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으으...“
료코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광경은 어느 아파트 내부 같았지만 본 적이 없는 방이었다. 아직 머리가 멍했다.
"이제야 정신이 드나 보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한 남자가 료코의 정면에 놓여진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이쪽을 바라보며 브랜디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르고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얼굴은 이지적이고 단정하지만, 눈동자는 이상한 빛을 띠고 있었고, 미남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료코는 몸이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좌석 시트 같은 의자에 누운 채 양손은 팔걸이에, 두 발은 발판 같은 곳에 각각 고정되어 있었다.
"여기는 어디죠?"
료코의 질문에 남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아지트 중 하나지."
료코는 서서히 기억이 돌아왔다.
그랬다. 수업이 끝난 후 학교 정문으로 나오던 중에 갑자기 검은색 차에서 나온 네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이고 억지로 차에 올라탔던 것이었다. 그리고 차에 타자마자,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더니 곧 심한 악취와 함께 정신이 멀어진 것까지는 기억이 돌아왔다. 그 이후에 지금까지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소개가 늦었군. 나는 히무라 카즈키."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차에 탔던 네 명 중에 이 남자는 없었다.
"들어 본 적은 있겠지. 전체 통일 전선 − PFFT의 리더이다."
PFFT란 단체가 폭탄 테러 사건을 연속해서 낸 것은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도되고 있으니 사회적인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여고생 료코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네오 나치를 본뜬 사상을 내걸고 정치 결사를 자처하지만 실체는 돈을 노린 테러 그룹이다. 지금까지 몇몇 대기업이 협박에 굴복하여 돈을 지불했고, 납부를 거부하는 경우 여지없이 폭탄 테러를 당해왔다. 그 PFFT에서 카리스마적 영향력을 가진 리더의 이름이 "히무라 카즈키"라고 뉴스에서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히무라는 일어서서 료코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네 아버지 회사가 우리에게 정치 헌금을 했더라면, 네가 이런 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을텐데."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최근 그녀의 아버지는 연일 밤늦게 귀가하며 늘 기진 맥진한 모습을 보여왔었다. PFFT로부터 협박 받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이 방에는 여러가지 재미난 것들이 있지."
확실히 일반적인 방에서는 볼 수 없는 기묘한 형태의 의자나 쿠션, 진찰대 같은 침대가 나란히 보였다.
"무슨 용도인지 알아 보겠어?"
료코가 의아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가로 흔들자 히무라는 신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모른단 말이야? 고등학생이라면 인터넷을 통해서 다 알법한데 말이지. 역시 좋은 집안의 아가씨는 다르군."
히무라는 의자 옆에 있던 테이블 위에서 서류 파일을 집어들었다.
"이걸 보면 이해 될거다."
히무라는 파일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꺼내고 료코에게 보여주었다.
"엣! 이건!"
료코의 얼굴이 굳어졌다.
천장에 매달린 사슬에 전라의 젊은 여성이 얽매이고 그 옆에서 히무라가 채찍을 손에 든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성의 몸은 채찍으로 맞은 듯 붉은 상처가 여러 개 보였다. 료코가 문득 방안을 둘러보자 철륜과 쇠사슬이 곳곳에 보였다. 또 방구석에 놓인 평균대 같은 것에 료코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가 알몸으로 놓여진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료코는 이름을 몰랐지만 그것은 삼각 목마였다. 결국 이 방에는 히무라 등이 유괴한 여성들을 농락하기 위한 도구들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이 나체로 리클라이닝 의자 같은 것에 두 다리를 크게 벌려 음부를 노출한 채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였다. 놀랍게도 그것은 지금 료코가 속박되어 있는 바로 그 의자였다.
"앗!" 하고 소리 지르며 의자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쓰는 료코의 어깨를 히무라가 짓누른다. 그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자 잠깐! 해치지 말아요!"
무심결에 외치는 료코의 목소리를 듣고 히무라는 히죽 웃었다.
"걱정하지마. 나는 여자를 좋아하니까. 봉사는 받지만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료코가 아는 바로는 지금까지 PFFT에 납치된 여성이 한명도 해방된 사례가 없었다.
"미인은 보석과 같거든. 죽이는 것은 이 세상에 있어서도 큰 손실이야. 나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구. 여태까지 여기에 온 여자애들에는 해외 여행까지 시켜줬지. 물론 편도로."
히무라는 유괴된 여성의 몸을 마구 농락한 이후에 국제 인신 매매 조직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후... 너라면 꼭 비싸게 팔릴거야."
해외 여행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료코도 그제서야 그 의미를 이해했다.
히무라는 료코의 블라우스의 깃을 잡고, 그 가슴 앞에 칼로 하나씩 버튼을 잘라내고 갔다.
료코는 두려운 나머지 조용히 그저 가늘게 떨었다. 굳게 감겨진 눈엔 이슬이 맺혀서 뺨을 적시고 있었다.
하얀 블라우스 앞이 완전히 벌어지자 부드러운 배와 하얀 브래지어에 싸인 앞가슴이 드러났다. 슬립이나 슈미즈 같은 속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스커트 바로 위에 귀여운 배꼽이 그대로 보였다.
다음으로는 감색의 청초한 주름 치마에 칼을 넣고 허리부터 옷 자락을 찢어발겼다. 고상한 순백의 팬티만 입은 하반신이 드러났다.
이번에는 가슴쪽에 칼을 들이대더니 브래지어의 컵을 잇는 천을 칼로 그었다. 옷감이 절단되고, 하얀 탄력
있는 풍만함이 흘러나왔다.
"꺄악!"
유방이 공기중에 노출된 것을 느끼고 료코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상반신이 조금 세워진 상태로 아름답게 부푼 곳은 료코의 호흡에 맞추어 오르내리고 흔들리고 있었다. 그 위에 핑크빛의 젖꼭지가 달랑 놓여있었다.
"우 우우!..."
히무라는 료코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따서 꼭 잡았다. 탄력성 있는 젖꼭지가 마치 고무처럼 늘어났다.
"시, 싫엇!"
료코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히무라가 유방 전체를 과감하게 강하게 움켜쥔 것이다. 아름다운 융기가 히무라의 손으로 묵살당하며 음란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부드러운데다 이렇게 직접 만져보니 탄력도 상당하군. 좋은 촉감이로군."
히무라는 즐거운 듯이 말하며 칼을 팬티의 허리 부분에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료코가 지닌 마지막 한장의 팬티의 양옆을 잘랐다.
"앗!"
아랫배 위에 놓인 천을 들추자 꽉 닫힌 허벅지가 만든 삼각형에 검은 수풀이 보였다.
"아아... 아아..."
료코는 중요한 부분을 숨기려고 몸을 꼬아 보았지만, 의자에 얽매어 있는 이상 쓸데없는 노력이었다.
히무라는 부끄러워하는 료코의 반응을 즐기면서 이젠 단순히 흰 천에 불과한 것을 엉덩이에서 빼내고 손에 들고 있던 리모콘의 스위치를 켰다.
윙 소리가 나며, 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까 사진에서 보았기 때문에 뻔히 알고 있었다.
"아, 안돼!"
료코는 다리를 벌리지 않으려고 저항했으나 기계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두 다리가 서서히 열리며 소녀의 비밀스러운 꽃잎이 점차 히무라 앞에 드러났다.
"아앗... 보면 안돼…, 보지 말아요..."
료코의 입에서 절망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결국 다리는 M자 형으로 열리고 말았다.
"보지 말아요. 부끄러워..."
료코의 애원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히무라는 료코의 앞에 앉아 사타구니를 들여다보다.
"허, 예쁜 보x잖아?"
숯이 많지 않은 얇은 치모 아래 옅은 핑크색의 소음순이 살짝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시, 싫어! 만지지 말아!"
히무라가 사타구니 쪽을 손으로 쓸자, 료코는 좌우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혐오감을 나타냈다.
"안쪽도 듬뿍 봐주도록 할까."
히무라의 손가락이 대음순을 좌우로 열자 가련한 분홍빛의 조갯살이 나타났다. 조금이라도 함부로 다루면 출혈할 것만 같은 가련한 모습이었다.
분홍색의 조갯살은 복잡하게 엇갈리고는 있었지만, 형태의 붕괴는 전혀 없었다. 클리토리스는 포피에 살짝 가려진 채, 수줍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우!…, 으윽!"
히무라가 클리토리스의 포피를 젖히고 작은 새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민감한 부위에 손이 대어져, 료코는 수치심으로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즐거움을 방해받은 히무라는 입맛을 다시고 인터폰의 수화기를 손에 들었다.
"등기 소포입니다."
이곳은 히무라 개인만을 위한 은신처이기 때문에 조직의 멤버 누구도 배치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히무라는 직접 현관까지 나갔다.
"이 수하물이에요."
체인을 건 채 문틈으로 내다보니, 우편 배달원이 큰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평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히무라였지만, 빨리 료코의 몸을 농락하고 싶은 마음에 히무라는 안이하게 문을 열어 버렸다.
집배원은 가볍게 상자를 들고 현관에 들어왔다. 히무라와 같은 또래의 건장한 남자였다.
"거기에 두고 빨리 나가요."
우체부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도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히무라 카즈키"
"뭐라고?"
히무라는 재빨리 남자를 밀쳐내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뭔가 문틈에 끼어져 있었다. 남자는 히무라의 뒤통수를 치며 방 안에 들어왔다.
"도와줘요!"
료코가 내지른 소리를 들은 남자는, 방문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며 히무라의 팔을 등 뒤로 비틀어
올렸다.
"히무라 카즈키. 유괴, 강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형사의 목소리를 신호로 하여 몇명의 경찰관이 방에 몰려들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보수당 국회 의원 모토무라 세이하치는 뒤쫓아 온 기자들을 뿌리치며 검은 차에 올랐다.
"젠장할, 언론 녀석들은 정치라는 것이 뭔지나 알고 저러는거야! 정치는 허울좋은 말이 아니야!"
문이 닫히자 마자, 모토무라는 분개한 어조로 소리 쳤다. 전 내각에서 총무대신이자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낸 모토무라는 정치권의 강압적으로 알려진 보수당 강경파의 실력자이다. 권력을 한층 한층 착실히 올라온 끝에 마침내 차기 당수·총리까지 노려볼 만 했다. 그러나 이번주 초에 비서가 자살하면서 양상은 일변했다. 비서의 유서에 의해서 총무대신 시절의 비리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제 언론과 야당의 추궁을 받고 있는 신세이며, 내일이면 검찰청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나라를 걱정하는 독수리의 마음이 모르는가!"
내뱉듯이 말한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됐다.
운전기사가 악셀을 밟는 순간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차는 불타올랐고, 모토무라의 몸은 불길 속에서 날아갔다.
사건 발생 한시간 후 현장에서는 경시청의 현장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가미 준지는 불에 탄 자동차의 잔해를 견인차가 끌고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는 타누마산업 사장 영애 유괴사건을 담당하고 범인의 방에 뛰어들어 무사히 사장 영애를 보호한 공로를 인정 받아 한달쯤 전에 경시청에 배속이 된 상태였다.
잔해가 움직인 순간, 노가미는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도로를 가리켰다.
"앗, 저건!"
작업을 벌이던 경찰관들이 일제히 도로를 바라보았다. 폭발한 자동차가 있었던 자리에 붉은 페인트로 휘갈긴 문자가 춤추고 있었다.
"도쿄 구치소에 구금된 히무라 카즈키를 석방하고 현금 10억엔을 내라. 이 요구를 거부하면 다음 '장치'를 사용할 것이다. -PFFT"
"이거 귀찮게 되었군..."
노가미는 버릇대로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