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너무 이상하네..내가 아빠가 된다니..처남은 어때???
??매형...나도 마찬가지야....??
잠시 후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한다는 비행기 기내 방송이 들려오자 매형이 나에게 말했다.
나 역시 매형 못지 않게 가슴이 떨려왔다.
몇 시간 후면 나의 아내와 누나가 나의 아들과 매형의 딸을 안고 있을 그곳에 도착한다.
매형과 나는 거의 다섯 달만에 이루어질 나의 아내와 누나와의 재회를 가슴 벅차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결혼식을 치룬 후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쁜 일이 생겼다.
아내와 누나가 동시에 임신을 한 것이었다.
아내의 아기는 나의 아기일 수도 있었고 매형의 아기일 수도 있었다.
누나의 아기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가족에게 있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이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였다.
서로 똑같이 사랑하며 사는 우리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얼마 후면 불러져올 아내의 배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우리들에게도 큰 고민거리였다.
??지윤이랑 나....캐나다에 가 있을게...원장님 집에서 몇 달 좀 쉬다 올게요...??
??어? 언제? 얼마나???
??좀 길게....한 다섯달 정도쯤 될거 같아요...??
아내와 누나의 출산 예정일을 다섯 달 정도 남겨둔 어느날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몇 달의 고민 끝에 내놓은 아내의 해결책이었다.
원장님이 이민생활에 잘 적응해가며 아들과의 관계도 매우 좋다는 사실을 그녀와 주고 받아온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고 아내는 원장과의 상의 끝에 출산 때까지 그녀의 집에 머무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누나와 함께 캐나다로 떠난 아내는 다섯 달 후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나았고 이틀 뒤 누나는 예쁜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내와 누나의 출산소식을 들은 매형은 열흘의 휴가를 내었고 나는 방학 중이었다.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바퀴의 마찰이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한 매형과 나를 마중 나온 그녀의 아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나를 바로 알아보았다.
??애기들이 참 이뻐요...엄마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그녀에게서 가끔 오는 편지에서 그녀 역시 아내와 나처럼 아들과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해왔었다.
그녀의 아들 역시 나와 엄마와의 사이를 알게 되었고 누구보다 누나와 엄마에게 잘 대해준다는 소식을 전해왔었다.
??예...엄마한테 동호씨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고마워요..우리 엄마..아니 제 아내와 누나한테 잘해주어서요..??
어색하게 그에게 인사말을 했고, 그는 룸미러로 뒷자리의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왜 밖에 나와 있어... 좀 누워있지...몸은 괜찬아? 미안해..옆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예..괜찬아요....??
출산한지 며칠 되지 않는 아내의 얼굴은 약간 부어올라 창백해 보였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살며시 안아주며 조용히 말했다.
??동철아....??
??누나...누나 고생했어..??
아내의 옆에서 매형과 인사를 나눈 누나가 나를 불렀다.
누나 역시 창백한 얼굴과 부은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내보다 이틀 늦게 출산한 누나는 아내보다 좀 더 창백해 보였다.
??원장님....고맙습니다....??
??응...오랜만이네...우리 동철씨...너무 멋있어졌다..??
살며시 나에게 안기듯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선 여전히 좋은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집안에 있는 아기의 방에선 너무도 작은 갓난 아기가 나란히 누워 잠을 자고있었다.
아기에게 넋이 빠져나가버린 듯 쳐다보며 서있는 매형과 나의 등뒤로 다가온 누나와 아내가
매형과 나를 껴안아 왔다.
??보고싶었어요...많이...??
??오빠.....??
서로의 남편에게 속삭여주는 두 여인의 모습을 그녀가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아빠가 된 매형과 나는 아들과 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녀의 집에 머무는 일주일동안 머무는 동안 아내와 누나는 곧 전처럼 건강한 모습을 되찾은 듯 보였지만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는 매형은 열흘 후 한국으로 돌아갔고, 그곳에 남은 나는 아내와 누나의 수발을 들어주며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다.
그녀의 집에 머무는 두 달 여의 시간동안 그녀는 가끔 나에게 연인이 되어주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아기를 돌보느라 지쳐버린 아내를 매형이 위로해주었고,
나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누나의 가슴을 매만져주며 나도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아들과 한국에 잠시 들어온 것은 우리의 아들과 딸의 돌 잔치를 치룬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한 여름이었다.
??괜찮겠어요?..애들이 많이 보챌텐데...??
??괜찬아...원장님이 잘 봐주실텐데뭐...그동안 애들한테 시달렸는데 며칠 푹 쉬다 와...??
아내와 누나는 캐나다에 머무르는 동안 정이 든 그녀의 아들과 며칠동안의 휴가를 계획했고, 그녀는 우리의 아기들을 보고싶다는 이유로 나와 매형과 함께 우리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하늘거리는 짧은 원피스로 섹시하게 차려입은 아내와 누나는 우리와 아기가 걱정되는 듯 해보였지만 오랜만의 외출로 약간 들뜬 표정이었다.
그녀들의 들뜬 표정은 오랜만의 외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아들과의 만남이 그녀들을 몹시도 설레게 하는 듯했다.
??그럼 다녀올게요....원장님한테 잘 해주시고요....??
??응...당신도 즐겁게 지내다 와....동호씨한테도 잘 해주고...누나도...??
뜨거운 8월의 햇살속으로 사라지는 아내와 누나의 뒷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보이는 오후였다.
그렇게 아내와 누나는 또다른 재회를 맞이했고, 나 역시 그녀와의 재회를 기다렸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