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69/75)

25

??잘 다녀와...??

엄마가 먼저 학원으로 나간 후 누나가 차려준 늦은 아침을 먹는 동안 누나는 아무 말이 없었고, 집을 나가며 누나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는 나를 가볍게 밀어내며 누나가 짧게 말했다.

원장과 나의 관계를 알아버린 누나는 며칠 동안 나와 거리를 두었다.

삼일 연속 엄마와 함께 매형의 몸을 탐하는 누나의 교성소리는 엄마의 방을 빠져나와 나의 방에까지 크게 들렸다.

그러다가 매형을 잡겠다는 나의 농담에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으며 차갑게 나를 대하는 누나는 엄마와 나의 관계를 알고 있다며 악을 써 댔던 오래전 그때처럼 냉정했다.

엄마와 나의 관계를 누나에게 들킨걸 알았을 때처럼 누나에게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한집에서 매일 마주치는 누나와의 사이가 너무나 불편했다.

누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에게도 털어 놓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일까..

엄마의 반응은 어떨까..

학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녀와 같이 밤을 보낸 후 며칠이 지나 다시 그녀와 잠자리를 했고, 그녀에게 엄마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녀와 나만의 비밀을 누나에게 들켜버리자 엄마도 곧 그 사실을 알게 될 것만 같았다.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엄마와 누나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할 것 같았다.

몇 년 전 엄마가 매형에게 느꼈었을 그런 감정을 원장은 내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치부를 알고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에 대해 그녀는 집요하게 매달리는 듯 보였다.

그녀의 비밀을 내가 누군가에게 폭로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감정 때문인지 나를 찾는 빈도가 갈수록 잦아졌다.

그녀와 섹스를 끝내고 나면 나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며 그녀의 지나온 삶을 고해성사를 하듯 속삭여주었고, 그녀와 그녀의 아들과 나와 엄마의 지나온 시간이 머릿속에서 뒤섞였다.

그들과 우리의 지나온 시간은 많은 공통점이 있었고, 다른 점 역시 많았다.

비교적 순탄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던 나의 생활과는 다르게 그녀의 아들은 지독한 문제아였다.

엄마에게 했던 그런 행동 역시 그런 그녀의 아들의 성향을 일부를 보여준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질러왔고, 그녀의 엄마를 반강제적으로 범해버렸다.

그런 아들을 감싸주며 키워온 그녀의 삶에 비하면 엄마는 훨씬 나은 편인 듯 보였다.

엄마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듯 보이는 그녀가 스무 살도 더 어린 아들과 같은 나이인 나에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애처로와 보였다.

??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

사무실에서 나오는 나의 뒤를 따라 나오며 그녀가 조용하게 말했다.

??아...예...봤어요..??

??답이 없길래....??

복도를 걷는 나의 뒤를 그녀가 따라오며 조용히 말했다.

??예...볼 수 있어요.. 그저께 봤던 거기서 기다릴까요?..??

??음..그래...이따 보자..??

학원에서 서너 정거장 떨어져 있는 조용한 까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와 나의 나이 차이를 의식해서인지 그녀는 음습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어두운 장소에서 나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십분 정도 이른 시간에 도착한 나는 의자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오늘이라도 그녀에게 나의 생각을 말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좀 늦었네..미안해...??

??아니예요..??

모자를 눌러쓰고 청바지와 면티를 입은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십년은 더 젊어 보였다.

??그렇게 입으니까 꼭 제 또래처럼 보이시네요..??

??정말?..그래보여?..??

활짝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 계실 때랑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

??응..그렇지?..내가 학원에선 좀 깐깐해 보이지???

수많은 시간을 혼자 살아온 그녀는 옷차림이나 표정에 많은 신경을 써온 듯 했다.

그녀와 살을 섞고 나서야 그녀의 본래 모습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아들을 제외하곤 그런 그녀의 본모습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예..그러죠..근데 아드님이 기다리지 않아요???

??어...며칠 전에 어학연수 떠났어..여기 있어봐야 공부도 안하고 친구들이랑만 어울리고 그래서 캐나다에 있는 오빠네 집으로 보냈어...한 일이년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그녀의 아들이 보이질 않았던 것 같았다.

??언제 한번 초대할게...우리 집으로...와 줄 수 있지???

??아..예...그럴게요..엄마랑 같이 초대해 주세요..??

??어..그럴게...??

엄마와 함께 그녀의 집에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될 것만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뭐 먹으러 갈까???

??글쎄요..전 아무거나 괜찬은데..??

그녀는 까페에서 나온 후 걷기 시작한 나에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었다.

모자를 깊이 눌러쓴 그녀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나란히 걸으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식당을 나왔다.

??어디 들어갈까???

??아니요...원장님...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봐야 할 거 같아요..??

??왜?..엄마가 기다리셔???

??아니요..그건 아닌데...좀 일이 있어서...??

아쉬워하는 그녀가 집근처까지 태워다 주었고 가볍게 키스를 나눈 후 집으로 향했다.

누나는 여전히 차갑게 나를 대했고, 잠들어 있는 엄마를 보고 난 후 방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누나와의 어색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고민을 계속했다.

엄마에게 그녀와의 관계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오질 않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보냈다.

??동철아...오늘 저녁에 원장님 댁에 같이 갈까???

??어? 왜???

낮에 그녀를 통해 들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엄마에게 처음 들은 것처럼 엄마에게 물었다.

??원장님이 너랑 같이 저녁 식사나 하자고 하셔서..동호도 집에 없고 혼자 적적한가봐..??

??응..그러지 뭐..??

그녀의 집은 시내 외곽에 있는 아담한 전원주택이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을 지나 집으로 들어서자 넓은 거실이 온갖 화초들로 빼곡이 들어차 있었고,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와 오선생...집 찾는데 안어려웠지???

??예...금방 찾았어요..집이 참 이쁘네요..??

??동철 학생도 어서 와.. ??

??예...??

집에서 입는 듯해보이는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가 잘 차려놓은 식탁 위에 찌개를 올려 놓았다.

순간 아래로 늘어진 그녀의 원피스 속으로 젖가슴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커다랗게 출렁거리는 그녀의 젖가슴을 엄마도 의식했는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나의 얼굴을 살폈다.

학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그녀는 쉴새 없이 떠들었고, 너무도 다정하게 엄마와 그녀의 수다가 이어졌다.

그녀는 끝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며 엄마와 나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혼자 사는 과부라 느는건 술 밖에 없네..자 한잔 해 오선생..??

??예...??

엄마와 그녀는 연신 잔을 비워갔고 거실로 자리를 옮겨 바닥에 앉은 그녀와 엄마는 빈 술병이 비어 가는 만큼 자세가 흐트러져 갔다.

그녀에 비해 주량이 많지 않은 엄마는 술을 자제하는 듯 보였으나 그녀가 권하는 술을 많이 받아 마신 탓인지 술에 취해 버린 듯 보였다.

위태롭게 이어져 가는 그녀들의 넋두리를 옆에서 듣고 있는 나의 눈에 그녀의 팬티가 보였다.

일부러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한쪽 다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 그녀의 허벅지와 팬티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오선생은 좋겠어...저렇게 듬직한 아들이 늘 옆에서 지켜주니까..??

??원장님은...그러는 원장님은 아들이 없으신가요 뭐..??

??그렇긴 한데...그래도 오선생이 부럽네...난...사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 나올지 몰라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딴청을 피우는 척하고 있었으나 나의 귀는 그녀들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빨아 들이고 있었다.

??난...난 말이야...우리 아들이...너무 원망스러워...??

??왜..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냥...그러네...오선생한테 저지른 잘못도 있고...??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하세요..다 지나간 일인데...동호 학생도 힘들어 할거예요..??

??그래도...너무 미안했어...??

??아니예요...원장님 그래도 나를 여자로 봐줘서 기분 나쁘진 않았는데요 뭐..호호..??

그녀를 위로하려고 한 것일거라는 엄마의 말이었을 테지만 깜짝 놀라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래?..정말이야?... 그럼 오선생도 우리 아들을 남자로 본거야? 호호호..??

그녀와 엄마의 대화는 서서히 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럼 동호 학생이 여잔가요 뭐..호호??

??응...그렇긴 하지..??

술에 많이 취한 듯한 엄마는 옆에 있는 나를 신경쓰지 않고 그녀와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까...원장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다 잊어 버리세요??

??응..그럴게..고마워..??

선을 넘어 버렸던 그녀들의 대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근데..있지..오선생...나....나도 동호가 남자로 보인다...웃기지???

??예?...??

갑자기 던진 그녀의 말에 엄마가 놀란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참 외롭더라...너무 너무..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모두들 다 도둑놈으로만 보였어...우리 아들만 빼고 말야...??

??........??

엄마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고, 나 역시 침을 삼키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어느 순간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그런 아들이...남자로 보이더라...??

??.........??

??그런데..그게 나만 그런게 아니었었나봐....우리 아들도 마찬가지였었나봐...??

??........??

??오선생...오선생은 어때?...동철이가 남자로 보인 적 없었어???

??원장님....그게 무슨 말씀인지...??

??음...내가 주책이지...이런 말을....근데..그냥 다 말할래...동생같고 친구같아서..오선생이말야..??

??..........??

??나..있잔아..우리 아들...예전에 우리 아들한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었는데...지금은..아들한테 여자가 되어 버렸어..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버렸더라..??

??원...원장님....그게...???

??맞아...나 아들과 그짓을 하고 살았어...잠자리 말야...아들과 섹스를 하며 살았다고...??

??원...원장님....??

원장의 말이 끝났지만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근데...언제 혹시 오선생도 그러고 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웃기지???

??원..원장님...어떻게 그런....??

??기분 나빳다면 용서해줘...근데...나만 이러고 사는거라고 생각하니까..나 너무 비참하더라..그래서 나말고 다른 사람도 이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그래서...??

그녀의 연기에 감탄이 흘러나왔고, 한편으론 그런 그녀가 무섭기 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엄마가 그녀의 연기에 농락당하고 있는 상황에 화가 났다..

??맞아요 원장님....원장님 말이 맞아요...저도 우리 엄마를 사랑해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엄마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동...동철아...??

??엄마...뭘 그렇게 숨겨...우리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원장님도 마찬가지고요..??

엄마와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고, 나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거실에 울려펴졌다.

??엄마와 나...떳떳해요...그러니까 원장님도 그런 생각 하지말고 떳떳해 지세요..??

아무말 없이 앉아 있는 그녀들을 보며 연거푸 몇 잔의 술을 들이켰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찾아든 거실에서 그렇게 남겨진 술을 다 마셔버린 내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나 피곤해...그만 일어나자 엄마..??

아직까지도 멍해져 있는 엄마의 손을 잡고 일어서자 그녀가 엄마와 나의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오 선생...밤도 늦었는데...자고 가.. 빈방에 이부자리도 준비해뒀어..??

간절하게 매달리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며 엄마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엄마는 자리를 뜨지 못했고, 나는 그녀가 가르쳐 준 빈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거실에선 그녀와 엄마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곧 이어 내가 누워있는 방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왔다.

??여기서 자고 내일 가자.??

엄마가 조용히 옷을 벗은 후 나의 품을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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