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75)

25.

곤하게 잠들어 있는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곁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 동안 그녀의 옆에서 선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그녀의 침대 아래에서 아기처럼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술을 마신 터라, 그리고 격렬했던 조금 전의 정사 때문일까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모로 잠들어있는 그녀의 가지런히 모아진 다리가 어슴푸레한 새벽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가녀린 허벅지위로 복숭아 처럼 윤기 있고 부드러워 보이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엉덩이 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예쁘게 갈라져있는 두덩이 나를 자극했다.

앙다물어진 그녀의 그곳이 색깔만 다를 뿐 그녀의 예쁜 입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방금 전의 그 일이 나의 순간적인 욕정과 충동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너무도 애타게 기다렸던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잠에서 깨고 술에서 깨어난 그녀가 나와의 일을 후회하고 자책할까봐 더욱 안타까웠다.

당장 그녀를 흔들어 깨우고 그녀에게 나의 지난 세월과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었다.

그녀의 몸에 이불을 조심스럽게 덥어 주고, 방에서 나와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동철이 생각보다 일찍 집에 들어올지도 몰랐고, 이런 상황에서 그를 마주칠 용기가 내겐 없었다.

쌀쌀한 가을 새벽 찬 바람에 몸을 움크리며 어젯밤 그녀와 술을 마신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주 어려서 부모님이 내 곁을 떠난 후, 작은 아버지 집에서 키워진 나는 남의 눈치를 살피고, 양보하는 것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 있었나보다.

아내의 지난 과거를 용서했고, 아직도 처남에게 아내를 양보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사촌 동생에게 나의 모든 걸 양보해왔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었다.

다섯 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에게 늘 주눅이 들었고, 늘 숙모의 눈치를 살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나의 뼛속 깊숙이 몸에 익은 비굴함은 사랑하는 아내를 다른 남자의 품으로 양보하기까지 하는 미친 짓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아직은 철이 없을 처남의 요구와 너무도 뻔뻔하게 처남을 찾는 아내의 행동에 아무런 질책조차 못 하는, 아니 그럴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고 화가 났다.

오전에 집에 들어온 동철에게 자신의 연인이 나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며 그동안의 분노를 보여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비굴함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어제와 같은 만남이 또 다시 있을 것이다.

천천히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나의 여자로 만들 것이다.

늘 남에게 빼앗기고 양보만 하며 살아왔던 애처로운 내 자신에게 줄 선물로 그녀, 오혜경을 선택했다.

신혼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윤이 방안에 누워있었다..

나의 인기척에 지윤이 몸을 일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들어왔어????

??응...좀 전에....어디 갔다 왔어?? 혹시 밖에서 잔거야????

??어..?...응....그냥...누굴 좀 만났어....??

??그래....아침은???

??어?....어...아직....??

그때서야 그녀의 눈이 부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울었어?????

??어...아냐....잠을 못 자서 그런가봐....??

지윤이 이불을 끌어 덮으며 다시 누웠다..

??일어나봐...자기 운거 같은데...처남이랑 무슨 일 있었어???

지윤을 다그치자 지윤이 이야기를 한다..

지윤에게 처남과의 관계를 인정해 주며 대신 서로 솔직해지자는 내 나름대로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윤은 정말 뻔뻔스러울 정도로 솔직했다.

몇 년을 어렵게, 지윤의 집요한 요구로 처남과 지윤의 관계가 이어져왔다.

동철은 지윤과의 관계가 너무도 부담되었고 장모에 대한 미안함으로 힘들어해 왔다.

그렇기에 더욱 더 나와의 행복을 빌어주며 누나가 자신을 놓아주기만을 기다려 왔었다.

그간의 동철의 행동은 그런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충분히 확신할 수 있게 했다.

그런 사실을 나와 장모가 알게 된 후로도 지윤은 동철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했고, 그후로 나를 찾은 동철은 어렵게 나에게 양해를 구했던 것이다.

동철은 지윤을 만나는 날이면 엄마에게 너무도 미안했고, 그런 고통은 엄마를 속여 가며 지윤을 만날 때 느꼈던 죄책감보다 더한 고통으로 그에게 다가왔었나 보다.

지난밤 역시 그런 고통을 지윤에게 호소해왔고, 오누이는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심하게 다투었던 것이다.

??나 정말 나쁜년이지????

??...........??

??오빠...나도 알아 내가 미친년이라는 거.....그렇지만....그렇지만....나도 모르겠어...내가 왜이러는지...??

??..........??

??동생에게 이렇게 집착하고,,,힘들게 하는게....미친 짓이라는 거 알아...오빠한테도 너무 미안하고....그래서.....그런데....나도 어쩔 수가 없는 거야.....그러니까...나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줘......미안해..??

지윤의 어깨가 심하게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래...난 괜찬아.....괜찬아....??

통곡으로 변하는 지윤의 울음소리에 당황한 나는 또 그렇게 비굴하게 지윤을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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