주효할 거예요. 가능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정신적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머릿속으로 사고가 불가능하게 만들면, 제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겠죠.'
처음 루시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내가 드래곤와 싸우게 됐을 경우도 상정했는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무척이나 도움이 됐다.
이걸 진작 떠올렸으면 좋았겠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거였다.
정신을 쏙 빼놓는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그 드래곤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힘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혹안을 이용했다.
내가 매혹안으로 자신을 홀리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크리샤의 감정이 일렁이는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
당혹, 의심, 분노.
여러 가지의 감정이 엿보이는 눈으로 나를 보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런 그녀에게서 빈틈이 생기는 것을 바라봤다.
카마수트라.
활성화 된 카마수트라의 알림이 귓가에 마구 들려오는 것을 들으면서.
나는 크리샤의 혀를, 내 몸에 닿은 신체를, 그녀의 온몸을. 날 떼어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려던 크리샤를.
강제로 민감하게 만들었다.
"흡...?!"
움찔하고 크리샤의 몸이 떨려왔다. 파르르, 내게서 벗어나려던 크리샤의 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도 느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저항이 약해집니다. 기능 '매혹안'의 저항에 실패합니다.]
귓가에 들려온 알림소리와 함께, 몽롱하게 풀리는 크리샤의 두 눈이 보였다.
통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될지 몰랐는데 다행히 먹혀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저항이 약해진 크리샤에게, 입술을 통해서 그녀의 마력과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순순히, 이쪽의 입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크리샤와 키스를 하며.
흡정.
직접 살을 섞고 있을 때, 섹스만큼의 효율은 나오지 않았지만, 혀와 혀가 엉킬수록, 그녀의 타액을 삼키면 삼킬수록 빠르게 회복하는 생명력과 지구력이 느껴졌다.
애초부터 크리샤의 타액, 드래곤의 체액이 어지간한 영약과 맞먹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회복하는 생명력과 지구력과 함께, 개변자에 의해 내 육체는 단숨에 멀쩡해졌다.
덕분에 아까보다 힘을 쓰기가 수월해졌다.
입술을 떼어내자, 크리샤와 내 타액으로 섞여 만들어진 실이 길게 이어졌다. 동시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크리샤가 보였다.
엄청 에로했다.
응.
내가 이렇게 만든 거긴 하지만.
무척이나 에로했다.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그럴 리가.
크리샤를 우습게 여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것뿐이야. 아니면... 싫었던 거야?”
“읏...”
내 말에 화가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붉힌 채 나를 보고 있는 크리샤에게 내가 말했다.
"크리샤, 해도 되지?"
"자, 잠깐만... 여기서...?! 시, 싫어!"
뭘 해도 되냐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크리샤는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내게 잡혀있는 손을 빼내려고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싫다고.
그 말은 다른 곳에선 괜찮다는 거였다. 동시에, 그 말은 크리샤의 화가 풀렸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사실 풀리기는 아까 실컷 날 패고 나서 풀린 것 같았지만.
어쨌거나... 여기서는 싫다고 말하는 크리샤가 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난 딱히 허락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물어본 거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크리샤의 모습을 보니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죽을 뻔해서 그런가. 실감은 없었지만 정말 까딱했다가 죽을 뻔 한걸 알아서 그런지 생존본능인지, 아니면 종족보존의 본능인지. 아무튼.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크리샤의 말을 일부러 무시했다.
그리고 크리샤의 드레스를 들춰 올리고서, 크리샤의 속옷 위로 균열을 애무...
"흐앗♥"
하려다가 터져 나오는 크리샤의 신음과 함께, 손에 닿은 감촉에 고개를 갸욱였다.
"...으응?"
더듬으며, 손끝에 닿은 것의 감촉을 느꼈다. 내가 뭘 잘못 안게 아니었다.
속옷이 없었다.
손에 닿은 거라고는 맨들맨들한, 그리고 흘러나오기 시작한 애액으로 젖어가고 있는 크리샤의 균열뿐이었다.
"...속옷은 어쨌어?"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크리샤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런 크리샤를 빤히 바라보자, 붉어지다 못해서 새빨개진 얼굴로. 크리샤가 변명하는 것이 보였다.
"어, 어쩔 수 없었다고! 계속 흘러나와서, 속옷이 더러워지니까...!"
흘러나오다니 대체 뭐가? 하고 질문 같은 걸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어젯밤 동안, 평범한 여자도 아니고 무려 드래곤의, 크리샤의 허리가 빠질 때까지 농락하고, 그 안에 퍼질라게 싸지른 장본인이 나였으니까.
흘러나와서 속옷이 더러워지게 한 것은 분명 어젯밤 동안 크리샤의 안에다가 낸 내 정액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속옷을 아예 입지 않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냥 닦아내지 그랬어."
"아, 아깝잖아?! 이게 내 안에 있어야지... 아기가 생기는 거라며!"
그건 맞았다.
맞기는 한데...
"...좀 빠져나오면 어때. 다시 채워 넣으면 되지."
"그, 그것도 그렇... 지만... 그래도, 그건... 그..."
내 말에 더듬더듬, 그렇게 말하며 한층 더 붉어지는 크리샤의 얼굴이 보였다.
귀여워라.
누가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인 줄 알겠다.
이젠 아니면서.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크리샤는 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였으니.
어쨌거나.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에, 한층 더 참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내 말에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크리샤의 허벅지를 들어올렸다. 덕분에 허벅지와 함께 밀려올라간 드레스 밑으로 감춰져 있던 것이 보였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속옷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맨들맨들.
드래곤의 특징 중 하나인, 솜털 하나 보이지 않는 크리샤의 균열이 덕분에 적나라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미 넘쳐날 정도의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아, 안된다니까...! 여기서는... 저 인간도 있는데!"
여기서는 싫다는 이유가 아리스 때문이었나.
에네스타랑 에오시스 자매들, 거기에 에루나나 로로의 앞에서도 잘만 해놓고서.
아,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들이 내 시녀였고, 크리샤에게 시녀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서 그런거였나.
즉, 아리스는 크리샤에게는 생판 타인일 뿐이고, 그런 타인 앞에서 몸을 겹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는 소리고…
시선을 돌리자 이쪽을 보고 있는 에네스타와 아리스가 보였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기대 어린 에네스타의 얼굴과 그제야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아리스가 보였다. 여태 다 보기라도 했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는 아리스에게, 이제 와서 눈을 감아봤자 뭐하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여기서 아리스에게 말을 걸었다가, 크리샤의 질투가 다시 터질 테니까.
그리고, 에네스타에게도 미안하지만 지금은 에네스타까지 신경써줄 여유는 없었다. 그냥 거기서 아리스나 제대로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아무래도 지금 같은 때에, 크리샤 외의 다른 여자까지 안는 건 조금 그랬으니까.
음...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나도 이게 처음이긴 했다. 생판 남 앞에서 하는 건 말이다.
거기에 하필이면 첫사랑... 이었던 한나를 쏙 닮은 아리스의 눈앞에서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이지,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보는 구나.
"...뭐, 어쩔 수 없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크리샤가 그런 나에게 말했다.
"그,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 이것 좀 놔줘. 그런건 침실에 가면 할 수 있으니까..."
뭔가 착각한 것 같았다. 내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지금의 크리샤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건, 이 세계에 오고 난 뒤로 지나치게 넓어진 다양한 경험에, 새롭게 노출 플레이가 추가되게 된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거였다.
이미 루시아와 야외 플레이에, 상황극에, 이것저것 다해봤었지만. 노출 플레이라... 이건 크리사랑 처음 겪어보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거 말고도, 처음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안았던 것도 크리샤 때가 처음이었지만.
어쨌거나.
그간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힘든 건 처음뿐이라는 거다. 그 뒤로는 그냥 저냥이였다.
익숙해진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이것도 익숙해지겠지 뭐."
그렇게 말하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크리샤의 균열에, 이미 옛저녁에 준비되어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를 삽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