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15)

11. 작별의 길

폴은 베넷트 선생의 집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대면할 결심이었다. 내일은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주위사람들에게 고백해 버리겠다고  그녀에게 선언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베넷트 선생을 위하는 길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베넷트 선생은 누나인 밋셀과는 달랐는데, 밋셀은 남다르게 강인하고 자신의 할일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넷트 선생은 혼자서는  이 어려운 난관을 뚫고 나갈  기질이 부족한 것 같았고, 

좀 이상하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이 보였다.

그래 선생은 어딘가 좀 이상해! 정신과 의사가 필요한 것 같애!

폴이 이렇게 결심하게 된 이유는 그와 선생과의 일때문만이 아니라 대낮 교실 한가운데서 거침없

이 벌어진 파렴치한 행위때문이었다. 신성한 교실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만

약 그때 누가 교실안으로 들어왔다면 어찌 되었을까? 선생님은 틀림없이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었

을 것이다. 무슨 변명이라도 성립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상대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

황이래도 이 일은 당국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질투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베넷트 선생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싶지 않았고 다만 선생

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선생의 집 현관에 섰을 때 창문으로 베넷트 선생의 모습이 비쳤다. 욕실에서 막  나왔는지 알몸에 

물방울 투성이었다. 머리카락은 타올에 감겨져  위로 치켜져 있었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

다. 그때 그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릭스의 모습이다! 릭스는 무엇 때문에 이런곳에?  더구나 그녀

가 목욕하는 시간에! 혹시 함께 있었던게 아니야? 릭스는 선생의 알몸을 만지면서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창문의 커튼이 걷히고 방안의 불이 켜지면서 두사람이 엉켜져 있었는데 창문 가까이 있다면 누구

의 눈에라도 자세하게 그들의 광경이 들어올 것이다. 폴은 지금 자신이 성내고 있는지 슬프고, 괴

로워하고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릭스가 선생을 마루위에 네발 걷는 짐승의 형상을  하게 했

을 때 폴은 혐오감  때문에 구토하고 싶은 느낌마저 들었다. 릭스가 선생의 유방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그걸 즐기고 있다! 그광경에는 또 뭔가 구토를 일으키게 하는 비외한 무엇이 엿보였

다. 릭스는 그녀의 육체를 마치 어디서 구입해  온 완구나 되는 것처럼 마음대로 갖고 놀고  있었

다. 조심스럽게 그들의 광경을 엿보고 있었는데 릭스는 베넷트 선생을 네발 걸음의 자세를 취하게 

하고는 무릎위에 올려놓고 선생의 히프를 치기 시작했다. 귀여워하는 태도로 치는게 아니라, 선생

의 풍만스러운 엉덩이가 타격을 받을 때마다 펄쩍 뛸정도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몹시 떨리기도 하

였다. 처음에 하얀 살결위에 남겨졌던 손바닥 자국이 나중에는 뻘겋게 부어오르는 형국이 되었다. 

더 나쁜 것은 한손으로 풍만한  히프를 치고 있으면서 한손으론  그녀의 생식기를 음미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한번 내려치고는, 한번 그녀의 생식기를 음미해 보다니!

그런 광경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노라니, 폴은 공포감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흥분이 솟아 올

라왔다. 베넷트 선생의 얼굴을 보자 흥분은 더욱 고조되어  왔다. 그녀가 히프를 타격당할 때마다 

아픔을 참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렇다! 틀림없이!

베넷트 선생은 병이야. 마루위에 흩어져있는 사진을 깔고 뭉기면서 두 무릎을 저렇게 벌리고 있는 

포즈는 정상적인 여성의 태도가 아니야! 그리고 선생은 소리치면서 릭스에게 무엇을 다급하게 요

구하고 있어. 원하고 있는거야!

릭스가 행동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으로 딱딱해진 자신의 성기를 만

지기 시작했다. 사람눈이 닿는 장소에서  버젓이 엉켜져있는 남녀의 광경은 상상밖으로  자극적인 

것이었다. 창문에서 엿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분이 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릭스는 그렇게 

빨리 일을 끝내버리고 몸을 떼고 말았을까? 벌써 릭스가 일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고 반대로 베넷

트 선생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폴의 눈에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한번만 더 

한번만 더 하고 조르고 있었다. 그러나 릭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작업복을 주워입고 말았다. 

그는 자기일을 간단히 끝내버리고는 재빨리  나가버렸다. 그것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

게. 이렇듯 부자연스러운 일들을 보는  것은 생전처음이라 폴에게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마루위에서 알몸을 딩굴리면서 무엇을 부탁하고 잇는 선생을  무시해 버리고 그대로 나가 버리다

니! 

폴은 문으로 접근해갔다.

도어의 노크소리가 들렸을 때 로즈는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그녀가 놀라는 기척을 눈치

채고 폴은 문밖에서 빙그레 웃었다. 로즈가 당황하여 침대속으로  뛰어들었다. 폴은 더 세차게 문

을 두들겼다. 노크 소리를 그대로 둔다면 이층의 건 부인에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로

즈는 할 수 없이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타올로 된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잠옷 앞섶을 오므리

면서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로즈의 눈은  쇼크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크게 치떠

져 있었다.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폴이란 것을 알자 안도의 표정을 짓고 로즈는  재빨리 그를 안

으로 맞아들였다. 방금 저지른 행위를 폴이 모두 보고 만 것이 아닌지 로즈는 살며시 폴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무언의 질문에 대해서 폴은 사실 그대로 보았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뿐

만이 아니라 그녀가 병이란 것과 내일 이 모든 사실을 보고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을 선생에게 알

려주려고 왔다는 사실등을 로즈는 폴의  입으로부터 명료하게 듣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래서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반대를 해보다가 나중에는 그러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폴의 결심을 번복할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되자  로즈는 눈을 내려깔고 의자에 힘없이 주저

앉고 말았다.

갈수록 태산이라니! 처음부터 릭스의 협박을 물리쳤더라면 이런 지경에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처

음 릭스가 유혹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했으면 릭스는 손도 발도 못내놓고 물러가 버렸을게 아닌가! 

그래도 릭스가 가령 사진을 교장에게 보낸다고 하더라도  교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문제는 끝

나게 되겠지만 이제 폴이 들고 나서니 무슨 수가 있단 말인가! 상대가 너무 순진하고 외골로만 파

고 들면서 이해시킬 방도가 도무지 없는 것이다.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다행히 어떻게 된다해도 

미성년을 타락시키고 유혹하고 능욕을 가한 계집이라는 낙인이 일생동안 따라 다니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폴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라도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아무리 그녀

가 달래고 빌어도 폴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란 결심이 서 있기  때문에 난공불락인 것이다. 이

렇게 하는 것이 선생님을 위해서라니 더욱 곤란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그녀의 머리에  희박한 찬

스이기는 하나 하나의 길이 있었다. 만약 그를 이 장소에서 성적으로 자극하고 흥분시킬  수 있다

면? 생긴 그대로의 나를 그가 찾도록 할 수 있는 그런 기적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폴의 마음구

석에 자리잡고 있을 시커먼 생물에 접촉하여 그가 말하는  그녀의 병이 오히려 좋다고 느끼게 만

들수만 있다면, 이 사태를 요리해 나아갈 희박한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폴은?

로즈가 귀엣말로 속삭였다.

폴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

네, 그래요, 베넷트 선생님. 하지만 그것과 이것과는 뜻이 다른겁니다

그것이란 뭐지 폴? 좋아하고 있지 그것을?

로즈는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폴은 조금도 좋아하는 것 같지  않게 보이는데 내말이 틀려? 내가  사실은 그런 여자이란걸 알고 

흥분하고 있는게 아냐? 네가 하고 싶은데로 해줄게. 릭스가 아까하던 그런 식으로 말이야

그러나 폴은 완고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로즈는 망설이지 않고 계속 말은 이었다.

폴도 사실은 그런걸 좋아하는게 아냐?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일을 숨김없이 하고 싶은게 아냐? 

그날 교실에선 그 찬스를 놓쳐  버렸었지 폴? 지금까지 우리의 렛슨때에도  마음껏하지는 못했어. 

자, 지금 여기서는 어때? 우리 두사람뿐이야. 나는 폴이 하자는 대로 하겠어.  폴이 생각만 바꿔준

다면 선생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도 좋아. 하고싶어? 뭣

이든지 하는거야! 폴, 맹세하지.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겠으니 약속해도  좋아. 아직 한번도 선생하

고 그런 경험이 없지? 그것부터 시작할까? 폴? 상상해봐요. 아주 좋은 기분을 맛보게 될꺼야

로즈의 목소리는 지껄이고 있는 동안에 점차 열기가 띄워졌다.

그 다음은 둘이서 무엇을 할까? 선생이 폴의 그것을 빨아 줄께! 내 입속에 넣고! 마음껏해도 좋아 

폴. 지난 일주일 동안 이런 것을 폴에게 전하려고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던거야. 선생은 폴의 크림

이 마시고 싶은거야!

폴의 태도가 점점 누그러지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야 폴. 네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얼마든지 많아. 그것도 다 해주겠어.  내게 어떤 

일을 시켜야 되는건지 내가 가르쳐 줘야겠어. 릭스 앞에서 내가 네발 걸음으로 기어다닌  것을 보

고 깜짝 놀랐겠지? 폴도 자신을 위해서 나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

기묘하고 사악하기까지 한 말이 로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베넷트 선생을 암캐처럼 네발 걸음을  시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해봐요.  폴. 발을 핥게 할 

수도 있고 가죽끈으로 때릴수도 있어. 멋진 행동이라고 생각안해? 그렇게 못하겠다면 상상하는 것

만도 좋아. 나에게 채찍을 휘둘러보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흥분이 되어오지? 인간의 

본성속에 얼마만큼의 성욕이 잠재해 있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야. 어떤 인간속에도 

그것은 숨어 있지만 그것을 매듭져 볼 수  있는 찬스의 혜택을 얻는 사람은 드물어. 그런  취미가 

남달리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시험해 볼 수 있는 찬스임에는 틀림없어

로즈가 폴의 옷깃을 움켜잡으면서 몸을 비비 꼬았다.

매맞고 싶은 것은 나야. 폴에게 마음껏 당하고 싶어! 어때? 몸이 근질근질해 오지? 폴 시원스럽게 

인정해요. 여기는 우리 둘 이외에 아무도 없어. 누구도  알지 못해. 사내답게 용기를 내봐요. 힘들

여 자신을 꽁꽁 얽어맬 필요는 없어. 난 붙들어 묶어 놓지  않아도 도망 안 갈 테니까. 그래도 네 

생각대로 해야겠다면 처음 결심대로 내일 선생의 일을 보고해도  상관없어. 폴, 하지만 오늘밤 만

큼은 나의 소원을 들어줘야 해! 솔직하게 말하겠어. 나는 너한테 채찍을 맞고 싶어. 자국이 나도록 

말이야! 생각만 해도 몸이 달아 올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선생의 아랫도리는 벌써 흠뻑 젖어오

는 것 같아. 그런 다음 마음껏 그걸 경험하는 거야.  채찍으로 맞은 다음이어야 선생은 불이 붙게 

되거든

어떻게 해서라도 폴을 함락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치러야 했

다.

폴이 생각해 온 것이 이것이였었군 그래, 그렇지?

음, 맞아요

폴은 신음했다.

으-ㅁ 그랬어. 그거야.억!

폴은 승리의 외침 소리를 전쟁에서 개선한 병사처럼 더없이 격앙된 기분으로 절정의 산물인 액체

를 분출하고 말았다.

아퍼! 아픈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로즈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어떤 승리를  축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금요일 벳트버그의 거리를 떠나는 로즈 베넷트를 배웅하는 사람은 폴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목요일 마지막 수업을 결근한 일도 별로 야단치지 않고 미라교장은 

로즈가 희망하는 추천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는 통상의 교육으로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학생들에게 그녀가 안겨 주었다고 감사의 말을 아끼

지 않았으며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서 열광적으로 기뻐하고  있다고 교장은 그녀에게 대한 칭찬의 

말을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

그러나 로즈는 추천장을 받고 그녀가 가기로 원했던 여학교에 일신상의 이유로 그곳으로 가는 것

을 단념하게 되었다는 사유를 적어 전보를 쳤다. 그녀는 다른 또 하나의 전보를  친구에게도 보냈

는데 그는 빗트버그 거리에 있는 고교를  소개해준 친구였다. 그것은 단기간 사이에 다시  새로운 

학교에 소개해 준데 대한 감사의 전보였다. 그 학교는 남자 고등학교였는데 그녀는 여학교를 포기

해야만 했다.

기차가 한번 크게 흔들리고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로즈는 배웅나온 폴의 눈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무한히 깊은 아름다운 바다속을 헤매는  하나의 영혼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폴의 모습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로즈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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