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2)

[ 제 1 장 아들의 장난 ]

"아아, 재밌었어, 형님이랑 같이 영화를 보는게 얼마만이야"

기시와다 미사코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동서인 카즈요에게 미소지었다. 둘의 남편은 형제지간이고 각

각 아들 하나씩을 두고 있다. 지금은 두 집안 여섯 명이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카즈요는 38살, 미사코는 36살로 나이가 비슷한 것도 있고 해서 마치 친자매같이 사이가 좋다. 아니, 

그렇다기보단 외동딸인 미사코가 카즈요를 친언니처럼 생각하면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선 이래저래 바빠가지고 정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가끔 쉬어줘야지. 자, 이제 밥 

먹으러 갈까? 그이가 회사에서 접대할 때 자주 가는 가이세키(懷石)요리집을 예약해 뒀어"

"와아, 시아주버니한테도 감사해야겠네요. 저 가이세키 요리 먹는 거 처음이에요"

영화관이 있는 유락쵸 마리온부터 걷기 시작해서 긴자 6쵸메에 있는 "와카바"라는 가게에 이르렀다. 

카즈요가 남편 이름을 대자 염색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 종업원이 복도 맨 구석에 있는 별실로 안내한다.

"엄청난 가게네요... 형님, 여기 비싸지 않아요?"

소리를 죽여서 말하는 미사코를 보고 카즈요는 생긋 웃어 보였다.

"동서는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돼. 그이가 맘껏 먹고 푹 쉬다 오라고 했으니까"

카즈요의 남편 요시다카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시아 각국을 상대로 하는 무역회사를 경영

하고 있다. 동생 카즈히코도 형을 도와 그 회사의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 경비에서 빠질 테니까 안심하고 뭐든 먹어도 돼. 나도 동서랑 한 번 쯤 느긋하게 얘기해 보고 싶

었으니까"

"저도 형님한테 상담하고 싶은게 있었어요. 나오야 일로 최근 이래저래 골치 아픈게 있어서......"

"그럼 마침 잘 됐네. 오늘은 좀 늦게 가도 되니까 느긋하게 얘기해 보자고"

* * *

별실에 들어선 카즈요와 미사코 앞에는 코스 요리가 차례차례 날라져 왔다. 찬 술로 목을 축이면서 잡

담을 나누는 두 사람이었지만 쉴새없이 종업원이 요리를 들고 오는 통에 미사코는 상담하기로 맘먹은 얘

기를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

코스 요리가 일단락되자 그제서야 둘 만의 시간이 생겼다.

정원에 설치된 풍차 소리만이 울리는 조용한 방에서 카즈요가 미사코의 말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

덕인다.

"동서 얘기부터 들을게. 나오야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예... 그게...."

미사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입에 올리려 하다가 그때마다 주저하며 말을 

돌리곤 한다.

"걱정할 거 없어. 동서랑 내 사이에. 아무한테도 얘기안할테니까 뭐든 얘기해 봐"

카즈요의 상냥한 말에 미사코의 얼굴엔 이제서야 미소가 떠오른다. 한 번 크게 쉼호흡을 하고는 테이

블 위로 몸을 내민다.

"실은요, 형님. 나오야가 요즘 좀 이상해요. 누드사진이 실린 잡지 따위를 보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

었지만 최근엔 좀 쇼킹한 걸......"

"쇼킹?"

"예.... 너무 창피한 일이라서 형님한테밖에 얘기 못 하겠어요. 시아주버니께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물론이지, 동서. 날 믿어"

"얼마전에 나오야의 방을 청소하다보니까 말도 안 되는게 나오잖아요. 침대 밑에서... 제 팬티....가..."

필사적으로 단어들을 짜내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 미사코의 얼굴이 어느샌가 발그레 달아 있었다.

* * *

그런 미사코를 보고 카즈요는 쿡쿡 웃었다.

"어머머, 미사코도 참... 그런 걸로 고민했단 말야?"

"어머,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형님. 전 깜짝 놀라서 숨이 멎는줄 알았다구요. 그게요, 그 팬티에 걔가 

방출한..... 그 뭐랄까....."

"정액으로 젖어있었겠지?"

"어머머!! 형님, 그걸 어떻게...?!"

미사코는 놀라서 카즈요를 쳐다봤다.

"뭐, 동서는 쇼킹했을지 몰라도 딱히 희한한 일도 아니잖아. 나오야도 이젠 중3이잖아? 그 정도는 할 

수도 있지 뭐"

"그런.... 오, 오나니를 하는 거라면 저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 팬티에 사정한다는 건....."

"그러니까 희한한 일도 아니라는 거야. 다카카즈는 초등학교때부터 내 팬티를 더럽혔는 걸?"

"예--?! 다카카즈도요?"

다카카즈는 카즈요의 외아들로, 나오야보다 두 살 연상인 고2이다. 카즈요도 미사코도 결혼을 빨리 했

기에 둘 다 그녀들이 21살 때 낳은 아들들이다.

"난 그때 별로 안 놀랐어. 다카카즈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이런 저런 걸 가르쳐 

주셨거든"

"어머님이?"

"뭐가 어쨌든간에 어머니는 두 아들을 길러내신 선배니까. 참고할만한 걸 꽤 많이 가르쳐 주셨어. 아

마 좀 더 살아계셨다면 동서한테도 여러모로 가르쳐 주셨을 거야"

* * *

미사코가 이 집에 살게 된 건 반 년 정도 전이지만, 시어머니 도모요는 이미 그 전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악질적인 고부관계 따위는 이 집안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미사코 자신 도모

요를 참 상냥한 시어머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식 교육 문제로 지도를 받은 적은 없다.

다카카즈가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반 년 정도 됐을 땐가.. 남자애들이 제일 먼저 의식하게 되는 여자란 

엄마라고, 어머니께서 뚝 잘라 말씀하시더라고"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그 덕에 각오를 단단히 했지. 초등학교 5학년 정도부터 다카카즈 방에 들어가면 왜 그 있잖아, 밤꽃

냄새가 나는 거야. 그리고 좀 지나니까 내 팬티를 더럽히기 시작하더라고"

"충격받지 않으셨어요?"

"별로. 아, 이제 올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야. 충격을 받은 건 그 사실을 어머니한테 얘기한 뒤

였지"

"어머니께서 뭔가 말씀하셨어요?"

카즈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잔에 남은 술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곤 정색해서 미사코를 바라봤다.

"그때 들은 거야, 기시와다 집안의 전통을"

"집안의 전통? 호호, 왠지 옛날 냄새가 풀풀 나네요"

기시와다 집안이 원래는 간사이 지방의 명문이었던 것은 미사코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 전

에 몰락해서 그 뒤엔 극히 평범한 서민으로 지내오고 있다. 집안의 전통이 있다는 얘기 따위를 들은 적

은 한 번도 없다.

"오늘 내가 동서한테 얘기하려고 한 것도 실은 그 전통에 관한 거야. 놀랄지도 모르지만 진정하고 들

어 줬으면 해"

고개를 끄덕이는 미사코를 지긋이 보면서 카즈요는 약간 촉촉해진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 * *

"기시와다 집안에선 말야, 남자애가 태어난 경우 그 앤 15살이 되면 남자가 되야해. 그게 전통이야"

"남자가 된다뇨? 그, 그러니까...."

"그래, 동서. 15살이 되면 섹스를 경험해야 한다는 거야"

미사코는 침을 삼켰다. 아들 나오야는 15살이다. 아직 천진무구한 얼굴을 한 나오야가 여자를 안는다

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리 그이네 형제도 둘 다 그 전통대로 15살엔 동정을 버렸다는 거야"

"꽤 빠르네요... 조숙하다는 요즘 애들도 15살엔 별로 안 그런데....."

"내가 놀란 건 나이가 아냐. 문제는, 상대가 누군가 하는 거야"

"집안의 전통이라면 집안 사람이 상대 여자를 준비해 두겠죠?"

"그래, 맞아, 동서. 어머니한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진짜 놀랐어. 한동안 그이랑은 잠자리도 같이 못 

할 정도로. 설마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시아주버니 상대는 누구였는데요? 그리고 우리 집안 양반이 안은 사람은...?"

결혼 때까지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던 미사코는 남편의 과거 여성 관계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동정이 

아니란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딱히 물은 적도 없다.

하지만 이런 얘길 들은 이상, 남편이 15살 때 어떤 식으로 동정을 버렸는지 호기심이 솟구쳐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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