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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있게 놀았어?....점심은????
집에서 기다리는 지윤을 보기가 어색해서 아파트 공원에 앉아 줄담배를 피운 후 몇 번을 망설이 끝에 초인종을 누르자 지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철을 만나지 않은 두 달여 동안 늘 어두웠던 지윤의 표정이 밝게 변해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남편인 나보다 동생 동철에게서 더 큰 위안과 사랑을 받은 듯 보이는 지윤을 보곤 마음이 착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동철이 봤어??....여기 있다가 아침에 갔는데....??
??어?...응...봤어...이야기 하더라...여기서 오는 길이라고...너..도 잘....놀았어????
??응....그냥..그렇지..뭐....??
??우리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까?? 주말인데...자기 요새 매일 집안에만 있었잔아...??
??응...그러자....조금만 기다려..나 준비 좀 할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옷장에서 이것 저것 옷을 고르는 지윤을 보며 다시 한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나에 대한 배신감으로 울먹이며 소리라도 쳐주었으면 하는 그런 모순된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나였지만 그런 지윤의 모습은 또 다른 감정을 일깨웠다.
??그냥...이렇게 서로 모른 채 해주며 지내야 하는 걸까???
??그래도 무슨 언급이라도 해야하진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가는 중에 지윤의 외출 준비가 끝이 났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외출을 했다.
??동철이는 말이야....하나 뿐이 내 동생이야......오빠....??
꽉 막혀있는 강변북로위에서 지윤이 창 밖으로 보이는 시원한 한강을 보며 던지듯 말했다.
??내가 많이 어렸었나봐..그때는....그냥..동철이가 그렇게 하면 나에게로 올 줄 알았어..새엄마를 그렇게 좋아하는 게 단순히 그런 음탕한 짓거리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앞차의 번호판만을 바라보는 나에게 지윤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어...인정하긴 싫지만 말야...그리고 병적으로 내가 집착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나도 모르겠어...내가 왜 그랬는지말야...??
??...........??
??어젯 밤에 나 이상한 경험을 했어.....말하기 부끄럽지만 이야기 할래....오빠랑...그 여자랑 둘이 같이 있는다는 말을 들으니까...나...이상한 마음이 들더라....??
??어떤....?.....??
??글세....그냥...기분이 묘했어...오빠에 대한 실망감....장모라는 여자, 아니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나이 많은 그런 여자와 그런다는 게....좀 그랬어...근데...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면서 묘해지더라...그래서 그런지 동철에게서 처음으로 오르가즘 같은 걸 느꼈어....??
지윤에게도 그녀와의 지나간 이야기를 해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지윤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었다.
??오빠....그냥 동철이랑 나랑은 친남매잖아...그냥...남들과 조금 다른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조금 특별한....그냥...그렇게 이해해줘....내가 많이 미웠지??...근데 어쩔 수가 없었어...스무살 갓 넘어서부터 지금까지...이렇게 살아왔거든....그걸 갑자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
??오빠가 나에 대한 복수심 비슷한 감정으로 그랬다는거 알아....아니..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그 여자한테 사랑같은거......웃기자나...그런 거 아니지????
??지윤아.....나....??
그녀와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할까?...어떻게 해야 할까...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오빠...우리 당분간 그냥 이렇게 지내보자...좀 더 시간을 갖고 이렇게 지내보자...생각하기 나름이잖아....나도 오빠를 이해 해줄게...??
지윤이 동철과의 관계를 정리할 거라는 말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잠시 스쳐갔지만,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지윤아....나보다...장모님, 너희 어머니를 이해해주면 안 되겠어????
지윤의 긴 이야기에 비해 나의 대답은 짧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 가장 절실한 물음이었다..
??오빠....나도 인젠 여자야...새엄마를 이해 할 수있어...충분히...같은 여자로서 말이야...예전부터 새엄마를 이해는 했어...다만...좀 미웠을 뿐이야...나...노력해 볼게..이젠 그럴게...??
??그래....우리...그렇게 하자...나도 너나 동철이한테 더 잘 할게....장모님 한테도....??
지윤과의 이야기가 예상외로 너무 잘 풀려갔다.
아마도 지윤은 이미 동철과 여러 번의 언쟁과 설득으로 인해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듯 보였다.
??근데...동철이나 오빠는 새엄마가 왜 그렇게 좋은 거야??....동철이야 그렇다 쳐도 오빠는 왜 그랬어?? 진짜 나한테 복수 하려고 그랬던 거야????
한 동안 서로의 생각에 몰두해있던 중 지윤이 밉지 않은 눈을 흘기며 말했고 나는 멋쩍은 웃음을 건네곤 운전에만 몰두했다.
차는 구리시를 지나 남한강변을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하긴...새엄마가 좀 이쁘긴 이쁘지....질투가 날 정도로......잠자리에서도 좀 특별한가?????
지윤이 혼잣말을 이어가며 운전을 하고 있는 나를 쳐다본다..
지윤의 말에 어젯밤과 몇 시간전 그녀와의 정사가 생각나자 아래가 묵직해져 옴을 느끼며 계속 운전을 했다.
장난기 있는 지윤의 손이 갑자기 그곳을 만지며 놀려대었다.
??이거 왜이래??? 장모 생각 한 거야????
나는 못된 짓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헛 기침을 해댔다.
??으이구....남자들이란...정말...호호....??
??아냐....그런거 아냐....??
당황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지윤도 나와 그녀의 관계를 인정해주는 듯했다.
그렇게 우린 춘천에 도착해 아내의 남자, 남편의 여자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듯이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세 달이 넘게 지나버린 후에야 그렇게 우린 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