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3화 〉53화 (53/370)



〈 53화 〉53화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요청에 따라 현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능의 강화를 시도합니다.]


띠링~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정보 습득을 위한 기능을 우선하여 강화합니다.]

띠링~

[상위기능 ‘예지’를 습득하는 것으로 대응을 시도합니다.]

띠링~

[상위기능 ‘예지’를 습득하기 위한 조건이 부족합니다!]


띠링~


[상위기능 ‘예지’를 습득하기 위한 조건의 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기능을 결합합니다. 감지(F), 위기감지(F)을 결합하여 상위기능 ‘예지’를 조합합니다.]


띠링~

[기능 ‘예지’를 조합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부족합니다!]


부족, 결합, 또 다시 부족.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림이었다. 그렇게 부족하다면 어디서 빌려오던가. 어떻게든 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에 대답하는 듯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동의하에 특성 황금률이 이에 대응합니다. 부족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대가를 미래에서 대신하여 지불합니다. 부족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행운이 10만큼 소모됩니다.]


띠링~


[감소한 행운만큼의 기능 ‘예지’로 승급하기 위한 대가로 지불합니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예지’를 습득하셨습니다!]

띠링~


[기능 ‘예지’로 현 상황에 대응합니다! 결과...  상황을 미래가 아닌 과거의 일로 추정하였습니다.]

띠링~


[기능 ‘예지’로 현 상황의 타파가 불가능합니다. 지나간 과거에 개입하기 위하여 기능 ‘예지’의 최상위기능, ‘주시자의 눈’으로 승급을 제시합니다.]


띠링~

[경고, 현재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육체는 ‘주시자의 눈’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진행합니까?]

주시자의 눈이고 뭐고, 뭐든 좋으니까 어떻게 해보라니까. 감당할 수 없다느니 뭐니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당장 내 몸도 감당이 안되는데 여기서 더 나빠질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내게 대답하는 듯한 알림이 귓가에 들려왔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요청에 따라 기능의 강화를 계속합니다.]


띠링~

[기능 ‘주시자의 눈’을 습득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건, 기능 ‘간파’를 습득하기 위한 조건을 탐색합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기능 ‘독서’에 일부 조건이 충족함을 확인했습니다. 기능 ‘독서’를 상위기능 ‘간파’로 승급하기 위해 조건을 찾습니다.]

띠링~

[기능 ‘독서’가 상위기능 ‘간파’로 승급하기 위한 조건이 부족합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문자 해석(F), 회계(F), 약초 감정(F)를 기능 독서와 결합합니다.]

띠링~

[부족한 대가를 추가로 행운을 10만큼 감소하여 대신 지불합니다.]

띠링~


[기능 ‘독서’를 상위기능 ‘간파’로 승급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띠링~


[기능 ‘독서’가 상위기능 ‘간파’로 승급하였습니다.]


띠링~

[재차 경고합니다. 현재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육체로는 기능 ‘주시자의 눈’을 감당할  없습니다. 계속해서 진행합니까?]


다시 한  확인하듯 물어오는 알림에, 한순간 고민이 생겨났다. 여태껏 알림이 내게 이렇게까지 뭐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이다. 얻으면 얻었지 경고를 한 적은 없었다. 뭔가 위험한 거라도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로로를 바라봤다. 자칫 잘못했으면, 내 손으로 어떻게 할 뻔 했던 소녀를 바라봤다. 로로야 나보다 훨씬 강하니까,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라는게 있는 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역시 확실히 결정이 섰다. 역시 내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멋대로 지랄하려고 드는 것보다는 경고고 뭐고 개나 줄 테니까, 이걸 먼저 해결하는 게 나을  같았다.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이전 요청을 재확인... 변동 없음. 이에 황금률이 대응합니다. 행운을 10만큼 소모하는 것으로 기능의 강화를 속행합니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기능 ‘간파’와 기능 ‘예지’를 결합합니다. 최상위기능 ‘주시자의 눈’으로 습득하셨니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일부가 ‘법칙’에 따라 ‘신역’에 다다랐습니다.]

그 알림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치밀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꺼번에, 무언가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우웨에엑!”

울컥하고, 무언가가 목 너머로 쏟아졌다. 핏덩이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핏덩이가, 단순히 핏덩이로 보이지 않았다. 더듬거리며, 목구멍 밖으로 게워 나오는 것을 어떻게든 하려고 손을 움직였다가, 다시 웩하고 피를 토하는 바람에 들어 올렸던 손을 피투성이로만 만들어버렸다.

“주인님!?”


“이지경님!”

“드래곤의 반려!?”


당황해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 사이로, 나는 멍하니, 손에 질척하게 달라붙은 핏덩이를 바라봤다. 이게 내 몸에서 나온 거라고? 사람이 이런 식으로 피를 토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누가 속에다가 칼을 집어넣고 난자한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 피를 토하는  가능할까 싶었다.


그 정도로 많은 양의 피였다. 이곳에 와서, 아니 이곳에 오기 전에도, 이렇게까지 많은 피를 몸 밖으로 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피였다.


아니, 그보다... 내가 피를 토한 것보다도.

오른쪽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흐릿하게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흐릿하게, 흐릿하게. 마치 물감으로 색을 칠해놓은 것에,  방울 한 방울 물을 떨어뜨린 듯이, 색이라는 것이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오른쪽의 눈에 비춰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뿐이었다.

“어...?”


피를 토한 것보다도, 갑작스레 오른쪽 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당황스러웠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교차하며 눈을 감아봤지만, 오른쪽 눈으로 보이는 것은 어둠, 왼쪽 눈으로 보이는 것은 서둘러 나를 부축하는 에루나와 에네스타. 그리고 내게 치유 마법을 거는 루시아의 모습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오른쪽 눈을 무언가가 가린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다.

그제야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두글자. 실명이라는 단어였다.


대체 내가 뭘 했다고 멀쩡했던 눈이 갑자기 멀어버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정말로? 진짜로 멀어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어둠밖에 보이지 않던 오른쪽 눈에, 희미하게 무언가가 비쳐보였다. 어둠밖에 비치지 않는 오른쪽 눈에 희미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빛  줌 보이지 않는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저 멀리서 등대가 뿜어내는 한 점의 빛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아마 그런 상황이라면 그러하듯이. 눈으로 빛을 쫓았다. 그러자, 한 점의 빛, 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조금 더 가까이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아아...’

그것은 흐느끼고 있었다. 고통으로, 흐느끼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것, 이라고 한 이유는 그렇게까지 밖에 보이지 않아서였다. 작은 점에 불과한 것. 혹은 그것보다도 조금  덩어리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오른쪽 눈에 유일하게 비추는 광경이었다. 어둠 속에 부상한, 유일한 빛. 그것을 쫓듯, 시선으로 빛을 쫓아갔다.

그러자, 그것의 모습이 서서히 초점이 잡히듯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눈에 비춘 광경에, 고통으로 흐느끼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른쪽 눈에 비쳐보이는 것. 거기에는, 핏덩이로 둘러싸인 갓난아기를 품에 끌어안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로로,  아가.’

소녀는, 슬프게  아기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그녀의 허리 밑으로는 출산의 증거로 핏물로 가득했다. 아마 처음 들었던 신음소리는 이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보다도, 귓가에 들려온, 소녀의 목소리가. 그 소녀가 내뱉은 로로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뇌에 새겨지듯이 박혀 들어갔다.


로로라고...?


저 아기가?


하지만, 로로는... 지금도  왼쪽 눈은, 빛을 잃은 오른쪽 눈과는 달리 또렷하게 형상이 비쳐보였다. 거기에는 로로 역시 보이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 비쳐 보이는 갓난아기인 로로, 그리고 왼쪽 눈에 비쳐 보이는 소녀인 로로.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내가 보고 있는 둘 모두, 로로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과거를 보는 걸까. 지금, 내 오른쪽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이, 정말로 로로의 과거인걸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른쪽 눈으로 비쳐 보이는 광경에 의문을 갖기도 전에,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소녀가 슬픈 눈으로, 아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증오하는, 나의 오라비의 아이. 나의 사랑하는 아가.’

소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나서야, 오른쪽 눈에 비쳐 보이는 것이, 정말로 과거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로로의 정보창에 있었던 칭호. 부덕의 아이라는, 부당한 이름을 갖게 된 이유라는 것도  수 있었다.

근친으로 태어난 아이.


자세한 것은 알  없었다. 거기까지 알기엔 오른쪽 눈으로 보이는 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귀에 들려오는 것으로는 알  없었다. 단지,  수 있던 것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눈에 비쳐 보이는 것이 진실로 과거의 것이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로로의 어머니, 아직 핏덩이 투성이인 로로를 품에 안고 있는 소녀는 지금의 로로와 비교해도  나이가 많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 로로가 옆에 있었다면, 자매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나이가 어렸다.


이제 겨우 12살인 로로와 비슷해보이는 연령대의 소녀라는 것은, 그만큼 어리다는 소리였다.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로로의 아버지, 눈에 비쳐 보이는 소녀에게 로로를 낳게 한, 소녀의 오라비라는 작자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작자인지 알 수 있었다.


‘태어났나.’


그리고 그런 목소리와 함께, 거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가 소녀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모습을 본 소녀가 두려운 눈으로, 로로를, 아기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아기가, 로로가 어미의 품에서 울었다.


‘넌 약해빠져서 낳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의 목소리에, 소녀가 그런 남자를 올려다봤다.


‘...자락스.’

뿌드득, 하고 소녀가 이를 갈았다. 눈앞의 남자를, 증오하는 눈으로, 두려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런 소녀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락스라고 불린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더니, 아직 핏덩이나 마찬가지인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기를 넘겨라.’


‘...싫다면?’

‘그렇다면...’


눈에 비쳐 보이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쿵, 쿵, 하고 소녀에게 다가가는 남자의 모습에 그만둬, 하고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없었다.

울컥하고, 목 너머로 검게 죽은 핏덩이가 올라왔다.


고개에 앞으로 젖혀졌다. 손으로 틀어막은 입 대신에, 코에서, 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런  오른 쪽 눈으로, 남자의 주먹이 보였다.


퍼억, 하고.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질끈하고 눈을 감았다.


그런  귓가에, 어머니를 잃은 아기가 슬프게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이, 과거의 것이라면.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라는 뜻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됐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미 끝나버린 일.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왼쪽 눈에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루시아가, 에루나가, 에네스타가 보였다. 오른쪽 눈은  광경을 내게 보여준 것으로 일은 끝났다는 것처럼, 어둠만이 비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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