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9화 (29/370)



〈 29화 〉29화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기초 방패술‘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때 귓가에 그런 알림이 들려왔다.

“읏샤!”


그리고 반사적으로 움직인 팔이 정확히  복부를 노리며 날아온 바람의 창을 튕겨냈다.

“헤에? 갑자기 동작이 좋아지셨네요?”

“칭찬 고마우아아악!?”

몸을 일으키는 순간, 분명 주문이 들려오지 않았는데도 나타난 바람의 창에 기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지경님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조금 놀랐어요. 그럼  더 난이도를 높여볼까요? 바로 응용편으로 들어갈게요.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무리겠지만, 저희들의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바람이여, 계속해서 꿰뚫어라.”

후웅, 후우우웅...!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방패로 튕겨냈었던 바람의 창들이 방향을 틀어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잠깐만, 이건 아니지.”


하나, 둘, 셋... 내가 튕겨 내거나, 나를 맞추지 못해서 소실되지 않은 바람의 창이 곡선을 그리며 내게 날아오는 것을 보자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숫자는 다섯. 연속해서 쏘아 보냈던 세 개의 바람의 창과는 다르게, 이번 것은 거의 동시에, 같은 속도로 내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말했다.


“이번건 피하거나, 막으시면 특별히 점수를  배로 드릴게요. 하나를 막는다면 2점, 둘을 막는다면 4점이에요.”

점수를  배로 늘린다고 해도 난이도는 두 배가 아니잖아.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해줄 방패를 바라봤다.

나는 내 팔에 달려있는 방패의 크기는 기껏 해봐야  상체를 전부 가릴 정도의 크기였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이 방패는 마법으로 만든 방패이지, 쇳덩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정도. 즉, 가볍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가볍다고 다섯이나 되는 바람의 창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했다.


“흐읍!”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방패를 들어올렸다.


“버텨 보실 생각이신가요? 나쁘지는 않네요. 자, 그럼 어디 한 번 버텨보세요. 바람이여, 꿰뚫어라.”

슈우욱!

바람을 찢으며, 바람의 창이 날아들었다.

정확히 다섯이, 동시에 내게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잘 될까, 잘 되지 않을까. 모르겠지만 해봐서 손해는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대로, 몸을 움직였다. 방패로 몸을 가리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달렸다.

“돌격인가요? 악수네요. 차라리 도망치는 것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서 그렇게 말하는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알고 있었다. 바람의 창이 날아드는 곳으로, 몸 전체를 가려주는 것도 아닌 방패를 믿고 돌격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는. 그렇지만 내가 노린 건 방패로 창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전투감각‘을 습득하셨습니다.]

방패는 어디까지나,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동수단이다!

드르르르륵...!


나는 그대로  땅에 슬라이딩하듯이 엎어졌다. 방패가 땅바닥과 부딪히며 갈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뛰어서라면 3초는 걸릴 거리를 단숨에 미끄러지듯이, 아니 말 그대로 미끄러져왔다.


“재밌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걸로 피할 수는 없어요. 바람이여, 쫓아라.”

그리고 그런 루시아의 말과 함께, 바람의 창이 방향을 틀어 내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걸로 충분했다.


여기는 아까와 달리, 내게 필요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바위였다.


콰득!

방패를 땅에 찍어 고정하고,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뒤에 있는 바위에 몸을 기댔다. 모양은 안살지만, 작은 크기의 방패로, 몸 전체를 막기에는 최적의 수단이었다.

거기에 충격으로 뒤로 날아갈 걱정도 없었다. 바위가  대신에 버텨줄테니까! 뭘, 나는 충격으로 뒤로 날아가서 머리가 깨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 나니까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충분히 부드러운 매트리스 역할을 대신 해줄게 분명했다.


“헤에. 그런 방법이... 하지만 이지경님이 착각하신  있어요.”


그리고 해냈다! 하고 속으로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던 내 귀에 재미있다는  한 루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말했잖아요? 이지경님이 갖고 계시는 그 능력을, 대단한 능력이라고요.”


콰광!

방패와 바람의 창이 부딪히면서 몸이 뒤로 쏠렸다. 그리고 동시에 콰드득, 하고 등 뒤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을 무효화하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무효화하고, 덕분에 제 바람의 창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혹시라도 착각하신건가요?”

쾅!

그리고 콰드득!

하나, 둘, 셋, 연이어서 방패에 내리꽂히는 바람의 창과 함께 등 뒤로 들려오는 소리가 커져갔다.

“제 바람의 창을 겨우 그런 작은 바위로, 버텨낼  있을 거라고 착각하신 거라면 이지경님의 오산이였어요.”

쾅!


그리고 콰과광!


귀에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박살난 바위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데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이게 무슨 기분이냐면, 몸은 아무렇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데 흙바닥을 마구 뒹굴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고 있었다.

한참이나 구른 뒤에야, 나는 땅위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루시아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말한 조건은 막거나, 피하거나였지요. 일단은 바람의 창은 확실히 이지경님의 방패에 막혔으니 그것도 막은 거라고 친다면... 다섯을 막았으니 10점, 그리고 이전에 얻으신 2점. 모두 합쳐 12점이군요. 축하해요. 이지경님, 무사히 통과하셨네요?”

“...별로 무사하지는 않은데.”

나는 루시아가 뻗은 손을 붙잡았다. 그런 나에게 루시아가 속삭이듯이 말해주었다.


“걱정 마세요. 나중에 가면 이정도면 무사했던 거라고 생각될 테니까요.”


루시아의 말에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우선 이걸로 얼굴을.”

“아, 에루나. 고마워.”


에루나가 건네준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아냈다. 수건은 얼굴만 닦았을 뿐인데 흙과 먼지로 금세 더러워졌다.


어지간히 뒹굴긴 했구나, 수건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에루나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수첩을 꺼내들고 살펴보고는 말했다.

“그럼 10분간 휴식 이후에 바로 다음 시간입니다만. 검주인 에네스타에게서 검술을 배우는 수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맙다고 한거 취소해도 될까?”


“그런다고 에네스타와의 수련은 변하지 않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주인님의 뜻대로 하셔도 됩니다.”


에루나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생고생해서 어떻게든 루시아와의 수업이 끝났지만 곧바로 다음 수업이라니. 오늘로 벌써 나흘째라 이제 제법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역시 익숙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다음 수업은 검주, 그러니까 실험의 목적일지라도 나에게 검까지 휘둘렀던 무서운 아줌마였다.


루시아가 시킨 것이라고는 했지만 바로 전에 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던 사람이 곧바로 칼을 휘두를 줄은 전혀 몰랐다. 물론 나야 멀쩡했지만, 그런 사람과 수업을 해야 하는  정신 상태는 멀쩡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왔습니다. 휴식 중에 드셔주시길.”

에루나가 내민 것은 한입에 먹을 만한 크기로 황금빛의, 잘려져 접시에 담겨져 있는 과일이었다. 이곳, 요정향에 와서 제법 자주 먹는 음식 중의 하나였다.


열매의 정체는 세계수의 자손, 에이그라의 열매였다.

에루나가 건넨 에이그라의 열매를 접시 옆에 같이 있던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었다. 혀가 녹아내릴 것처럼 달콤한 과육이 한입에 쏙 들어와서 녹아내리듯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띠링~

[세계수 ’에이그라‘의 열매를 섭취하셨습니다. 즉시 20%만큼의 지구력을 회복합니다. 즉시 손실된 생명력의 30%만큼 회복합니다. 지속시간 동안 근력이 3만큼 증가합니다. 지속시간 동안 체력이 5만큼 증가합니다. 지속시간동안 자연회복능력이 200%만큼 증가합니다.]


[세계수의 ’에이그라‘의 열매의 효과가 1시간 동안 발휘됩니다. 이 효과는 최대 3번까지 중첩되어 발휘합니다.]

[현재까지 섭취한 열매의 숫자 12/100]


그리고 한입크기로 잘라져 있는 열매를 하나정도 먹었을 쯤일까, 귓가에 그런 알림이 들려왔다.

동시에 지쳐있던 온몸에 제법 기운이 돌아왔다. 지구력을 회복시켜주는 음식으로는 만드라고라를 재료로 쓴 만드라고라 쿠키만은 못했지만, 에이그라의 열매 또한 상당한 음식이었다. 사실 음식이라기보다는 영약의 한 종류라고 보는 게 맞는  같지만.

카에네스에게 듣기로는 세계수의 열매는 장복하면 무병장수하고 몸이 튼튼해진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 정도의 효과가 있어보였다.

고작 한 알을 먹은 걸로도 이 정도니 이걸 장복,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먹어치운다면 솔직히 칼이 몸에 안 박힌다고 말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이기는 하지만 장복의 기준이라는 것이 알림에서 알려주는 저게 아닐까 싶었다. 아직 나흘째밖에 되지 않았는데 내가 먹어치운 열매만 12개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게 아직 어린 편인 에이그라가 10년에 서너 알씩 맺는 열매라는 것도 충분히 경악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10년에 서너 알, 1년에 한 알도 채 열리지 않은 열매를 벌써 12개나 먹어치웠다는 말이 됐다.


그리고 접시에는 아직도 두 알의 열매가 남아 있었다.


에루나가 내게 준비해준 간식은 에이그라의 열매, 그리고 그 효과가 최적으로 발휘되는 숫자인 세알이었다.


“어서 마저 드시지요.”


“아, 맞다.”

에루나의 재촉에 나는 남은 열매마저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이게 남들이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보물이나 마찬가지란 건 이해하고 있고, 하나같이 아껴먹어도 모자랄 만큼 맛도 좋았지만 내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띠링~

[세계수 ’에이그라‘의 열매를 섭취하셨습니다. 즉시 20%만큼의 지구력을 회복합니다. 즉시 손실된 생명력의 30%만큼 회복합니다. 중첩효과! 지속시간 동안 근력이 3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지속시간 동안 체력이 5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지속시간동안 자연회복능력이 200%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세계수의 ’에이그라‘의 열매의 효과가 1시간 동안 발휘됩니다. 이 효과는 최대 3번까지 중첩되어 발휘합니다.]

[현재까지 섭취한 열매의 숫자 13/100]


띠링~


[세계수 ’에이그라‘의 열매를 섭취하셨습니다. 즉시 20%만큼의 지구력을 회복합니다. 즉시 손실된 생명력의 30%만큼 회복합니다. 중첩효과! 지속시간 동안 근력이 3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지속시간 동안 체력이 5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지속시간동안 자연회복능력이 200%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세계수 ’에이그라‘의 열매의 효과가 1시간 동안 발휘됩니다. 이 효과는 최대 3번까지 중첩되어 발휘합니다.]

[세계수 ’에이그라‘의 열매 효과가 최대로 발휘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속시간동안 근력이 추가로 1만큼 증가합니다. 지속시간동안 체력이 추가로 3만큼 증가합니다. 지속시간동안 자연회복능력이 추가로 100%만큼 증가합니다.]

[최대 중첩효과로 인해 일정 시간동안 세계수 ’에이그라‘의 가호를 받습니다!]

[현재까지 섭취한 열매의 숫자 14/100]

준비 끝,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을 때였다.


“시간이 되었군요.”

에루나가 그렇게 말하고서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쉬익하고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읏차!”


그 무언가는 루시아가 쏘아보내던 바람의 창과 비교하면 느려 터졌다. 애당초 그때랑 비교해서, 이건 인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콱, 하고 던져진 무언가가 내 뒤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 단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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