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70/75)

26

동생과 함께 원장의 집에 다녀온다던 엄마는 새벽 한 시가 지난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너무도 평범한 그런 초대에 응한 엄마와 동생이 얼굴도 모르는 원장이란 여자와 셋이 뒤엉켜 있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이 우리들의 부적절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며칠 동안 엄마와 나에게 시달렸던 남편은 그의 방에서 시체처럼 잠들어 있었고, 동생에 대한 미움과 원장과 함께 있는 엄마와 동생의 상황에 대한 불안한 상상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 빨리 동생이 원장이란 여자와의 관계를 정리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동생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동생의 여자로서 느끼는 나의 간절함을 동생이 알아주길 바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의 집에서 홀로 독립을 한 후 매일 같이 엄마와 뒹굴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처럼 원장과 뒤엉켜있는 동생의 모습이 머릿속을 메우고 있었다.

그렇게 홀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난 아침 혼자 들어오는 엄마를 보았다.

??동철이는?..동철이랑 같이 갔던거 아냐???

??어?...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고 있는걸 깨우기가 뭐해서..??

??그럼?..원장님네 집에서 아직도 자고 있어???

??어?..응...이따가 원장님하고 같이 학원으로 갈거야..원장님한테 부탁하고 난 옷을 갈아입으러 왔어..??

??엄마!! 동철이 혼자 거기 두고 오면 어떻게 해!!??

순간 엄마에게 큰소리로 힐난하듯 말했고, 엄마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동철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왜 그래???

??아..아니...다 큰애가 남의 집에서 아침늦게 잠을 자니까 그렇지..더구나..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말야..??

엄마는 웃어 넘기며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엄마...어젯밤엔 뭐했어???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 엄마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원장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먹고 술을 좀 마셨어..??

??그..그래...별다른 일은 없었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나를 엄마가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별일은 뭐...그냥 오랜만에 원장님이랑 이야길 하다보니 술이 좀 과해져서..시간도 늦고 해서 그냥 거기서 잤어 왜???

??동철이는 엄마랑 같이 잔거야???

??어?...응...그..그렇지..??

더듬거리며 대답하는 엄마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혹시 그 집에서 동철이랑 했어?..??

??어?....어...그게....내가 술이 좀 취했었나봐...잘..기억이 안나...??

망설이며 대답해주는 엄마의 표정에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가족끼리 술을 많이 마셨을 때도 늘 끝까지 술을 자제하며 뒷정리를 끝내고 다음날이면 멀쩡했던 엄마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술을 마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진짜로 기억 안나?.??

??어?...그게...아...늦겠다...나 학원에 나가봐야겠다..저녁 때 보자..??

나를 피해버리 듯 서둘러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지난 밤 한숨도 자지 못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나의 방 침대에 누워있자 엄마와 동생과 원장의 모습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원장이라는 여자를 본적이 없었지만 중년의 색기 있는 모습의 여자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여자의 속살을 들락거리는 동생의 자지가 떠올랐고, 엄마의 속살을 핥아대는 그 여자의 알몸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렸다.

그런 기분 나쁜 모습들이 머릿속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동안, 나의 손은 이미 나의 속살에 닿아 있었다.

애써 지우려 했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동생의 자지가 들락거리는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속살이 클로즈업되었고, 그럴수록 나의 손은 미친 듯이 움직였다.

허리를 들어 올리며 몸을 뒤틀어 신음을 토해내었고, 낯선 여자의 얼굴에 뿜어지는 동생의 정액을 상상하며 절정을 맞았다.

어떤 여자일까..한 번 보고 싶어졌다.

아직도 움찔거리는 듯한 속살을 차가운 물로 씻어 내며 그녀를 만나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녀를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할까..화를 내며 동생과 헤어지라고 악이라도 써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부탁을 해야 할까..

그녀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든지 그 사실을 동생이 알게 되었을 때 동생의 반응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동생과 나의 마찰은 우리 가족 모두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했고,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은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지만 원장과의 만남을 가질 수는 없었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엄마와 동생이 있는 학원에 들러보았다.

갑작스런 나의 방문에 어리둥절해진 동생이 내어온 커피를 마시며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가 혹시라도 원장과의 문제를 만들까봐 안절 부절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나...나 좀 나가봐야되는데..안가?...누나 안바빠???

??맨날 집에만 틀여박혀 있는데 바쁘긴...조금 기다리다 엄마 강의 끝나면 보고 갈게..넌 일봐..그리고 걱정마...??

걱정하지 말라는 나의 말에 동생은 불안한 표정을 한 채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원장실의 문을 열고 나오는 중년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누구시죠???

??예...저...오혜경 선생님 딸이예요..??

??아.....그렇구나....지..윤씨?...엄마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예....안녕하세요...요앞에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예...오선생 강의 들어가있을텐데..동철학생은 어디갔나보네요..??

내가 그녀와 동생의 관계를 알고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고 있는지 몰랐으나 그녀의 표정의 약간 굳어 있는 듯 보였다.

엄마보다는 나이가 좀 있어 보였지만 엄마가 그렇듯 원숙미가 느껴지고 차분해 보였다.

그녀를 단 둘이 만난다해도 그녀에게 그간 생각하고 있던 그런 말들을 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예..방금전에 나갔어요...전 여기서 좀더 기다렸다 엄마 좀 보고 가려구요..??

??아..예...그럼 그렇게 하세요...전 좀 나가봐야해서...다음에 또 뵈요..??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 모습이 육감적으로 보였다.

동생의 몸을 탐하는 뻔뻔스러운 아줌마의 모습보다는 자신감에 넘쳐 보이는 당당한 여성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도 알고 있어...얼마 전 그날...엄마도 알게 됬어..??

동생과의 어색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동생 못지 않게 나 역시 힘들었고, 침대위에서 뒤척이고 있는 나의 품을 파고드는 동생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한 차례의 정사를 끝낸 후 동생이 나의 젖가슴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원장님이 엄마에게 자기 비밀을 털어 놓더라..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엄마도 그냥 이해해 주는거 같았어.??

??뭐?...너랑 그여자랑 그런 걸 엄마가 알고도 아무 말도 안해???

??응...그냥 원장한테 잘해주래...??

??미...미쳤어...다들...엄마나 너나...??

??누나...우리 모두 이미 미쳐 있었자나...누나의 이곳을 탐했을 때부터...이미 그랬어..??

동생의 손이 나의 씹두덩을 매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결국 동생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게 만들고야 말아 버렸다.

동생에게 버럭 화를 내려했지만, 순간적으로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엄마와 그랬을 때부터가 아니라..나와 그랬을 때부터 미쳐버렸다는 동생의 말에 울컥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동생을 미치게 한 것이 엄마가 아닌..나라니..

가슴이 너무도 먹먹해져갔다.

??누나...미안해...나..그래도 추잡한 욕정때문에만 그런거 아냐...그렇다고 해도 누나한테 할말은 없지만..그냥...원장님이랑 그러고 나니까..매형이랑 누나가 더 이해가 되더라..??

??.......??

모두가 나의 잘못이었다.

더 이상 동생과의 이야기로 상처를 받고 싶진 않았다.

그래..동생의 말대로 그냥 미쳐버리자..어디 까지 미쳐버릴 수 있는지 그 끝이라도 알고 싶었다.

어느새 기운을 잃고 누워있는 동생의 자지를 조용히 입에 물어주며 나의 가슴을 더 할퀼지 모를 동생의 입에 나의 씹구멍을 가져다 대었다.

??엄마...엄마는 화도 안나?..동철이 한테..??

??응?..뭐가...???

동생과의 밤을 보내고 난 아침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따지듯 물었다.

??동철이 한테 이야기 들었어...엄마네 학원 원장이란 여자말야...??

??어?...어....그게....그건...??

나의 말에 엄마는 잠시 머뭇거린 후 다시 바쁘게 아침 준비를 계속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우리가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해???

나의 다그침에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맞은편 식탁의자에 앉았다.

??그냥...원장님이 안 되 보였어..??

??뭐야?..안되 보이면...그래서?..그렇다고 그게 말이되???

??지윤아...난 있자나...동철이한테 순종하며 살기로 옛날에 맹세 했다..엄마가 아들에게 해야할 그런 것들 말야...이젠 그런게 하나도 남아있질 않은 거 같아..내가 뭘 할 수 있겠니?..엄마로서 나란 여자는 이미 이 세상에 없어..??

??......??

??그리고, 동철이하고 그렇게 된 후 불안감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한 게 뭐였는지 알아???

??.......??

??언제고, 언제고 말야..동철이를 보내줘야 한다는...어차피 우린 그런 사이지 않니..그렇다고 원장에게 동철이를 보내 준다는 건 아니야.. 다만, 그런 일로 동철를 미워하고 그러면, 나중에 진짜 누군가에게 동철이를 보내줄 때 기쁘게 보내줄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

??엄마....그래도....??

할 말이 없었다.

??동철이가 너한테 가는 날,,그런 밤을 무수히 보내 왔지 않니...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계속 설득 했어. 그러지 말자고...너무 애 닳지 말자고...그냥 보내주자고...??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또 다시 가슴이 미어져 왔다.

동생과 마찬가지로 엄마에게 역시 나란 여자는 너무나도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지윤아...지난 세월, 내가 너무 힘들고 지칠 때, 동철이 못지 않게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사람이 원장님이야...그래서...그래서 동철이나 원장님한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그래서 그랬어...??

??엄마.......??

너무도 불쌍한 여자였다..

오혜경이란 여자...

지금의 내 나이 때부터 어린 나와 동철에게 희생을 하며 살아온 엄마가 너무 가여워 눈물이 났다.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힘들게 해온 나라는 여자가 너무도 미워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