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동철과 사위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머릿속에선 동철과 지윤과의 지난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십 여년의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내게 지금 남은 것은 동철에 대한 사랑뿐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고, 그래서 기쁘고 서글퍼졌다.
공원 벤취에 홀로 앉아서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흐느꼈지만 동철의 이야기가 끝나갈 즘,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동철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 그것도 딸과 사위에게 들켰다는 절망과 부끄러움에 오한을 느꼈던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러웠다.
동철이 나와의 사랑을 당당히 밝히는 것을 보며, 동철과 지윤과의 관계는 내게 중요치 않았다. 동철의 행동이 나와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음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의 설움과 동철에게 받은 사랑으로 감정이 복 받쳐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동철이 내 손을 꼭 잡아주며 그의 품으로 나를 안아주자, 눈물은 폭포수가 되어버렸다.
그 순간 동철은 나에게 남자의 존재를 넘은 운명이 되어버렸다.
부끄러움과 모멸감으로 떨렸던 몸이 안정을 되찾으며, 동철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내 가슴을 덮쳐왔다.
거대한 물결로 나를 덮쳤던 절망을 이토록 간단하게 밀어내주는 동철을 보며,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은 오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에 동철에 대한 사랑이 물밀 듯 밀려들어왔다.
동철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내 앞에 앉아 있는 사위를 의식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그따위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가 원한다면 사위앞에서, 지윤앞에서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날 밤 동철은 나에게 운명이 되었다.
어린 동철과 첫날밤을 치루고 찾아온 어색함은 며칠 후 내 방을 다시 찾은 동철의 용기와 기다렸다는 듯이 옆자리를 내어 주고 새벽에 또 다시 이루어진 그와의 격렬한 섹스로 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어설펐던 동철의 행위는 날이 갈수록 능숙해져만 갔고, 서른여섯의 내안에 있던 음탕함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날이 갈수록 나의 욕심은 엄마로서의 사랑보다 그의 연인으로서의 욕망을 원했다.
동철의 키가 나보다 커지고, 나의 눈앞에 그의 입술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남편의 제삿상앞에서 남편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함으로서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정리하고 남자와 여자, 연인으로 다시 맺어졌다.
지윤이 학원에 가있는 시간, 우리는 부부가 되어, 연인이 되어 서로의 몸을 미친 듯 탐했고, 지윤이 귀가할 시간 쯤이면 온 집안에 베어 있는 욕정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환기를 시켜야했다.
동철은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탓이었는지 학교생활 역시 모범생으로 지냈고, 집에서는 나의, 엄마의 그리고 연인의 마음과 몸을 만족시켜 주었다.
내가 미친년이 아닐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씩 했지만, 너무도 부드럽고 자상한, 나이에 맞지 않는 동철의 배려와 사랑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을 이내 후회하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내 몸과 마음은 그에게로 빠져들어만 갔다.
다만, 동철과 나, 서로 똑같이 느껴왔을 그런 두려움, 불안감, 그 마저도 오늘 밤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사위와 딸아이와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어떻게 되든 중요치 않을 것 같았다.
그저 나의 운명인 그가 인도해줄 것 같았고 나는 내 운명을 믿고 따르면 될 터였다.
미친듯한 나의 이기심과 음탕함은 앞으로 닥치게 될 상황에 약간의 설레임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또, 동철과 지윤과의 그런 관계를 생각하자 지윤이 그동안 느껴왔을 듯한 나에 대한 질투심과 그보다 더한 뭔지 모를 자극에 그런 상황에도 나의 보지에선 한줄기의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지윤의 지금까지의 행동 역시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지윤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그건 지금까지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 해오던 지윤에 대한 증오를 말끔하게 지워버리게 만들었다.
곧이어 나의 음탕한 마음은 어서 빨리 사위와 지윤이 돌아가버린 후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좆을 빨아대고 그의 자지가 나의 보지를 쑤셔주길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그렇게 그날 밤, 나와 동철, 사위와 지윤은 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다시 맺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와 동철은 그렇게 생각했다.