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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8화 (8/370)



〈 8화 〉8화

눈앞에 떠오른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상태창에 당황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뭐, 지금 있는 일도 충분히 비현실적인데 상태창쯤이야 보일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보다도 상태창에 떠오른 것들에 호기심이 생겼다. 차원을 넘은 자, 라던가 개변자라던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어떻게 보면 되는 거지? 게임이었다면 마우스로 클릭하면 스킬이나, 능력치 등의 상세내용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손으로 만져보면 되는 건가?


상태창을 보며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고유 특성이니 기능이니 하는 곳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띠링~ 하고, 소리가 나는 것과 함께 눈앞에 떠올라있던 상태창의 모습이 바뀌었다.




「이름 : 차원을 넘은 자」
「등급 : 전설(SS)」
「효과 : 세계로부터 존재를 보호받는다.」
「설명 : 차원의 벽을 넘어선 자에게 주어지는 특성이자 칭호이다. 마왕의 저주로 인해 멸종할 위기에 처했던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대마법으로 소환된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다. 세계의 법칙으로부터 그 존재가 존재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오...? 눈앞에서 새롭게 바뀐 상태창을 읽어 내려가던 중에 점점 표정이 바뀌어가는 것을 느꼈다. 뭔가, 엄청 거창한 것이 읽는 것만으로도  수 있는데...? 세계로부터 존재를 보호받는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니. 대체 이게 뭔 소리야?

설마 그건가? 내가 뭘 당하던 간에 죽지 않는다던가, 그런 건가? 아니 설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설명을 봐도, 효과를 봐도 한 번에 이게 어떻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음... 좋아! 역시 모르겠다. 그리고 모르는 건 넘어가자. 괜히 고민하고 머리 쓰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았다. 어차피 가지고 있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알아볼 기회가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다음이다. 다음, 이거 말고도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 개변자라고 했던 특성을 떠올리자 눈앞에 떠올라있던 상태창의 모습이 또다시 바뀌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편한데? 생각만 해도 알아서 바뀌니까 일일이 상태창을 열고 해당 특성이나 기능 위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야했던 게임 때와 비교하면 편했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 개변자」
「등급 : 초월(S)」
「효과 : 항상 최상의 상태로 심신을 조율할 수 있다.」
「설명 : 세계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들이 얻는다고 알려져 있는 특성 중의 하나로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상의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 특성이다. 아무리 병에 들고 늙어 노쇠한 몸이 되었더라도 소유자가 원한다면 전성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모든 힘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법칙의 아래에서.」



아, 이건 아까 것보다 알기 쉬워서 좋다. 세계로부터 보호받는다니 뭐니하는 것보다 한눈에 봐도 어떤 능력인지   같았다. 그러니까, 게임으로 친다면 지구력 무한 같은 거란거지? 그것만이 아닌 것도 같지만, 일단은 이렇게 알아둬도 괜찮을  같았다.

다음은 만인지상? 뭔가 웅심을 자극하는 그런 이름이었던  같은데... 어쨌던 이번에도 조금 기다리니 상태창의 모습이 다시 바뀌어갔다.


「이름 : 만인지상」
「등급 : 초월(S)」
「효과 : 최고의 육체와 최고의 재능을 갖는다. 」
「설명 : 세계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들이 얻는다고 알려져 있는 특성 중의 하나로 만 명 중의  명 꼴로 태어나는 최고의 육체와 만 명 중의 한 명 꼴로 태어난다는 최고의 재능을 갖춘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성이다. 존재하는 모든 기술을 익히고 다루는데 이상적인 신체와 그것을 익히는데 합당한 그릇을 갖추고 있어 배우고 성장하는데 있어서 매우 빠르다.」

음... 이것도 개변자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알기 쉬웠다. 한마디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여기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어찌 보면 게임 속의 능력을 갖게 된 이상 당연하다면 당연한 능력인 것도 이것이었다. 모든 게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게임 속의 플레이어들은 어떤 직업을 택하던, 어떤 기술을 배우던 간에 손쉽게 정점을 찍고는 하니까.


최상의 재능과 최상의 육체, 말하자면 게임속의 주인공(플레이어)과 같은 신체와 재능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럼 다음은... 어쩐지 예상이 가는 안정보다는 황금률이라는 멋지장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 특성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이름 : 황금률」
「등급 : 영웅(A)」
「효과 : 선행을 쌓을수록 행운이 상승한다. 반대로 악행을 할수록 행운이 감소한다. 행운에 따라서 효과가 달리 발휘된다.」
「설명 : 악인은 언젠가 천벌을 받는다. 선인은 언젠가 보답 받는다. 그 말을 그대로 특성으로 만든 듯 한 특성이다. 선행을 거듭할수록, 행운이 상승하며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예상치 못한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악행을 거듭할수록 행운이 하락하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딱히 어떻다고 말할 수가 없는데... 앞에서 봤던 차원을 넘는 자랑은 다른 방향으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특성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에 봤었을 때 내 행운이 높았다는 점일까.


적어도 지금은 나쁜 특성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만 여기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이번에는 특성이 아니라 기능이였던 것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름은 수수하게도 안정, 달랑 그것뿐 이였지.


「이름 : 안정」
「등급 : 전문(B)」
「효과 :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상태이상에 빠지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정신계의 상태이상에서 벗어나기 쉬워집니다. 같은 이유로 연속해서 상태이상에 빠져드는 것이 줄어듭니다.」
「설명 : 정신계열의 상태이상으로부터 30%만큼 저항합니다. 적용된 정신계열의 상태이상의 효과가 절반만큼 감소하며 지속시간 또한 30%만큼 감소합니다. 연속해서 같은 상태이상에 걸릴 확률이 대폭 감소합니다.」




“...오, 이건 마음에 드는데.”

어떤 게임 속에서든 간에 정신 쪽을 공격해오는  가장 버거운 법이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 했던 게임인 라이프의 경우에도, 스트레스라던가 관리가 부족하면 목을 덜렁덜렁 매다는 엔딩도 있었고 말이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정신계열에 한정되지만 상태이상에 저항하고, 효과와 지속시간, 그리고 연이어서 같은 상태이상에 걸릴 확률이 줄어드는 효과는 수수하다면 수수하지만 매우 유용한 효과였다.

그리고 기능과 특성의 차이인지. 기능 쪽인 안정의 경우에는 보다 한눈에 알기 쉬웠다. 얼마큼 감소하고, 얼마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느 쪽이 더 익숙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쪽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말이다.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일단은, 이지경님의 침실이  예정이었던 공간이니까요.”

“어? 응?”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루시아의 말에 얼결에 그렇게 대답했다가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상태창을 읽느라 정신을 빼놓고 있는 사이에 장소를 이동했던 모양이었다. 처음 눈을 떴었던 화려하지만 휑한 모습의 방과는 달리, 커다란 침대와 책장. 이것저것 용도를 상상할 수 있는 가구들이 있는 방이 보였다. 침실이라고 했던 만큼, 갖출만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그 방의 규모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침대는 내가 여섯이 누워서 팔을 벌리고 천사를 그리던  하던 간에  만큼 커다랬다. 책장?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읽었던 모든 책을 가져다가 박아 넣어도 반도 못 채울 것 같았다. 그리고 저거, 뭐야? 옅은 빛을 내뿜고 있는 조명? 비스무리한 것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 마냥 주먹으로 구슬 같은 것을 두드리고 있는 저거 말이야.


그 순간 머릿속에서 정령이라던가가 떠올랐다. 세계의 원소를 조종하는 고차원적인 존재라나 뭐라나. 이 세계의 대부분의 자연적인 활동은 이 정령과 깊은 연관이 있는 모양이였다. 고대에는 인간들이 이런 정령을 신으로 모시던 시절도 있었다고... 그런 것이 왜 저기에 갇혀 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지만.

“저게 신경 쓰이나요?“

그런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루시아가 정령이 들어있는 조명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아, 응. 정령이지 저거? 왜 저기에 있는 거야?”


“안심하시길. 억지로 가둬둔 것은 아니니까요. 저건 저희들이 아직 보옥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던 시절에 동방의 어느 숲에서 길길이 날뛰며 숲을 불태우던 대정령에게 벌을 주는 겸 가둬놓은 거에요. 지금은 겨우 불빛을 내는 정도의 힘뿐이라서, 저렇게 조명으로 쓰고 있고요.”


어디서 안심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머릿속에서 새롭게 갱신된 대정령에 대한 지식이 흘러 들어와서 더더욱 안심할 수가 없었다. 루시아가 말한대로, 또 새롭게 떠올리게 된 지식으로도, 대정령이라면 족히  하나를 불태우거나 수몰시키거나, 그런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걸 저런 구슬에 가둬두고 조명 대신에 사용하는데 대체 어디서 안심을 해야 되는 거지?


그런 내 시선을 읽었는지 루시아는 또, 하고 말을 이으며 말했다.


“일부러 구슬을 깨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백년은 문제없이 봉인할 수 있으니까 이지경님이 걱정할 일은 없어요.”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불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제 좀 괜찮으신가보군요?”


“응? 뭐가?”


“속이 좋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있었으니까 걱정하는 게 당연하죠. 일단은, 저희들에게 이지경님은 무척이나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그 말에, 나는 새삼스레 루시아를 바라봤다. 말은 조금 험한 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도 해주고 사실은 착한 성격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뭐죠? 그 얼굴은. 갑자기  그래도 추하던 얼굴이 쓰레기처럼 변했는데요?”


...방금 생각한 거 취소다.

“크흠, 그보다는 슬슬 이야기 해주지 않을래?”


내 말에 루시아와, 다른 여섯 명의, 아니 드래곤이니까 다르게 불러야하나. 아무튼 간에 루시아를 비롯한 일곱 명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런 그녀들에게 나는 확실히 말했다.

“어째서 나를 여기에 소환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길 바랄게.”


“...좋아요. 원래부터 그럴 예정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루시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나왔을 때처럼 빛과 함께 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눈앞에 생겨났다.


일곱 명, 거기에 나까지 포함해서 여덟 명이 둘러앉아도 될 만큼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들이 갑자기 생겨났다는 사실과 그런데도 여전히 넓은 방 안에 감탄하면서 의자에 손을 대봤다가 깜짝 놀랐다. 의자를 감싸고 있는 가죽이 뭐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촉이 장난이 아니였다.


“혹시 의자에 앉는 법을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아니, 알고 있어.”


의자의 생각지도 못했던 감촉에 앉을 생각도 잊고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그런 나를 보고서 루시아가 그렇게 말해왔다. 루시아의 표정에서 어이없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얌전히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괜히 부끄러운 꼴을 보인 것 같았다. 그렇게 얌전히 자리에 앉는 나를 보고는 루시아를 비롯해서 다른 여섯 명도 자리에 앉았다.


“그럼 일단 확인부터 하죠. 이지경님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내가 알고 있는 거?”

루시아의 말에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머릿속을 뒤져봤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정확하게는 알게 되어버린 것을.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할 때마다 떠오르는 지식들과 기억들이 있었다. 아마 루시아가 말하는 것은 그것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어째서 그런걸 묻느냐는 거였다. 내게 이런 지식이나, 기억들을 넣어둔 장본인들이 내 기억에 따르자면 저들의 부모이자, 본인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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