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 (9/370)



〈 9화 〉9화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해달라고는 했으니 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보았던 것, 기억을 통해   있었던 것, 그것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마왕의 저주, 그로 인해 멸종할 위기에 빠진 드래곤들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대마법. 아마도 그것 때문에 소환된 것이 나라는 것.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겨우 이 정도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이라는 느낌이라서 일단은 빼뒀다.


아무튼 그렇게 빼놓고 이야기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마왕의 저주를 내가 어떻게  수라도 있는 건지, 무슨 조건으로 내가 소환된 것인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있는 것인지, 가장 중요한 것들이 듬성듬성 빠져있는 쓸데없는 것들뿐이었다.

“일단은... 이지경님이 알고 계신 것이 대체로 맞네요. 거기에 몇 가지를 더해야겠지만요.”

“몇 가지라면?”


“우선 마왕의 저주를 해주하는 방법... 이건 이지경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 맞아요. 다만 이지경님이 저주를 어떻게 해야 한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건 다행... 인건가?"

"적어도 저희로서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발밑에서 기어 다니는 벌레조차도 갖고 있는 마력을 이지경님은 전혀 가지고 계시지 않으니까요. 그런 이지경님이 마왕의 저주를 해주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죠.“


“...나, 벌레만도 못한 거야?”

“적어도 마력만큼은.”


에둘러서 말해주는 것도 없이 직접적으로 벌레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일단은 마력만큼은, 이라고 한정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속이 쓰렸다.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칭호 ‘벌레만도 못한 자’를 얻었습니다.]


그런 거 얻지 말아줘... 귓가에 들려온 알림에 더욱 좌절감이 솟구쳤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이런 걸로 무너지는 남자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작 무너졌겠지. 그나저나 상태창을 봤을  마력이란 것이 0으로 표시됐던 것이 정말로 없다는 소리였나 보다. 벌레조차도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내가 없다는 얘기는 역시 조금 충격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 루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충격이라도 받으신 얼굴인데, 놀란 것은 오히려 저희랍니다. 그쪽의 차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물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전혀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지경님의 존재 자체가, 저희들로써는 이해가 불가능한 범주의 것이에요.”


루시아의 말에 괜히 불안해졌다.

“그거 위험한 거야?”

“글쎄요. 마력이 없다는 케이스 자체가 없으니까요. 불행하게도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없네요.”


내가 남들이랑 다른데 그게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닐지도 모르고, 그걸 판단할 방법이 없다.

이미 충분히 위험해 보인다. 주로  정신적인 곳에서 삐걱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요? 어쨌거나 이지경님은 저희와 노력해서, 마왕의 저주를 해주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되는 거랍니다. 간단하죠?”

“그래서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 건데?”


내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루시아는 입을 다물고,   옆에서 조잘거리며 떠들고 있던 아냐와 아샤도 시선을 피했다. 크리샤는 딱 봐도 심기가 불편해보였고 카르네는 이쪽 보지 말라는 투가 역력하게 눈이 마주치 마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르카? 걔는 아까부터 졸고 있었다. 샤르는 여전히 무표정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뭔가 실수를 한  분명한데,  실수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지 물었던 게 잘못한 건가?

“으...! 역시 인정 못해! 아니,  해!”


그때였다. 쾅! 하고 테이블을 치며 크리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길래 내가 말했잖아?!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이게 대체 뭐야? 여태까지 기다렸던 대마법은 고작 인간 따위나 소환하고! 나는 저딴 인간이랑 그, 그, 그딴 짓은 절대로 못해! 아니, 안 해! 어째서 마법의 종주이자 신들로부터  세계의 관리를 위임받은 우리가 저딴 인간이랑...!”

“크리샤!”


“루시아! 이번만큼은 말해야겠어! 너랑 나랑 조금 태어난 날이 차이가 난다고 해도 겨우 조금이야. 그런걸로 언니인척 하지마! 그리고  말 틀렸어?! 맞잖아! 겨우 인간이랑 붙어먹을 거였으면 진작 아무나 붙잡고 했음 됐었지! 굳이 그 많던 마력을 전부 낭비해서...”

“후아암~”


갑자기 언성이 오가는 가운데 아르카가 하품을 하는 것이 보였다. 이와중에 잘도 저러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콰드드득!


“읏!? 아르카!”


갑자기 솟구쳐 올라온 나무줄기 같은 것들이 크리샤의 몸을 꽁꽁 에워싸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졸린 듯한 눈으로, 혹은 지금  상황조차도 지루하다는 눈으로. 아르카는 나무줄기로 몸이 꽁꽁 묶인 크리샤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크리샤~ 네 마음은 이해해. 지금의 상황이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이해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말이야~ 그게~ 지금 여기서~  혼자 결정하고, 해야 할 말은 아니지 않아~?”

“으읏! 겨, 겨우 이딴 걸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무줄기를 붙잡고, 그대로 뜯어 발기려고 했던 크리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던 샤르가 말했다.


“...이번은 아르카의 말에 동의. 크리샤, 그걸 풀면 나도 움직일 거야.”


"뭐?"

그런 샤르를 보고서 크리샤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적어도 다른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거라고 생각했다는 듯이. 하지만 이야기를 꺼내고 있던 루시아는 물론이고 아르카와 샤르는 크리샤를 막아섰다.

다른 셋 중의 두명. 아샤와 아냐는 내 옆에서 급변한 상황에 어안이 벙해보였고, 카르네는 순식간에 제압되어버린 크리샤를 보고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힘의 역학관계가 한 번에 눈에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적어도 카르네는, 하고 카르네쪽을 보았던 크리샤였지만 그런 크리샤의 시선을 피하는 카르네를 보고서 자신의 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크리샤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샤르에게 말했다.

“샤르... 너도 이런 바보 같은 상황에 동의하는 거야? 우리가 어째서 그런 노력을 해왔는데? 겨우 저런 인간 따위랑...”


“...이번은, 이라고 했어. 크리샤. 적어도 지금 네가 저지른 일은 우리 모두가 동의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 일은 너도 동의했던 일이였잖아? 단순한 변심, 그걸로 모두의 의견을 박살내는 거라면 나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으, 으으...! 좋아! 너희들 좋을 대로 해! 나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잔뜩 토라진 얼굴로 나무줄기에 꽁꽁 묶인 채 자리에 앉는 크리샤를 보고서, 루시아는 두통이라도 온 것처럼 눈을 찌푸리다가, 내 양 옆에 앉아있던 아샤와 아냐와 마찬가지로 벙해있던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죄송해요. 저희들이 부끄러운 꼴을 보였네요.”


“아니, 나는  상관은 없는데.”


이따위 인간, 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별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감정이 터져 나와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 느낌이기도 했고. 여동생이 화가 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함부로 말하는 느낌이라 어느정도 익숙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루시아는 그런 나를 보고서 말했다.

“이지경님은 보기와는 다르게 상냥하시군요?”

“대체 내가 어떤 인간으로 보이는 거야?”

“안타깝게도 이 방에는 거울이 없네요.”

“그거 무슨 뜻이야?”


저기, 루시아? 크리샤에게 뭐라고 들었던 것보다 이쪽이 수수하게 가슴에 사무치는데 말이죠?

“어쨌거나, 이지경님의 질문에... 답을 해드려야겠죠.”


“아, 응.”


화제전환이 능숙한 루시아에게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것을 느끼면서, 원래 내가 뭐라고 했었는지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가 마왕의 저주에 대해서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 물었었나? 그리고 크리샤가 갑자기 폭발해서 못 들었다기보다는 애당초 말을 꺼냈을 때부터 분위기가 좀 싸해졌었지. 음, 차라리 듣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지경님이 해야 하실 일은 간단해요. 저희를 임신시켜서, 아이를 만들어주시면 되니까요.”


“그거 정말로 간단... 응?”

뭔가  못 들었나 싶었다. 임신? 아이? 잠깐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듣기로는 인간이 오크보다는 못해도 성욕이 강한 생물이라고 하니까,  점에서 운이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아무리 저라도 오크라면 생리적으로 조금...”

“아니아니, 잠깐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간단하게 말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저희와 교미를 하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너희는 이래도 괜찮은 거야?”


내 말에 루시아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쳐보였다. 뭐랄까, 장난 아니게 당황해하고 있는 얼굴의 내 모습이 말이다. 그런 나를 보며,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내 말은, 그러니까... 너희들은 나랑, 그걸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고!”


“그거라면 교미를 말하는 거죠?”


“...에둘러서 말하려고 했던 내 노력을 돌려줘.”

“노력한 게 그거였나요? 실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지경님의 질문의 답변이라면 싫다, 좋다, 그런 것이 중요한  아니에요. 문제는 필요하다는 거죠. 이것은 400여년 전, 저희의 부모이자 선조분들이 이미 정해놓으셨던 일이고,  우리들도 동의한 일이에요. 적어도, 방금까지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죠.”


그렇게 말하며 루시아는 크리샤를 바라봤다. 루시아의 시선에 흥, 하고 크리샤가 고개를 돌려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방금 전까지는, 동의했다.  말의 의미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전에 루시아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저희들은, 이지경님과 아이를 만드는 것에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 불쾌감도, 모멸감도, 치욕도. 크리샤는... 뭐, 잠깐 부끄러워하는 거에 불과하니까요.”

“그런  아니거든!?”

"뭐, 지금은 이렇지만 조금 냉정해지면 괜찮아질거에요. 그럼, 우선 순서를 정할까요? 저희와 비교해서 이지경님의 수명은 짧다시피 하니까 최대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그런 걸로... 정말로 괜찮은거야?”

루시아의 말을 끊고 나는 그렇게 물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건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것과 동일했다. 아니, 그게 문제인 것이 아니었다. 루시아의 말에서 느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해서, 쓸 수 있는 도구를 쓴다, 그렇게 말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일에 도구를 쓴다, 거기에서 치욕을 느낀다거나 모멸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걸로 되는 건가? 딱히 내가 사랑이 있어야만 남녀간의 정사가 이뤄진다고 믿는 인종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하는 인종인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나의 기준으로는 지금의 일이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루시아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하룻밤의 쾌락을 위한 행위가 아니니까.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생판 모르던, 갑자기 이세계에 소환된 나랑 말이다. 하물며 바로 뒤에서 잔뜩 골이 난 크리샤가 말했듯이 루시아를 비롯한 다른 용, 드래곤들에게는 고작 해봐야 인간인 나와 말이다.


거기에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단순히 필요하기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구의 연장선. 아니, 도구인 나를 사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완성품이라고 해도 좋을까.


자신의 몸을 써서, 자신의 자식마저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만들어낸다. 거기에는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를 가져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애달픈 일이었다.


"정말로 그걸로 괜찮은 거야?"

그렇기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단순히 인간으로써의 감성일지도 몰랐다. 드래곤, 그런 존재를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나라는 존재의 아집이고 쓸데없는 걱정인걸지도 몰랐다.


애당초 나를 소환한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면, 나는 좋다고 그녀들에게  아이를 갖게하면 좋을 뿐인 그런 일인걸지도 모른다.

솔직한 심정으로 기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성에게 인기 없는 인생으로 살아온지가 벌써 반오십을 넘었다. 그런데 내가 여지껏 봐왔던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미녀, 미소녀들이랑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남자로써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인간으로써는, 아니 나라는 인간으로써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당신이란 인간은 상냥한 분이시군요."


"바보 같지? 내가 생각해도 조금 바보 같거든. 남들이면 좋다고 달려들었을 이야긴데 말이지."


"네, 확실히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인간이 아닐까, 방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건... 조금 심한데."


그런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거나 적어도 저희는 이지경님이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으니 나쁜 일은 아니네요."

그렇게 말한 루시아가 처음으로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그녀의 눈동자 색처럼,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황금과도 같은 미소였다.


띠링~

띠링~

귓가에 알림음이 연달아 울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신경에 거슬린다,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눈앞에 있는 루시아의 미소를 조금이라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뚝하고 알림음이 멈춰버렸다. 상태창에서 확인했듯이 설정에서 건들  있었던 옵션이나, 대부분의 조작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사양으로 바뀐  같았다.

이제 좀 조용해졌으니 루시아의 미소에 좀 더 집중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희에게 있어서 반드시 자식이 필요한 것은, 이지경님도 아시고 있잖아요?"

그런 일은 없었지만. 방금까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던 미소를 짓고 있던 미녀. 루시아는 온데간데없고 거기에 서있는 것은 보다 냉혹한, 무언가였다.

드래곤.

최후에 남은 일곱의 드래곤.

그들의 대표라는 무게를 지니고 있는 무언가로 말이다.


"이 세계에는 반드시 드래곤이 필요해요. 세계의 관리. 신들이 저희들에게 위임한... 사실상 떠맡겨버린 맹약에 의해서. 저희는 모든 본능과 이성, 자신의 생명조차도 저버려서라도 그것을 지켜야만 하죠."

그것이 설령 지신을 방금까지 모르던 남자에게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설령 사랑이 없는, 애정이 없는 자와의 자식을 만들어서라도.

"당신의 마음씨, 당신이 저희들을 생각해주신 그 마음은 감사히 생각할게요. 그렇지만 이해해주시길."

그렇게 말한 루시아가 내게 손가락을 뻗었다.


"이런 식으로 당신의 양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마음에 걸리네요. 일이 끝난 뒤에 기억을 지워드릴게요. 저희와의 자식을 가진 후... 기억을 지우고 원래 세계로, 원래 당신이 살아가고 있던 시대로 보내드릴게요. 당신이 평생토록 써도 될만큼의 보화와, 재물. 그리고 덤으로 오랫동안 건강할 신체도 드리죠."


뭔가 등 뒤가 싸늘했다. 내게 위험한 일이 생긴 것 같다. 그런 예감이 마구 들었다.

아르카를 보자, 루시아의 행동을 말릴 생각은 커녕 그런 것도 나쁘진 않지~ 하는 얼굴이었다. 샤르? 걔는 무슨 표정인지 대체 모르겠다. 크리샤를 단번에 묵살했을 때도 무표정이였고. 아샤와 아냐에게 도움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버렸다.

크리샤와 카르네가 도와줄 리가 없고...!

"...자, 잠깐 기분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시길."

"으아아아아아!"

스으으으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뭐가 일어나는 거야? 루시아의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그런 느낌? 아니 그런 것 같기는 했는데 뭔 일이 일어나는 거야?


말하는걸 봐서는 정신조종? 뭐 그런 것 같은데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띠링~

[플레이어 '이지경'님이 '루시아네스 파라모아'의「정신조종」의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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