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5화 〉145화 (145/370)



〈 145화 〉145화


“맞습니다. 로로, 당신에겐 아직 너무 이릅니다.”

꿀꺽, 하고. 입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삼키면서 몸을 일으킨 에루나가 그렇게 말했다.


“아직 당신은 남성을 즐겁게 하는 방법도, 몸도, 여러 가지로 부족하니 말입니다.”


“...몸은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지금의 에루나를 로로와 나란히 세워두면,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가능할 정도였다. 오히려 가슴은, 지금은 로로 쪽이 더 클 정도였다. 그런 내 말에, 에루나가 태연한 표정으로, 작은 에루나의 입 밖으로 넘쳐흐른 정액을 떼어내며 대답했다.


“그런 저한테 이렇게나 많이 사정하신 건 주인님이십니다.”


“......”


그렇게 말하니까  말이 없었다. 아무튼 에루나의 말에 로로가 에루나를 노려보는 것을  수 있었다.

지금의 로로는, 지금의 에루나를 가볍게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마 에루나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루나는 로로의 시선을 전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로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한테 배우십시오. 로로. 당신 역시, 주인님을 모시는 시녀로써, 마땅히 익혀야하는 것들이었으니 말입니다.”


“에루나?”

에루나가 말한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좋아, 배울래.”

“로로야?”

로로 역시, 그런 에루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둘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었다. 방금까지 한바탕 터질 것 같았던 분위기고 온화해진 것은 분명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온화한 분위기가 나를 위한 것은 아니란 것이었다.

대체 뭘 가르치고, 뭘 배운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맥락상  수는 있었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님,  번 더는 어떠십니까?”

저리 가라.


"베헤노스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께 '카울'이 충성을 맹세합니다. '카울'의 정보창에 새롭게 충성도가 갱신됩니다.]


[직업 '부덕의 왕'에 의해 '카울'의 충성도가...]

"저 역시, 당신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께 '에클레나 엘라도르'가 충성을 맹세합니다. '에클레나 엘라도르'의 정보창에 새롭게 충성도가 갱신됩니다.]

[직업 '부덕의 왕'에 의해 '에클레나 엘라도르'의 충성도가...]

목욕탕에서 밤새도록 더러워졌던 몸을 씻고, 에루나가 간단히 차려준 아침식사를 마치고서 내가 해야 할 일, 에루나가 넘겨줬던 두루마리에 적혀있던 것들을 하고자 나를 만나기로 청했다는 종족들의 대표를 만났을 때의 일이였다.

다 만나는 건 귀찮아서, 그 중에서도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두 종족의 대표.

웨어울프를 대표하는 카울과, 산악 엘프를 대표하는 에클레나를 만나기로 했는데...


그들을 천공성에 소환하고서, 얼굴을 대면하자 들은 말이 이거였다.


느닷없는 충성 맹세에, 내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에루나를 바라봤다.


"이게  일이야?"

"보다시피 주인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겁니다."

"나도 보다시피 그건 알겠는데... 어째서?"

"그건 주인님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내가 안다니 뭐가?

에루나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전혀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 에루나가 말했다.


"저 둘이... 태생적으로는 마족에 가깝기 때문일 겁니다."

"...마족이라니?"


"정확히는, 마족이었던 이들의 후예라고 해야할 겁니다. 웨어울프의 경우에는 마수였던 이들과 인간의 혼혈이  종족의 시초였고, 산악 엘프... 인간들의 경우에는 검은 요정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마왕의 마력에 의해 타락했던 엘프들이 시초라는 이야기입니다."


검은 요정이라.


어쩐지 피부가 까맣더라.


산악 엘프라길래 나는 피부가 탄 줄 알았었다.

에루나의 설명에 대충 상황파악이 끝났다.

나는 기능 복속을 활성화시켜서 확인해봤다.

293,215/401,502

장악력이 올라서 그런지, 내가 복속시킬  있는 최대수치가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카울과 에클레나의 충성 맹세 덕분인지 예전에 봤었던 수치에서  2만큼, 더 올라가 있는 수치가 보였다.

내게 복속한 마물들의 숫자를 알려주는 능력이었을 텐데...


아무리 보더라도, 저 둘은 마물이라고 하기엔 뭐했다.


그걸 에루나에게 다시 물었더니,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인식의 차이일뿐입니다. 에클레나의 종족인 산악 엘프의 경우에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엘프들의  뿌리로 여겨지지만 엘프들 사이에선 다르게 여겨지니까요. 배반자라 여기는 이도 있고, 아예 다른 종족으로, 또는 몬스터로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카울의 종족인 웨어울프의 경우에는 인간들에게는 아예 몬스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인식의 차이라."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카울, 에클레나."


이름을 부르자, 아직까지도 무릎을 굽힌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둘이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전에 봤을 때 역시, 나를 존중했던 둘이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어디까지나, 크리샤의 반려라는 느낌으로 존중받았었으니까. 아마도 충성도 탓 인듯 싶었다. 둘의 정보창을 확인하고 있는  눈에,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도 이미 80대에 맞춰져 있는 둘의 충성도가 보이고 있었다.

 정도라면 당장 사지로 돌격시키더라도 망설임 없이 돌격할 정도의 충성도였다. 그런 충성도를, 얼굴 한 번 봤을 뿐인 나한테 바치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없을 뿐이지만.


"어째서 나한테 충성을 맹세하는지 말하라."

괜히 생각하는 것도 복잡해서, 그냥 묻기로 했다. 그러자 둘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주군께서 저희들의 숙원을 이뤄주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쪽이, 저희 종족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니까요."

숙원이라는 조금 무거워 보이는 이야기를 꺼내는 카울과, 종족에게 있어서 더 유일한 길이라는 조금 어려워 보이는 말을 꺼낸 에클레나를 보다가.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아 이내 에루에몽을 바라봤다.

"......주인님."

"뭐, 왜."

"항상 저한테 물어보시는 버릇은 좋지 않으십니다."

"내가 모르는 걸, 잘 알고 있는 너한테 묻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


오히려 옳은 방식이었다.


무지를, 고집으로 관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마저도 태반은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드래곤이 부여한 이세계의 지식들은 대부분이 그랬다. 예를 들어... 루시아가 어깨가 약하다는 것도, 드래곤이 내게 부여했던 지식의 일부였다. 그거야 물론 도움이 됐긴 했지만, 그런 지식이 이런 상황에 쓸모가 있을 리가 없었다.


 외에도 여럿 있는 지식들도, 반은 내가 이 세계에서 적응하는데 꼭 필요한 지식과 나머지 반은 그런 부류의 지식들뿐이었다.


즉,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여기서 쓸만한 것은 없다는 거였다.

고로 당당하게, 나는 저들이 어쩌자고 저런 말을 했는지 요만큼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할 자신이 있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한숨을 내쉰 에루나가 웨어울프인 카울이 말하는 숙원과, 산악 엘프인 에클레나가 말한 것에 대한 것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요는 그거였다.

웨어울프인 카울의 경우에는 종족으로써 갖고 있는 본능에 의해, 보다 강해지길 원하기에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산악 엘프인 에클레나의 경우에는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동족들을 다시 번성시키고자 내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었다.


즉,  먹고 잘살려고 그랬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이해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지는 아직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 슈페리아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종족들을 전부 만나봤었지만, 딱히 그들이 어렵게 살아간다는 모습은 전혀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노예 사냥꾼도 전혀 없었다. 루시아의 영지, 인간들의 나라와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있는 파라모아의 요정향에도 있었던 노예 사냥꾼이 말이다.


크리샤가 얼마나 영지를 잘 관리하고 있었는지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당장 옆에 인간들의 제국이 있는데도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는 확실했다.

크리샤가 인간을 혐오했던 것도 한몫했겠지만.


아마 저들의 요구들은, 대부분 크리샤 역시 이뤄줄 수 있었을 것이다. 강해지고자 한다면, 또 번성하고자 한다면 크리샤 역시 들어줄 수 있는 요구였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런 크리샤는 냅두고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여겨졌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카울이 말했다.


"주군께 힘을 받으면, 마왕의 힘을 받으면 과거 저희들이 가장 강성했던 때의 힘을 얻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본래, 저희 종족들은 수천 년전 소환됐던 마왕에 의해 만들어진 종족이라... 그런 구전이 전해져왔었습니다.“


수천 년전이라면, 400년전 소환됐던 그 마왕은 아니겠네. 하긴 그 마왕은  하기도 전에 드래곤들에 의해 거시기 됐었다.


카울의 말에 대충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런 나를 보며 에클레나도 말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왕인 주인님의 힘이라면, 점점 줄어들고 있던 저희 종족도 다시 부흥하게 되겠죠. 쇠락해서,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해결  겁니다.“

유일한 길이라는 에클레나의 말의 뜻도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으음, 하긴.


마왕의 마력으로 인해 생겨난 종족이 산악 엘프였더라면, 마지막으로 마왕이 등장했던 것이 400년도 훌쩍 지난 이세계에서 점점 쇠퇴하고 있었다고 해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둘이 내게 충성을 맹세한 이유도, 목적도 알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걸 이뤄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두 가지가 남아있었다.


"에루나, 내가 저들에게 힘을 줘도 문제는 없는 거야?"

내가 말한 문제라는 건, 이들을 받아들였을 때. 본래 내 가신이었던 이들이 겪었던 일들을 뜻했다. 의식을 잃고 잠에 들어서, 내 마력만을 받아들이게 된 열 명의 가신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묻자 에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서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 아마 괜찮을 겁니다. 애초에 그들이 변한 이유는... 주인님께서 마왕이 된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뛰쳐나온 힘에 의해서, 그렇게  거죠. 이미 마왕이 된 주인님이시라면, 조절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상관없고.

남은 문제는 하난데...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니, 잠시 물어보고 오마."

그런 내 말의 뜻을 눈치챘는지 카울과 에클레나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크리샤클레오시여.""

어디까지나 이 땅의 본래 주인이자, 저들을 거느리고 있던 크리샤에게.


나는 저들의 뜻을 알려주고자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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