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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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지를 챙겨 입고 문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녀나 가족 앞에선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나였지만 참을 수 없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방안으로 밀려들어오며 그녀와의 섹스로 혼미해진 머리를 맑게 해주었다.

동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한 그녀를 위해 동철의 방으로 떠밀 듯 보내버린 것이 좀 후회는 되었지만 몇 시간 후면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만 하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그것을 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새벽공기와 나의 담배연기 속에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와 나의 관계를 지윤 역시 인정해주었고, 그녀도 나에게 의지 하며 동철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다만 동철이 없는 상황에서 지윤 혼자서,

몇 달전 내가 그랬듯이 그녀와 함께 있는 나를 기다리게 될 그런 상황에 대해 약간의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혼자 그 큰집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외롭게 지낼 그녀와 지윤과 함께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자 묘한 기분이 나를 감싸왔다.

그것이 가능할까...지윤이나 그녀가 허락 할 것인가?

벌써부터 동철의 부재가 새삼스레 느껴졌다.

동철이 채워주었던 그녀의 마음을 내가 채워줄 수는 있을까..

그녀가 정말로 내가 그래주길 바라기는 할 것인가..

나에게 몸과 마음을 열어준 후에도 그녀의 마음은 나보다는 동철에게로 가 있었다.

나 역시 지윤과 그녀 사이에서 아무래도 지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난 지윤의 남편이었으니까.

방 안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처럼 혼란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채워갔다.

그녀가 방에서 나간지 30분이 넘었을 때 쯤 거실을 서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방을 열고 나가자 거실에서 서성거리는 그녀가 보였다.

??선..생님....처남은요????

??응....경수씨...동철이는 자고 있어...??

혹시나 했던 나의 음흉한 생각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과 안도감이 들었다.

??더 주무셔야죠....피곤하실텐데...??

??아니야...잠이 안올거 같네....그냥 좀 앉아 있고 싶어...커피 한잔 마셔야겠어..경수씨는???

??예...저도 한 잔 마셔야겠어요...??

주방에서 일회용 커피를 타 온 그녀가 쇼파에 앉았다.

어두운 거실 쇼파에 그녀와 마주보고 앉아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 잔에 입을 가져갔다.

??나....나라는 여자...정말 왜 이런지 모르겠어....경수씨...??

??왜?...왜요...선생님이 어때서요...??

??글세...동철이와 나와의 관계를 좀 생각했어....곤히 잠들어있는 동철이랑 지윤이를 보니까...내 자신이 갑자기 좀 그랬어....??

??선생님.....??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질투가 났어...미쳐버릴 정도로....오늘 같은날...동철이가 저러고 있는게 말야....??

??...........??

??내가 어떤 생각으로 저 방에 들어간줄 알아?...??

??..........??

그녀가 지금 쯤 그 방에서 동철과 지윤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 바랬던 것일까..

나 조차 잘 알 수 없었다.

??나라는 여자....동철과 지윤의 엄마라는 여자가...저 안에서,,,딸 지윤의 앞에서 아들인 동철을 안고싶었어...아들이 내 남자라는 것을 딸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아...도대체..이래도 되는걸까....??

??선생님.....??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그녀의 하소연만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너무 음탕하지?? 경수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슨 말을 해야할까...아니라고 하기엔 그녀와 동철과 벌였던 일들이 생각났고..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면 그녀의 말에 동조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선생님....그런 생각 갖지 마세요....그냥....복잡한 생각 하지 않기로 했잔아요...그러니까....??

??그러니까....그냥 내 몸이 시키는 대로 딸아이 앞에서 아들과 그 짓을 해버려야 했을까...???

??..........??

??경수씨....나....너무 무서워...나란 여자가....얼마나 더 음탕해지고 더럽혀져야 될까...???

??선생님...선생님 전혀 음탕하거나..더럽거나 그렇지 않아요...??

??나..내 몸이 너무 무서워....경수씨와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도 또 다시 경수씨를 안고 싶어지는 이 몸뚱아리가 너무 두려워....??

그녀의 옆자리로 이끌리 듯 다가 앉아 그녀를 안아 주었다.

동철이 없는 집으로 돌아간 후 지금처럼 스스로를 자책해댈 그녀가 걱정 되었다.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들자..어렵게 나에게 열린 그녀의 마음이 다시 닫혀버리진 않을까 초조해져만 갔다.

??선..생..님....우리...우리 같이 살면 안될까요....???

조급해진 마음에 방금 전 생각했던 말이 튀어 나왔다..

??그냥...처남이 없는 집에서 홀로 지내실 선생님이 걱정되서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더듬거리며 자신감 없는 말을 이어갔다.

??나...괜찬아..경수씨...그냥...동철이하고 지윤이하고 다정히 손을 꼭 잡고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니까...너무 음탕한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내가 동철이랑 지윤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갑자기 들고 말이야...나...웃기지? 경수씨....??

??아니예요...이해할 것 같아요...??

어두운 거실에서도 그녀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보였다.

너무도 여린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동철이 없어도 동철 이상으로 그녀를 지켜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선생님....선생님이 무슨 행동을 하든지 전 선생님이라는 사실 하나로 선생님을 사랑해요...동철이도 마찬가지일테구요....너무 자책하지 마세요...그러시면 제가 더 나쁜 놈이 되잖아요..동철이도 그렇구요..??

??고마워...경수씨...고마워....그리고 미안하고.....??

??우리...더 즐겁고 명랑하게 지내요...아무 걱정하지 마시고요..제가 동철이를 대신해서 선생님 곁에 있을게요...그렇게 해주세요...??

??그래...경수씨...그럴게...??

??선생님....선생님의 어떤 모습이라도 전 너무 좋아요...선생님의 보지도 너무 보고싶었어요..또 보고 싶구요...??

??....응...그래....경수씨....??

그녀의 귓속에 처음으로 보지란 말을 속삭여 주었다.

동철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던 그런 음탕한 말을 나도 하고 싶었다.

나에게서 다시 멀어질 것 같았던 그녀의 마음을 돌린 것 같아 안도감이 밀려왔다.

??나...그냥...그렇게 할게...경수씨에게 의지하면서 그렇게 지낼게...그래도 되지???

??예...그럴게요..선생님...사랑해요...??

아침까진 아직도 시간이 많았고,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워 보였다.

난 그녀의 봉긋한 가슴에 손을 얹어갔고, 그녀의 손 역시 나의 바짓 속으로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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