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16화 (16/370)



〈 16화 〉16화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야금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기능 ’연금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띠링~


[기능 ‘독서’의 랭크가 수습(E)에서 수련(D)으로 승급합니다! 기능 ‘독서’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연이어서 울려 퍼지는 알림음을 들으면서,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책의 이름은 ‘야금술과 연금술의 결합’. 300여 년 전에 살았던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그 두 방면에서 이름을 날렸던 ‘보탄’이라는 자가  책이었다. 역시나 초월자로, 그가 남긴 책은 내 책장에 놓여있던 수많은 책들 중의 하나였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내 책장... 아마 밖으로 나돌면 이 세계는 드래곤이 사라져서 망하기 전에 혼파망으로 망해버릴  같았다. 그만큼 엄청난 물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책장에 꽂혀있었다.


나야 뭐... 좋기야 했지만.


내가 이 세계에 소환된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읽어낸 책들만 해도 양 손은 커녕, 양 발로도 꼽기에도 터무니없이 많았다.


원래대로라면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아무리 책만 읽는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나같이 두께가 어마어마한 책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있었던 것은 두 가지의 특성 덕분이었다.

하나는 독서가였다. 기능 ‘독서’와 연동된 독서가는 어림짐작이었지만 기존의 독서기능의 두 배에서 세 배정도의 효과를 증폭시켜주는 것 같았다. 말이 두 배에서 세 배지, 실제로 느껴보면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배게 대용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두꺼운 책을 반나절도 안되서  읽었을 때, 그리고 그 내용을 빠짐없이 떠올릴 수 있을 때, 독서가라는 특성의 진가를 알았으니 말이다.

다른 하나는 개변자였다. 항상 최상의 심신을 유지해준다, 그렇게 설명된 것만으로는 대체 어떤 특성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요 일주일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능력은 언제 어느 때라도, 최상의 상태로  상태를 되돌리고, 유지해주는 능력이었다. 거기에는 육체적 피로, 정신적 피로를 포함해서 작은 상처들이나 질병, 그 외에도 여러 상태이상까지 포함되는 듯 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능력이었는데, 이 능력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된다는 말은,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운동량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리고 본디 육체라는 것은 혹사와 재생을 반복하는 것으로 성장하고는 했다. 즉, 나는  능력을 발동중인 것만으로도 육체적 능력이 성장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개변자라는 특성의 설명에도 분명 적혀져 있었다. 이 능력을 발동하는 중에는, 지치지 않고, 피곤도 느끼지 않지만 실제로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지구력이 감소했다. 지구력이 전부 감소한 다음에는 생명력이었다.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면 까딱했다가는 그대로 승천할지도 모르는 능력이었다. 나야 상태창을 통해서 어디까지 사용하면 좋을지 알 수 있는데다가 위험한 정도가 되면 알림음이 알려줘서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 특성의 유일한 단점이나 마찬가지였던 과도한 지구력의 소모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책상 옆에 챙겨놓은 자그마한 스낵 같은 것을 입에다가 넣고, 우적우적 씸어 삼켰다. 달콤 쌉싸래한 쿠키의 맛이 입  가득 퍼졌다.


 직후, 내 귓가에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알림음이 들려왔다.

[만드라고라 쿠키를 섭취하셨습니다. 즉시 30%만큼의 지구력을 회복합니다. 지속시간 동안 최대 지구력이 30%만큼 증가합니다. 지속 시간동안 매 분 3%만큼의 지구력이 회복됩니다.]

[만드라고라 쿠키의 효과가 30분 간 발휘됩니다.  효과는 최대 3번까지 중첩되어 발휘합니다.]


개변자라는 특성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 그건 바로 음식이었다.

모든 음식들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걸 먹어도 지구력과 생명력이 조금 회복하기는 했지만 그거로는 소모되는 지구력을 따라가지 못하는데다가, 무엇보다 배가 불렀다. 몇 번 먹는 걸로 배가 가득 차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음식들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었다.

방금 먹었던 만드라고라 쿠키는 그런 평범한 음식의 범주에서 벗어난 음식이었다. 다름 아니라, 최상품의 회복 물약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영약 중의 하나인 만드라고라, 그것을 반죽에다가 뿌리째로 넣어 만든 쿠키였으니까. 평범한 음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효과는 보다시피.

한입 크기의 쿠키 하나로, 지구력의 3분의 1을 단번에 회복시키는 걸로 모자라서 30분에 걸쳐서 90%나 되는 지구력을 회복시켜줬다. 여기에 최대 3개까지 중첩되어 발휘되는 효과들을 모으면, 개변자로 소모되는 지구력보다도 회복되는 지구력이 더 많을 정도였다.

이걸 알게 된 것은 에루나가 밤을 새가며 책을 읽고 있던 내게 야식이랍시고 줬던 음식 덕분이었다.

에루나의 말로는 간소하게 준비해봤다고 했지만, 말이 간소하게 준비했다는 거지 먹는 순간 지구력이 반이나 차올랐지만 말이다. 뭐였더라, 크라켄 먹물 소스 파스타였던가.

어쨌거나 덕분에 알아낸 음식 도핑, 그걸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나온 것이 만드라고라 쿠키였다. 이거 말고도 효과가 조금 다를 뿐인 여러 레퍼토리가 존재했다. 하나만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개변자를 통해 피로도 모르는 상태로, 꾸준히 밤낮으로 책을 읽는 것만을 반복한 결과...

“...상태창.”


「상태창」
「이름 : 이지경」
「칭호 : 차원을 넘은 자, 벌레만도 못한 자」
「성별 : 남성」
「나이 : 27세」
「직업 : - 」
「종족 : 인간」
「근력 : 41(D)」
「민첩 : 52(C)」
「체력 : 46(C)」
「지력 : 80(B)」
「마력 : 0(F)」
「매력 : 30(D)」
「행운 : 91(A)」

「생명력 : 460/460」
「마나력 : 0/0」
「지구력 : 41%」

「고유 특성 : 차원을 넘은 자(SS), 개변자(S), 만인지상(S)」
「보유 특성 : 황금률(A), 예속 각인 : 에루나 투아레(A), 독서가(B), 소환사(B), 검사(B), 요리사(B), 약초사(B)」
「보유 기능 : 안정(B), 독서(D), 소환 : 에루나 투아레(E), 라이어스 제국 검술(E), 요리(F), 약초 감정(F), 물약 제조(F), 골렘 작성(F), 고대 문자 해석(F), 회계(F), 감지(F), 함정 설치(F), 조련술(F), 사격술(F), 천문학(F), 마법 이론(F), 야금술(F), 연금술(F)」

「상태 :매우 건강 (역시 엄청 늘어났네...)」

우선 한눈에 봐도 일주일 전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늘어난 기능들이 보였다. 높은 순서대로 정리하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기능인 안정 다음으로 첫날에 배웠던 독서와 에루나를 소환하는 마법, 그리고 라이어스 제국 검술이 가장 등급이 높았고 그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습득한 기능들이었다.

아, 요리는 조금 다르게 습득한거지만. 요리는 에루나에게 원래 세계에서 즐겨먹던 요리 몇 가지를 알려주다가 습득해버렸다. 덕분에 요리 기능도 얻었고, 이전 세계에서도 즐겨 먹었던 닭튀김 요리 비슷한 것을 여기서도 먹을 수 있게 됐으니까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이미 독서를 통해서 알아낸 것이었지만. 기능의 유무, 기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 났다. 그리고 본래대로라면 이런 기능을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냈다.


예를 들어 F급, 초보에 불과한 기능인 물약 제조. 이것으로 만들어낸 물약을 보고서 에루나는 물약 제조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 정도가 지난 수습생의 것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나는 물약 제조 기능을 얻은 지 고작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던 상태였는데 말이다.


물론 특성 약초사의 효과도 발휘한 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그걸 감안해도, 고작 F급의 기능조차도 일  동안 그 분야를 배워온 사람과 비슷한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고작 일주일, 그 사이에 내가 얻은 기능은 몇 가지를 제외하더라도,  개가 넘는다.

한 사람이라면 십년이 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결과물을, 고작 일주일 사이에 이뤄냈다.


이것이 비정상적이지 않은 것이라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에루나가 단언컨대 나를 보고서 여태껏 보아온 인간 중에서 가장 성장이 빠르다고 말했으니 내가 비정상적인 게 맞았다.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모든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기능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대부분 초월자들이 작성한 책들이었다.


아마 이렇게 많은 기능을, 단시간에 습득한 것은 만인지상이라는 이름의 특성과 독서가, 그리고 초월자가 작성한 책. 이  가지 모두가 결합된 결과물인 것 같았다.

최상의 재능을 갖춘 몸과 초월자라고 불릴 정도의 천재가 남긴 책, 그리고 알게 모르게 맹활약하는 독서가.  세 가지가 없었더라면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동안 이정도의 성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남들이 봤다면 부러워할만한 능력이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나 손을 들 것이 분명했다. 나 역시 하나하나 늘어가는 기능들을 봤을 때 무척이나 기뻤으니까. 마치 키우는 게임 속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감각과 비슷했다.

“그렇긴 해도...”

“실례합니다, 주인님. 다음 책을 가져왔습니다.”

“...이건 너무 많은데.”

한가득의 새로운 책들을 들고 온 에루나가, 내가 옆에 놔둔 다 읽은 책들을 치우고서  위에 새로 가져온 책들을 올렸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두께의 책들이, 가볍게 열권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줄줄이, 에루나의 등 뒤를 둥둥 떠다니면서 날아오더니, 차곡차곡 내 옆에 쌓이기 시작했다.


저 책 모두가 초월자가 쓴 책들이었다.


수많은 책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초월자들이 작성한 책들. 그 모두를 구해올  있는 유일한 장소가 이곳이었고, 유일한 사람은 에루나였다. 그리고 여긴 내 방이고, 에루나는  시종이었다.

“이것과 이것은 주인님이 저번에 말씀하셨던 의학과 관련된 초월자가 작성한 책입니다. 또 이것은 드워프들의 영웅으로 알려진 초월자가 작성한 책으로...”


에루나가 하나하나 책을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면서 정신이 벙해지는 것을 느꼈다. 개변자라는 특성 때문에 피곤을  느끼는 몸이 됐더라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내가 시작한 일이기는 했지만, 일주일 내내 책을 읽어댄 것은 역시 무리가 있었던  같다. 아니, 결과만 보자면 좋기야 한데...


그런데 왜 멈추지 않느냐면, 눈앞의 에루나 탓... 아니, 다 내 탓이었다. 성격이 조금 이상하고, 씻을 때마다 욕실에 쳐들어오려는 것을 말리는 것이 까다롭고, 밤시중이니 뭐니하면서 밤마다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내 시중을 들어주는 에루나는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시종으로써 태어난 골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위하면 위했지, 거기에는 악의가 없었다.

지금의 에루나도, 그저 내가 했던 말에 충실한 것뿐일 뿐, 아무런 죄가 없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토했다. 일주일 전에 ‘가능한 많은 책을 가져다 줘’라고 말했던 나를 쥐어 패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는 3일 전에 ‘초월자들이 쓴 책이 있으면 전부 가져다 줘’라고 말했던 나를 쥐어 패고 싶었다.


“그리고 주인님.”

“응?”


“배움에 열심인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만, 가끔은 저를 통해서 쌓이신 것을 해소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거절한다.”


당연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거절당한 에루나는 아쉽군요, 하고 전혀 아쉬워 보이지 않는 얼굴로 말하더니, 다시 여느 때처럼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보다, 오늘 저녁에 루시아 아가씨가 저녁을 함께하자고 하셨습니다만, 주인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루시아가?”


“예,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거절해도 상관없습니다. 아가씨에게는 제가 잘 말해두겠습니다.”


“아냐, 거절할 생각 없으니까. 루시아에게는 알겠다고 전해줘.”

잘은 모르겠지만, 일주일 전에 터졌던 일이 꽤나 심각했던 모양인지 요 최근까지 만난 적이 없었던 루시아였다. 그런데 저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이야기를 꺼낸 것을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그렇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물러가는 에루나를 배웅하고서, 나는 다시 에루나가 가져다 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저녁이 되기 전까지 읽은 책 전부 꽝이었다. 뭐, 이쪽이 당연한 거였다. 아무리 초월자가 쓴 책이라고 해도, 아무리 만인지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읽는 족족 기능을 얻을 정도로 사기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루시아와 약속했던 저녁 시간이 된 나는 에루나가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저녁 한번 먹는다고 옷까지 갈아입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으니 좋은 옷으로 갈아입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근데 왜 핑크야?”

“네?”


핑크색 반짝이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최근 인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옷이라고... 루시아 아가씨가 선물하신 옷입니다만.”

“...입을게.”

이게 인기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데 말이지. 이 세계의 인간들은 눈알이 어떻게 된 건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