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122화
그렇게 말하고서, 두 뺨을 발갛게 상기시킨 채 나를 올려다보는 크리샤를 홀린 듯이 바라봤다. 그런 내 시선에 이내 부끄럽다는 듯이 내 뺨을 꼬집고 있던 손을 내린 크리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뭐, 뭐라도 반응하란 말이야! 괘, 괜히 나만 부끄러워지잖아..."
대체 이 사랑스러운 생물은 누굴까?
크리샤?
정말로 크리샤인가? 크리샤가 이렇게 귀여웠다고?
아니, 크리샤가 미인인 거야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크리샤와 내가 알고 있던 크리샤가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내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걸 막지 않았다.
"아."
꽈악, 하고. 크리샤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내 돌발행동에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던 크리샤가 그런 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자, 잠깐만... 숨 막히잖아, 읏... 이 바보야! 숨 막히다니까?!"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내 품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버둥이는 크리샤가 보였다.
그런 크리샤의 이름을 불렀다.
"크리샤."
"뭐, 뭔데?"
이름을 불리자, 나를 올려다본 크리샤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꿈틀거리며 입가의 근육이 바보같이 풀릴 것 같은 걸 참으면서, 내가 말했다.
"키스해도 될까?"
그 말에 화악하고 붉어지는 크리샤의 얼굴이 보였다.
“무, 무무, 무무무...!”
고장 난 오르골처럼, 같은 말을 더듬으며 반복하는 크리샤에게 내가 재차 물었다.
“그거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나한테 묻지 마 이 바보야! 멍청이, 변태, 색마...!”
그럼 대체 누구한테 물어보라고?
뭐, 됐다. 지금의 크리샤의 반응으로 대답은 충분하니까.
“거절하지 않았으니까 허락한 걸로 알게.”
이럴 때는 조금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당당하게 나가는 편이 좋다는 걸 앞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내가 그런 크리샤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우, 아우...”
뭔가 귀여운 소리를 내던 크리샤가 슬며시 두 눈을 감았다. 긴장으로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보니, 꼭 비라도 맞은 고양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그렇게 싫으면 관둬도 좋은데...”
귓가에 속삭이듯이 건넨 말에, 크리샤가 감았던 두 눈을 뜨고서 나를 바라봤다.
“시, 싫다고 하지는...”
“응, 알아. 나도 농담이였으니까.”
"뭐...? 읍?!"
크리샤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런 크리샤의 눈을 마주보면서, 나는 그녀와 입술을 겹쳤다.
“읍, 으읍...!”
처음에는 가볍게.
갑작스런 키스에 놀랐을 그녀를 달래듯이.
“으, 응... 음...”
하지만 내가 아무리 상냥하게,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고 해도 크리샤의 입장에선 그게 그거일게 뻔했다.
키스를 경험해본 횟수라고는 한손으로 꼽을 만큼 밖에 되지 않을 크리샤에게는 격렬한 키스든 상냥한 키스든 그게 그거고, 결국 낯선 경험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낯선 것으로부터 본능적으로 도망치듯이 뒷걸음질 치는 크리샤를 쫓아가며 입을 맞춘다. 그리고서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차피 그녀는 내 품 안에 있었다.
도망칠 곳이라고는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크리샤의 머릿속에 새겨 넣듯이...
“아... 으음... 으응... 츄...”
조금씩, 긴장으로 잔뜩 굳어있던 크리샤의 몸이 풀리는 것을 느껴졌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조금씩, 내게 호응해오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슬슬 다음 단계를 밟아도 될 것 같았다.
"흣♥ 우읍!"
크리샤를 안고 있던 팔 중 하나를 슬며시 내려 그녀의 엉덩이골 위를, 꼬리뼈 부근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달뜬 숨을 내뱉으며 크리샤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벌어진 크리샤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응...?! 으응...! 흐아...♥”
갑작스런 혀의 침입에 놀란 크리샤가 버둥거렸지만, 재차 꼬리뼈 부근을 쓸어내리자 저항이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
음, 혹시나 싶어서 한 번 건드려본 건데...
루시아도 여기가 약점이더니 크리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다른 드래곤들도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추측의 뒷받침을 해줄 자료가 얼마 없기는 했지만. 루시아나, 지금의 크리샤의 모습을 보면 아마 그럴 것 같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녀들은 본신의 모습일 적에는 있지만,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을 때에는 없어지는 부위.
그러니까 날개나, 꼬리가 있었어야할 부근이 민감한 모양이니까.
루시아의 경우에는 날개가 있었을 날갯죽지나, 어깨가. 크리샤의 경우에는...
일단... 엉덩이 쪽이랑, 또 어디려나?
주시자의 눈을 사용해서 약점을 찾으면 금방이겠지만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뭐가 됐던 진심을 다하자고 다짐하기는 했지만, 이건 이런 것의 양식이 있는 법이니까. 애초에 이런 건 스스로 찾아내는 쪽이 더 기쁜 법이었다.
그러니까.
진심을 다해서, 철저하게 찾아내기로 했다.
꼬리뼈 부근에서, 느릿하게 더듬어가며. 골반 쪽으로 손을 움직인다. 크리샤의 엉덩이를 에두르듯이 주무르면서.
어차피 급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니까. 구석구석까지. 천천히... 크리샤의 몸을 더듬어갔다.
그렇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중에 크리샤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흐앗♥"
골반과 넓적다리 사이를 지압하듯이 누르는 순간이었다. 끝내 참지 못한 크리샤의 입 밖으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 찾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낸 크리샤의 두 번째 약점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그 부근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츄웁♥ 아흣♥ 츕♥ 으읏♥ 츄우♥ 으응♥♥”
크리샤의 입안을 이리저리 농락해가며, 사이사이에 두 약점을 만져주자 그때마다 귀여운 신음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하지만 정작 크리샤는 그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였다. 약점과 함께 입안 구석구석까지 농락해오는 내 혀에 온신경이 집중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전해져오는 쾌락에는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흐윽♥?!”
아, 또 하나 찾았다.
크리샤의 두 약점과 입을 공력해가면서, 놀고 있는 손으로 더듬고 있떤 와중에 또 다른 약점을 찾아냈다. 세 번째는 겨드랑이 안쪽이었다.
그리고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동시에 두 약점을 자극받은 크리샤의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흐윽♥ 흐으읏~~♥”
키스를 하느라 입이 가로막힌 것도 아니라, 크리샤의 신음성이 있는 그대로 터져 나왔다. 여태까지, 억지로 참아냈던 것을 전부 해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절정에 이르면서 신음을 내지르는 크리샤가 보였다.
“어차차... 위험해라.”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한 크리샤를 부축하듯이 끌어안았다. 그러자 내 옷깃을 붙잡으며. 크리샤가 가쁘게 숨을 고르며 나를 올려다봤다.
멍한 두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크리샤를 보고 있자니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떠올랐다.
“그렇게 기분 좋았어?”
"아..."
그 말에 느릿하게. 오래된 컴퓨터가 부팅하듯이. 차츰 나를 바라보는 크리샤의 눈동자의 빛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두 눈을 깜빡이던 크리샤가 뒤늦게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양 손으로 내 가슴팍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 그런 거 묻지 마!"
"좋았다는 거네."
밀어내는 크리샤의 팔에 힘이 없었다. 정말로 싫었더라면 당장 싸대기부터 날렸을 크리샤가 이렇게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싫지 않다고 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크리샤의 성격상 싫지 않다고 한 것은 좋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크리샤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언제 그런 말... 아흑♥!”
내 말을 부정하려고 하는 크리샤의 엉덩이 쪽을 재차 쓸어내렸다. 터져 나오는 신음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에 놀란 크리샤가 손으로 입가를 막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크리샤를 보고 있던 나를 향해. 울상을 지으면서 노려보는 크리샤를 보자, 어쩐지 좀 더 놀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놀리기로 했다. 두 번째로 발견했던 크리샤의 약점인, 골반과 넓적다리 사이를 눌렀다.
“흐앙♥ 잠, 깐만... 하읏♥! 멈춰어어...♥”
“뭐라고? 이쪽이 좋다고?”
꾸욱, 꾸욱. 그런 크리샤를 모른 척하면서, 나는 열심히 손가락을 놀렸다. 힘을 주는 정도나, 누르는 방식, 여러모로 시험해보면서.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크리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말이다.
덕분에 알 수 있었던 것은, 민감한 부위인 주제에 약하게, 부드럽게 누르거나 문지르는 것보다는 오히려 힘을 주어 꾹, 누르는 쪽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마아안...♥ 그만해애...♥”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성감대를 자극 당했던 크리샤가 움찔움찔, 몸을 떨며. 힘없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너무 심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헐떡이며 숨을 고르고 있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땀으로 젖은 드레스가 몸에 딱 달라붙어서, 천의 두께가 얇은 드레스 밑으로 크리샤의 몸매가 전부 드러나 있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설마?”
땀으로 젖은 드레스 밑으로 몸의 굴곡이 전부 드러나 있는 크리샤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가슴 위로 솟아있는 젖꼭지가, 검은 드레스 밑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래쪽도.
“속옷은 어디다 두고 오셨어요?”
어쩐지 엉덩이를 만질 때 감촉이 조금 이상하더라니.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크리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대답하지 못했다.
크리샤의 얼굴을 바라보자, 반쯤 정줄을 놓은 채로. 하아, 하아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기가 지금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지금 내가 어딜 보고 있는지도 눈치챌 경황이 없어 보였다.
꿀꺽.
입가에 침이 고였다. 위험했다. 여태까지 잘만 조절됐던 것이, 이성이 말을 듣지 않았다. 원인은 당연히 크리샤였다. 눈앞에 있는 크리샤가 한 꺼풀만 벗으면, 알몸이라는 사실이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살짝만.”
지금이라면 살짝 들춰보는 것 정도는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지금 크리샤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옆트임이 심한 타입의 드레스였다. 이거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크리샤의 드레스에 손을 뻗었다.
“흐음, 주인님. 설마 여기서 거사를 치를 생각이십니까?”
“아니, 그냥 이 밑이 조금 궁금해... 에루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무심코 대답해버렸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자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에루나가 있었다.
“...언제부터?”
도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고 묻는 내 말에 에루나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실례, 언제부터가 아니라 처음부터입니다. 혹시 잊으셨습니까, 주인님?”
그러고 보니, 그랬었다. 크리샤에게 냅다 입을 맞추고서, 딱히 어디로 간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그 말은, 여태 에루나가 옆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
나는 조심스레 들어올렸던 크리샤의 드레스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고서, 그런 나를 빤히 지켜보는 에루나를 바라봤다.
“주인님께서는 상당히 귀축이셨군요. 루시아 아가씨가 그런 말씀을 하신 것도 이해가 갑니다. 변태, 라던가.”
“읏...”
“귀축이라던가.”
“으윽...”
“물론, 저는 주인님께서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주인님의 귀축스러운 손길에 넋을 놓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크리샤 아가씨의 속옷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드레스를 들추려는 변태 같은 주인님이던, 아니던 주인님은 주인님이니까요.”
이어진 에루나의 말에 개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공성에 개구멍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던 에루나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도... 환자들 옆에서 이러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었고.
에루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엄청나게 굴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