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7화 〉127화 (127/370)



〈 127화 〉127화

머릿속이 어지러워질 지경으로 울려대는 알림에 순간 얼이 빠질 뻔 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퀘스트라던가 퀘스트창이라던가, 새롭게 얻었다는 능력보다도 충격적인 소리를 들은 탓도 있었다.


지금 크리샤가 임신이니 뭐니, 뭔가 엄청 충격적인 이야기를  것 같은데...

얼떨떨하게, 나는 내 위에 올라탄 채로. 빤히 보고 있는데도 여전히 드레스를 들춰 올리고서 드러낸 균열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그런 나를 보며, 크리샤가 입가에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네 처음은 루시아가 차지했겠지만... 오늘부터 너의 첫 번째는 내가  거야."

크리샤의 선언에 무심코 딱히  처음도 루시아는 아니었는데, 하고 말해버릴 뻔한 걸 어떻게든 참아냈다.


위험했다.


이거 말했으면 무지 큰일 났을 게 뻔했다.


...그러고 보니까, 그 녀석은 어떻게 됐을까?

문득 한나를 빼닮았던 검주, 아리스가 떠올랐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당장 눈앞에 처한 일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눈앞에 처한 일.

폭주하는 크리샤부터 생각하기로 말이다.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왜? 싫어?"

내 말에 고개를 갸욱이고서, 그렇게 묻는 크리샤를 보며. 크리샤의 정보창을 열어봤다.

호감도 36.

불과 며칠 전만해도 바닥과 입을 맞추고 있던 호감도를 생각하면, 높아진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낮은 축에 속해 있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시스템 비스무리한 이 능력이, 내가 마지막으로 했었던 게임, 라이프를 본뜬 능력이라면. 지금 크리샤가 내게 느끼고 있어야할 감정은 끽해야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새롭게 얻은 능력, 퀘스트 창을  옆에 펼쳤다. 거기에는, 크리샤가 내게 부여한 퀘스트, 자신을 임신시켜달라는 내용의 퀘스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난이도는 SS에, 보상은 뭔지도 알려주지 않는 퀘스트가.


그리고 그 퀘스트의 설명에 떠올라있는 두 단어를 보고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독점이니 집착이니, 썩 좋은 느낌으로는 보이지 않는 말들이 적혀져 있는 퀘스트 설명을 보자 저절로 나온 한숨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

"뭐야...? 내가 처음인 게 싫다는 거야? 내가 너의 첫 번째가 되면 안 된다는 거야? 내가...  아이를 가지면 안 되는 거야...?"

크리샤가 그렇게 말했다.


불안한 듯, 초조한 듯한 얼굴로.

"그런  아니라..."

 밖으로 내려던 말을, 크리샤에게 입 바른 소리를 하려고 했던 말을 삼켰다. 그게  진짜 바라는 거냐고, 퀘스트 창을 통해 알게 된, 크리샤에 대한 것을. 굳이 들춰내려고 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세계에 와서 알게 된 것.


많은 이들을 상처 입히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어쭙잖은 배려나, 어쭙잖은 동정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나는 오늘 크리샤를 안으려고 했었다. 그녀의 마력이 필요하니까. 그런 주제에, 내 이기심을 들이미는 것은 배려도, 동정도 뭣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만족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불안해하며, 나를 바라보는 크리샤를  팔로 끌어안아주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랑 네가 원한다고 아이가 뿅하고 생기는  아니거든?"


사실상 허락에 가까운  말에, 크리샤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괜찮아. 생길 때까지 하면 되니까♥"


그 말은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쥐어짜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에라 모르겠다.

이미 결심해놓고서, 그 한마디에 흔들거리는 갈대 같은 내 마음을 추스르고서.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할  있으면 해보던가.”




“후훙...♥ 어디 언제까지  소리를 칠  있는지 보겠어♥ 그럼, 우선... 가슴이랬지♥”

크리샤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이내 그게 아까 크리샤가 선언했던 말에 대한 것이라는 걸  수 있었다.

자신이 첫 번째가 되겠다는 말을.

 말을 정말로 실천하려는 듯, 내 품에서 벗어난 크리샤가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고서는 드래곤 슬레이어 앞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고서, 자신의 가슴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감싸는 것이 보였다.


루시아처럼 풍만한 가슴이 아닌 크리샤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슴으로 전부 감싸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해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크리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자, 어때♥”


“...아니, 그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물론 그냥 감싸기만 해도 폭신폭신한 가슴의 감촉이 기분 좋았지만, 그냥 감싸기만 하는 거라면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겨우 그걸 해놓고서, 전부 해냈다는 듯한 얼굴로 날 보면서 어떠냐고 물어본들,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발기라던가, 사정이라던가는 알고 있으면서 막상 중간 과정에 관한 것은 전혀 무지한 크리샤를 보며, 내가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내 설명을 듣던 크리샤의 얼굴이 점점 붉어져갔다.


얼굴을 붉힌 크리샤가, 자신의 가슴과, 그 사이에 끼여진 드래곤 슬레이어를 번갈아보며 내게 물었다.

“그, 그러니까... 내 가슴으로, 이걸 문지르는 거라고?”

“그래, 네가 아까 손으로 했던 것처럼.”

“으응... 손으로 했던 것보다  부끄러운데...”

그렇게 중얼거린 크리샤가, 조심스레 자신의 가슴을 양 손으로 잡아 올리고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지르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는 거란 말이지... 흐읏...♥ 지, 지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응♥”

내 말대로, 손을 대신해서 가슴으로만 드래곤 슬레이어를 자극하기 시작한 크리샤의  사이로 드문드문, 달콤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크리샤가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는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에 유두가 스칠 때마다 흐느끼듯 신음을 토하는 크리샤를 보며, 주시자의 눈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내 귓가에 현재 크리샤의 상태에 대한 것들이 들려왔다.


[현재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에게 부여된 상태 효과를 기능 ‘주시자의 눈’이 파악합니다. 상태효과 ‘유두 민감’은 1시간 22분간 지속됩니다.]


아까 크리샤에게 부여됐던 상태효과인 ‘유두 민감’의 지속시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내가, 다시 크리샤를 바라봤다.


“응♥ 앗♥ 흣...♥”


내가 했던 말대로, 손을 대신해서 가슴으로만 드래곤 슬레이어를 자극하기 위해서. 부피가  가슴 대신에, 유두 끝으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려고 하는 크리샤가, 그때마다 달뜬 신음을 토하는 것이 보였다.

유두로부터 전해지는 감도가 두 배로 늘어나는 상태 효과인 ’유두 민감‘과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열심히 가슴을 움직여서 나를 기분 좋게 하려고 하는 크리샤. 덕분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대체 어느 쪽이 더 기분이 좋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때애...♥ 기분, 좋아♥?”


가슴을 움직일 때마다, 달뜬 신음을 내뱉던 크리샤가 혀가 풀린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째 애무를 당하고 있는 나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크리샤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서는 크리샤가 재촉하듯이 물어왔다.

“루시아가 해줬을 때보다♥?”

이미 될 대로 되라지 싶었던 나는 그런 크리샤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부족했다. 안타깝게도, 루시아의 가슴과 크리샤의 가슴은 비교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내 모습에 크리샤가 뺨을 부풀리고는 말했다.

“흐응... 아직도 루시아가 더 낫단 말이지...? 그럼, 이렇게...♥”

드래곤 슬레이어의 끄트머리를, 가슴으로 감싼 크리샤가 이내 유두 끝으로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자아, 이건 어때♥”

꾹꾹, 하고 유두로 누르거나, 드래곤 슬레이어의 끄트머리와 기둥 사이로 이어지는 둔덕에 문지르거나 하며 묻는 크리샤의 행동에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삼켰다.


그런 내 반응에 크리샤가 눈을 반짝반짝하고 빛내며 말했다.

“여기가 기분 좋은 거구나♥ 그렇지♥?”

그러고서, 더욱 거칠게 가슴을 움직이던 크리샤가 덩달아 더욱 강하게 전해져오는 자극에 더욱 거칠어진 숨소리를 토했다.

“응...♥ 앗♥ 이거, 기분 좋아...♥ 흐응...♥”

가슴 위로 앙증맞게 솟아있는 분홍빛 유두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문지르거나 위 아래로 흔들며, 신음을 토하는 크리샤를 바라보다 슬슬 나도 움직이기로 했다.


크리샤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기로는 했지만, 딱히 크리샤가 나한테 꼼짝도 말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하아♥ 응... 앗♥♥”


크리샤 자신도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를 유두로 훑듯이 문지를 때마다 달뜬 신음을 터트리며, 살랑살랑 좌우로 흔드는 크리샤의 엉덩이가 너무 유혹적이었다. 그것뿐이라면 몰라도, 심지어 내 무릎이나, 허벅지에 대고 균열을 문지르기까지 하는 크리샤를 보고 있으려니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크리샤에게 보답을 해주기로 했다.

손을 뻗어, 크리샤의 드레스 밑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부드러운 살집의 엉덩이를, 아까부터 요망하게 날 유혹하고 있던 엉덩이를 붙잡았다.

“하읏♥ 뭐, 뭐하는 거야♥”

그런 내 행동에 열심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하고 있던 크리샤가 흠칫하고 놀라며 내게 그런 말을 했다.


그래서 대답해줬다.

“아직 아무것도 안했어.”

아직은.

지금부터 할 생각이니까.

그대로, 붙잡은 크리샤의 엉덩이를 벌리고서, 손가락을 움직여서, 이미 젖어있는 크리샤의 균열을 더듬었다.

“흐읏~~♥♥”

크리샤의 허리가 뒤로 휘는 것과 동시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덕분에 그냥 만지기만 하려고 했던 손가락이 그대로 쑤욱, 하고 크리샤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꾸욱, 하고. 고작 검지의 몇 마디만 들어갔을 뿐인데도 손가락을 꽈악 물며 조여 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위험한데... 오물오물, 손가락을 물어오는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실수로 넣어버린 만큼, 바로 빼려고 했었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너... 너어♥”

눈물이 맺힌 눈으로, 헐떡이면서 나를 노려보는 크리샤가 보니, 그런 마음이 더더욱 사라졌다.

음...

그냥 이대로 밀고 가기로 했다.

찔꺽, 하고 크리샤의 균열 안으로 파고들어간 검지로, 안쪽을 긁어내듯 움직이자, 퍼뜩하고 크리샤의 몸이 막 낚아 올린 물고기처럼 튕겼다.

“흐아앗♥ 앙♥♥”


내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방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녹아내릴 것만 같은 신음을 흘려대는 크리샤를 보며 입을 열었다.


“루시아는 이렇게 해도 잘만 움직였는데...”

“읏...♥”

그런 내 말에, 움찔하고 몸을 떨었던 크리샤가 덜덜 몸을 떨며 어떻게든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슴으로 감싸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마냥 두고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찌꺽, 찌걱하고. 움직이려하는 크리샤의 동작에 맞춰, 검지를 움직였다.


“흐으윽♥ 읏♥♥♥ 앙♥♥”


그때마다 납작 엎드린 채, 몸을 떨며 신음을 내뱉는 크리샤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재미있었다.

이렇게 주도권을 잡아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결국, 크리샤 또한 루시아의 전철을 밟을 것을 생각하니 앞이 막막했지만, 그런 만큼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기로 한 나는 마음껏 그런 크리샤의 몸을 농락하기로 했다.


“아움♥”


크리샤가 갑자기 드래곤 슬레이어를 물지만 않았더라면.

갑작스런 크리샤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멈칫한 사이에 크리샤가 혀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어 감았다.


“읏...”

그리고 미처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깊숙이까지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기 시작하는 크리샤의 모습이 보였다.


“우웅... 움♥ 쮸웁...♥”

마치 달콤한 사탕을 빠는 것처럼, 드래곤 슬레이어를 혀와 입술을 사용해서 정성스레 빨아들이는 크리샤의 눈이 나를 바라봤다.


이건 어떠냐, 하고 묻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


흐응...

그런 크리샤의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저 의기양양한 표정을 우는 표정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