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37화 (37/370)



〈 37화 〉37화
꿀꺽, 하고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그런 내 눈에 비친 것은, 나를 올려다보며 느릿하게 내 가슴을 더듬고 있는 루시아의 모습이었다.


그런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루시아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손이 닿았던 살갗이 불에 덴 듯 뜨거워지는 것뿐이었다.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뭔가 어떻게 될 것 같았다.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도 혈기왕성한 남자였다. 남들한테 밝힐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남들 못지않은 성욕도 있었다. 그런 내가 이곳에 소환되었을 때, 그리고 나와 아이를 만들어야한다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한순간이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도 남자였다. 알건 다 알고 있는 남자란 말이다. 솔직히 그런 상황에서 싫다, 그렇게 단박에 거절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지도 몰랐다. 아마, 세계는 넓으니까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단지, 그때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난데없는 상황에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한 결과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이랑은 달랐다. 너무나도 달랐다.


그때의 루시아가, 내게 있어서 생전 처음 보는, 솔직히 말해서 원래대로라면 말을 걸 엄두도 그리고 만날 기회조차도 없었을 미인에 불과했다면... 지금의 나는 루시아를 분명 루시아라고 부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주, 그 정도의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동안 내게 많은 것이 바뀐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에 불과했었을 뿐이었다. 조금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타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냐고 묻는다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없었다.


내 안에서, 루시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루시아를 대하는 감정이, 많은 것들이, 그때랑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선물해준 옷을 받았을 때는, 나를 이해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루시아의 말을 들었을 때는, 무척이나 기뻤다.

그리고 그 다음, 그리고 또 다음.


루시아를 만나가면서, 루시아를 알아가면서, 그녀가,  안에서 커다랗게 변해가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처음 나를 만났을 때의 루시아랑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감정에, 쐐기를 박은 것은 그때였을 것이다.

처음으로, 루시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줬을 때. 그때, 그런 나를 마주보아준 루시아를 보았을 때.


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것을,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상황이었다.

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아니, 유혹하며 천천히 가슴에서부터 늑골을 지나, 그리고  복근을 쓸어내리는 루시아의 손길에, 나는 그저 어떻게든 이성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만큼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루시아가 나타로 변신해서, 나를 찾아왔을 때랑은 달랐다. 지금은 멸공의 횃불을 속으로 불러재끼려고 해봐도 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노선을 바꿔서 애국가라도 부르려고 하면, 가사 대신에 떠오르는 것은 루시아의 얼굴이었다.

소수를 세어본다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무리였다. 그딴건 1부터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니, 1은 소수가 아니었나. 무리다. 이제 끝장이었다. 이제 뇌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자꾸 입안에 침이 고였다. 반면 입술을 바짝 말라만 갔다.

그때 하아, 하고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루시아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아까부터 루시아 덕분에 후욱하고 단번에 체온이 몇 도나 오른  같은  가슴팍에 말이다.

“루, 루시아?”

이대로라면 몸이 익어버릴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루시아를 부르자, 그녀는 마치 졸린 고양이처럼 몇 번인가,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고는, 속삭이듯 말해왔다.

“...심장소리, 무척이나 크시네요.”


그야 그렇겠지. 엄청 크게 들리겠지.

내 귀에도 들리는 걸. 쿵쾅쿵쾅하고 들리는 걸. 그 심장이 있는 가슴팍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있는 루시아의 귀에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의 심장 소리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괜찮은 느낌이네요.”


“그, 그래?”


“예, 뭐랄까...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거 다행인데. 재미가 없는 것보다는 재미가 있는 쪽이 나은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마치 시험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내 몸을 더듬어가며 심장소리가 변하는  체크해주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제발, 부탁하니까.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요.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루시아가 내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가 걸치고 있는 가죽 옷이, 그녀가 나타로 변신해서 이곳에 왔을  입혀주었던 가죽옷이  몸에 닿는다는 거였다. 그 때마다, 퍼뜩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아마 진작 루시아를 끌어안아버렸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무리다. 정말로 무리.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나를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제 좀 봐줬으면 좋겠다.

그때, 스윽하고 내 허리를 스치듯이 지나쳐간 루시아의 팔이, 꾸욱 소리가 날 것처럼 나를 감아 안았다.

아니, 꾸욱 소리가 난 건 아니지만, 마치 꾸욱 소리가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보였다고 해야 할까. 대체 어디가 꾸욱했는지는 말 못하겠다만.

아무튼 꾸욱했다.  꾸욱에, 나도 꾸욱, 하고 이제는  이상 안 된다고, 항복 버튼을 누르려고 하던 내게 루시아가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어, 으? 응? 뭐, 뭐라고?”


아주 잠깐, 내 허리에 감긴 루시아의 팔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혹은 시꺼멓게 되었다가 간신히 들려온 루시아의 목소리에 어떻게든, 겨우 대답했다. 그런 나를, 루시아가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 이거 귀엽다.

빼꼼, 하고  가슴팍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올려서, 나를 올려다보기 위해 눈을 치켜뜬 루시아의 모습이 엄청나게 사랑스러워보였다.

무언가가, 콰직하고 부서진 듯한 소리가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무언가가, 끝내 맛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이제 버티는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다.

봐, 루시아는 분명 누가 보더라도 미인이잖아.

응. 그야 미인이지.


누가 보더라도 사랑스럽잖아.


응. 그건 그렇지.

사실 여태까지 버틴 게 대단한 거잖아.

응. 그것도 그렇지.

너는 분명 노력했으니까, 노력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으응? 편해져도 되는 건가?


자, 몸에 힘을 빼고...

머릿속에서, 누군지도 모를 무언가와 문답을 나누던 와중에 움찔하고, 팔이 움직였다. 아주 살짝 루시아를 안으려고 드는 내 팔이 보였다. 다시 되돌리려고 했지만, 더 이상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때까지  모양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더 이상 버틴다는 건 포기했다.

그런 나에게, 결정타를 낸 것은, 다름 아닌 루시아가  직후에 한 행동이었다.


“이제 슬슬... 아까의 질문의 대답을, 들려주시겠어요?”

부끄럽다는 듯이, 살며시 눈을 흘긴 루시아가, 하지만 천천히, 내 허리를 감아 안은 팔에 힘을 주는 루시아가, 내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다른 팔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깜짝할 사이에, 눈에 비치던 광경이 달라졌다.

그렇게 달라진 눈앞에, 루시아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입술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문자 그대로, 서로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맞닿을 것만 같은 거리를 사이에 둔 채로 있는 것이, 눈에 비쳐보였다.

그런 그녀의 입술이, 아주 살짝,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의 것과 같은 미소를 띠는 것이 보이고,

“...만약, 이지경님이... 나타로 변했던 저를 밀어 넘어뜨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루시아의 그 말을 들은 나는,  이상 생각 같은 건 관두기로 했다.


“하아, 하아...”

“저기, 이지경님...?”

무언가, 루시아가 말을 거는 것이 보였지만 어쩐지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거칠게 몰아쉬는 내 숨소리만이, 쿵쾅쿵쾅, 터질 것처럼 울리는 심장소리만이 들렸다.

“잠깐만, 읏...!”

그리고 목이 타오를 것만 같은 갈증을 느꼈다. 너무 심한 갈증에, 나도 모르게 눈에 보이던 새하얀 살결을, 마치 설탕을 펴발라둔 것처럼 보이는 루시아의 목덜미를 꽈악, 하고 물어버렸다.

목이 말라서, 목을 물다니, 뭔가 이상했지만 그런건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한 나는, 본능대로,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루시아를, 좀  가까이 하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뭐, 뭔가 평소랑은 다르지 않나요...?”


내게 목덜미를 물린 채, 가볍게 몸을 떤 루시아가 더듬거리며 나를 살짝 밀어내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루시아로부터 뭔가에 당황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타는 것 같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쪽에서 루시아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더욱 강하게, 루시아의 목덜미를 문 이빨에 힘을 줄 뿐이었다.


“흐읏!?”


흠칫, 하고 그런 나를 밀어내려던 루시아의 팔에 힘이 빠졌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나 자신은 경험해본 적이 없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들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경험하고, 축적한, 다른 누군가의 기억.

그 기억이 무엇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지는, 멍해져있는 머리로도 떠올릴  있었다.

드래곤들이 나에게 부여해주었던 기억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지금의 이상행동의 이유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내게 부여된 기억이, 드래곤들의 기억이, 가끔 내 행동에 있어서,  감정이나, 생각에 있어서 영향을 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아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하대를 하거나, 누군가의 시중을 들거나, 그런 것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인 경험이고, 어색하고, 거부감이 드는 일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달리,  언동은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레, 에루나에게 하대를 하고, 시중을 받고, 명령을 하기도 했다.


에루나의 존재를, 아직 눈치 채지 못했을 때에도, 분명 나는 에루나에게 반말을 했었다.

아니, 그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서... 애당초 초면이었던 루시아나, 다른 드래곤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굴고, 그랬던 것도 같았다.

사실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굳이 멀리한 적은 없었지만, 나서서 가까이  적도 없었다. 그게 내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면식이 없는 관계에서 대뜸 반말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라는 거였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 투성이였지만,  달리 신경 쓰지 않았던 사실들이었다. 이번에 그 이상성이 확실히 드러났다만.

기억이, 몸이, 마치 이렇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자아, 이렇게 하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고. 그렇게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참았거든. 이 이상 생각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물었다, 다음은? 하고.


그러자 머릿속에 금방 대답이 떠올랐다. 글쎄, 우선 가슴부터.


그러면 손을 놓아야하는데...

조금 과장해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가느다란 루시아의 허리가 부러질 기세로, 꽉 끌어안고 있는 중이었다. 뭔가, 이 팔을 떼놓는 것이 꺼려졌다. 좀 더,  더 안고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루시아의 가슴을 만지기 위해서는 손을 떼야했다. 가슴은 만지고 싶은데, 만지기 위해서는 루시아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는 손을 놔야 했다.

엄청난 딜레마였다.

그건 나중에 마음껏 하면 되잖아. 대신, 손을 놓을 때는...


머릿속에서 나온 해답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뭔가 대단했다.


누군가 대신 해답을 내놓아주는 기분이었다.


나는 천천히 루시아의 허리에 감긴 한 팔을 풀었다. 그리고  순간, 루시아는 그런 나를 보고서, 내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했다.


“일단, 조금 진정하, 히얏!”


그래서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대로, 다시 한 번, 앙하고 루시아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자, 잠깐...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한... 흐응...”


그리고  와중에 내 손은 무사히 루시아의 가슴 위에 안착했다. 보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가슴일 것이다. 유난히 부풀어있는 부위가, 닿은 손에도 확실히 느껴졌으니까.

맨 가슴이 아닌 것은 조금 아쉽지만, 가죽으로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부피감이 있는 가슴이었다. 사실 조금 궁금하긴 했다. 솔직히 진짜라고 하기엔 루시아의 가슴은 너무 컸다.

가슴 크기로는 루시아의 다음이었던 카르네의 두 배는 되어보였으니까. 아까 꾸욱하고 느껴졌던 감촉을 봤을 때는 분명 진짜겠지만, 그래도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확인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확인하긴, 주무르면 그만이지.

“...확실히.”

주무르면 확인이 가능하지.


주무르면 이 가슴이 진짜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짜 가슴을 만져본 적도 별로 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알 수는 있을 거다. 아마도, 분명.


살짝, 손에 닿은 루시아의 가슴을 움켜쥐어봤다.


“하악!”


그리고 그 순간, 내 귀가 녹아내릴 것 같은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며, 루시아의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 팔로 안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면, 분명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 같았다.


동시에, 멍하던 머리가 조금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대체 뭘 한 거지.


우선, 천천히... 아직도 물고 있던 루시아의 목덜미에서부터 일단 입부터 떼어냈다.


가느다랗게, 투명한 침이 달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 지금 이 방은 나타로 변신했던 루시아가 조명을 꺼서, 불빛이라고는 창밖의 달빛에만 의지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잘 보였다.


마치 낮과 같이, 내 눈에는 루시아의 모습이, 그리고 그런 루시아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내 손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하응...!”

“아, 실수.”

깜짝 놀라서, 무심코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줘버렸다. 응, 실수였다. 고의는 아니다. 아무튼 이상한 것은 이상했다.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된 사이에, 시간으로 따지자면 몇 분도 채  되는 시간 안에, 그 루시아를 이렇게 만든 나도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이상한 것 투성이였다.

“하아.... 하아... 이지경, 님...?”


그리고 그런 나를 부르는, 반쯤 탈력한 듯한 루시아의 목소리에, 여전히 내 팔에 안겨있는 루시아를 바라봤다.

“대, 대체... 이건 뭔가요?”


루시아가 나도 모르겠는걸 묻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내가 정상이 아니란 것이었다.

나는 물기가 어린 루시아의 눈에 비쳐 보이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눈동자를  나의 모습을 보고서, 확신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몸에 일어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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