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78화 (78/370)



〈 78화 〉78화

“응, 으응...”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동그랗게 뜨여진 그 눈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그 눈이. 솔직히, 처음 봤을 때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눈에, 내 모습이 비쳐보였다.


오직, 나만이. 그녀의 눈동자에. 루시아의 눈동자에 오직 나만이 비쳐 보이고 있었다.


루시아의 눈동자에 비쳐 보이는 내 눈동자에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비쳐 보이고 있었다.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무심코 루시아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고 말았다.


“하읏!”

신음성과 함께, 가쁘게 내쉬어지는 루시아의 숨결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 숨결이 더욱 정신을 아찔하게만 만들었다.


그때였다. 루시아의 두 팔이 내 목을 둘렀다. 그리고 입술 너머로 루시아의 혀가 넘어왔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굳어있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어색하게, 서투르게 일단 냅다 넣어봤다는 느낌으로 혀를 사용해서 치아를 두드리며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듯이 꾹 감은 눈 끝이 떨리는 루시아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왠지 웃음이 나왔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루시아는 엄청나게 귀엽구나. 질끈 두 눈을 감은 채 더 이상 어째야하는지 모른 채 붉게 물든 귀를 움찔움찔 거리는  엄청 사랑스러워보였다.


설마, 이게 전에 에루나가 말했던 공부라는 것의 성과인건 아니겠지? 에루나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기대  두려움 반으로 벌벌 떨었었는데...  결과물인, 눈앞의 루시아를 보니  걱정은 죄다 괜한 것이 된  같았다.

나는 스스로 열어젖혀진 성문을 넘어, 루시아의 안쪽을 점령하기로 했다. 언제 다음으로 넘어갈까, 입술을 맞추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움직여주니 환영할 일이었다.

“응, 앗, 아흣...”


맞닿은 입술 너머로, 혀와, 혀가 얽혔다. 루시아의 어설펐던 공격의 대가는 컸다. 이쪽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모든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다. 루시아는 이쪽의 공격에 어쩔 도리 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밖에 없었다.

루시아의 입 안을 철저하게 유린하면서, 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루시아가 목 뒤로 팔을 두른 덕분에 자유로워진 양 손을 마음껏 활용했다. 허리에 두르고 있던 손은 은근슬쩍 루시아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너무 이른가 싶었지만 처음 당하는 딥키스에 혼이 쏙 빠진 루시아는 흐읏, 하고 귀여운 신음으로 화답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의 화신이 주먹을 움켜쥐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왼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도저히 이 세상에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부드럽고, 탄력이 넘쳤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남은 손이 있었다. 멍청하게 이제와서 이걸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기세를 몰아서, 염원했던 과실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깨달았다. 이 자세로는 양 쪽 모두를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루시아의 과실이 크디 크다지만,  자세로는 영 불편한 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옆에서 보면 엄청 우스꽝스런 몰골이 된다.


그 사실을 깨닫자, 머릿속이 번뇌로 가득 찼다.

방법이야 없는  아니였다. 그냥 다른 손에 쥐고 있는 것만 놓아버리면 그만이었다. 근데 그걸 놓기 싫어서 문제였다. 누가  목에 칼을 들이밀어도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이걸 움켜쥐고 있을 자신이 있었다.


나에게 이걸 이제와서 놓으라고 말하는 파렴치한 자식한테 주먹을 꽂아 넣을 생각도 충분히 있었다.

너무 욕심이 과한게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겠다.

장장 한 달이었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나는 이걸 눈앞에 두고서 그저 인내의 시간을 보내왔었다.


물론 알고 있다. 그건 그냥  자발적인 금욕이었다는 것쯤은.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아주 짧은 고민,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무수한 생각이 오간 끝에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자세가 문제라면 자세를 바꾸면 그만이었다.

놀고 있던 손으로 아쉽지만, 과실로 향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루시아의 허벅지 밑으로 넣어, 그대로 루시아를 들어올렸다.

“흐앙?!”

느닷없이 안겨 올려진 루시아가 귀여운 소리와 함께 내 목뒤로 두르고 있던 팔에 힘을 주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루시아의 커다란 과실이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여기가 천국인가보다.

“에, 어... 여기는?”

그리고 갑작스레 몸이 들려진 충격으로 정신이 돌아왔는지 멍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루시아가 이내 나에게 안겨졌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그래도 새빨갛던 얼굴을 더욱 붉히며 말했다.

“이, 이게 대체...?”

“아, 잠깐 장소 좀 바꾸려고.”

“...장소를요? 저, 그... 이지경님? 설마 이대로 밖으로 나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아니, 나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아직 그런 사리분별까지 못할 정도로 맛탱이가 가지 않았던 나는 루시아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고작 몇 걸음 떼었을 뿐이기는 하지만.

“읏샤!”

“꺅!”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내게 안겨있던 루시아를 그대로 침대 위로 던졌다. 던졌다기보다는 내게 매달려있는 루시아와 함께 침대 위로 점프한 거에 가깝기는 했지만. 덕분에 루시아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바닥이 아니라 침대 위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서는 나를 멍한 얼굴로 바라봤다.


“가, 갑자기 이게 뭔가요?”

“미안.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

유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거다. 나름 로망이라고 해야할까. 자고로 남자는 로망을 추구해야하는 법이었다.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런 법이었다. 아무튼 언젠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중 하나를 이룬 나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계속할게.”

“에? 으읍!”

아무튼 문제가 되는 것도 해결했겠다. 나는 다시금 루시아의 입술을 덮쳐눌렀다. 루시아가 마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기습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맨 정신인 루시아에게서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니, 철저하게 약점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덤으로, 어째선지 계속해서 갈증이 느껴지는 목을 축이기 위해서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변태 같을지도 모르겠지만, 루시아의 침은 내가 여태껏 마셔보았던 음료보다 훨씬 달콤하고 맛있었다.

이것도 종족적인 차이인 것인지, 아니면 루시아 개인의 특징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음, 으음, 응...! 흐응...!”


한 가지 간과한  있었더라면 드래곤의 무시무시한 학습능력이였다. 한 번 정신을 차린 루시아는 이쪽의 공격에 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능숙해져서는 반격까지 해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아까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정도에 불과해서, 반격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에루나가 했던 경고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내가 주도권을 유지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처음의 몇 번뿐일 거라고. 그렇게 말했던 여러모로 아쉬운 시종의 말이 말이다.

이대로는 안됐다.

누가 주도권을 쥐던 말던 딱히 내 알바는 아니긴 했지만, 에루나의 경고대로라면 이대로는 위험했다. 게다가 루시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은 유경험자로써 오늘 처음인 상대에게 당하는 건 사양이었다.

어떻게 한다. 그나저나 루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도저히 틈이 생기질 않았다. 이대로라면 염원하던 과실은 안녕일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진짜로 안됐다. 무슨 방법이 없으려나.

그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들어본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특성 ‘귀축’을 습득하셨습니다.]


...귀축이라니. 아니, 솔직히 방금 생각했던 그건 귀축 같기는 했지만 말이지. 그래도, 귀축이라고 하는 건 조금 심하지 않냐고.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약점파악’을 습득하셨습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약점파악’이 상위기능 ‘주시자의 눈’과 연동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이 ‘주시자의 눈’에 연동됩니다. ‘주시자의 눈’의 등급에 따라 3개의 약점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


속으로 들려온 알림에 항의하자, 연속으로 알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만 같은 루시아의 과실... 아니, 이제와서 과실 타령하는 것도 우스웠다. 까놓고 말해서, 정말로 멋진 가슴이 들어왔다.

반짝반짝하고 빛난 것이다. 그냥 있어도 매력적인 그것이. 보란 듯이 반짝거린 것이다. 게다가 아까 들려왔던 알림 소리대로라면... 저게 루시아의 약점이었다.


 외에도 몇 가지인가 더 눈에 들어왔다. 우선 입술, 그리고 어깨,  다음은 허벅지 안쪽과... 그보다 더 안쪽까지. 거기에 반짝이는 정도가 각각 다 달랐다. 제일 반짝이는 것은, 앞서 말한 허벅지보다  안쪽이었고, 제일 적은 부분이 배꼽 근처였다.

이 반짝이는 정도가 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대충 눈치채버렸다.

예전에 루시아가 내게 어깨를 깨물렸을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참고로 말해서, 어깨는 3번째였다. 2번째는 가슴이고.  번째는 굳이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 이지경님?”


어느 샌가, 자유의 몸이 된 루시아가 그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눈에 보이는,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에 무심코 입술을 뗐던 모양이었다. 루시아도 갑자기 키스를 멈추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보고는, 몸을 움츠렸다.  저럴까. 이렇게 말하면 드래곤인 루시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마치 겁에 질런 새끼 고양이 같았다.

“저기, 루시아.”

“네, 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바로 그만둘 테니까.”

“네...?”

이렇게 말하는 건 뭔가 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루시아도 뜬금없는 내 말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나는 호기심 반 욕망 반의 손을 움직였다. 반짝반짝, 반짝이는 두 과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꽈악 움켜쥐었다.


“하악♥”

효과는 대단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루시아네스 파라모아’의 약점을 공격했습니다. 특성 ‘귀축’으로 인해 추가 효과가 변동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약점 공략! 특성 ‘귀축’의 성공률이  배로 증가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약점 공략! 특성 ‘귀축’의 성공률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두 개를 동시에 쥐었더니 그런가. 같은 내용의 알림이 두 번 연속으로 들렸다.

그리고 이어서 띠링하고, 알림이 들려왔다.


[‘루시아네스 파라모아’가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특성 ‘귀축’의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루시아네스 파라모아’에게 상태이상 ‘음란’을 부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과 ‘루시아네스 파라모아’의 압도적인 능력차로 인해 부여된 ‘음란’의 지속시간이 감소합니다.]


띠링~

[현재 ‘루시아네스 파라모아’에게 부여된 상태이상 ‘음란’의 지속시간을 기능 ‘주시자의 눈’이 파악합니다. 상태이상 ‘음란’은 32분간 지속됩니다.]

“어... 얼레?”


음란이라니, 엄한 단어가 튀어나왔는뎁쇼. 연속으로 들려온 알림에,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은 알림에 놀란 나머지 무심코 루시아의 가슴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히윽♥!?”

퍼뜩하고, 루시아의 허리가 활처럼 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 이거 어디서  것 같다. 그러니까... 그렇고 그런 거에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 잠까안...♥ 이게, 대체...♥♥?”

저질렀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이게 이렇게 거창한 효과를 지니고 있을 줄 전혀 몰랐다는  정도였다. 그 루시아가 단번에 이렇게 될 줄이야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천천히 루시아의 가슴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콰악, 하고 루시아의 손에 의해  팔목 모두가 잡히지만 않았더라면 그랬을 거다.

“루, 루시아?”


“아, 안돼요♥ 손, 놓으면... 싫어요...♥”


루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꾸욱, 하고 오히려  팔목을 붙잡은 채,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들이밀며 말했다.

“더...♥ 기분 좋으니까...♥ 이, 런거♥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더♥ 네에...? 이지경님♥”

꿀꺽, 침을 삼키고서 그런 루시아에게 물었다.

“...더?”


더란 말이지...?

눈물이 맺힌 얼굴로, 난생 처음 느껴본다는 말을 하면서, 쾌락으로 젖은 루시아의 애원을 들은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걸로 루시아의 허락 아래서 마음껏 만져도 된다!

음란이니 뭐니 뭔가 엄청 불안하기는 하지만, 알림대로라면 일시적인거라니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루시아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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