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5화 〉115화 (115/370)



〈 115화 〉115화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카마수트라'가 활성화됩니다.]


[대상과의 신체접촉이 적어 효율이 저하합니다. 접촉 중인 신체 및 점막이 늘어날수록 효과가 증가합니다.]

['아리스 라 브란데냐 블론드 데 드네아'의 민감도가 10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10초마다 30%만큼의 민감도가 추가로 증가합니다. 이후 일정확률로 대상의 능력치를 흡수합니다. 대상의 흡수된 능력치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됩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과 함께 움찔, 하고 갑작스런 입맞춤에 날 밀어내려던 아리스의 몸이 떨려왔다.

['아리스 라 브란데냐 블론드 데 드네아'의 흥분도가 100%만큼 증가합니다. 이후 10초마다 30%만큼 흥분도가 추가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되는 흥분도의 일부가 대상에게 영구히 작용합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특수 효과를 발동합니다. 성공률 계산... 현재 12%의 확률로 대상에게 '구강 민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고조된 흥분도에 의해 대상의 저항이 약해집니다.]

[연계중인 기능 '매혹안', '심신 장악'의 성공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으음... 응...!”

거듭되는 입맞춤에 아리스의 눈동자에 띤 빛이 흐릿해져가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귓가에 울리는 알림.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리스  브란데냐 블론드  드네아'의 근력을 1만큼 흡수했습니다.]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리스 라 브란데냐 블론드  드네아'의 마력을 1만큼 흡수했습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띠링~

[기능 ‘카마수트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아리스 라 브란데냐 블론드 데 드네아'의 마력을 3만큼 흡수했습니다.]

[마력이 150을 도달했습니다. 조건이 충족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직업 '부덕의 왕'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알림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졌다.


《고결한 대지, 크리샤네아 슈페리아.》



"미안한데,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하면 안될까?"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라는 인간 소녀를 가리키는 녀석을 보자 뭔가 속이 불편했다.

부글부글하고. 뜨거운 것을 통째로 삼킨 것처럼.

"…왜?"


난 어째서 왜냐고 물어본 걸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그만이였는데. 녀석의 생각같은걸 내가 물어볼 필요가 대체 어디에 있다고.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질문에 녀석이 말했다.

“솔직히 칼 맞은 것도 나고, 가슴팍에 구멍이 난 것도 난데. 너보다는 내가 화나는  정상이잖아.”

제딴에는 제법 논리적이였다는 듯이 가슴을 피며 말하는 녀석을 보니 뭔가  바보같아진 기분이 들었다. 본심을 숨긴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녀석은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표정에서부터 티가 팍팍났다.

거짓말.

혹은 변명하려고 꺼낸 말이라는 티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나한테 맡기면, 전부 죽일 것 같으니까.

저 녀석을 살리고 싶으니까 그런 거라고.

오랜만에 인간이라도 만나니까 반갑기라도 했나보지? 아니면 뭐, 마음에라도 들었다던가.

흘끔, 아리스라는 소녀를 바라봤다.

타고 남은 재처럼, 희뿌옇한 회색빛의 머리카락. 딱히 아름답다고는  수 없는 색이었다. 저런 것보다는 나처럼 검은빛의 머리카락이 훨씬 아름다웠다.

외모도 뭐, 인간치고는 나쁘진 않았지만 자신만은 못했다.


몸매…  넘어가고. 무심코 가슴쪽을 내려다봤다. 그 날 이후로 수십년이  지났지만 이놈의 가슴은  뒤로부터도 전혀 자라지 않았다.


문득 녀석이 자꾸  가슴과 루시아의 가슴을 비교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루시아. 그 암컷 미노타우로스마냥 젖가슴이 큰 년보다,  가슴이 작은 건 맞았다.

애당초 그렇게 큰게 비정상인 거고… 나만 해도, 저 인간보다는 크니까.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아무튼 클거다.


…난 어째서 저런 인간이랑 날 비교하는 걸까. 도대체 왜?

그런 생각하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짜증이. 그래서 괜히 퉁명스레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하시던지."


"고마워."

"…닥쳐."

왜  말에, 치밀어 오르던 짜증이 조금이지만 풀렸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이해할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내게 큰소리치고 아리스라는 인간에게 다가간 녀석이 뭐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다.


상대하겠다느니 뭐니 해놓고서, 대화나 하고 있는  보니 당장 뒤통수를 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찌됐건간에, 허락한 것은 허락한 거니까. 만약 저대로 놓아주겠다느니 하는 거라면…

우웅…!

"마력?"


그런 녀석의 주위로 마력이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다름 아니라 나의 마력이.


고위의 정신계 공격 마법인 절규하는 악몽을 사용하기 위해 일대에 퍼트렸던 마력들을 장악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녀석을 바라봤다.


저 녀석, 마력을 쓰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보니 녀석의 상처가 나은 것에만 신경썼었지, 어째서 나은 건지는 몰랐었다.


녀석은 갑자기 나았다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통찰."


쩌억, 하고. 두 눈이 세로로 갈라진다. 그러자 눈에 비치는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눈.  거 없는 주제에 마력 소모가  마법이었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통찰 마법을 발동시키자.

그 눈에 비친 것은 녀석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검붉은 마력이었다.


거대하고, 불길함으로 가득한 사악한 마력. 이 세상에서 저런 마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는 단 둘 뿐이었다.


하나는 마룡.

타락해서, 맹약에서 벗어난 드래곤.

다른 하나는…

"마왕…?"

그제서야 녀석의 이마에 돋아난 뿔이 보였다. 상처가 나은 것에만 신경썼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뒤늦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나 때문에?

녀석이 갑작스레 마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뿔이 생겨난 것도. 전부, 녀석이 나 대신에 편린이 담긴 검에 찔린 후였다.


 전까지만 해도, 녀석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차원 소환 마법진을 통해, 다른 차원에서 이 세계에 남은 드래곤들의 '반려'로써 소환된,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인간.


뭐, 최근에는 조금 말을 잘 듣기는 했었지만…


그런 녀석이, 저토록 불길한 마력을 속에 품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탓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욱신하고 아파왔다.


"…저 녀석 뭐하는 거야?!"

하지만 그것보다 그런 녀석이 저지른 행동에 경악했다.


그림자의 손을 소환하는가 싶더니, 그림자 변형으로 검을 만들어서 아리스라는 인간 녀석에게 던져주었으니까.

검을 잃은 검주한테 검을 주다니, 바보같은 짓이였다.


"저럴 거면 왜…!"

방금까지 심장이 찔렸던 주제에.


내가 경악하는 사이에 녀석이 다른 그림자로 만든 검을 손에 쥐고서 자리를 박차고 아리스라는 인간에게 달려갔다.

검주한테 검을 쥐어준 것도 모자라서, 검주한테 검으로 승부를 걸다니 바보 같은 짓도 저정도면 수준급이었다.

"역시 맡기는게 아니였어!"

마력을 끌어모아서 그림자 손을 소환했다. 그리고 아리스라는 인간에게 쏘아보내는 순간이었다.

콰직!


뻗어나갔던 그림자가, 비틀거리던 검주들의 손에 베여 튕겨나갔다. 미약하게 그런 검주의 끝에 서려있던 투기가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녀석의 상처가 나았을 때. 주위에 있던 마력들과 생명력을 흡수했던 것도 떠올랐다.

아마  영향인  같았다. 명색의 검주라는 것들이, 저렇게 비실비실해진 이유가.


근데 왜 저 아리스라는 인간 녀석은 멀쩡한 건데? 뭐야, 설마 녀석만 제외하고 흡수하기라도  거야?


내 마력이랑 생명력도 흡수해가놓고서?

짜증나.

그런 내 귓가에 어렵사리 검을 치켜든 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성한 결투요. 그대가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방해할…"

"닥쳐, 쓰레기같은 인간같으니."


내 영지에서.


나의 땅에서.

나에게 검을 겨눈 것도 모자라서.

"날 방해해?"

그림자의 사슬.

후욱!

검주의 밭 밑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치솟아, 다리를 옭아맸다. 그리고 그대로 내쪽으로 당겨져왔다.

"컥, 커억…!"

질질 끌린 채로, 내 앞에 주저앉은 검주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온몸이 그림자의 사슬로 꽁꽁 묶인 검주는 일말의 저항조차 못한 채 내 발에 밟혀 신음을 토했다.


"크읏…!"

"힘도 없는 주제에 방해하지 마. 인간, 자비는 여기까지니까."

녀석은?

겨우 움직이던 검주 녀석을 제압하고나서 녀석을 바라보자, 아리스라는 인간 녀석이 쏘아보낸 투기에 기겁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바보가!"

그러게  검같은걸 쥐어줘서…!


하지만 늦었다. 아무리 빠른 마법이라고 해도, 발동하는 것보다 투기가 녀석을 꿰뚫는 것이 빨랐다.


질끈 눈을 감았다.


이유는 알  없었다.


또.

피투성이가  채로 쓰러지는 녀석을 보고 싶지 않았다.

캉!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녀석의 비명소리같은 건 들려오지 않았다.


눈을 뜨자, 호신의 팔찌를 사용해서 투기를 막아낸 녀석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루시아 녀석이 뭔가 쥐어주긴 했겠지…"

그게 호신의 팔찌라는건 조금 놀랐지만. 고위 마법이라고 해도 한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루시아가 갖고 있는 아티펙트 중의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어째서 저런걸 루시아가 녀석에게 쥐어줬는지는 알 것 같았다.


"나때문이겠지 뭐…"

꽤 능숙하게 활용하는 걸 보니 한두번 사용했던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대충 언제 저걸 받았는지도 예상은 갔다.

"쯧..."


괜히 혀를 차고서, 녀석을 지켜봤다.

뒤늦게 검주에게 검을 쥐어준 것이 실수라는 걸 알아차렸는지 거리를 벌리는 녀석이 보였다. 그걸 겪어봐야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그러고서,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이 보였다.


파열하는 대지를.

녀석이 영창을 마치자, 땅이 뒤틀리며 무너졌다. 아리스라는 녀석이 파열하는 대지 덕분에 흔들리는 땅에 균형을 잡지 못하자 그런 틈새를 노려 그림자로 만든 검들이 쇄도하는 것도 보였다.


"진작 저럴 것이지."

검주정도 되는 검사와 근접전으로 싸우는 것은 어지간한 고위 마법사도 하지 않는 짓인데, 바보처럼 검주랑 검으로 싸우려다가 크게 데인 뒤에야 저러는 모습을 보니 바보 같았다.

"그나저나…"

왜 내가 녀석을 응원하는 거야?

아니, 응원하지는 않았지만… 응, 응원하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지 말고 마법을  쓰란 말이야."

응원하지 않았다.

그저 바보같이 파열하는 대지만 써놓고서 막기에 급급해하는 걸 이기지도 못하고 있는 녀석을 보니 답답해서 한 소리였다.


내 말이 들리기라도 한건지, 녀석이 이어서 마법을 영창하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속박 마법을  모양이었다.

"그걸로 검주가 멈칫이라도 할  같아?"


검주들은 기본적으로 마력에 저항능력이 높았다. 그야 마력과 상성이 좋지 않은 투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니까 당연했다. 생각은 조금 하는 모양인지 마력양을 높였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기다리는 것도 귀찮으니까."

녀석이 사용하는 속박 마법에 주변에 떠다니는 마력  일부를 부여했다. 어차피 사용하려고 퍼트렸던 마력이고, 회수하기도 귀찮아서 그런거지 딱히 도울 생각은 없었다.

속박 마법이 발동하자 멈칫하는 아리스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아리스의 주위에 그림자로 만든 검들이 쇄도했다.


"드디어 끝났네. 조금 바보같았지만 뭐, 마법을 처음 쓰는 거니까…"


돌아오면 검주를 상대할 때의 주의법이나 알려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림자들이 멈춰서는 것이 보였다.

"…뭐야?"

아니, 왜  이겨놓고서?


"아 진짜  바보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완전히 제압되지 않은 검주에게 다가가기까지 하는 녀석을 보자 혈압이 치솟았다.


파파팡!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주위에 있던 그림자 검들을 투기로 튕겨낸 아리스가 녀석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진짜…!"


마력을 끌어올려서 녀석의 주위에 보호막을 펼쳤다.

까앙!

하지만 급하게 쳐낸 보호막은 아리스가 던진 검에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녀석도 생각이라는  하는 모양인지 날아오던 그림자 검을 멈춰세우긴 했지만… 어차피 그건 눈속임일 뿐이고 진짜는 따로 있었다.

푸른빛의 투기로 둘러 싸인  주먹이 녀석의 가슴에 꽂혀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진짜 바보! 진짜로 멍청이!"

뭐가 내가 상대하겠다는 거야?!


"내가 이럴 줄 알… 응?"

아무리 검주라고 해도 주먹으로는 큰 데미지를 주지 못했을  분명했다. 그러니까 치유 마법이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 눈에 투기에 둘러싸인 주먹에 얻어맞았다 싶었던 녀석이,아리스의 주먹을 붙잡은 것이 보였다.

황금빛의 비늘로 둘러싸인 손으로.

"용화…?"

저걸 어째서 저 녀석이…

거기에 하필이면, 기분 나쁘게 루시아와 똑같은 색의 비늘을 가진…

어쨌거나, 녀석이 이기긴 했으니까 마왕고 용화고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기 위해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녀석이 아리스에게 입을 맞추는 것이 보였다.


"어?"

저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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