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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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이 신혼집에 다시 돌아온 것은 동철과의 만남이 있고 보름쯤 지났을 때였다.

조금은 낯 선 듯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 헤어스타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철이 나를 만난 후 누나인 지윤과 몇 일에 걸친 언쟁과 설득 끝에 지윤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것임을 지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동철은 나와의 합의 비슷한 결과를 지윤에게 밝혔었고 지윤 역시 깊은 고민 끝에 생각을 바꾼 듯 했다.

그녀 역시 내가 고민했던 대로 나와의 인연이 끊어짐에 따라 다가올 현실을 예상했고 그렇게 다가올 현실이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그녀 역시 나를 잃는 것을 원치 않았고 나를 잃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와의 이별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지윤과의 어색한 재회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폭풍같은 시간이 흘러갔고 우리 넷은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 온 듯 보였다.

그런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지윤은 가끔씩 아직도 정리하지 않은 그녀의 오피스텔에서 밤을 새우고 들어오는 날이 자주 있었다.

그녀가 그곳에서 자고 온다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날이면 나는 혼자 밤을 지새우며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위로하며 홀로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런 날 내가 그렇게 자신과의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장모 역시 동철이 없는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 것이다.

또 그렇게 밤을 보내야 했던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도 나의 첫사랑인 그녀에게..

??장모님.... 접니다...김경수요...??

열 번 이상의 신호음이 울린 후에야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응...어쩐 일이야?...이 시간에...??

??예 그냥 잠도 안오고....처남은요???

??응...없어...오늘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고 내일 들어온대....??

그녀의 힘 없는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장모님...좀 늦긴 했지만...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까요????

??응...? 어.....그럴까?....너무 늦었지 않아????

??아녜요...내일은 어차피 출근 안해도 되고요...그냥 저랑 술이나 한잔 해요...처남도 안들어온다면서요????

오늘 같은 날 만큼은 나와 그녀가 같은 처지에 있음을 그녀나 나나 서로 잘 알고있었다. 서로에게 말은 안했지만.....

그녀의 집으로 차를 몰고 급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이 지난 후...지윤이 신혼집으로 들어온 후, 동철의 제의로 지윤을 제외한 우리 셋은 잦은 만남을 가졌다.

그녀의 집, 그러니까 나의 처갓집에서 만난 적도 있었고, 처갓집 근처의 횟집이나 주점에서 만남을 가졌다.

어색한 분위기를 몰아내는데 동철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보였지만, 동철 역시 그 나대름로 힘들게 그런 만남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나나 장모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누가보아도 다정한 장모와 사위, 매형과 처남, 그리고 엄마와 아들이었다.

다만 우리 셋 이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에는 장모와 처남은 엄마와 아들이 아닌 연인이 되었다.

나의 앞에서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을 그들의 스킨쉽은 만남이 이어질수록 정도가 심해져 갔다.

가볍게 서로의 볼에 입을 맞추던 행동은 급기야 농도 짙은 키스는 까지 이어졌고, 나는 그럴수록 더욱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로 그들의 행동에 호응해 주었다.

그녀 역시 어색해하던 처음과는 달리 나에게 자랑하고 싶기라도 한 듯 동철보다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갓집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던 날...

너무도 당당하게 한 방,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그녀와 동철을 보았다.

나에게 인정받으려는 듯 그들의 자극적인 신음소리가 내 귀를 파고 들었고, 숨을 죽이며 그런 소리를 들으며 미친 듯이 자위를 했다.

그런 만남이 여러 번 이어졌고, 이젠 그런 둘을 힐난하는 듯한 농담을 던질 정도로 우리 셋은 그런 분위기를 당연스레 여기게 되었다.

그런 그녀와 내가 처음으로 둘 만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동철과 같이 만날 때와는 다른 설레임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곁에 동철이 없는 채로 나를 만나게 되면 그녀는 어떨까...

장모로서 나를 대할까...아니면 처남의 연인으로 대할까...그도 아니면....

복잡한 생각에 빨간 신호등도 보지 못하고 아찔한 순간을 두 어번 겪은 후 그녀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에게 전화해서 나의 도착을 알린지 몇 분되지 않아.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가벼운 블라우스에 통이 넓은 치마를 입은 그녀가 나의 차를 발견하곤 내 쪽으로 걸어왔다.

차에서 내린 나는 그녀를 위해 차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건넸고, 그녀 역시 어색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조수석에 앉았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글쎄...그냥 가까운 데 가서 아무거나.....??

??예...처남은 안 들어온대요????

??응??...응....안들어 올거야,,,오늘은...??

그런걸 물어본 나도 그렇지만 나의 그런 물음에 대답해주는 그녀 역시 안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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