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9)

베르테르 산타의 특별선물!!!!

2편 연속!!!!!!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비굴한 작가는 오늘도 추천을 굽신굽신.

[놀랬어. 아가씬줄 알았는데 서른 넷이라구? 아니 근데 어떻게 이렇게 살결이 뽀얄수가 있지? 아주 그냥 매끈매끈 하네. 어디 보자..]

사내의 언사는 거침이 없었고 또한 듣는 입장에선 매우 저급하게 들렸다. 나는 손톱을 깨물며 동영상을 지켜봤다. 아내의 몸이 조금 움츠려 드는 것 같아 보였다.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는 사내 때문에 아내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질 않았다.

[아.. 빨통 죽여주네. 뭘 먹었길래 이렇게 가슴이 클까? 어디보자 잠깐..]

사내가 고개를 숙였을 때 간신히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아내의 얼굴. 그건 마치 모든 걸 체념한 듯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쪼옵.. 쪼옥.. 쪼옥...]

이어폰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더욱 강하게 내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아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사내의 입을 타고 듣기 싫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아버렸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고 동영상을 바라봤을 땐, 다행히도 사내가 아내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아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는 사내를, 그와는 조금 간격을 두고 아내가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뭐하고 있어? 빨리 하지 않고.]

사내가 약간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당황한 표정의 아내가 입고 있는 원피스의 가슴 부분을 정리하면서 사내를 바라봤다. 그제야 카메라를 등진 사내의 다리가 약간 벌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뭘.. 뭘 하려는 거지?’

나는 잠자코 동영상을 지켜봤다. 사내는 계속해서 아내를 재촉하고 있었다. 아내는 눈을 한번 질끈 감는가 싶더니 천천히 신고 있던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검은색 스타킹차림의 다리를 사내에게 올려놓았다. 

[그.. 그래... 그렇지...]

사내의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내의 ‘어딘가‘에 두 다리를 올려놓은 아내는 앉아있는 의자를 두 손으로 꼭 부여잡고 있었다. 

[바.. 발가락을 좀 움직여봐.. 따.. 따뜻하고 좋네..]

[........]

[아.. 아니... 그러니까... 말야!!!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앗...]

아내가 당황하며 의자를 양 끝 부분을 꼭 쥐고 있었다.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나는 짐짓 놀랐지만, 사내는 아마도 아내의 발을 붙잡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사내의 걸죽한 신음소리와, 카메라를 등진 채 쉼없이 위 아래로 흔들리는 사내의 팔을 보며, 지금 사내가 아내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으.. 으... 따.. 따뜻해.. 으으..]

사내는 연신 죽을 소리를 냈다. 이와는 반대로 아내는 지금의 자세가 많이 불편했는지 카메라 한 가득 인상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 아... 아... 싸.. 싼다... 아...]

[아.. 잠깐...]

의자를 꼭 붙잡고 있던 아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의자에서 떨어질까 전전긍긍할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쉼없이 움직이던 사내의 두 팔이 차츰차츰 조용해지고 있었다. 사내의 걸죽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발도 예쁘네 우리 아가씨. 하아. 기분좋아]

사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그제야 사내에게서 발을 거두어 냈다. 무언가 잔득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아내는 앞에 사내가 있다는 걸 무시하고 허벅지부터 서둘러 검은색 스타킹을 벗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자신의 발가락 끝부분에 걸린 검은색 스타킹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는가 싶더니 사내를 한번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사내가 아내의 팔을 낚아채며 소리쳤다.

[닦아줘야지.]

맨다리를 드러낸 아내의 표정이 조금 무섭게 변했다. 3년간 아내를 알아오면서 이것처럼 아내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한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해도 좋았다. 사내의 팔을 뿌리치려던 아내는 결국 사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여전히 둘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힘껏 뒤로 젖힌 사내의 표정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나지막하게 가늠할 수 있었다.

‘검은스타킹’

이제야 일전에 스튜디오에서 봤던 검은스타킹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팁토 부분에 진득이 묻어있던 정액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세 번째 동영상이 끝났을 때, 나는 모니터를 끄고 밖으로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기를 꺼내 봤지만, 9시를 넘긴 시간만 알려줄 뿐 아내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담배라도 폈다면 차라리 나았을까? 불이 꺼진 사무실의 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답답함이 결코 가시질 않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건만, 언젠가 아내와 마주하고 몰래 흘린 눈물이 내가 흘릴 눈물의 전부였나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풍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건, 비록 모든게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해도, 별달리 저항을 하지 않던 방금전 아내의 태도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숨을 몇 번 들이킨 뒤에, 나는 다시 꺼져 있는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네 번째 파일..’

나는 조심스럽게 네 번째 파일을 클릭했다. 꼴도 보기 싫은 중년 남자가 갑자기 튀어 나오는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화면엔 의외의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이 목소리와 생김새. 한무영의 작업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은 임곽수였다. 

[뭐가요?]

[시치미 때지마. 정일무 와이프랑 작업 더 하기로 했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대화를 들어보니, 언젠가 내가 임곽수에게 전화를 걸어 언성을 높이던 날 같았다. 

[그게 중요한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뭐 생각이랄게 있나요. 뭐 말하자면, 간만에 타오르는 창작욕에 흠뻑 빠져 버렸다랄까.]

[미친놈.]

[켁]

[뭐, 나야 이렇든 저렇든 상관은 없지만. 아 내가 잃을뻔한 돈 자네가 대신 갚아주겠다는데 뭐 할 말있나. 나야 뭐 자네가 부탁했던 대로 예쁜 모델 하나 운 좋게 물어다 준 게 다긴 하지만]

남의 아내를 대상으로 물어다 줬다는 표현을 쓰는 임곽수의 얼굴이 보기 거슬렸다. 

[그나저나, 자네 나한테 얼마를 줘야 하는지 알고는 있나?]

[이자까지 3천 얼마죠? 정일무씨 사채가]

[응. 원래는 더 되는데...]

[에이. 형님. 그러지 마세요.]

[아 놔. 이사람 참. 누가 보면 자선사업간줄 알겠어.]

[그러지 말고 형님, 잠깐 이것좀 봐봐요.]

한무영이 히죽거리며 가슴에서 소형 캠코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분주하게 무언가를 누르는가 싶더니 화면을 임곽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이게...]

[형님 이런거 좋아하시죠?]

[큼.. 큼.. 그게 무슨..]

캠코더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곽수의 두 볼이 빠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임곽수가 보고 있는게 무엇일지 한 번에 촉이 왔다.

[형님이 왜 해 주신 게 없습니까? 그냥 이건 작은 성의다 생각하고...]

[어허.. 이 사람이..]

[돈은 제가 정일무씨 내외에게 꼬박꼬박 드리도록 할게요.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아참, 혹시 원하시면 다른 영상도 보여드릴 수 있는데.]

[그러니까 이 사람.. 헙..]

아내를 두고 임곽수와 거래를 하고 있는 한무영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제야 아내의 ‘몰카’가 담겨있는 폴더이름이 왜 ‘임곽수’ 인지 알 수 있었다. 대화를 들어보니 임곽수와 낯선 남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무영은 중년남자와 아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임곽수에게는 하지 않았다. 

덩그러니 남겨진 동영상은 이제 두 편 뿐이었다. 한무영과 임곽수의 대화를 잠시 들어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진정이 됐다. 하지만 난 쉼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오케이. 표정 좋아! 자세를 고쳐봐. 그래 그래!]

동영상을 키자마자 한무영의 목소리가 정신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내를 편하게 부르는 걸로 봐선 한 달 내지 대략 그 정도 전에 찍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 점점 좋아지네. 오케이 계속.]

프로의 눈에도 정확하게 보였으리라. 아까 쉴새없이 봤던 아내의 사진을 통해, -사진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아내의 표정은 정말 많이 바뀌어가고 있었으니까.

[오케이 좋아!!! 이번엔 구도를....]

[열심히 찍고 있네!]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한무영의 작업실 가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무영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어쩐 일이십니까?]

[아. 그냥 간만에 들려봤지. 이야 우리 아가씨는 갈수록 예뻐지네?]

한무영도 중년 남자의 방문에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보고 있는 동영상은 어느 일정한 시점을 미리 생각해 두고 찍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언제든 몰래 찍고 있는 듯한 느낌. 혹시 내가 보고 있는 동영상 말고 다른 동영상이 더 있는 건 아닐까?

[그나저나 우리 아가씨. 일을 더 하기로 했다고? 잘 됐네. 잘 됐어.]

중년 남자는 아내의 이름대신 연신 아가씨라는 호칭을 불러대고 있었다. 사내도 방금전의 임곽수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일에 대해 묻고 나섰다. 그러나 나로썬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사내가 한무영은 가볍게 무시하고 아내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는데도 어쩐지 아내는 몸을 피한다거나 얼굴 표정을 구긴다거나 하지 않았다. 

[이야, 옷 잘 어울리네.]

[무슨 일이십니까?]

사내는 아내의 등 뒤로 다가가 아내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한무영이 사내를 쏘아붙이고 나섰다. 스커트 차림으로 맨다리를 드러내고 있는 아내의 뒤에 바짝 다가선 사내가 한무영을 바라봤다. 정말 이상하게도 아내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이젠 아예 포기한건가.’

아까 봤던 동영상과는 달리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아내를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냥, 잠깐 가다가 들렸다니까. 이왕 온 김에 선물이라도 하나 줄까? 우리 아가씨?]

와이프의 뒤에서 바짝 서 있던 사내는 아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본디 목소리가 큰 건지, 분명 속삭이는 건데 사내의 목소리가 너무나 크고 뚜렷하게 들려왔다.

[자, 왠지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말이야. 자 어디 보자.]

사내는 바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쯤 되니 한무영도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하고 사내가 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렇지. 옳거니 여기에 있다. 짜잔!]

아내의 뒤에 바짝 붙어있던 중년 남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는 아내의 얼굴에 대고 흔들어 댔다. 

“저건!!”

동영상 속의 아내와 나의 눈이 동시에 크게 떠졌다. 저건 일전에 본 적이 있는 그 ‘천조각’ 이었다. 마치 퍼즐이 한 조각 한 조각 맞춰져 가듯이 내 기억의 파편들이 머릿속에서 보기 좋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예쁘지?]

[....]

아내도 한무영도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한무영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가만히 카메라를 내려놓는가 싶더니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앓던 이가 빠졌다는 표정으로 사내가 한무영이 빠져나간 작업실 문을 보며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손에 들린 ‘천조각’을 슬그머니 내려 놓으며 아내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입혀줄게.]

나는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저 중년남자가 아내에게 지금 무어라 말한 건지 믿기지,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어이 사내의 두 손이 아내의 스커트 자락으로 들어갔을 때 나의 두 눈동자는 다시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부드럽네. 그래. 이렇게 가만히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아내는 자리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 아내는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아내의 스커트 자락으로 들어간 사내의 손은 한 동안 빠져 나오지 않았다. 이제야 나는 사내의 얼굴이 아내의 엉덩이에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내와 사내는 한 동안 그 상태로 굳어 있었다.

[하음...]

갑자기 아내가 야릇한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탄성이나 어디가 아파서 흘러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분명 아내의 신음소리였다. 아내의 스커트 자락으로 들어간 사내의 손동작이 분주하게 보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내는 다리를 빌빌 꼬며 입술을 깨물고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하아.. 하아.. 최고네 정말.. 하아..]

아내의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사내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아내의 스커트 자락에 들어간 자신의 손을 천천히 아내의 다리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아내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사내의 두 손에 하얀 천조각이 걸려 있었다. 

[자, 다리 들고...]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듯 사내가 와이프에게 말했다. 다리를 꼬고 있던 아내가 멈칫 하더니 거짓말처럼 슬리퍼 차림의 발을 슬쩍 들어 주었다. 아내의 뒤에 앉아있던 중년남자는 자신의 손에 들린 아내의 팬티를 얼굴에 가져다 댔다. 나는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걸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아내의 팬티를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그 ‘천조각’을 손에 들고 다시 아내의 다리를 매만졌다. 마치 그것이 신호인양, 아내는 다시 천천히 발을 올려 들었다. 사내는 아내의 발에 천천히 자신이 가지고 온 ‘선물’을 끼워넣고 있었다.

[옳지. 이런건 처음 입어보지?]

아까부터 아내는 사내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중년 남자는 혼자 신이 나서 방금전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아내의 하얀 다리를 매만지며 자신의 양손에 걸린 ‘천조각’을 아내의 스커트 자락 안까지 올려대고 있었다.

[잠깐, 아가씨. 나 치마 때문에 잘 안보이는데, 이거 치마좀 올려봐.]

아내의 뒤에 쪼그려 앉아있던 사내가 아내를 보고 얘기했다. 아내는 잠깐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올리기 시작했다.

[더.. 안보여. 더]

사내는 짓궂게도 아내에게 성치 않은 주문을 하고 나섰다. 눈을 꼭 감은 아내는 천천히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힘껏 위로 들어 올렸다. 아내의 거웃한 음모와 은밀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년남자는 그제야 만족했는지 아내의 허벅지에 걸린 자신의 손을 다시 천천히 아내의 허리춤까지 올렸다.

[처음엔 좀 끼거나 어색하긴 할 텐데, 이게 편한 여자들도 있대. 후우. 예쁘네. 흐흐]

사내는 만족한 듯 아내를 보고 말했다. 카메라에 찍힌 아내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예전에 봤던 그 천조각을 자신의 허리춤에 걸친 아내는 여전히 말없이 스커트 자락을 꼬옥 쥐고 있었다. 그보다 도무지 팬티라고 할 수 없는 그 천조각 때문에, 하얀 천 밖으로 아내의 거웃한 음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 변태같은 새끼.”

나도 모르게 욕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내가 누굴 욕할 수 있을까.

[잘 입은건가 모르겠네. 흠]

아내의 엉덩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사내가 슬그머니 아내의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제야 아내가 스커트 자락을 내리려고 했지만, 이미 중년남자의 얼굴이 아내의 은밀한 부분에 파묻힌 후였다. 

[하아.. 하아]

사내의 얼굴이 아내의 스커트 자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아내의 엉덩이인지 아니면 허벅지인지를 꼬옥 붙잡고선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어 댔다. 그러면 그럴수록 무언가를 참는 듯 고통스러워 하는 아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 하아]

기어이 아까와 같은 신음소리를 토해낸 아내가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움켜쥐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스커트 자락 안에 감춰진 사내의 머리를 쥐고 있는 듯 보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다리가 심하게 교차하기 시작했다. 사내의 움직임이 거칠어지는가 싶더니 일순간 잠잠해 졌다. 아내의 스커트에서 고개를 내민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휘청거리던 아내가 중심을 잃고 중년남자의 품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이건 도저히. 하아.]

[남편이랑 많이 하나봐? 보지가 생각보다 ?었는데. 하아.. 하아. 하아..]

중년남자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내를 쓰다듬으며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리곤 아내의 티셔츠 속으로 한 손을 쑤욱하고 집어넣는가 싶더니 다시 요란하게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내의 두 다리가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 이 빨통. 하아.. 존나 부드럽네.. 오.. 오늘은.. 도.. 도저히 안되겠어!]

사내의 움직임이 부산해 졌다. 카메라 앞에서 요란하게 몸을 흔드는가 싶더니, 사내는 아내의 가슴에 놓인 자신의 손을 빼어내고 신경질적으로 아내의 스커트 자락을 올려냈다. 그리고 아내의 앞에 바짝 기대어 섰다. 중년남자의 몸이 아내와 마주하고 잠시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위쪽으로 튕기듯 솟아 올랐다.

[아.. 아 씨발.. 왜.. 왜 이렇게 안들어가지? 아.. 아니다. 너.. 넣었다!!.]

[하아.. 그.. 그만.. 하아...]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내 정신이 혼미해 졌다. 나는 할 말을 잃고 부둥켜 안고 있는 아내와 중년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작업실 문이 열리더니 한무영이 소리쳤다.

[뭐하는 겁니까?]

중년남자는 아내를 품안에서 놓지 못하고 조금씩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사내의 바지가 다리까지 내려가 사내의 흉한 하체가 고스란히 보여지고 있었다. 

[뭐 하시는 거냐구요!]

[아.. 그... 알겠는데..]

[제 작업실에서는 이런 짓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지.. 지금 넣으려고.. 하아.]

[다시 한번 말씀드려야 합니까?]

[에이씨..]

중년남성은 품에 기대고 있던 아내를 떼어냈다. 스커트 차림의 아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사내는 흉물스런 자신의 발기한 물건을 가릴 생각도 없이 그대로 한무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는가 싶더니 주섬주섬 옷을 올려 입기 시작했다.

[있잖아. 자네 그런 태도는 정말이지 고칠 필요가 있어.]

[이러실거면 제 작업실엔 오지 마십쇼.]

중년남자와 한무영은 서로 마주하고 서 있었다. 중년남자는 금방이라도 한 대 때릴 기세로 한무영을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곤 별다른 말없이 한무영의 작업실을 빠져 나갔다. 

[들어가서, 옷 다른걸로 갈아입고 나와]

한무영이 쓰러져있는 아내를 보고 소리쳤다. 그제야 아내는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다섯 번 째 동영상은 끝이 났다. 나는 동영상이 끝날때까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전에 본 건 오늘의 하이라이트 쯤 되려나? 아내의 표정과 낯선 남자의 표정이 쉽사리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았다. 

‘넣었다!!!’

사내의 말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아내는 이런 얘기를 나에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묘한 태도로 일관하는 한무영은 물론 그 중년남자는 나의 아내와 몸을 섞은건지 어떤건지 하는 질문까지 골고루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사내의 손을 받아들인 아내의 표정과 태도에 대해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남은건 나머지 하나의 동영상 뿐이었다. 

[치칙]

거의 체념에 가까운 한숨을 쉰 나는 마지막 동영상을 클릭했다. 화면에서 한무영이 카메라를 조정하는가 싶더니 카메라를 슬쩍 한 번 보고 자리에 가 앉았다. 어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처럼 보였다. 장소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한무영이 누군가를 바라보며 자세를 고쳐 앉는게 보였다.

[오셨습니까?]

카메라 앵글에 한무영과 함께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저번엔 그렇게 면박을 주더니, 오늘은 왠일로 불렀지?]

[저번일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쳇. 결국 돈 때문인가?]

[그런거 아닙니다. 진심으로 저번 일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무영이 말하는 저번 일은 중년남자와 아내의 일 같았다.

[자네 말야. 날 이렇게 실망시키면 그닥 재미없을텐데?]

[죄송합니다. 사실은 그것 때문에 오늘 오시라고 한 겁니다.]

그제야 중년남자는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으로 한무영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선생님도 더 기다리기 힘드실 거 같고]

[그걸 말이라고 하나?]

[얘기를 좀 들어보십쇼. 제 생각도 좀 해 주셔야죠. 단순히 남녀가 몸을 섞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어찌되었든 이 일에 관계가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상대할 여자는 ‘유부녀’ 아닙니까?]

[그래서? 그래서 저번에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건가?]

[딱히 그것 때문이라기 보단,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전 제 나름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저 작업실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습니다. 대뜸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그러고 계시면... 또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원래는 ‘촬영이 끝나는 날’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려고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한무영의 말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중년남자도 한무영에게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서?]

[간단하게 제 모델을 선생님께 보내면 그만이겠지만, 보는 눈도 많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나마 제일 안전한 장소는 제 스튜디오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오늘은 평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예린씨한테 전화를 걸면 바로 나올겁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습니까? 암튼, 예린씨가 오면 저는 자리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단, 작업실 안에서는 ‘하시면’ 안됩니다.]

[그럼.. 어디서 하란 말이야?]

한무영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다’라는 말에 나는 다시 손톱을 깨물었다. 

[하나 있지 않습니까?]

[하나?]

[작업실 안에 들어가면.. 있는...]

비밀작업실.

[정말 ... 그..]

[단...]

[단?]

[예린씨가 거절한다거나 반항하면.....]

[에이..]

중년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무영의 말을 잘라 막았다. 그건 마치 무언가 ‘그럴리없다’ 혹은 ‘자신이 있다’는 말투였다. 한무영은 말을 멈추는가 싶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이건 껴주세요]

[이건 뭔가? 콘돔?] 

[네. 전 딱히 복잡한 건 싫어서요.]

[에이, 무슨 말도 안되는]

[싫으시면 그만 두셔도 되요.]

[뭐라고?]

[저는 선생님께 나름 배려를 해 드리고 있는 겁니다. 제가 사진찍는 사람이지 여자나 사고 팔고 하는 포주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후우. 뭐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 그건 그렇다치고. 어쨌든 저는 분명 언젠가 선생님께 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번번이 제 작업실에 불쑥불쑥 찾아온게 누굽니까?]

[자네 지금.]

[암튼 선생님께 저도 나름 죄송한 것도 있고 해서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정 싫으시면 여기에서 그만두셔도 좋습니다.]

중년남자는 한무영을 노려봤다. 하지만 한무영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알았네.]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끝나면 제 작업이 끝날 때까진 더 이상 오시면 안 됩니다.]

[..........]

[네?]

[알았네.]

[감사합니다. 누구보다 깨끗한 일처리를 선호하시는 선생님이라는걸 잘 알고 있기에, 더 긴 말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중년남자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자리를 비웠다. 한무영이 옅은 숨을 불어 내쉬는게 보였다. 그리고 곁눈질로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천천히 카메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영상이 끝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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