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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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늦은 밤이었지만 술집은 몹시나 붐비고 있었다.

그녀와의 어색한 관계를 생각해 일부러 북적거리는 대규모의 호프집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맛있는 걸 대접한다는 나의 제안에 저녁을 먹어서 음식생각이 없다는 그녀는 가볍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어휴...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대한민국이 술 소비량이 세계적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닌가봐요....??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들 때문에 나는 목소리를 높여서 이야기 해야했다.

??그러게....그냥....집에서 볼걸 그랬나봐....동철이도 없으니까...말야...??

아무 뜻 없이 했을 그녀의 말에 순간적이나마 그녀와 내가 그녀의 집안에서 단둘이 있는 장면이 떠올랐고, 그녀와 처남이 음탕하게 섹스를 하던 그녀의 침대가 떠올랐다..

지난 만남에서나 지금이나 그녀의 말 한마디에 온갖 상상을 하며 혼자 자극받던 나였다.

??장...모...님....건배해요 우리....??

장모님이란 말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그 소리를 듣는 그녀 역시 새삼스럽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뭘 위해서 건배해야 해야 할까요?....??

??글세....음...지윤과 우리 사...위...경수씨의 행복을 위해서????

정말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그녀의 연인과 나의 아내가 잠자리를 하고 있을 그 순간...그녀와 내가 나와 지윤의 행복을 위한 건배를 하다니....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려고 했다.

내가 웃음을 참으려는 듯 표정이 일그러지자..그녀가 의아한 듯이 물어온다.

??왜? 다른 걸로 건배할까????

??아...아닙니다....저와 지윤의 행복을 위하여....건배!!!??

그렇게 첫 잔을 든 나는 미친 듯이 급하게 술을 들이켰다.

술이 가진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밤도 동철이 그렇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지윤이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오늘 또다시 술이 선사하는 특별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하며 잔을 비워갔다.

시간은 자정을 지나 새벽 한시에 가까워져갔지만 우리에게 시간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서로의 집에 들어가 봐야, 기다려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음만 괴로워질 뿐이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그날 밤 이후로, 동철과 나와의 만남이 잦아짐에 따라 어느 정도 술이 갖은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첫 잔을 비우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던 그녀는 벌써 세 번째 잔의 반 이상을 비우고 있었다.

500CC 생맥주잔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그녀의 입술이 맥주잔을 통해 굴절되어 더욱 묘한 자극을 주었다.

??그거 아세요? 조선시대 말기에 말이예요...??

손님이 거의 빠져나가버려 술집이 조용한 분위기로 바뀌었을 때 쯤 내가 말을 꺼냈다.

그녀가 약간의 취기가 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느 책에선가 본건데, 그때는 아낙네들이 아들을 낳게 되면 얼마간 젖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녔대요....??

??응?...아...나도 봤던거 같네....??

??이상하죠? 요새처럼 미니스커트니 배꼽티니 노출이 심한 시대에도 상상도 못할 일을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자나요,,,,그렇다구 그때 그런 걸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구 당연시 되었으니까요...시대에 따라 기준이 바뀐 탓일 테죠..??

??응...그렇겠지....??

??그러니까요....너무 자책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하지 마세요...장...모님이랑...동철이 내가 보기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그런....사이예요...??

??.......??

그녀는 아무말이 없었다.

괜한 말을 꺼내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게 아닐까....후회되었다..

??고...고마워 경수씨....그럴게....진짜 고마워.....??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말했다. 김서방이 아닌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녀의 가늘고 여린 손에 너무도 무거워 보이는 술잔을 들며 내게 잔을 부딪쳐 주곤 남은 맥주를 천천히 들이켰다..

그녀의 가녀린 목이 꿈틀거리며 맥주를 삼키고 있는게 보인다..자극적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안에 있던 그 못된 생각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그러니까요...세상의 기준 따위는 버리고, 나도 사랑해주세요...나도 당신을 안고 싶어요.. 선생님의 젖가슴과 보지를 핥고 싶고, 선생님의 보지에 내 자지를 박아 넣고 싶어요.. 선생님의 보지에 나의 정액을 쏟아 붓고 싶어요...??

내 머릿속에선 이미 그녀의 입술이 나의 자지를 핥아주며 내게로 향한 다리를 활짝 벌리고 그녀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힘드시죠?....지금...힘들어보여요......선...생...님...??

나의 그런 음탕한 생각을 떨추어 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응....좀 그러네....경수씨도 힘들지?????

내가 그녀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썼지만 그녀는 그걸 의식하지 못한 듯 하다.

학원에서 늘 들어오는 호칭이어서 그랬을까...

??휴~~~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참...경수씨나...나나...우리...좀 웃긴 것 같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순간 다음에 동철과 그녀와의 만남에서 동철에게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웃긴 농담일 것 이라는 뜬금 없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장모님...한 잔 더하실래요???

??응...경수씨도 그거 마시고 한 잔 더해...??

그렇게 난 500CC호프잔을 일곱잔, 그녀는 네 잔을 비운 후 거리로 나왔고 비틀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쥐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고 그녀의 아파트로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난 그녀의 어깨를 감싼 나의 팔을 풀어주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쟈스민향이 나의 몸과 이성을 마비시켜가는 듯 했다.

택시에서 내린 그녀를 부축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그녀의 향기가 뼛속가지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힌 후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어 마시고 그녀에게도 물 잔을 건넸다.

물 잔의 물을 반쯤 마신 그녀에게서 물 잔을 건네받아 그녀가 남긴 물을 마셨다.

물 잔에 남아있는 그녀의 입술을 느껴보려는 듯 물을 다 마신 후에도 컵에서 입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했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이 침대에 다시 누워버렸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곳에서 잠든 후 아침에 그녀를 보면 너무 어색할 것 같았다.

술집 근처에 있는 차가 마음에 걸렸지만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방문을 닫고 현관문을 열었다.

??경수씨.....자고가....??

어느새 방문을 열고 나온 첫사랑 그녀, 오혜경 선생님이 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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