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40화 (40/370)



〈 40화 〉40화
“...베헤노스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으, 으으... 루시아, 잠깐...  좀 쉬게 해줘...”

“베헤노스님? 으음... 그럼, 시, 실례하겠습니다?”


쿡, 하고 몸에 무언가가 닿은 느낌에 벌떡 몸을 일으키자 깜짝 놀란 얼굴의 나타의 얼굴이 보였다. 그 옆에, 물이 담겨있는 그릇과 옷을 들고 있는 에샤와 모네도. 하지만 어젯밤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루시아는?”


주변을 둘러보고, 그렇게 묻는 내 말에 나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루시아네스님께서는 먼저 기침하셨습니다. 또, 베헤노스님께서 일어나시면 전해달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아, 그래... 뭐라고 했지?”

“네, 오늘은 마법 수련이 없으니 에네스타와 검술에 집중해달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나타의 말에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야. 아, 그거 세수하라고 가져온 거지? 이리 줘. 세수정도는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모네도 옷은 거기 두고 나가보도록.”

“하지만...”


“괜찮으니까, 물러가라.”

내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셋이었지만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말하자 곧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스윽, 소리를 죽인  문을 닫고 나가는 셋을 확인하고서, 나는 에샤가 두고 간 그릇을 바라봤다.

“...아, 역시 조금 부르텄네.”


거기엔 퉁퉁 불은 입술의  얼굴이 비쳐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건... 아침부터 떠올리기엔 조금 괴로운 기억이었다. 여러 가지로, 몸에 해로운 기억이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에오시스 자매들이 나간 뒤라서 다행이었다.


“아참...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이지경(베헤노스)」
「칭호 : 차원을 넘은 자, 단죄하는 자, 벌레만도 못한 자」
「성별 : 남성」
「나이 : 27세」
「직업 :  - 」
「종족 : 인간」
「근력 : 49(C)」
「민첩 : 59(C)」
「체력 : 55(C)」
「지력 : 81(B)」
「마력 : 12/0(F)」
「매력 : 32(D)」
「행운 : 93(A)」

「생명력 : 490/550」
「마나력 : 120/0」
「지구력 : 62%」

「고유 특성 : 차원을 넘은 자(SS), 개변자(S), 만인지상(S)」
「보유 특성 : 황금률(A), 예속 각인 : 에루나 투아레(A), 독서가(B), 소환사(B), 검사(B), 요리사(B), 약초사(B), 징벌자(B), 권선징악(B)」
「보유 기능 : ※흡정(B), 조화(C), 단죄(C), 독서(D), 소환 : 에루나 투아레(E), 라이어스 제국 검술(C), 요리(F), 약초 감정(F), 물약 제조(F), 골렘 작성(F), 고대 문자 해석(F), 회계(F), 감지(F), 함정 설치(F), 조련술(F), 사격술(F), 천문학(F), 마법 이론(F), 야금술(F), 연금술(F), 마비내성(F), 기초 방패술(F), 전투감각(F), 즉각반응(F), 통증완화(F), 위기감지(F)」

「상태 :안정 (역시, 꿈이 아니었나.)」


확실히, 상태창에는 어제에 있었던 일들이 사실 꿈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내 안일함을 철저히 때려 부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꿈이 아니라면...

다시  번, 멍해지려는 머리를 휙휙 저어 제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했다. 상태창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마력인가.”

에네스타와의 수련을 통해서 이전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올라가버린 근력과 민첩, 체력은 둘째치더라도 원래는 내게 1도 없었던 마력이 무려 12나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뭐지.”


단지, 일반적으로 표시되는 능력치랑은 다르게, 마력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대충 보이는 대로 떠올리자면, 최대치는 원래 내 마력인 0인 채로고, 일시적으로 12만큼의 마력만 증가한 느낌이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의 마력이 1만큼 상실합니다.]

“아.”


그리고 그런 알림과 함께, 눈에 보이던 상태창이 바뀌었다. 정확히, 가지고 있던 마력이 1만큼 줄어들어버렸다.

“뭐야, 사라지는 거였어?”


아니,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흡수되어 남아있는 게 더 이상한 건가. 만약 그대로 남아있는 거라면 흡정귀라는 녀석이 이 세계를 지배했을 테니까. 그래도 기껏 생긴 마력이 눈앞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것을 보니, 뭔가 조금 아쉬웠다.


이래서야 이왕 마력도 생긴 거, 마법이라도 배워볼까 했던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간단한 마법이라도 좋으니까, 배워두면 여러 가지로 쓸데가 많았을 텐데.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니었으니까.”


끄응, 하고 기지개를 피고서는, 상태창에 떠오른, 최근에 얻었던 기능들을 살펴보았다.


우선은, 어젯밤 나와 루시아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기능부터.

「이름 : 흡정」
「등급 : 전문(B)」
「효과 : 신체에 접촉한 대상의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합니다. 극히 낮은 확률로 영구적으로 흡수한 생명력과 마력을 습득합니다. 접촉한 면적이 넓을수록, 접촉한 곳이 점막을 비롯한 장기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상승합니다. 능력을 발동중일 때 효과를 받는 대상과 본인에게 상태이상 발정을 일으킵니다.」
「설명 : 접촉한 대상의 생명력과 마력의 최대 10%를 흡수합니다. 1%만큼의 확률로 흡수한 생명력과 마력의 일부를 영구히 습득합니다. 흡수하는 속도는 대상의 저항능력과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용자와 대상에게 상태이상 발정을 일으킵니다. ※현재 사용불가」

“사용불가라...”

루시아의 조치로 인해, 흡정이라는 기능은 여전히 사용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른 누군가의 능력치를, 생명력과 마력에 불과하더라도 자그마치 10%나 빼앗을  있는 능력인만큼, 현재로서는 내가 갖고 있는 기능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기능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뭐 없느니만 못하지만.”

흡정이란 기능의 설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루시아가 막아준 흡정귀화도 이 흡정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하면 할수록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아닌데다가, 이상한 혹까지 붙어있었다. 차라리 아예 못쓰게 막아놓은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으면  만할 텐데...”


사용할 때마다 위험한 것을 둘째친다면, 대상의 생명력과 마력을 자그마치 10%나 흡수하는 능력이니까 확실히 쓸 만했다. 게다가 그렇게 흡수한 생명력과 마력을 내가 사용할  있다는 것은 어젯밤 증명됐으니까.

“아냐, 욕심 부리지 말자.”

나는 흡정을 써먹을 법한 일을 떠올리던 것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괜한 욕심은 처음부터 내지 않는 게 좋았다. 제대로 쓸 수 있게 됐다 치더라도, 생명력과 마력을 빼앗는 능력인 것이다. 너무 위험했다.


“어디, 다음은... 루시아와 에네스타랑 대련 중에 얻었던 전투감각이랑 즉각반응, 통증완화인가. 그거랑 그때 얻었던 위기감지.”

어느 쪽이든 얻어맞다가 얻은 기능에다가 하나는 애써 구석에 치워둔 기억이 떠오르게 했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전에 루시아가 말해주었듯이, 이것들은 모두 내 힘이었다. 사용하고 말고는 결국 내가 결정하는 거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힘이 뭔지도 모르고 있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우선 전투감각은...”


「이름 : 전투감각」
「등급 : 초보(F)」
「효과 : 전투 중일 때 신체의 반응속도를 약간 빠르게 해줍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직감적으로 전투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방법을 찾아냅니다.
「설명 : 전투 중에 있을 때 신체의 반응속도가 10%만큼 빨라집니다. 지구력의 소모가 10%만큼 줄어듭니다. 10%의 확률로 현재의 전투에서 사용 가능한 방법들을 떠올립니다.」

전투감각이 갖고 있는 효과는 전투 중일 때 신체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것과,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거나 하는 기능인 듯 했다. 그거 외에도 뭔가 더 달려있긴 하지만...

“아, 저건 그건가.”

루시아와 수련 중일  호신의 팔찌를 사용하는 방법이 번뜩 떠올렸던 것이 떠올랐다. 내가 생각해도 꽤  썼던  같은데. 그 전에 얻었던 기초 방패술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기초 방패술의 효과가, 방패를 장비했을  받은 피해량을 줄여주는 것과 기초적인 방패의 사용법을 습득하는 효과를 갖고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반응속도를 늘려주는 것과, 소모되는 지구력을 줄여주는 전투감각은 꽤 좋은 기능이었다. 사람의 반응속도, 그러니까 반사신경은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는 엄청나게 작으니까. 겨우 0.1초인가, 혹은 그보다  짧은 시간의 차이로 천재와 일반인으로 나뉘는 만큼, 겨우 10% 정도 더 빨라지는 것이라고 해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게 분명했다.

또 지구력도 그랬다. 전투감각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전투 중일 때니까, 그만큼 격렬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소모되는 지구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지구력이 바닥나면 그대로 기절하듯이 잠에 든다는 것도 어제 알게 됐으니까 지구력 관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나에게는 좋은 효과를 갖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싸우는 일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에네스타와 대련할 때도 꽤 쓸모가 있을  같았다.


“다음은, 즉각반응인가.”


「이름 : 즉각반응」
「등급 : 초보(F)」
「효과 : 낮은 확률로 인지한 위험에 즉각적으로 대처합니다. 보유한 기능이나 능력, 상황에 따라 대처의 수단이 달라집니다.
「설명 : 10%의 확률로 인지한 위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대처합니다.」

“...엄청 짧네.”

그래도 대충 어떤 기능인지 알 것 같았다. 이 기능을 얻었을 때, 그러니까 에네스타한테 축구공마냥 발로 차일 뻔 했을 때. 나는 눈앞에 있는 에네스타의 발을 보고서, 어떻게든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는 호신의 팔찌로 에네스타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내가 보고, 내가 인지한 순간에 내가 미처 대응하지도 못한 공격에 내 몸이 알아서 위험에 대응한 것이다. 게임 속에서나  수 있는 오토기능이랑 비슷했다.

“게임 속에서나 볼법한 능력이니까 당연한가...?”


당장 부활 능력이나 세이브, 로드같은 게 튀어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덤덤하게만 느껴졌다.


라이프를 닮은 능력인 만큼 그런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기능, 통증완화와 위기감지는 통증을 10%정도 덜 느끼게 해주고 상태이상 마비와 행동불능에 저항하는 효과와 낮은 확률로 미리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효과를 갖고 있는 기능이었다.


“죄다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능들인데...”

얻어터지던 중에 얻은 기능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  같았다.

기능들이야 있으면 좋았지 나쁠  없으니까 상관없지만.

“오늘은 마법 수련도 없다니까, 좀 덜 맞으려나...”


희망사항에 불과한 이야기였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에샤가 가져왔던 물로 가볍게 세수를 하고서, 옷을 갈아입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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