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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렇게 많이 싸 오셨어요....그냥 시키면 되는 걸....??
회사 동료를 초대한 우리의 집들이를 하는 날 오전 그녀와 동철이 갖가지의 음식을 손에 들고 신혼집으로 들어왔다.
여러 가지 음식 보자기를 들고 들어오는 그녀의 손에서 그것을 받아 들면서 그녀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냥 이것 저것 챙기다 보니 짐이 좀 많아 졌네...별 것도 없는데....??
그녀가 나에게 대답해주며 집안을 둘러 보았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방문이었다.
딸 지윤이 독립을 한 이후로 처음으로 딸의 집에 들어와 보는 날이었던 것이다.
집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던 그녀에게 지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어서와...뭘 저렇게 많이 가져왔어....그냥 대충 시켜 먹으면 되는데...??
??어....그..그냥...별거 아니야...집 좋다....잘지냈지???
??응...잘지내...??
지윤과 집들이를 하기로 한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걸 핑계로 그녀를 우리의 집에 초대할 생각이었다.
음식에 소질이 없던 지윤으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지윤이 욕실에 들어간 사이에 담배를 피고 온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와 그녀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렇게 어색한 지윤과 그녀의 네 달만의 재회가 있고, 그녀들은 주방에서 어색한 듯 음식준비를 했다.
??오빠~~오이랑 양배추를 좀 사와야겠는데....??
주방에서 지윤이 나에게 소리쳤다...
??아냐...내가 가서 사올게...채소는 잘 골라야 돼서....??
내가 어찌할까 머뭇거리자 지윤이 말했다.
??모시고 갔다와..마트까지 꽤 멀잖아...어서 다녀와....동철아 넌 이리와서 콩나물 좀 손질해??
그녀와 단둘이 현관을 나섰다.
??고마워요....??
그녀에게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손을 잡았다.
아직 주방에서 손에 뭍은 물기가 마르지 않은 그녀의 손은 차갑게 젖어있었다.
아무 말 없이 나에게 손을 맡긴 채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길 기다리던 그녀가 말했다.
??고맙긴...내가 고맙지...잘...지냈지?...??
??예...잘지냈어요....너무 보고싶었어요....??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쥐어주며 그녀를 안았다.
나의 가슴속으로 깊이 안긴 그녀의 샴푸냄새가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그냥 그대로 그녀를 어디로든 데리고 가버리고 싶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그녀을 다시 안았다.
나의 허리를 감아오는 그녀의 여린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일주일 만에 보는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어 주며 그녀의 혀를 탐하는 나의 혀에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감겨왔다.
??나도 많이 보고 싶더라.......그 때 통화할 때....내가 미쳤었나봐...나 너무 부끄러운 모습만 보이는 거 같아...??
입술을 뗀 그녀가 부끄러운 듯 몸을 꼬며 나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아니예요..저도 좋았어요..선생님이 무얼 하시든...전 그냥 좋아요....??
??그..그래...고마워 경수씨한테 늘 그래....??
??아니예요...제가 고맙죠...이렇게 와주셔서...괜히 불편하실텐데...선생님이 빨리 보고싶어서..??
마트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나의 손을 쓰다듬으며 잠깐동안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꼼꼼하게 살피며 채소를 고르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토록 아름다워 보이는 그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또 다시 그녀를 안고
그녀가 나를 위해 음식재료를 고르고, 그것으로 둘만의 오붓한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가 음식 재료들을 고르는 것을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씩 나를 돌아보며 보여주는 눈이 부신 미소를 보며 그녀가 나의 여자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긴 채소와 음식재료들을 뒷 자석에 내던지듯 올려놓고 차문을 열어 그녀가 자리에 앉는 것을 도운 나는 재빠르게 운전석에 올라 앉았지만 시동을 켜지 않았다.
그녀가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나의 손을 잡아 손등에 부드러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경수씨....너무 좋다.....이렇게라도 경수씨랑 단둘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요...들어가기 싫어지네요..선생님을 어디로든 데려가 버리고 싶어요.....??
??그래..나도 그래..진짜로 그러고 싶네...나...보고싶었어??.??
??그럼요....정말 보고 싶었어요...그리고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녀를 안았다...
그녀를 안고 그녀의 머릿결을 느끼며 그녀의 체취를 깊숙이 들이마쉬고 난 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시동을 켰다.
집으로 들어온 우리를 동철과 지윤이 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고, 잠시 뒤 직원들의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나의 장모라고 소개 받은 직원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며, 그렇게 시끌벅적한 집들이가 시작되었고,
그녀가 음식을 가져다 놓을 때마다 곁눈질을 하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또 그렇게 술 잔을 비워갔다.
지윤과 나의 노래가 끝날 쯤..취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고 그녀에게로만 시선을 빼앗기는 나를 지윤도 느꼈다.
나 역시 컴퓨터로 시간을 떼우는 동철이 있는 방으로 향하는 지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술자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2차를 가자는 직원들의 요구를 뿌리치려고 일부러 술에 취한 듯 쇼파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지윤 역시 술에 취한 듯...비틀거리며 동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지윤과 나를 대신해서 그녀가 직원들을 배웅하는 소리를 들었다.
시끌벅적했던 온 집안에 찾아들어온 정적이 낯설다고 느낄 즈음 어느새 가지고 온 담요를 내게 덮어주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 나에게로 이끌었다.
싫지는 않은 듯 내 손을 가볍게 뿌리치려는 그녀를 쇼파에 앉히고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위에 머리를 올려 놓았다.
??경수씨....괜찬아?.....??
그녀가 방안에 있는 동철과 지윤을 의식한 듯 내게 조용히 속삭였고 그런 그녀의 머리를 당겨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나...괜찮아요...아무렇지도 않아요..이렇게 있고 싶었어요....??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그렇게 그녀를 안고 키스를 했다.
술 냄새가 지독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나에게 안기며 나의 혀에 휘감겨오는 그녀의 뜨거운 혀로 인해 날아가 버렸다.
나의 손은 낮부터 갈망해왔던 그녀의 젖무덤을 거칠게 움켜쥐었고, 그녀 역시 나의 가슴을 쓰다듬어주며 나의 행동에 동조해 오기 시작했다.
동철과 지윤이 있는 방 안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그렇다는 듯 뜨거운 숨을 나의 귓속에 불어 넣으며 나의 목덜미를 핥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