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100화 (100/370)



〈 100화 〉100화

"저기, 루시아?"


"네, 왜 부르시나요?"

내 부름에 정말로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가 보였다.

뭘까.

설마하니 이것도 이 세계에서는 당연한 축에 들어가는 일인걸까. 아니,  세계의 상식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별나다는 건 알고 있긴 했는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팔을 루시아가 손수 묶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본모양으로 내 팔을 꽁꽁 묶고 있는 루시아를 보며 내가 말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좋아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그렇게 대답하는 루시아에게, 이미 알고는 있었지민 물어는 보기로 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이지경님의 팔을 묶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건 보먼 알겠는데, 어째서?"

"그야…"

활짝, 하고 루시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지경님이 도망가시면  되니까요♥"


덧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아니, 루시아가  어떻게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하지만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걱정으로 눈앞이 깜깜해... 진짜로 깜깜해졌잖아?


정말로 눈앞이 깜깜해져서, 입을 다물었던 내가 영차, 하고 뭔가 바쁘게 내 허벅지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루시아에게 말했다.


"…저기? 루시아?"

"네, 왜 부르시나요?"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진 내가 묻자,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되묻는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 걸로 확실히 알았다. 이거 그냥 날 놀리고 있는 거였다.


"또 물어봐서 미안한데.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거든?  한 거야?"


"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평범한 안대를 씌웠을 뿐이니까요."


이건?

그럼 내 팔을 묶은 요건 평범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루시아의 발언으로 내 팔을 묶고 있는 끈이 괜히 불안하게 느껴졌다.

"…좋아, 안대를 씌워서 앞이 안 보이는 건 알겠는데, 어째서?"


사소한지 사소하지 않은지는 아직 감도  잡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한 내가 그렇게 묻자 쿠쿡, 하고 루시아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야, 이쪽이 더 재밌을  같으니까요♥"

난 별로 재미없었다.

정말로.


그야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으니까 당연했다. 눈이 가려져서, 밝은 대낮에 보는건 드문 루시아의 알몸도 볼 수 없는데다가 팔까지 묶여서 가슴도 못만지고, 심지어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탄 루시아 덕분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밌다고 느낄  있다면 그건 변태다.

그리고  번이나 강조하지만, 나는 그런 변태가 아니었다. 재밌을 턱이 없다는 거다.


그런 나에게 루시아가 말했다.

“자, 움직이면 안돼요♥”

“아니,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거든?”


루시아가 꺼내든 이상한  같은 걸로, 양 팔이 묶인 데다가 눈까지 가려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루시아가 쿡쿡 웃었다.


왜, 뭐 때문에 웃는 건데. 같이 좀 웃자.


한쪽 눈이 멀었을 때는 아, 그래도 하나라도 남아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는데 양쪽 눈이 안보이니까 이렇게 답답할 데가 없었다.


시력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깨닫고 있던 나에게 한참이나 웃던 루시아가 말했다.

“웃어서 정말로 죄송해요. 저는 이지경님이 아니라, 이 아이한테 하는 말이었거든요.”

콕콕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건드리며, 루시아가 말했다.


“어서 빨리, 하고 보채는  아이한테 말이에요♥”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물건에 대고 말을 거는걸 보는 건, 아니 다행히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런 사실을 알게 되는  정말이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괜히 소외된 듯한 느낌까지 들어서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루시아가 뭘하는지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그랬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아는 손끝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후후... 귀여워라, 핏줄까지 딱딱해져서... 괴로워 보이네요♥”

내가 기억하기론 귀엽기는커녕 흉흉하기만 했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곤두선 핏줄을 손가락으로 애무하며 루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며 이 크기가 정상이냐고 물으며 질겁했던 사랑스런  연인은 어디로 간걸까…


응, 내가 잘못한 거지 뭐...

 내 업보였다.


순진… 하지는 않지만 순수했던 루시아가 이렇게 변한 이유의 태반이 아마 내 탓일테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러고 있으니까 뭔가 느낌이 묘했다. 루시아가 뭔가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팔까지 묶여서 아무것도 할  없다.

그런데 기분만큼은 좋아서, 정말로 기묘한 느낌이었다. 아니, 묶여서 꼼짝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기분 좋다는 게 아니라, 루시아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애무하는 게 기분 좋다는 거다.


정신 차리자. 이러고 있으니까 나도 슬슬 혼란스러웠다.


“그럼...♥ 응, 어느 정도 준비는  것 같네요♥”


"뭐가?"

뭐가 준비됐다는 건데?

같이 좀 알면서 하면 안될까요?


덕분에 확실해진 건, 난 역시 묶여있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아니란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답답하게만 느껴졌으니까.

그런 내 어깨에  팔이 둘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루시아?"

"네, 이지경님? 부르셨나요?"

"어… 음, 지금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글쎄요… 어떨  같나요♥"


스윽,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에 무언가 닿는 게 느껴졌다.


불에라도 닿은 것처럼 뜨겁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말이다.

"만약 맞춘다면, 특별히 안대는 벗겨드릴게요♥"


루시아의 말에 머리를 굴렸다.

일단 손은 아니었다. 그야, 루시아의 양팔이 지금  어깨에 둘러져 있으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테니까.


같은 이유로 가슴도 아닐게 분명했다.


루시아의 가슴이 아무리 크더라도, 지금 드래곤 슬레이어와 닿고 있기엔 거리상으로 불가능한 위치가 분명하니까.

결국 후보지로 좁혀진 건 한곳 이였다.

허벅지.

"정답!"

"네, 말해보세요♥"


“이 감촉, 그리고 정황상 허벅지가 분명하다. 맞지? 내가 맞춘  맞지?”

"네, 정답이랍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누구의 허벅지일까요?"

"누구라니…"

그야 당연히 너지.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어째서 루시아가, 굳이 누구의 허벅지냐고 강조해가면서 묻는건지 생각하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런 나에게 루시아가 재차 물었다.

"누구일까요♥ 맞춰보세요♥"

아니…

설마…


저기요?


루시아? 농담이지?

"자, 일단 정답은 정답이니 약속대로 안대는 벗겨드릴게요♥"


루시아의 말과 함께 스윽, 하고 안대가 벗겨졌다.


그리고 그런  앞에, 무척이나 재밌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루시아가 있었다.

"정답은 저, 루시아의 허벅지였답니다. 정말,  그렇게 놀라시는 건가요♥"

……

"후후, 놀라셨나요?"


쿡쿡, 입가를 가리고서 웃고 있는 루시아를 보니 처음으로 루시아를 한대 쥐어박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말할 수 없어도.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루시아가 말했다

"그런데… 이지경님? 이번에는 제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생겼는데요."

루시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이지경님이 그렇게까지 놀란걸 보면, 제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말이죠♥"

꽈악,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손으로 붙잡은 루시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는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화가난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루시아의 눈이, 웃고 있는데 전혀 웃음기가 느껴지지 않는걸 보며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말했다.

"이지경님 앞에 있는 건, 저인데 말이죠... 후후♥ 아무래도 벌이 필요할 것 같네요♥"



“으응♥ 앗♥ 아앗♥”


루시아가 신음을 흘리며 연신 허리를 움직였다. 그때마다 루시아의 허벅지로, 정확히는... 루시아의 균열로 문질러진 드래곤 슬레이어가 움찔움찔 몸을 떨어댔다. 금방이라도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보기 흉할 정도로 혈관이 도드라진 채로 말이다.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의 끝에, 어울리지 않게도 작은 리본이 달려있었다.

 팔을 묶고 있는 끈과 같은 걸로 만들어진 리본이 말이다.

저게 루시아의 벌의 정체였다.


처음에는, 벌을 준답시고 리본을 묶을 때는 내게 쪽팔림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실제로도 엄청 쪽팔렸다. 그야, 그곳에 리본을 묶은 거다. 그것도 루시아가 직접, 리본을 묶은 것이다.


쪽팔릴 만도 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이 벌이 아니란 것은, 그 뒤에  수 있었다.

“하앙♥”


쑤욱, 하고 미끄러지듯이 루시아의 안쪽으로 파고들어간 드래곤 슬레이어가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크기도 크기인데다가, 심지어 지금은 오랫동안 강제로 참은 결과, 평소보다도 커진 상태여서 겨우 끄트머리만 들어갔을 뿐이지만 말이다.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해방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드래곤 슬레이어가 용솟음쳤다.

다만, 그것뿐이었다. 움찔, 움찔하고 간신히, 루시아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드래곤 슬레이어가 그저 애처롭게 몸을 떨뿐이었다. 정액은커녕 전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자꾸만 멋대로 들어가면 안된다고요?”

찌꺽,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허망하게 루시아의 밖으로 빠져나왔다. 루시아의 애액으로, 끄트머리만 젖어 번들거리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니, 어쩐지 울고 있는 것만 같아보였다.

아니지...

사실 울고 싶은 건 나였다.

“루시아, 제발...”

팔을 묶은 끈이라던가, 삽입은커녕, 오히려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며 허리를 흔들고 있는 루시아도, 아무래도 좋으니까.

 리본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벌써 몇 번이나.

시간으로 따지면, 한 시간이 넘도록 강제로 사정을 금지당한 내가 그렇게 애원하자, 그런 나를 본 루시아가 콕, 하고 내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싫어요♥”


지저스...


세계의 종말이라도 본 것 같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던 내 뺨을, 루시아가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불쌍하니까... 기회를 드릴까요?”

영차, 하고 루시아가 몸을 일으켰다.

기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웃을 뻔했지만, 나는  정도로 바보는 아니였다. 지금 웃어버린다면,  기회가 뭔지는 몰라도 당장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게 분명하니까.

그나저나 기회를 준다면서, 왜 일어서는지 모르겠다.


그냥 리본이나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눈앞에, 루시아의 두 다리가 보였다.


“어...”

새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다리였다. 실제로도 부드러웠다. 루시아의 다리는, 가슴 다음으로 내가 자주 만지는 부위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매력적인 다리였다. 그리고 그런 다리가 눈앞에 있다는 것은, 당연히 루시아가 내 머리 위에 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눈에 보인 건 다리만이 아니였다.

괴로웠던 건 드래곤 슬레이어만이 아니였는지, 이미 애액으로 푹 젖어있는 루시아의 균열이 보였다.


“자, 그 상태로... 저를 기쁘게 해주시면, 리본을 풀어드릴게요.”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에게, 입가를 혀로 훑으며, 루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 루시아에게 내가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네, 진심으로.”


“나, 팔도 묶여있는데...”


“네, 팔이 묶인 채로, 노력해주세요♥”

대체  꼴로 어떻게 하란거야.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럼 다시... 저는 저대로 즐길 테니까, 이지경님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도로 돌아가려는 루시아를 보고서, 나는 벌떡, 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꺅♥ 갑자기 일어나면, 놀라잖아요♥”

전혀 놀란 것처럼 안 보인다. 그야 내가 이럴 거라고 생각하고서, 그랬을 테니까 당연하겠지만. 루시아의 손바닥 아래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야, 기대된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루시아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루시아가 내게  원하는지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저기, 루시아?”

“네, 이지경님?  부르시나요?”


쿡쿡, 웃으며 그렇게 되묻는 루시아에게 내가 말했다.

“...웃는 건 거기까지일걸? 각오해둬라.”


“어머...♥ 그거, 정말로 무서운 걸요...♥ 네에, 각오할테니까...♥”


자, 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내 앞으로 다가온 루시아를 보고서.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업보스택 너무 쌓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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