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4화 〉124화 (124/370)



〈 124화 〉124화


이건...


드래곤 슬레이어를 훑어오는, 익숙하다면 익숙한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에루나가 뭘 하고 있는지는 지금 상태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안 보인다고 전혀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인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보는 것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후각이나 촉각, 청각...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법이었다.


지금의 경우는 촉각이겠지만.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로부터 전해져오는 촉감을, 그러니까...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에루나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다름 아니라 펠라치오니까.

그 말은 지금 크리샤의 밑에서. 에루나가  것을 핥고 있다는 소리였다.

환자 옆에서 그러는 건 좋지 않다고 했던 녀석이 대체 누군데, 정작 본인이 나와 크리샤가 했던 것보다 더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에루나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곧장 크리샤가 에루나가 저지르고 있는 짓을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에루나가 본격적으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숙하다고 했던 거 취소.

내가 알고 있는 펠라치오랑은 전혀 다른 쾌락이 전해져왔다. 단순히 핥는 것뿐인데도, 순식간에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이상할 정도의 쾌락의,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정의 공유.

에루나가 느끼는 감정을,  또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족감.


충족감.

달성감.


그리고 쾌락이.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서, 직통으로 머릿속에 전해져왔다. 에루나가 이토록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자극적이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평범하게 에루나의 펠라치오는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에루나도 마찬가지이기에. 순식간에 내가 약한 곳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공략해오는 에루나와 그런 에루나의 예상을 넘어서는 테크닉까지. 덕분에 나는 밀려드는 쾌락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

문득, 이전에 에루나의 정보창을 봤을  보았던, 밤기술이라는 이름의 기능이 떠올랐다.


...그거, 랭크가 B였던가?


즉, 전문가 수준의 기능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문제는 에루나만이 아니었다.

“왜... 그래? 표정이 좋지 않은데... 그, 그렇게 아팠어?”

어떻게든 입 밖으로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참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찡그리자, 그런 나를 보며 크리샤가 걱정하며 물었다.


그렇다, 두 번째 문제는 크리샤였다.

바로 밑에서 에루나가 펠라치오를 하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위에서는 내게 안긴 크리샤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었다.

지금 크리샤가 밑을 보게 된다면...


언젠가, 루시아에게 만약에 내가 바람을 핀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루시아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지경님이, 저희들을 제외하고서 다른 누군가와 바람을 핀다면요...? 글쎄요...’

커플이 된다면, 한 번 쯤 물어본다는 그 질문에 루시아의 답변은 이랬다.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드래곤의 질투는 무섭다구요?’


입가에 미소를  채, 루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심플하기 짝이 없는,  물음에 답변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대답이었지만, 그런 말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루시아의 눈에는 살기와 집착, 그리고 독점욕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단지, 가정일 뿐인 누군가.

나와 바람을 폈다는 누군가가 앞에 있다면 당장 찢어버릴 것 같이. 덩달아 나까지도 어떻게 해버릴 것 같이 바라보는 루시아를 보며 나는 어색하게 웃고는, 얌전히 가슴이나 주물렀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뛰어난 루시아마저도 그랬다.


진짜로 내가 바람을 핀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정이었을 뿐이었는데도 그랬었다.


그런데.

이제 막, 아니. 아직까지도 여러모로 불안한 크리샤가 지금 이 상황을 눈치 챈다면...

나는 둘째 치고. 이곳 통째로 날아가 버릴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무방비한 상태의 환자들이 잔뜩 있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하나도 안 아파. 응, 전혀 안 아파.”

억지로, 밑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쾌락에 꿈틀거리는 입가를 움직여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안심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던 크리샤가 이내 눈을 번뜩였다.


“잠깐, 아프지 않으면 전혀 벌이 안 되잖아! 제대로 아파하고 반성하란 말이야!”

대체 아프지 말라는 걸까, 아파하라는 걸까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꾸욱, 하고 다시 뺨을 잡아당기기 시작한 크리샤를 보며 일단은 안심했다. 뺨이 아픈 탓인지 조금은 밑에서 전해져오는 쾌감이 무뎌지는 것 같았다.


아무튼, 지금이 기회였다.


크리샤가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에루나를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나는 크리샤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레 발을 뻗어 에루나를 툭툭 찼다.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지만, 에루나에게 상당한 양의 마력을 전이한 상태였다. 손이든 뭐든 신체를 접촉해야만 마력을 전이할 수 있으니까.


드래곤 슬레이어도, 일단은 신체니까...


어쨌거나, 당장 마력이 부족했다고 했던 에루나도 어느정도 괜찮아졌을 거란 판단에, 그랬는데...

“으응♥”


뭔가, 부드러운 것이 발끝에 닿았다. 동시에 달콤한 신음이 밑에서부터 들려왔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서.

츄웁....

드래곤 슬레이어로부터 전해지는 자극이 더욱 강해졌다.

어째 상황이 악화가  버렸는데...


“지금,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 읍?!”

그렇게 말하며, 밑을 내려다보려는 크리샤의 입술을 급하게 입술로 덮었다.


“으응...♥”


갑작스런 키스에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던 크리샤였지만, 이내 양 팔로 내 목을 얼싸안으며 적극적으로 호응해왔다.

무척이나 기쁜 듯이. 내 입술을 받아들이는 크리샤를 보자 지금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절대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양심이 엄청나게 찔렸다.

“응, 츄우...♥”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크리샤의 입술을 탐했다. 드래곤의 특성 중 하나인 뛰어난 학습능력이 발동했는지 아까보다 훨씬 능숙해진 크리샤 덕분에 꽤 불편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키스를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크리샤와 입을 맞추는 순간부터, 그러니까 크리샤의 눈이 밑으로 향할 일이 없어지게 된 순간부터, 에루나 녀석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아무래도 손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드래곤 슬레이어를 압박하듯이 쥐어오는 손길과 동시에, 처음보다 더욱 깊이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조심스레 핥던 것에 몇 배는 되는 자극이 전해져왔다. 그만큼, 쯔붑쯔붑하는 소리도 더욱 커져서 들려왔다.

의식해야만 겨우 들릴 작은 소리였지만, 내 귀에도 들린 소리였다. 크리샤가 언제 눈치 챌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 역시,  소리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크리샤와의 키스를 더욱 거칠게 할  밖에 없었다.

에루나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빨아대는 소리와, 나와 크리샤가 서로를 탐하는 소리가 뒤섞여서, 귓가에 들려왔다. 이제 와서는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었다.


“으음, 응♥”


혀를 섞고, 타액을 교환할 때마다 크리샤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크리샤와 혀를 얽으며 생각했다.

확실한 것은 크리샤에게 지금 상황을 들키면  된다는 거고. 그러려면 에루나든, 크리샤든, 어떻게든 해야 했다.

크리샤에게 들키지 않고, 에루나를 떼어내던가.


크리샤가 에루나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하던가.

방법은 두 가지였지만, 떠오른 해결책은 하나였다.

어쩌다 이렇게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카마수트라.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카마수트라'가 활성화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적용되는 대상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특수 효과 ‘난교’가 적용됩니다. 모든 대상들에게 적용되는 효과가 공유됩니다.]

[다수의 대상에게 적용되는 효과에 의해 효율이 저하됩니다.]


귓가에 울리는 알림을 들려왔다. 난교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그런걸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나는 이어서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발동시켰다.

['에루나 투아레'의 민감도가 16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10초마다 48%만큼의 민감도가 추가로 증가합니다. 이후 일정확률로 대상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대상의 흡수된 능력치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됩니다.]

['에루나 투아레'의 흥분도가 16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10초마다 48%만큼 흥분도가 추가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되는 흥분도의 일부가 대상에게 영구히 작용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성공률 계산... 해당 대상은 이미 종속되어 있습니다. 성공률이 대폭으로 상승합니다. 현재 82%의 확률로 대상에게 '구강 민감'을 부여할  있습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 ‘난교’에 의하여 적용되는 효과가 공유됩니다. 대상 ‘에루나 투아레’에게 적용된 모든 효과가 대상 ‘크리샤네아 슈페리아’에게도 적용됩니다.]


“흐웁... 응앗...♥”

“흡...♥”

알림과 동시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맞추고 있던 크리샤의 눈이 순식간에 몽롱해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바로 밑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참지 못하고 내뱉은 에루나를 크리샤가 눈치 채지 못하게.

우선, 크리샤의 정신을 빼놓을 필요가 있었다.

“꺄악!”

안고 있던 크리샤를 놓자, 기우뚱하고 기울어지던 크리샤가 본능적으로 다리로 내 허리를 휘어 감았다. 덩달아, 입술이 떨어진 크리샤가 나를 눈물이 맺힌 눈으로 보며 말했다.

“가,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깜짝 놀랐잖아!”

“미안,  좀 쓰려고.”


“손은 왜... 그보다, 이 자세 뭔가 부끄러운데...”

지금부터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른 채.

고목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내 몸에 매달린 크리샤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지금부터, 나는 저 크리샤의 얼굴이 더 붉어지게 할 생각이었다.


“괜찮아. 귀여우니까.”


“저, 정말...? 아니, 이게 귀엽다니, 너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그럴지도.”

정말로.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전해져오는 쾌락에 반쯤 이상해질 것도 같긴 했다.

그렇게, 크리샤에게 대답하면서. 드레스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만. 어디에 손을 집어넣는 거야?!”


그런 나를 보고서, 놀란 얼굴로 뭐라고 하는 크리샤가 보였지만 무시하고서. 그대로 손을 뻗어 가슴을 그러쥐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정말로 아무런 속옷도 없었다. 곧바로 손에 잡힌 부드러운 가슴은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으응♥ 갑자기 왜 이러는... 하앙♥”


내게 뭐라고 하려는 크리샤를 무시하고서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때때로 강하게, 때때로 상냥하게. 그때마다 애처롭게 크리샤가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응, 으응♥ 아앙♥ 진짜... 대체 왜 이러는, 흐읏♥”

익숙해진 건 키스만이 아니었는지, 꽤나 오래 버티는 크리샤를 보며, 하는  없이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양 손으로 움켜쥔 두 가슴을. 한 곳에 모았다.


그러고서.


앙, 하고. 드레스 위로도 보일 정도로 발기해있는 크리샤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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