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126화
방금 뭔가 엄청 귀여운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다시 봤지만 거기엔 오직 크리샤가 있을 뿐이었다.
도무지 믿기지는 않지만 방금 그 소리는 크리샤가 낸 소리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비슷하게 귀여운 소리를 냈었지. 그런 생각을 하며 크리샤를 바라봤다.
얼빠진 얼굴로, 감탄인지 경악인지 모를 묘한 소리를 입 밖으로 냈던 크리샤가 이내 고개를 휙휙 젓고서는 다시 한 번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며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커...?”
흡사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본 것 같이 말하는 크리샤의 모습에 조금 상처받을 것 같았다.
보다시피 조금 크고 우람할 뿐이지 잘 보면 귀여운 구석도... 없구나, 내가 보더라도 흉악한, 흉기에 가까운 녀석이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 신체의 일부를 무슨 흉악한 물건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맞는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는 거다.
하지만 크리샤는 내가 기분이 상하던 말던 신경 쓰지 않고서, 조심스레 드래곤 슬레이어를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봤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전에 봤을 때도...”
그렇게 중얼거리는 크리샤의 말에, 알몸으로 천공성을 누볐던 것이 떠올랐다. 부끄러운 과거였다. 난 에루나가 그렇게 멀쩡할 줄은 몰랐지. 심각하게 멀쩡해서 탈이 있었지만 지금은 잠시 그 일은 잊기로 했다.
그리고 전에 봤다고 한 것은, 아마 예의 온천 때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온천으로 크리샤와 루시아와 함께 목욕을 했던 일을 말이다.
그때의 크리샤는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어찌됐건 서로 알몸을 본 적이 있었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때의 드래곤 슬레이어는 내가 안간힘을 다해서 평상시의 크기였다는 점일까.
엄청 힘들었지... 크리샤도 그렇고, 같이 있는 루시아도 그렇고. 하나같이 미인들이 옆에 알몸으로 있는데 아무리 기능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참는 게 쉬웠을 리가 없다.
그마저도 일반적인 크기를 크게 웃도는 크기기는 했지만... 뭐, 지금처럼 흉물은 아니었으니까.
어쨌거나, 대체 뭐랑 비교하고 있는지 알게 된 내가 크리샤를 보며 말했다.
"원래 그게 흥분하면 좀 커져."
"그건 나도 알고 있거든?! 그리고 좀이 아니잖아! 에, 움직... 꺄악!“
화를 내는 크리샤에 놀라서 움찔하자, 덩달아 드래곤 슬레이어도 움찔했다. 덕분에 꿈틀하고 움직인 드래곤 슬레이어에 놀란 크리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
조금 슬펐다.
아니, 조금 많이 슬펐다.
하지만 곧, 흠칫흠칫하면서도 다시 드래곤 슬레이어 앞으로 다가온 크리샤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녀가 손을 뻗은 곳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중간쯤, 그러니까 기둥부분에 조심스레 손을 댄 크리샤가 나를 보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따, 딱히 놀란 게 아니거든?! 갑자기 움직여서... 응, 징그러워서 그랬을 뿐이지. 봐, 이렇게 손으로 만질 수도...”
어색하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지며 그렇게 말하던 크리샤가 이내 울상이 된 채 말했다.
“으으... 꾸물거리는 게 느껴져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다고 하는 건 조금 너무하지 않아?”
여태까지랑 달리 대놓고 기분 나쁘다는 소리까지 들은 내가 그렇게 말해봤지만, 그런 나에게 크리샤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기분 나쁜걸 어떡하라고?!”
저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울상을 지으며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손을 떼지도 못한 채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크리샤를 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싫으면...”
크기라도 줄여줄까, 하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내 말에, 무언가 착각이라도 했는지 크리샤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시, 싫지 않거든?!”
“아니, 싫어하는 게 빤히 보이는데...”
“싫지 않다니까?!”
그렇게 말한 크리샤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양 손으로 꽉 쥐며 나를 노려봤다. 마치, 선물받은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하는 아이처럼. 드래곤 슬레이어를 꼭 붙잡으며 노려보는 크리샤를 보고서, 내가 말했다.
“...알겠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주라. 그리고 조금 아프니까 손에 힘 좀 빼주고...”
“에, 미, 미안... 그렇게 아팠어?”
그야 그렇게 꽉 쥐면 당연히 아프지... 그런 생각을 하며 크리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민감한 곳이니까...”
에둘러서, 조심해달라고 말한 내 말에.
“민감... 흐응...”
골똘히 무언가 생각하는 크리샤가 보였다. 뭔가 불안했다.
“저기, 크리샤?”
그런 크리샤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조심스레 양 손에 쥔 드래곤 슬레이어의 위와 아래를 쓸어내리듯 어루만지며 크리샤가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
“...으음.”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크리샤의 손놀림에 침음성이 새어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서는, 마침내 정답을 찾아낸 어린 아이처럼, 크리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기분 좋구나? 맞지?”
실제로도 기분이 좋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 기분 좋아.”
“헤헤...”
내 말에 기뻐하던 크리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건?”
드래곤 슬레이어 끄트머리만을 손에 쥔 크리샤가 내 반응을 살피듯이 바라봤다. 조물조물, 하고 약하게 힘을 주며 마사지하듯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지는 크리샤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꾸욱♥”
그런 나를 보며, 장난스레 손에 힘을 주는 크리샤가 보였다.
덕분에 결국 참지 못하고서,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아핫...♥”
무척이나 야릇한 표정을 지어보인 크리샤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징그럽다니, 기분 나쁘다니 뭐니 하면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배척했던 크리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저기, 이건 어때♥?”
그 뒤로는 내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치듯이, 이것저것 만지거나, 주무르거나, 심지어 잡아당기거나 하면서 놀던 크리샤가 그때마다 내 반응을 보며 즐거워했다.
내가 깨워선 안 될 것을 깨워버린 것 같았다.
...이런 후회를 루시아 때도 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긴 하지만. 에루나 덕분에 이미 한 발 뽑히고 난 드래곤 슬레이어는 무도한 크리샤의 손길에도 어떻게든 버텨냈다는 거였다.
결국 몇 십 분에 걸친, 애무를 가장한 괴롭힘에 시달린 드래곤 슬레이어가 화가 났는지 더욱 몸집을 키운 것을 보며, 크리샤가 중얼거렸다.
“이거, 손으로는 더 이상은 힘들지도...”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애무를 섭렵한 크리샤가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에게 물었다.
“다른 건 없는 거야?”
“...다른 거라니?”
크리샤가 뭘 말하는 건지는 알겠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생각으로 그렇게 물었다.
“날 너무 바보 취급하는 것 같은데, 이게 끝이 아닌 것쯤은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무언가 떠올리듯이 눈썹을 찌푸리던 크리샤가 말했다.
“여기 안에서 뭔가가 나와야지, 그래야지 끝나는 거, 맞지?”
콕, 하고 크리샤가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렇게 찌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런 크리샤의 손가락을 피해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아프다니까...”
“네가 자꾸 날 바보 취급하니까, 그 벌이야♥”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렇게 말하는 크리샤를 보고서, 벌이니 뭐니 하는 말은 그냥 핑계일 뿐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반응에 만족한 모양이고.
“빨리 말해봐! 네가 말했잖아? 내가 하는 말을 전부 들어주겠다고?”
거기에 오히려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며 재촉하는 크리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안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내가 말했다.
“지금, 그때 한 말 절실히 후회중이거든?”
“그래서? 지금 약속을 어기겠다는 거야?”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뿌리부분을 붙잡으며 그렇게 묻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눈치도 좋지, 거길 붙잡히면 내가 꼼짝도 못하는걸 벌써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아니, 딱히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쨌던, 내가 재차 항복하듯이 손을 들어 올리고서 말했다.
“...다른 거라... 가슴이라던가.”
“가슴...?”
“그래, 가슴.”
내 말에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던 크리샤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흐응, 가슴... 그리고?”
“그리고, 입이라던가.”
재촉하듯이 묻는 크리샤에게 이것저것 말하고 나서, 이제 또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기대, 아니 걱정하고 있자니. 나를 빤히 바라보는 크리샤의 시선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봐?”
뭔가 무시무시한 눈으로, 삐죽하고 세로로 갈라진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크리샤에게 쫄아서 그렇게 묻자, 그런 나에게 크리샤가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결국 내가 하는 것도, 다른 것도. 전부 루시아랑 먼저 했던 거잖아?”
“그건...”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크리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을 아꼈다. 왠지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말을 아끼는 나를 보며, 크리샤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여전히 지금은 말을 아껴야 될 것 같았지만, 날 바라보는 크리샤의 시선에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뭔데?”
“...내가 해준 거랑, 루시아가 해줬던 거랑, 뭐가 더 기분 좋았어?”
뭔가...
이런 말을 들을 것 같긴 했었다. 그래서 차마 대답하고 싶지 않았었고... 하지만, 대답을 기다리듯이 나를 보고 있는 크리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너무한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확인하듯이 그렇게 묻자 고개를 끄덕인 크리샤가 말했다.
“응, 솔직하게 말해서.”
“...루시아 때가 더 좋긴 했지.”
크리샤가 아무리 처음치고는 의외의 소질을 발견한 듯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미 백전연마인 루시아랑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루시아와 처음으로 밤을 보냈을 때도.
이미 공부라는 이름의 특훈을 해왔던 루시아는 지금의 크리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내 말에 한참동안 말이 없던 크리샤가,
"그래, 그럼... 지금부터, 전부 다 잊게 해줄게"
그렇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잊게 해준다니?"
"말 그대로의 의미야. 지금부터, 널 가장 기분 좋게 해준 손도 바로 나,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손이고, 널 가장 기분 좋게 해주는 가슴도, 바로 나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가슴이고, 널 가장 기분 좋게 해주는 입도, 바로 나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입이 될 거란 소리야. 그리고..."
혀로 입가를 핥으며, 크리샤가 몸을 일으키고는 슬쩍 하고. 자신의 드레스를 들춰 올렸다.
그런 크리샤의 드레스 밑으로, 감춰져 있던 균열이 드러났다.
뽀얀 살결에, 루시아때와 마찬가지로. 털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는 그대로.
아까 전, 내가 애무로 젖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미 젖을 대로 젖은 상태의 균열을 내게 보이면서 크리샤가 말을 이었다.
"네 아이를 가장 먼저 임신하는 것도. 나, 크리샤네아 슈페리아가 될 거야."
띠링~
[‘크리샤네아 슈페리아’가 언령으로 선언합니다. 강력한 마력이 담긴 선언으로 플레이어 '이지경'님께 영향을 끼칩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가 당신의 정액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기능 ‘카마수트라’가 이에 호응합니다. 자동성공!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정액량이 지금부터 200% 증가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요청에 의해 효과가 적용되는 대상,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와의 적합도를 계산합니다... 현재 적합도 12%. 크리샤네아 슈페리아를 임신시킬 확률은 현재 3%입니다.]
이어서,
[조건에 충족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퀘스트창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로부터 퀘스트를 부여받았습니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를 임신시켜라!
이 세계에 남은 유일한 흑색용, 검은 그림자의 군주, 크리샤네아 슈페리아를 임신시키십시오. 유일무이한 흑색용을 임신시키고 그의 반려로 인정받게 된다면 막대한 보상이 있을 겁니다.
설명 : 흑색용 크리샤네아 슈페리아가 당신에게 강한 집착을 보입니다. 당신의 애정을 독점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먼저 당신의 아이를 갖길 원합니다. 이에 응답하십시오.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의 바람대로 그녀를 임신시켜주십시오.
난이도 : SS
보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